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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5:48:09 20240418 - 어쩌다 하나씩
  2. 2024.04.16 20240416 - 그냥 써 보는 일기
  3. 2024.04.13 20240413 - 어쩌다 하나씩
  4. 2024.04.12 20240412까지 한 줄 모음
  5. 2024.04.11 20240411 - 어쩌다 하나씩

곡우

집 앞 모과나무에 꽃이 피지 않있다 올해는
그러니까 죽었다 모과나무는
비를 맞아도 살아나지 않는다 모과나무는
내 몸엔 잎이 나지 않는다 작년부터
그렇지만 살았다 나는
비를 맞으면 춥다 나는
모과나무 앞에서 비를 맞는다
모과나무는 죽었고 나는 살았다
비는 죽었고 나는 살았다
모과나무 잘못은 아니다

AND

아버지가 요양원에 간지 세 달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아버지 보러 갔다. 요양원은 1층에 사무실이 있고 3층, 4층을 생활관 및 프로그램실로 쓴다. 아버지는 4층에서 생활한다. 지난 일요일엔 1층에 있는 면회공간이 춥다고 4층에서 아버지 만나라길래 아버지의 공간에 처음 가봤다. 아버지가 위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라면서 좋아했다. 아버지는 본인 침대가 여기라며 방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있는 침대를 가리켰다. 4인 1실인 아버지 방 티비에는 ebs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학교 선배가 요양원 처음 차렸을 때 죽음을 너무 자주 접해서 스트레스가 많다고 했었는데, 아버지 있는 요양원도 40여명 어르신들 중에 우리 아버지처럼 몸을 잘 가누는 입소자는 거의 없는 분위기였다. 아버지 만날때마다 '이 양반 심심하구나' 생각이 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공간 전체에 삶이 꺼져있는 냄새가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 요양원에 입소해서 큰 스트레스는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 만나고 나면 늘 마음이 가라 앉는 이유가 이 죽음의 냄새에 있었나? 생각한다.

세계 인구는 폭증하고 있고 노인 인구도 폭증하고 있고 과인구는 지구에 해가 될 뿐이니 특정 조건에서 본인이 원하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아내가 가끔 어떻게 죽지?를 묻기에 이런 생각을 하나보다.

산림 기사 따려고 공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산에서 일했고 16년에 산림청에 입사했다. 울적한 마음에 자격증 하나 갖고 싶어서 공부 시작했는데, 어렵다. 1차 cbt는 가볍게 붙었는데 2차 필답 준비가 어렵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내 삶에 산림기사가 절박하지 않기에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절박하게 외워지지 않는다. 한 번에 합격하고 싶고 산림기사를 따면 산림경영기술자 초급을 바로 받을 수 있으니까 그 마음으로 열심히는 한다. 27일 2차 필답 시험인데 조금 더 전력을 다해보려 한다.

아내랑은 잘 지낸다. 최근에 나랑 살아줘서 고맙단 생각을 많이하게 됐다. 나이 먹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 마음이 거짓은 아니다.

아는 선생님이 포남동에 7080라이브를 인수했다기에 갔었다. 사장님이 나를 반가워 해주셔서 기분 좋았다. 나중에 주문진에 사는 선장님 한 명이 손님으로 왔는데, 작년에 무슨 축제 노래자랑에서 1등 하셨던 분이라고 했다. 사장님이 나한테 노래 하라고 해서 한 곡 했더니 잘한다고 또 하라고 해서 다섯 곡을 연달아 불렀다. 이 선장님이 내 노래를 듣고 삘 받아서 노래 하시는 중에 가게를 나왔다. 7080 라이브에서 노래 배틀 할 뻔한 인생이라니. 웃음이 나왔다.

