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 있는 걸 아내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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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 수리 - 침수된지 오래되서 언제 고장날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카메라는 수리 불가, 5개월만 버텨다오.

 아이폰 판매 - 올해만 물에 네 번 빠진 아이폰 4, 홈버튼도 이상하고 끝에 약간 깨졌고, 액정 드럽고, 충전하려면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데도 12만원 받았다. 아이폰 인정

 고구미 결혼 - 고구미가 진부에 방을 잡아줬다. 덕분에 잘 잤다. 친구들을 만났고 맛있는 걸 먹었다. 강릉 오는 차에서 친구 아들이랑 신나게 놀았다.

 강원도 모임 - 형들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다. 농사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내 일에 너무 나태했다는 생각을 했다. 술 많이 마셨다.

 화장실 2만원 - 해장똥 누러 화장실 갔다가 2만원 주웠다. 돈을 주워도 기쁘질 않다. 액수가 적어서였을까?

 

 집에 오니 포비랑 망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집이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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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네.


그래비티

태어나서 처음으로 3d 장편 영화를 봤다. 아내가 듣는 팟캐스트에서 한편의 대서사시 같다는 얘기를 들었더래서 기대를 많이 했다. 어제 잠을 많이 못잔탓도 있고 기분이 별로였던 탓도 있겠지만 영화는 별로였다. 내가 기대했던 건 산드라 블록이 우주에서 계속 홀로 떠돌다가 마지막에 외계인을 만나거나 - 콘택트 - 꺼져가는 호흡속에 우주의 한 점으로 사라져가는 결말이었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우주공간이랑 조지 클루니 목소리는 멋있었다. 90분만에 타이트하게 끝났지만 - 산소가 90분 어치만 남아있고 산드라 블록의 감정이 리얼타임으로 변했으면 어땠을까? - 자꾸만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니 막판엔 지루했다.


진부, 이발소

내일이 고구미 결혼식이다. 아내랑 진부에 왔다. 야구를 보기 위해서 텔레비가 있는 이발소를 찾아 들어갔다. 장원삼이 아슬아슬하게 2회의 위기를 넘가는 동안 60을 훨씬 넘긴듯 보이는 이발사 아저씨는 느릿느릿 내 머리를 잘랐다. 그리곤 면도를 시작했다. 잠깐만요 아저씨 면도는 물어보고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마음속으로 말했지만 이미 내 얼굴에는 거품이 칠해졌다. 태어나서 처음해 보는 이발소 면도였다. 아저씨는 콧털까지 다듬어줬다. 만이천원이 아깝지 않은 서비스였다. 이제 첫 면도를 했으니 나도 어른이 된걸까? 헌데, 이발과 면도로 인해 얼굴은 젊어졌다.


한국시리즈

우리팀이 이겼다. (아마도) 이승엽의 은퇴 경기, 오승환의 국내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팀이 이겼다. 기분 좋다. 김성근 감독이 한 팀을 지휘하고 있는 프로야구와 그렇지 않은 프로야구는 질적인 측면 보다는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뭐든 획일적인 것 보다는 다양한 게 재미있게 마련이다.


작물도 다양하게 심는 게 재미있는데, 아직은 뭔가 벅차다. 이제 첫 해일 뿐이다. 나아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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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하나씩 2013. 10. 27. 11:46

고추를 심었다


고추를 심었다
정성껏 심었다

한 포기 한 포기마다
당신 얼굴이 떠올랐다

한 포기 한 포기마다
당신 얼굴을 지웠다

심으려 땅을 팔 때마다
당신 얼굴이 떠올랐다

심고 흙을 덮을 때마다
당신 얼굴을 꾹꾹 눌렀다

고추를 심다가 울었다
비가 왔고

비를 피하러 온
마구간에서 울었다

소들이 밥 달라고 울었다
소들이 왜 우느냐고 나를 보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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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7 - 뭘했지?

