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25/01 | 6 ARTICLE FOUND

  1. 2025.01.30 20250130 - 명절 끝 생각
  2. 2025.01.20 20250120 - 어쩌다 하나씩
  3. 2025.01.15 20250115 - 어쩌다 하나씩
  4. 2025.01.14 20250114 - 강릉 10년
  5. 2025.01.06 20250106 - 심란(心亂)
  6. 2025.01.02 20250102 - 어쩌다 하나씩

 세상은 나를 버려도 엄마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

 엄마가 이것저것 싸 줘서 다 가져 왔는데, 그 중에 치약도 있다. 계란말이를 가져온 건 이 번이 두 번 짼데, 오산에서 강릉으로 계란말이를 싸들고 오는 일이 좀 웃긴다.

 조카들 이뻤다. 만 8세와 4세 남자아이 둘 다 극 i다. 우리 집안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거의 다 i다. 큰 아이는 올해 3학년이라 의젓한 느낌이라서 작은 아이랑 많이 놀았다. 앞으로도 나를 팽이 삼촌으로 기억할 거 같다. (커블체어에 앉혀서 계속 돌려 줌) 큰 조카가 일년에 두 번 정도 얼굴 볼까말까한 내 이름을 알고 있어서 좀 놀랐다.(기분 좋았다.) 나는 애들한테 어떤 삼촌으로 기억될까?

 대학생인 사촌 동생한테 카톡으로 용돈 줬는데, 막내 삼촌 내외가 각자 고맙다고 연락했다. 그 정도로 고마울 일은 아닌 거 같은데.
 
 강릉에 와서는 친구네 만두랑 오산에서 들고온 육포, 조미김을 교환했다.

 드문드문 아버지 생각을 했다.

 이런 게 명절이지.

 군말없이 시어머니 집에 와주는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내일 출근하게 싫다. 10년 5개월 더 일하면 명퇴할 수 있다. 살아 있으면 그날이 오겠지. 회사 안 그만두는 게 올해 계획이다. 어지간하면 흔들리지 말고 살아야지.

동생 작은 아이 컷. 이름은 어윤겸. 극 i인데 관종임.(나와 동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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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잡(20250120 뉴스 타이틀)


압수수색, 법치주의 부정, 극단적 폭력, 친위 쿠데타, 내란특검, 탄핵심판, 점령군, 강제구인, 테러세력, 대행의 대행, 체포방해, 극우, 폭도, 헌정유린, 집단 불법행위, 강제구인

지지율, 비트코인, 민생경제, 2차 전지, 성장율, 고환율,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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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연중 가장 추운 시기
소한과 대한 사이,
소한이란 대한이는 친구 사이다
서로 자기가 더 춥다고 매년 싸웠지만
대한이가 소한이네 집에 가서 얼어죽는 일은 없었다
지들끼리 싸우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연둣빛 입춘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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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있으면 강릉와서 10년 살게 된다. 권불십년이 아니라 강릉십년이다. 타 지역으로 이사 가야 되나? 3,650일, 인생의 오 분의 일 이상을 강릉에 와서 살았네. 아내가 알려주길 엊그제가 아내랑 나랑 같이 산지 4,000일 째였다고 한다. 생일 지나고 네 달 정도 되가니까 태어나서 16,900일 정도 살았다. 자고 일어난다는 건 그런 것이다.

 10년 동안 뭐 했는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서는 더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한 때는 내 삶이 내 통제 안에 있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내가 바라보기는 하면서 그럭저럭 지나가는 줄 알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뭣도 모르니 행복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그러하므로 그리그리 살아야지, 생각은 하는데. 머릿 속에 못 다 이룬 열망들이 가득차 있어서 말은 자꾸 엊나가고 그 엊나간 말들이 뒤통수에 쌓이고 답답함을 술로 식히고 술로 삭히다 죽을 것 같다. 

 지난 10년동안 제일 잘 한 일이 정규직 직장 얻은 일이라 생각하는데, 업무 때문에 내가 나에게 보낸 메일함을 열어보면 제목이 다 18이다. 내 메일함은 18의 연속이다. 세상에 이렇게 순응하며 늙어간다.

