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버스

그때그때 2007. 8. 28. 20:49
를 오랜만에 탔다. 엄마한테 휴대전화를 전달해주고 함께 낮잠을 자고(아 꿈 같은 시간

이었다.) 엄마는 일터로 나는 집으로 향했다. 오산에서 가리봉까지 와서 652를 기다렸는데,

바로 차가 왔다. 사람이 만원이길래 안 탔는데, 문제는 20분 후에 온 다음차가 더 만원이었다.

나는 앞 문으로 가장 늦게 탄 사람이 되어서 - 뒷문으로 탄 사람들도 많았기에 - 정류장을

지날때마나 서서히 밀려 들어갔다. 짜증 섞인 사람들의 표정 - 피곤해 보였다. 나도 보통이었

으면 엄청나게 짜증이 났을터인데, 엄마를 보고 왔기 때문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 귀를 지나가는 엘리엇 스미스의 음악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만원 버스에서는(지하철도)

왠지 두 팔을 다 이용해서 버스 손잡이나 기둥들을 붙잡게 된다. 그렇게 어느 기둥을 붙잡고

있으면서 내 손 옆의 손에도 나 처럼 손가락 두번째 마디에 털들이 있는지를 손톱들을

내 앞 사람의 광대뼈와 등에 난 털을 보면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지하철에 앉으면 건너편에 앉은 사람들의 발목과 신발을 유심히 보게 된다. 뜀박질을 잘

할 것 같은 건강하고 가는 발목이 좋다.

사람은 눈높이 만큼 본다. 아니 보이는 만큼만 본다. 나쁘지만 않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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