그때그때 2013. 10. 27. 11:36
이번주에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국시리즈에서 우리팀이 두 번 졌다. 어제 js형네 논을 끝으로 볼음도 벼수확이 다 끝났다. 포비가 고라니를 잡았다. 고구미가 결혼식을 했다. 까지가 금방 떠오르는 사건들이다. 내가 한 일 중에는 바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이래도 괜찮은가?

괜찮다.

이러나 저러나 밥 한끼 먹는 것은 똑같다. 오직 내일을 위해 사는 사람에게 오늘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조차 없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산다. 이래도 괜찮은가?

괜찮다.

내일이 오늘이 되고, 오늘도 내일도 밥 한끼 먹는 것은 똑같다.


이번주에는 고구마를 마저 다 팔았다. 대략 백만원 정도의 순이익이 났다. 마늘 심을 자리에 퇴비 뿌렸다. 고추밭 정리했다. 콩을 털었다. 들깨를 씻었다. 은행을 주웠다. 작목반 형들이랑 같이 일도 하고 술도 마셨다.

다음주에는 밭에 청보리 뿌리고, 고구마 밭에 비닐 줍고, 고구미의 두 번째 결혼식에 간다. 오늘과 내일을 위해서.

벼베기가 끝나고나니 왠지 외롭다. 작목반 형들도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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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20 - 영씨

그때그때 2013. 10. 20. 23:18

 영재가 다녀갔다. 변산에서 만났던 친구다. 그 친구를 보면 마음이 편하다. 좋았던 시절을 함께 했었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호시절이지만 변산의 외딴집에서 라면 끓여 먹으면서 쉬었던 날도, 논김매다가 지쳐서는 막걸리 먹고 길가에 누워서 늘어지게 잠들었던 날도 호시절이었다. 돌아갈 수 없는 날은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다행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연애는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다.


 


좋은날들 보내고 또 놀러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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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불고 춥다. 포비 밥그릇이랑 물그릇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곧 겨울이다. 오늘 고구마 63박스를 배송했다. 춥기전에 보내게 돼서 다행이다. 최소한 100박스는 나와야 하는데, 수확한 것의 40% 정도가 굼벵이를 먹었거나 깨졌다. 앞으로 10박스나 더 만들 수 있을까? 일단 첫번째 농산물 판매를 무사히 마친 것에 안도하자. 그렇지만 문제는 역시 수입이다. 내년에는 농사를 줄이고 조개를 열심히 잡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카톡으로 보라씨한테 게임초대가 왔다. 보라씨는 아무 주제나 던져주면 이런저런 인용구들을 쏟아냈던 학생이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생각하는데 - 지금, 강헌의 벙커원 강의를 틀어놓고 글 쓰고 있다. - 전에 이대 다닐때, 보라랑 인터넷 라디오를 했어야 했다. 내 인생에 몇 가지 되지 않는 후회다. - 졸업 영화를 만들지 않은 것보다 더 후회됨. - 그래도 아직 카톡에서 내 이름을 보고 게임초대를 보내주니 반갑다.  

 

 고구마를 발송했고, 류현진이 잘 던져서 기분 좋은 날인데, 아내가 기분 상했다. 내가 요 며칠 계속 밖에서 저녁을 먹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 고구마 발송기념으로 고기반찬 해 먹기로 했는데,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때문이다. 미안해요. 요즘 아내는 많이 피곤하다. 처음 들깨를 털었던 날은 팔이 아파서 새벽까지 잠을 못자기도 했고, 매일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 줍느라 몸도 힘든데, 고구마 판매 때문에 이런저런 신경 쓸 것도 많다. 동네 할머니들 말마따나 지후는 신랑 하나만 믿고 아는 사람도 없는 섬에 들어와서 가장 구석집에서 살고 있다. 내가 더 잘할게요. 화풀어요.

