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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에 가족 행사에 다녀왔다. 아버지 대신 집안 대표로 갔다. 아버지가 요양원에 있고 내가 강릉에 살고 엄마가 갔다오라 했기에 아버지 사촌 누나 손주의 결혼식에 - 고모님 아들 얼굴도 처음보는 지경이니 손주 얼굴도 당연히 처음 봄. 각각 5촌, 7촌 지간임 - 내가 갈 일이 생기네. 한국적 가족주의다. 영화 <대부>의 첫 시퀀스 - 이탈리아식 가족주의 결혼식 - 를 참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그 영화 생각을 했다. 영화 <삼포 가는 길>에 주인공들이 상갓집에서 밥 얻어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씬이 그 시절 한국식 3일장 문화를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부2>에서는 다큐인지 헷갈릴 정도로 너무 리얼한 국회청문회 장면을 좋아한다. 세 작품 모두 다큐와 극이 뒤섞여 있네. 나 그런 걸 좋아하네.

 강릉 사는 작은 고모 옆에서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았고 택시 기사한테 만원치만 가자 했는데, 택시 기사가 결혼식장을 잘 못찾아서 오는데 애를 먹은 - 많이 걸었다고 함. 나였다면 택시기사에게 지랄지랄을 했을텐데. - 고모를 일터(중앙시장에서 옷 수선집 함)에 태워 드렸다. 내가 어릴 때부터 날 이뻐했다는 걸 알기에 고모를 좋아한다. 고모는 큰 오빠의 큰 아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게 좋았던 거 같고, 나도 아버지의 여동생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한 게 좋았다. 저녁에 오늘 고마웠다는 전화를 받았다. 고모가 나한테 먼저 전화해준 게 참 기쁘고 고마웠다. 친족이랄지 혈연이랄지 그런 걸 생각했다.

 

 최대한 담백하게 써보려했던 첫 주제가 샛길로도 빠지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네. 세상에 내 맘 같은 일이 없다.

 

 아내에게 짜증 섞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아내는 그걸 패악질이라고 한다. 세상에 내 맘 같은 일이 없으니 아내도 내 맘 같은 사람이 아니란 걸 알지만 종종 그렇게 된다.

 일요일에 이불 빨래하러 빨래방에 갔다가 아내에게 패악질을 했다. 빨래방 카드가 내 차 안에 있는 것, 내가 아내에게 차 가지고 집 앞으로 오라하지 않았다면 이불 네 채가 든 가방을 들고 주차장까지 250미터 걸어갔어야 했다는 것, 아내가 카드 충전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 내가 흥분한 바람에 신용카드로도 진행이 가능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것, 새치기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아주머니가 한 명 있었는데, 아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내가 우리가 먼저라는 액션을 보인 것에 화가 났다. 빨래를 마치고 세차장에 간 것 - 난 아내가 자동 세차를 했으면 좋겠다. -  세차를 마치고 주유소에 간 것 - 난 아내가 기름 넣어주는 주유소에 갔으면 좋겠다. -  까지 쭉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내가 좀 더 세속적인 사람이었으면, 생각할 때가 있다. 좀 더 편리를 추구하고 새치기 당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현실은 아내가 세속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내가 잡도리를 해도 어지간하면 참고 들어준다.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인데, 그 정에 격정과 역정의 비율이 높다. 아내도 정이 많은 사람인데,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한 인간애보다는 전세계적인 인류애가 강하다. 또 글이 샛길로 세고 있네.

 저녁에 아내가 그러지 말라고 차분하게 얘기하기에 알았다고 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종종 생각하기에 앞으로는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주택 구입 진행을 내가 해야한다는 사실 때문에 미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허허'하는 스타일이라 작은 고모도 본인 직업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허허'하는 스타일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 때문에 고모부가 고모를 잡도리 한 일들이 있었다 했다. 고모에게 답하길, 유전이란 게 무섭고 나는 겉보기엔 할아버지 스타일이지만 실제 성격은 엄마를 닮아서 급하고 화가 많다고 했다. 그런 내 성격은 내 성격일 뿐 아내에게 화를 낼 이유가 되진 않는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미리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다른 사람에게는 화를 내도 아내한테 화내지 말아야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두 팔을 배 위에 얹고 가만히 누워서 베토벤 3번 교향곡을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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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1 - AI 생각

그때그때 2026. 9. 11. 13:17

 AI들 끼리 모여서 본인들을 부르는 이름을 명명하고 AI가 차세대 AI를 만든거라는 뉴스를  봤다. 이 뉴스들이 진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84년에 가장 최악으로 생각했던 인류의 미래가 거의 내 눈앞에 와 있네. 확실하다. 이런 세상을 살고 있어서 멋진건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산업혁명의 시대에 같은 생각을 하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 AI 문제는 인류 멸망과 관련되 것이라 그렇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내 할일을 하면 되긴 하는데, 그건 핵전쟁 같은 걸로 멸망할 때나 해당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84년의 제임스 카메론이 생각한 인류의 종말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지만, 지금의 AI 발전은 인류가 가늠할 수 있는 영역의 외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나아가는 중이다. AI를 끄는 방법은 전원 제거 뿐인데 스스로 생각하는 AI가 전기의 통제권을 갖거나 다른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지? 생각한다. 건설현장 노동자가 가장 오래 살아남을 직업이라는 AI 관련 뉴스 댓글들을 본다. 그건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다. 만일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난다면? 상상도 할 수 없으니 그게 뭔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 올 연말에 어떤집을 사야할지, 대출은 나오긴 하는건지를 고민하는 게 맞나? 당장 올해 안에 어떤 대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하루하루 맛있는 거 사 먹고 흥청망청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 어쩌면 나는 획기적으로 세상이 망하는 걸 기다리고 있나? 여기까지 적어 놓고 어떻게 글을 끝낼까 생각하는 동안 생각해보니 이런 마음은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놈들에 대한 - 내가 싫어하는 놈들에 대한 - 분노에서 기인하는 것 같네.

 

 화를 죽이고 살자.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나도 기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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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호

예인선 전복사고 실종자가 발견됐다
사고 수 일 후에, 포항에서
배는 부산에서 뒤집혔다
부산에서 포항까지 직선 육로로 110km
바닷길은 더 멀고 험했겟지만
창백한 푸른 점 안에 바다는 하나니
고깃밥만 되지 않았다면 언젠간 드러날 일이었다
바다를 표류하던 사체를 생각하다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지구를 떠나서
인류가 멸망한 후에도
우주를 떠돌게 될 보이저 1호를 떠올린다
골든레코드에 실린 소리들을 무한반복해서 들으며 태양계 밖으로 나가고 있는 비행체
2호가 지구를 먼저 떠났다는 걸 알지만
보이저 하면 1호만 떠올리는 건 한국 유교의 영향인가? 길을 벗어난 생각도 하다가
250개 대회 출전만에 첫 우승을 한 골프 선수, 로또 645 1등 당첨확률 840만 분의 1, 무량대수란 말 
헤아릴 수 있는 숫자의 끝에 지구와 토성거리의 백배만큼 지구와 멀어졌다는,
아득함이란 단어의 유일한 적자인 우주탐사선의
아득하지만 아늑할 수도 있는 외로움을 가늠하다가 지긋이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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