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씨는

그때그때 2007. 10. 16. 23:44
완연한 가을을 지나 쌀쌀하기까지 한데, 하늘은 아직도 낮다. 이제 높은 하늘의 가을은 더 이상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날들의 와중에 오늘 오전에는 경계가 희미한 커다란 구름이 국회의사당 쪽 하늘에 떠 있었다. 그 구름이 점점 경계를 찾기 시작하더니 오후 늦게는 아름다운 경계를 만들었다.(뿌연 서울 하늘때문에 아름다움이 약간 가시긴 했다만) 그러던 중에 밤이 오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청국장을 시켜놓고 늘 하던대로 담배를 하나 물고 거리를 어슬렁 거리고 있었는데, 아파트로 올라가는 계단에 땅에서부터 세번째 칸 구석에 내 주먹 반 만한 태어난지 일주일 쯤 되었을듯한 고양이를 발견했다. 잔뜩 웅크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경계의 눈빛을 보내길래 가까이 가지 않았다. 어미는 대체 어디에 간걸까? 먹이를 구하러 간걸까? 고양이를 지나쳤다가 담배꽁초를 버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계단쪽을 봤다. 저 고양이 아마 곧 죽겠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경계가 없는 구름만큼 슬퍼졌다. 경계를 가져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구나~~ 아마 내가 근처에서 혼자 살았더라도 데려다가 키우지는 않았겠지만 태어나자마자 어미도 없이 계단 구석에서 눈치를 보는 작은 고양이는 너무 슬프다.

그냥 기억해두고 싶어서~~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