 가끔 아내가 먼저 잠든날, 아내 옆에 내 팔을 뻗어서 아내에게 닿을만큼 거리를 두고 누워서, 이를 갈며 잠든 아내 머리위에 손을 얹는다. 기분이 좋아져서 금방 잠든다.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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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에 일하고 점심 먹기 전에 우물에 물 퍼내다가 핸드폰을 빠뜨렸다. 올해만 다섯번째다. 아이폰을 네 번 빠뜨렸는데, 그 중에 두 번은 기계에 바닷물이 들어갔다. 다행히 작동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기분이 영 찜찜해서 폰을 바꿨다. 물론 공짜폰으로 바꿨다. 6개월을 써야하는데, 며칠전에는 잃어버렸다가 찾고 어제도 고구마밭에 떨어뜨렸다가 찾고 오늘은 물에 빠뜨렸다. 안 좋은징조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기분이 안 좋다. 오늘 물에 들어갔던 새 핸드폰도 방금 켜보니 큰 문제는 없는것 같다. 제발 6개월만 버티자.

 

 핸드폰이야 약정기간만큼 버티고 새걸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생활은 그렇지 않다. 없는 살림에 1년을 까먹고 나면 다시 1년간 까먹을 자금이 생기지는 않는다. 핸드폰을 바꿀래도 돈이 필요하니 결국은 돈이 문제다. 농사 지어서 1년에 천만원을 버는 일이 쉽지 않다. 물론 대규모로 투자를 해서 대규모로 농사를 지으면 어렵지 않겠지만 자본도 기계도 없이 몸뚱이 만으로 농사 지어 생활을 이어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확의 계절, 고구마를 캐고, 벼를 베서 수매할 시기가 다가오니 수입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된다. 고구마가 정말 많이 나와서 200박스를 그나마 완판하면 택배비랑 종잣대, 도지 등을 떼고 350만원 정도가 남는다. 그렇다고 무농약으로 잘 키운 고구마니까 무작정 비싸게 사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연소득 목표가 1,000만원이니 650만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 400평 정도 되는 콩밭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고 결국은 벼수매가 중요하다. 3,800평 농사에 도지 떼고나면 평당 수익은 1,000원 정도일 것이다. 대략만 계산해도 갑갑해 진다.

 강화도친환경농민회에서 김정택 회장님이랑 안대표가 와서 저녁 때, 작목반 형들이랑 올해 유기농 벼수매에 대해서 얘기들을 나눴다. 농민회의 제안은 올해 책정되는 무농약 쌀 수매가로 볼음도 유기농 쌀을 구입하고 (유기농 값 - 무농약 값)에 대한 대금은 쌀을 다 팔고나서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내용은 수매대금을 전체 액수의 35%만 초기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두 번에 걸쳐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P형은 그렇게는 벼 못 넘기겠다고 했고 다른분들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농민회에 그냥 넘기겠다고 했다. 이것이 정미소도 브랜드도 판매처도 없는 볼음도 친환경작목반의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나도 농민회에 넘기는 것이 최선이다.

 오늘 나온 얘기들을 정리해보면, 현 시점에서 벼농사를 지으려면 무농약으로 다생산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우리동네 벼는 거의가 유기농이다. P형은 유기농 쌀이 비싸니까 도지는 다른 쌀을 사서 주기도 했다고 한다. js형은 작년 수매대금을 추석 전에야 다 받아서 그 사이에는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삶은 이렇게 절박하다. 절박하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절박하니 방법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다가는 현재보다 못한 현재가 계속 이어질 뿐이다. 어쩌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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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갔다 돌아오면 망고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씻고 앉으면 다가와서 나를 문다. 팔도 다리도 몸도 문다. 닥치는대로 문다. 망고가 물면 아프다. 아픈데 귀엽다. 아픈데 위로가 된다.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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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9 - 9월 끝

