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을 만났다.

그때그때 2007. 10. 12. 16:25
 누굴 만나면 꼭 글을 쓰게된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누굴 만나고 나면 그나마 생각을
좀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참 편한 자리였고, 늦게 나온건 아주 기분이 나빴지만 늦게
나오는 사람들은 앞으로 만나지 않거나 시간약속이 아닌 다른 약속에서 만나면 그만이다.

 세영이 결혼식 참관기를 들었는데, 영화쪽에 일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놀고 있다는 얘기, 야동 얘기, SF얘기를
했고 존재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했다. 레밍이 최근에 클라크를 읽은 것 같아서 나도 클라크를 읽기로 했다. 오늘
도서관에 갔더니 읽지 않으려고 했던 '스페이스 오디세이'만 덩그러니 있어서 그냥 빌려버렸다. 나머지는 차차 읽자. 술 마시는데 레밍 아버님이 전화해서 아버님 하시는 일 관련해서 레밍에게 조언을 구했다. 흠~~ 아무튼 집안에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달까... 나이도 있고 일도 안하고 있지만 레밍은 걱정이 안된다. 내 일이 아니라서 걱정안하는 그런게 아니라 결국은 행복하게 살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어쨋든 레밍은 영화쪽에 그리고 감독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중학생때 영화를 좋아했던건 '택시 드라이버'가 아주 재미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영화를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생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남들이 안하는 일, 약간은 다른 삶 그런걸 원했다. 약간은 다른 삶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영화쪽 진로를 포기해버렸다. 가끔은 약간의 미련도 머릿속을 멤돌지만 그냥 삶 속에 흔히 있는 미련의 양인걸로 봐서, 결국 지금 나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의 합리화 내지는 위안은 싫지만 살아가는 자양분이 된다. ㅎㅎ

 같이 일하던 분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6일간 2교대를 했다. 시끄러운 기계음에 취해서 조금씩 자고, 머리는 아프고, 24시간은 길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들 대단하다. 경비와 수위의 차이는 뭘까? 암튼 대단하다.

 그래도 way가 기분이 좋은 상태이고 내가 전화하라고 메일 썼는데, 바로 보고 적절한 타이밍에 전화해줘서
기뻤다. 살갑지가 않다는 글의 여파일까? 레밍이 알파걸 얘기하면서 베타남 이야기를 했는데, 나야 물론 way만 좋다면 way의 베타남이 되고 싶지만(남한테 기대 사는 건 참 편한일이다. 쉬운 예로 고위 공무원의 아내로 사는 전업주부를 들수 있겠다.) 일단 알파걸은 몸이 완전 튼튼해야 해서 약한 way가 걱정이다. 내가 알파남이 된다면 way가 베타녀가 될 수 있을까? 일단 가정이 성립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결국 어쩔수 없이(역시 우리는 어쩔수가 없나봐..... ㅎㅎ) 잘 어울려서 살 팔자인거다. 결국 베타남은 일인자의 특급 비서와 비슷한 존재일까? 약간은 다른지만 제대로된 베타남과 일인자의 특급비서가 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인 것은 틀림없다.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물을 줘서 작물이 열린다. 내가 지금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땅을 파고 있는 것이길~~ 원치 않는 땅에 씨를 뿌리고 싶지는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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