보러 시골에 왔다. 근 2년만인데, 그 2년이란 시간동안 병세는 더 악화하여 이젠 나를 아예 못 알아보신다. 어젯밤에 할머니 옆에 누워서 할머니 손을 잡으니 내 손을 꼭 잡으신다.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는 사람의 손이라도 잡고싶은 것이 지금 할머니의 마음일까? 생각들이 스쳐간다.
명절에는 친척들이 모인다. 뉴스에서는 가족과 함께 하는 훈훈한 명절이니 하면서 머릿기사로 내보낸다. 이번 설에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내려왔지만 여러사람들에게(특별히 음식 준비 하는사람들에게는 더욱) 명절이란 피곤하기만 한 것이다.
명절 얘기와는 별도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계기가 있었는데, 어제 집을 떠나는데 엄마가 하는 말이 추우니까 옷을 더 입고 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차안에서는 추울일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살짝 짜증을 냈는데, 엄마가 가족이니까 챙겨주지 누가 챙겨주냐 왜 역정을 내느냐고 한 마디 했다. 역시 사랑으로 엮인다는 건 그런 사소한 걱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way가 춥다고 자주 챙겨주던 멕시코 무장 해방군 목토시 같은 것?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챙겨주었을까? 괜히 쓸쓸하기만 하다.
암튼 이래저래 쉽지만은 않은 시절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할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