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것은    -백석-

 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도 많이 나서 흥성흥성 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것만 나는 하이얀 자리 위에서 마른 팔뚝의
 샛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다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新刊書)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世上事)' 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란'이라는 처녀가 그 처녀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시집을 간 일화가 있다고 한다. 백석 시집을 가끔 읽으면 기분이 좋다. 울지는 못하겠고 슬프기는 한데.... 그래서 머릿속의 슬픈 생각들이 자신을 울게 할 것을 생각만하는 마음...
나는 이런 마음이 좋다. 이런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백석도 좋다. 흰 바람벽에 글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시로 써 준 백석!

 2007년 2월 24일의 노트에서~~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