 

 뭐가 어떻게 되든 유순하게 살아야지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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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 온 집에 바퀴벌레가 있다. 아기 바퀴벌레들이 내 방을 휘젓고 다닌다. 바퀴벌레 약을 사서 집안 구석구석 붙였다. 
 이사 온 집에 세탁기 호스 연결이 잘 안되서 화가 많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강릉 맥가이버>를 검색해서 해결했다. 앞으로는 처음에 잘 안되면 바로 사람을 부르도록 하자.
 이사 온 집 다용도실(세탁기 있는 곳)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냄새가 올라올 구멍이 총 세 갠데, 두개는 막았다. 냄새가 계속 올라오는 걸 보니 세탁기 물 빠지는 구멍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거 같다. 어떻게든 막아야지, 생각하고 있다. 
 
 윤석열이 체포 영장 집행하는 게 CIA에서 멕시코 마약왕 붙잡는 것 보다 어려운 걸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봤다.
 공화정의 의미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은 사람들이 '동료시민' '자유민주주의' 를 되풀이하는 일에 지친다.
 이 나라는 이미 갈라치기 당했다. 나는 윤석열이 전두환처럼 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지지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전두환처럼 되는 것이 이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사온 집에 10kg 짜리 나라미가 두 포 왔다. 기분 나빠서 그냥 문 앞에 두고 있다. 쌀은 잘못이 없지만 한 달 정도 내버려둬도 찾아가지 않으면 버릴까 싶다. 우리 집에 먼저 살던 노부부가 나라에서 쌀 받아 먹었던 모양이다. 이 선생님들은 전광훈 교회에 다니고 윤석열 탄핵 무효 집회에 나간다. 이사 나가면서 받은 월세보증금 삼 천 만 원 전광훈이한테 다 갖다 바쳤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헌법은 잘 모르지만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가 나의 민주주의와는 다르다는 건 확실하다.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가 내 자유를 억압하려고 했다는 것도 확실하다. 그래서 나는 싸워야한다.
 음력 정월이면 을사년이다. 10*12 = 120년 만에 을사년이 돌아왔다. 을사오적과 그 일당의 후손들은 지금도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다. 나라 팔아먹고도 잘 사는 놈들을 120년 동안 방치하는 게 말이 되나? 올해 뭔 일 있을까봐 불안하다. 점쟁이들이 윤석열이한테 음력 정월까지만 버티라고 했을 것만 같다. 
 김성수의 '아수라'를 보면서 성남시장 이재명을 떠올렸었다. 이재명에게는 그런 독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퇴색한 것 같다. 권력에 붙어서 죄 지은 놈들 싹 쓸어버릴 수 있는 다음 대통령을 원하지만 제도 정치란 사람을 타협하게 만들고 유순하게 만든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법대로 하려고 하는 게 법치주의인가? 올해 '묻지마 사건'이 많이 발생할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당장 나부터도 법을 뭐하러 지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은 무법의 법치주의 수괴가 되려고 했나.
 
 음력 12월 2일이 할아버지 제사다. 엄마가 올 것 없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JJ작은 아버지가 독감에 걸린채로 제사에 참석했다가 엄마한테 독감을 옮겨놓고 갔다. 장남이 치매로 요양원에 있어도 형과 이혼한 형수집에서 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고집,을 생각한다. 그 고집을 받아주는 엄마를 생각한다. 난 제사 안 지낼거다.
 아버지는 날 만나면 '니가 최고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점점 '니'가 누군지 모르면서 그 말을 하고 있다. 나를 못알아보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게 맞나? 생각하면서, 지난 주말에 아버지 만나러 가지 않았다. 스스로 못난놈이 된 것 같다.  
 
 인생살이가 바퀴벌레 약이나 맥가이버, 배수구 냄새 막이처럼 수월하지 않은 걸 안다. 그런데도 상실감과 무력감, 땀구멍을 파고 들어 세포 가장 깊숙한 곳까지 배어있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부끄러움은 누구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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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해가 길어졌다
다시 시작하자고
웅크렸던 마음이 말캉말캉 늘어진다
구구소한도를 생각하다가
구구 팔십일일의 기다림을 헤아려본다
소한 추위는 옛말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무렵에 길에서 얼어죽는다
매화가 핀다는 절기는 따로 없지만 누누가 꽃이피면 봄인 걸 안다
봄이 와도 여전히 사람들이 길에서 죽는다
고무줄이나 풍선껌처럼 늘어났다가 
너무 좋거나 너무 싫어서 끊어지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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