조카들보러 구리에 한 번 다녀올까 싶다. 이런 생각 하는게 처음이고 최근이다. 나이 먹어서 그렇다. 동생 아내에겐 미안하지만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거 다 하게 해주는 나쁜 삼촌 노릇 좀 하고 싶다. 애들한테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전반적으로 울적하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AND

생각하고 생각하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정세를 생각하고
어떻게 살지 잠깐 생각하고
잔쟁과 기후파괴와 멸망이 떠오르고
4월 중순에 30도까지 오른 낮기온과
에어컨이 고장난 내 자동차를 생각하고
나무 사이로 오리온 자리와 북두칠성을 보다가
정북향은 어딘가 생각하고
이런 생각은 왜 하나 생각하다가
오늘 다녀온 결혼식을
결혼은 왜 하나 생각하고
200명이 25명이 되는 0.5의 최저출산율을 왜 걱정하나
또 생각하고
나는 어디있나
나는 어떻게 사나
나는 생각만하나 또 생각하고
생각의 뜻을 생각하는데
나는 어제 생일 케잌에 초 대신 성냥을 꼽았고
사람들이 웃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치매유전을 생각했다
생각했다고 하는 나를 생각하니 생각이 생각이 아닌 것 같다
fuck

AND

허기
황사에서 카레 냄새가 난다

인과응보
태어나서 죽는일이 인과응보다

어긋난 사랑
나는 너를 향해 눕는데, 너는 벽을 향해 눕는다

취향
같은 보리를 먹어도 나는 맥주를 마시고 너는 보리차를 마신다

행운
지금 살아있다면 인생의 운을 이미 다 쓴 것이다

떠벌이
그 사람은 안 아픈데가 없어, 주댕이만 빼고 다 아파

무기력
먹기 전엔 배가 고파서 기력이 없고 먹은 후엔 소화시키느라 기력이 없다

동질감
담배 한대 같이 피우면 그때부터 친구다

미국 자본주의
셀프주유소에서 기계가 팁을 요구한다

끝나는 사랑
새끼 손가락 끝 마디만큼 네가 보고싶다

미끼상품
나이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겨우 투 플러스 원 상품을 하나만 살 줄 아는 사람이 됐다

로또 복권
이번주에도 안됐다
내가 안됐다


학교를 파하고 교문 앞 문방구에서 제 몸뚱아리보다 큰 가방을 등에 메고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봄은 온다

공범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즉석밥과 구운 스팸을 먹고 행복하다
나이 50이 가까운 지금,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이 되었다

요통
인생의 전성기보다 먼저 찾아온다

생강나무
쳐다보면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생강나무

욕쟁이
예쁜 걸 보면 시팔소리가 먼저 나온다

운전면허
인생살이가 운전면허 시험처럼 순조로우면 얼마나 좋아


내 복은 내가 삶는다는데 복을 어디다 어떻게 삶나?

비관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나고
전세계 곡물값은 오르기만 하는데
여기 인간들은 왜 이렇게 많이 먹어대고 또 왜 이렇게 밝어?

마흔살
나이 사십이면 세상의 사십프로는 아는 줄 알았더니
그저 마흔살 빈털털이네

암보험 
암에 걸려 죽을래도 90일을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
빈 성냥갑을 쌓다

제임스본드 
콘돔은 갖고 다니나

까마귀
까마귀에서 까를 빼면 마귀

자본주의 
빚더미 위에 쌓아올린 신화

입사지원서
지원동기 : 의식주 해결

허리 디스크
침을 맞으러 가면 착한 사람이 된다

냉장고
있으면 열어보게 된다

겨울
찬공기가 방충방에 걸려있다

인생
광 팔았을 때 말고는 쉬지 않는 것

중년
죽을병에만 안 걸렸어도 성공한 인생이다


졸려죽겠는 꿈을 꿨다
삶과 죽음
인생엔 이 두 가지만 있을까
그런거 같다

출근
아, 하기 싫다

살의
난 별로 더 마시고 싶지 않는데
술도 약한 놈들이 왜 자꾸 더 먹자 하지?


