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집에 바퀴벌레가 있다. 아기 바퀴벌레들이 내 방을 휘젓고 다닌다. 바퀴벌레 약을 사서 집안 구석구석 붙였다.
이사 온 집에 세탁기 호스 연결이 잘 안되서 화가 많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강릉 맥가이버>를 검색해서 해결했다. 앞으로는 처음에 잘 안되면 바로 사람을 부르도록 하자.
이사 온 집 다용도실(세탁기 있는 곳)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냄새가 올라올 구멍이 총 세 갠데, 두개는 막았다. 냄새가 계속 올라오는 걸 보니 세탁기 물 빠지는 구멍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거 같다. 어떻게든 막아야지, 생각하고 있다.
윤석열이 체포 영장 집행하는 게 CIA에서 멕시코 마약왕 붙잡는 것 보다 어려운 걸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봤다.
공화정의 의미를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은 사람들이 '동료시민' '자유민주주의' 를 되풀이하는 일에 지친다.
이 나라는 이미 갈라치기 당했다. 나는 윤석열이 전두환처럼 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지지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가 전두환처럼 되는 것이 이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사온 집에 10kg 짜리 나라미가 두 포 왔다. 기분 나빠서 그냥 문 앞에 두고 있다. 쌀은 잘못이 없지만 한 달 정도 내버려둬도 찾아가지 않으면 버릴까 싶다. 우리 집에 먼저 살던 노부부가 나라에서 쌀 받아 먹었던 모양이다. 이 선생님들은 전광훈 교회에 다니고 윤석열 탄핵 무효 집회에 나간다. 이사 나가면서 받은 월세보증금 삼 천 만 원 전광훈이한테 다 갖다 바쳤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헌법은 잘 모르지만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가 나의 민주주의와는 다르다는 건 확실하다. 윤석열의 자유민주주의가 내 자유를 억압하려고 했다는 것도 확실하다. 그래서 나는 싸워야한다.
음력 정월이면 을사년이다. 10*12 = 120년 만에 을사년이 돌아왔다. 을사오적과 그 일당의 후손들은 지금도 떵떵거리면서 잘 살고 있다. 나라 팔아먹고도 잘 사는 놈들을 120년 동안 방치하는 게 말이 되나? 올해 뭔 일 있을까봐 불안하다. 점쟁이들이 윤석열이한테 음력 정월까지만 버티라고 했을 것만 같다.
김성수의 '아수라'를 보면서 성남시장 이재명을 떠올렸었다. 이재명에게는 그런 독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퇴색한 것 같다. 권력에 붙어서 죄 지은 놈들 싹 쓸어버릴 수 있는 다음 대통령을 원하지만 제도 정치란 사람을 타협하게 만들고 유순하게 만든다.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법대로 하려고 하는 게 법치주의인가? 올해 '묻지마 사건'이 많이 발생할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당장 나부터도 법을 뭐하러 지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윤석열은 무법의 법치주의 수괴가 되려고 했나.
음력 12월 2일이 할아버지 제사다. 엄마가 올 것 없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JJ작은 아버지가 독감에 걸린채로 제사에 참석했다가 엄마한테 독감을 옮겨놓고 갔다. 장남이 치매로 요양원에 있어도 형과 이혼한 형수집에서 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고집,을 생각한다. 그 고집을 받아주는 엄마를 생각한다. 난 제사 안 지낼거다.
아버지는 날 만나면 '니가 최고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점점 '니'가 누군지 모르면서 그 말을 하고 있다. 나를 못알아보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게 맞나? 생각하면서, 지난 주말에 아버지 만나러 가지 않았다. 스스로 못난놈이 된 것 같다.
인생살이가 바퀴벌레 약이나 맥가이버, 배수구 냄새 막이처럼 수월하지 않은 걸 안다. 그런데도 상실감과 무력감, 땀구멍을 파고 들어 세포 가장 깊숙한 곳까지 배어있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부끄러움은 누구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