일하고 돌아와서 웃을 수 있는 곳

회개
죄짓고 나한테 고백하지 마라
나도 죄가 많은 인간이다

엄마
엄마만큼 애틋한 것도 없다


삶이 싱그럽지 않은데
봄을 알면 아저씨다

전화
결혼한 친구가 전화를 안 받으면 불화가 있나 생각한다

알콜중독
존재증명을 위해 술을 먹다

직장생활
누가 날 부르는 게 싫다

절정
꽃잎 떨어지기 시작해야
비로서 절정이 온다


막막함을 하소연할 곳을 찾다

대선
누가 대통령이 되건 봄이오기만 한다면 살아갈 뿐이지

신앙
십자가를 안주로 소주를 먹다

목욕
욕조에 따끈한 물을 받아서 미끄러지듯 몸을 담그고 기분좋게 눈 감고 잠들었다가 어느새 식어버린 물 속에서 나도 차갑게 식고 싶다

종이접기
A4 용지를 여덟번 접기 위한 생을 살고 있다

본능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나서
잘 싸면 기분이 좋다

모기
모기한테 피를 나눠준 게 억울한 게 아니라 물린 자리가 가려운 게 싫다


점쟁이 말 한 마디에 인생이 왔다갔다 한다

시간
쪼개면 있고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것

예전
모든 게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예전에 어땠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해빙기
얼었던 강물이 녹아 흐르자 오리들이 신났다

불놀이
다 재가 됐으면 좋겠어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노력
물거품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기대
저버리려고 있는것

기원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걸 보면 우리가 물에서 오긴 왔나보다

지랄
반이거나 풍년이다

식탐
치킨을 먹는데 족발 배달이 왔다
얼마나 더 먹어야 이 생이 끝을 향할까

가족
같이 먹진 않더라도 같은 걸 먹는다

로또복권
샀을 때도 안 샀을 때도 안 맞는것

영수증
건물 바닥을 닦는 바닥 인생을 살아도
물건 시세는 알아야지
그래서 영수증을 본다

셀러브러티
살아서도 팔리고
죽어서도 팔리는
마이클 잭슨 존 레논 체 게바라

혈연
아기들은 다 예쁜 줄 알았더니 조카도 핏줄이라고 다른 아기들보다 더 예쁘네

피곤
오줌에서 캬라멜을 굽는 냄새가 난다

이별
네가 내 곁에 있어도 외로웠는데 네가 없으니 오죽하겠는가


지고 나면 초라하다

여유
두 개의 길 중에 좀 돌아서 늦게 도착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방황
나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 고유의 특성

울다
울어도 소용없는 일에 울다

잔인한 계절
4월 월급을 받으니 사는 게 지겹다

힘들어
힘들어도 망가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힘들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다

결혼생활
각자 자기 거래처를 찾아가는 것

한통속
참외랑 오이가 한통속으로 느껴지다

파도
물에 들어가봐야 왜 파도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후회
술 취해서 여기저기 전화하는 것만 빼면 인생에 후회가 적은 편이다

이름
꽃이 피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 이름들을 알고 싶다

대형마트
약간은 부담스러운 풍요

음주운전
내가 어느 국도 위에 있는지도 모르게 취하다

못난놈
잘난놈만 보면 욕을 하는 나는 못난놈

실수
기가 막힌 실수 = 어이없는 풀레이

자원고갈
조금씩 마음을 갉아 먹은 사랑이 끝나다

좋다
좋다는 말을 듣는게 좋다

일용직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사람

열대야
고양이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어슬렁거린다

베프에게
중2때 너를 만난게 내 업보다

두발 자전거
세상의 균형을 알게된 순간
나는 모든 균형을 잃었다

할인과 적립
할인이나 적립카드 없으면 억울해서 편의점에서 과자라도 하나 사 먹겠나
주인이 나한테 잘해주는 단골 술집이나 가야지

불행
명치에 주삿바늘을 꼽고 내 피로 누군가를 살리는 꿈을 꿨는데, 왜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나?

마음
마음이 마음같으면 마음이 아니지만 마음이 마음같지가 않네


다가올수록 더 보고 싶었다

가을
날씨가 술안주다

야구에 관한 명언
- 야구란 무엇입니까?
- 친구지, 지면 친구가 슬프고, 이기면 나도 기쁘고 신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지.

술에 관한 명언
술 먹고 약속을 하면 안돼

약속에 관한 명언
지키려고 했는데 못 지켰다고 하는 것

열대야
밤 열두시에 물회가 먹고 싶다

식탐
하늘에 흰구름이 소고기 마블링으로 보인다

하나만 먹어
먹기 싫어도 갖다 주면 하나 먹게됨

고생
좋은 날 빼고 다 고생이다

일용직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세계에는 선도 악도 없다

가족주의
아버지 맘대로 하는 거

쓰레기와 사람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직장
월급 외의 무언가를 바라는 곳이 아니다

열정
말술도 가슴속에 열정이 있어야 먹는다

영화
점프컷으로 너에게 다가가 너와 입맞추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롱테이크가 시작된다

어른
파란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주위를 살피는 것


풀들도 다 자기 좋은데서 산다


누구와 마셔도 생 전체가 허망해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엔 다 수줍다

계절
계절은 항상 다음 계절을 재촉하는데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반대
반대의 반대말은 관대


내가 먹는 것도 나
안 먹는 것도 나
겨우 하루하루 사는 게 나

배달의 민족
따로 주문한 햄버거 피자 치킨 족발을 같은 사람이 순서대로 배달해 주는 배달의 민족

사기꾼
뭣 때문은 아니라고 하는데 다 뭣 때문인 사람

직장생활
자리에 없는 사람을 씹으며 소주를 삼키고 삶은 고기를 씹는다

담배
안 피우면 허전 피우면 허망

인생
바보같이 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합

이별
불행하지만 않으면 살 수 있다는 당신의 말
나는 당신 때문에 불행하지 않은데
나 때문에 당신이 불행하다면
이별

노력
노력은 왜 경주를 하나

기후 위기
포근한 겨울이 주는 낙관
지구 반대편에는 꺼지지 않는 산불

노화
3일 네 시와 4일 세 시가 헷갈리다


돈이 뭐라고 돈이 생기면 좋다

빨래
아침 여섯시에 꼭 빨래를 하고 싶었는데 온갖 이유들로 빨래를 못했다. 그래서 울고 싶어지는 꿈에서 깼는데, 아침 여섯시길래 빨래를 했다


일찍 피면 일찍 지고 늦게 피면 늦게 진다 헌데 피어보지 못한 것들은 어쩌나


막히면 등을 기대고 쉬어야지

첫사랑
할 말이 많았던 밤이 말없이 지나고
새벽에 조심스레 내뱉은 첫 마디, 잘 잤어요?

이별
SNS 프사에 목을 자르는 것


등을 떠미는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어린것들의 여린색이 뚫고 올라오는 계절

이별
SNS에 강아지 사진만 남기고 다 지우는 것

효도
부모님이 기분 좋게 오케이 하는 것

전산오류
내 오른쪽에 앉은 애는 왼쪽을 못 보고 나는 오른쪽을 못본다

주사(酒邪)
담배는 끊을 수 있어도
오줌은 끊을 수가 없다

구멍
네 생각만 파 먹고 살았는데 왜 내 가슴에 구멍이 났나

눈치
눈치보고 살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보다

달콤한 인생
가을밤 가로등 옆 은행나무 아래서
소주 안주로 사탕을 빨았다

부추꽃
이제 그만 잘라 먹으라고 파랗게 잘렸던 자리마다 하얗게 질린 부추꽃이 피었다

하늘길
빈 하늘이 있기에 구름의 깊이를 알고
구름의 겹을 통해서 하늘길을 본다

이별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셔야 눈물도 술이 되나

시금치 나물
모든 생명은 생명을 먹는다

불의(不意)
산자도 죽은자도 준비되지 않은 죽음 앞에 무방비다

어떤 삶
산 사람은 모두 어떤 삶을 살고 죽은사람은 다 어떤 삶을 살았다

우주가 되는 꿈
내 설사똥을 우주 공간에 둥둥 날려 보내고 싶다

인류
희귀하게 만들어 놓고 희귀종이라고 좋아하는 진짜 희귀종

생일
세상에 안 태어나고 사는 사람도 있나
잔치는 적당히 해라

축구
공은 바쁘지 않다
사람만 바쁠 뿐

봄눈
눈 녹기 시작하고 나서야 어디가 그늘이었는지 안다


예쁘다고 막 건드리면 벌에 쏘이는 수가 있다


반짝반짝 할 땐 철이 없고
철이 들면 깜빡깜빡 한다

발칙한 육하원칙
햇살 시린 겨울 백주대낮에 많은 것이 금지된 공공장소에서 사랑이란 명목으로 너와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고 싶다

몽우리
살아야 사랑도 한다

소녀
길가에 들국화도 피어야 향기가 나는데
너는 피지 않아도 향기가 나는구나

참혹
꽃 진 자리 참혹하다
당신 빈 자리 참혹하다

이유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좋은 이유
당신이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금연
나이 오십에 꿈에서 담배를 피운것을 후회하고
바닥을 치며 일어나 냉수를 마신다

난독증
너를 오독한 줄 알았더니
나를 오독하였다

하지
짧아질 일만 남은 해의 운명
여름은 시작도 못했는데 생이 저문다


가을도 하루만에 오는데
너는 왜

바다
세상 어딘가엔 하류로 갈수록 좁아지는 강도 있겠지만 내가 당신에게 그러하듯이 결국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른다

코감기
콧물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만취
술병을 자빠뜨리다가
내가 나자빠졌다

아내
결혼 말고는 뭘 같이 한 적이 없다

비관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입관
저승가는 길이 그려진 종이를 덮고
가벼운 짐이 되어 무거운 잠을 시작한다

여름
꽃잎이 탄다
어떤 마음이 끝난다


매일밤 각자의 사정들을 전해듣는다
후회가 반복되도 술이란 생명을 끊을 수가 없다

과거
과거를 아름답게 쓰기 위해선 과거가 아름다워야 한다
모든 과거는 치욕이다

연인
세상에서 달아나려던 내 마음의 뒷덜미를 잡아 돌려 세운 사람

외로워
(씨팔, 바람만 스쳐도 울것 같은) 나만 남겨놓고 다 어딜 갔어

격언
대충 입고 대충 먹고 대충 자도 대중없이 대충 살진 말자


여지껏 뭐했어요
생을 살았습니다

비관
인생이란 게 태어나서 이것 저것 먹다가 죽는 것 밖에 없다

베프
사는 게 재미는 있는데
너랑 만나서 술 먹는 것 만큼 마음 편하진 않아

인간
뒤로 걸어도 앞으로 가는 것이 인간
인간은 뒤로 가지 않는다

꽃침
꽃 위에 침을 뱉다
나의 존재 증명은 너

육식
뼈를 잡고 살을 뜯다

gps
전화기만 있으면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지만 네가 옆에 있어도 내 마음이 어디로 그려지는지는 모른다

아내에게
가끔 당신에게 화를 내고 짜증도 부리지만 당신을 만나지 못한 나는 지금보다는 훨씬 변변찮은 사람이었을 거야

첫사랑
조금 일찍 만난 계절

무궁화
반국가 정서만 없다면 무궁화도 참 예쁜 꽃이다

엄마들
장모님은 내가 당신 딸한테 잘 할 거 같아서 나를 허락한 것 같은데 내 색시를 허락한 우리 엄마 마음을 모르겠다

이슬비와 가랑비
아이고 김서방, 얼른 가라고 가랑비가 오네
아니오 장모님, 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오는데요

인생
허기만 남은 삶에
술 몇 잔 마시다보면
떠날 때가 되는 것


나 없인 아무데도 못 가는 주제에
세수하고 남은 물로 날 씻지 마라
누가 뭐래도 내가 니 발이다

인생
삶 - 이렇게 살다가 죽기는 싫은데,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다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는 것
죽음 - 언제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도 아직은 이른 것

설날
비에 젖은 겨울 논을 바라보며 늙은 아비가 늙은 아들을 기다린다

아휴
아휴. 씨팔.
어쩌면 이 한 마디만 남기고 모든 생이 끝나지 않나 생각한다.
아휴. 씨팔

AND

양갈비를 먹다

중국식 양갈비집에서 호주산 양갈비를 먹는다
혼자 중국술이랑 먹는다
사장님은 이런 내가 익숙하고
나만 내가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는데
이런 자본주의에는 온 세상이 평등하다
취하고 나니 씹는 기분만 남는다
고기를 씹고 만두를 씹고 하얀술을 씹는다
머릿속으로 사람들을 씹다가
휴대전화 키보드를 씹고
오타가 난 자음과 모음을 씹는다
끼리끼리 온 사람들은 지들끼리 마시느라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나만 그들을 바라보는 일방적인 관계
알딸딸해지니 부서져 버리는 관계
숯은 벌겋고 만두 접시는 비고
빈꼬치는 쌓이고 술병도 비고
먼저 세상의 끝을 본 친구를 생각하고
다들 각자 살아간다는데
나는 어디를 살고 있는지
c8 c8 c8
한 번도 씹지 않고 누르는 단어
c8 c8 c8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