그때그때 2013. 9. 29. 11:55

모레면 시월이다. 9월 한 달 동안 열심히 상합을 잡았다. 그동안 수입이 없었기에 더 이상 돈을 까 먹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고 한 달간 조개 캐서 팔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달에 최저임금보다 더 벌었다. 동네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항상 감사한데, 그뿐인 것이 전부라 몇몇 분들께는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갯벌에서 그레를 끄는 일은 힘들다. 한 번 나갔다가 돌아오면 몸에 힘이 쭉 빠진다. 이렇게 힘든 육체노동의 댓가를 헐값에 넘기는 것이 동네분들과 나의 현실이다. 물론 몸이 고된만큼 마음은 편하다. 돈을 번다는 일차적인 목적 외에 몸을 쓰는 일들이 주는 쾌감도 사람들을 갯벌로 끌어들이는 게 아닐까? 농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농수산업이 6차 산업이 되면 몸도 힘들고, 마음도 많이 써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면 괴롭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쪽이 마음은 더 불편하려나.

고구미가 생일 축하 메세지를 보냈다. 지금 바라나시에 있다고 한다. 내 동경의 대상인 갠지스 강에서 흰빨래 하는 노인들을 생각했다.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듯한 노인들의 표정을 떠올렸다. 내가 그들과 함께 지내며 같은 일은 한다면 나도 그 표정을 가지게 될까? 내가 그네들을 동경한 순간부터 그것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다. 무언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그런것이다. 닿아도 닿지 않는 것을 붙잡아보려는 것이다.

그 노인들도 자녀들의 교육을 내일로다가온 월세를 노모의 병원비를 걱정할까? 현대사회는 물건도 생각도 너무 많은것이 문제다. 언덕위로 돌을 굴리는 형벌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면 흰빨래를 하거나 몸의 떨림을 느끼며 조개를 캐는 것과 같다.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엄친아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 조건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집안(의 재력)이다.

생활 자체가 <나>인 삶을 원한다. 아무런 동경도 없는 상태를 원한다. 생활로서의 농업을 원한다.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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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8

사진 2013. 9. 28. 21:59


망고는 많이 먹는다. 오늘은 옥수수, 호두, 아몬드 맛을 알아버렸다. 많이 먹으니까 많이 싼다. 나랑 똑같군. 실컷 먹고 누운 녀석을 찍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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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고는 많이 먹는다. 애초에 많이 준 우리 잘못이 크다. 망고 배는 호리병처럼 동그랗다. 우리는 밥을 적게 주기로 했다. 망고는 어제 배가 고팠다. 많이 고팠다. 우리집 거실에는 가끔 말벌이 들어온다. 나는 말벌들을 파리채로 때려잡는다. 어제 한 마리가 들어왔길래 망고에게 말했다. "잡아." 장난이었는데, 오른쪽 앞발로 훅을 날리더니 벌을 잡아 먹었다. 그 후로도 말벌 두 마리랑 잠자리만한 모기 한 마리를 먹어치웠다. 그래놓고는 이러고 잔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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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형네 들렀다가 망고 동생을 봤다. 집 너머에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귀엽다. 얘도 데려올까. 얘 말고 동생이 하나 더 있는데, 망고 동생들은 크기가 망고 절반이다. 적당히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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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5

사진 2013. 9. 15. 21:50



오늘 빨아 널어서 벼 여무는 소리 들리는 가을 볕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이불 안에서 아내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잔다. 내일은 새벽에 상합 캐야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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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2 - 슬럼프

그때그때 2013. 9. 12. 23:27

 지난 주말에 강화 본도에 다녀왔다. 번화한 곳에 다녀온 영향일까? 그제랑 어제랑 오늘까지 사흘동안 약간 무력하게 보냈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농업에도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래도 나름대로 자영업인지라 할 일은 해야한다. - 자영업이니까 안해도 된다. - 배추벌레는 대처 방법도 찾지 않고 손을 놓고 있지만 남은 배추모 마저 심었고, 조선오이 심었던 A자형 지주대 철거했고 불탄 자리도 약간 치웠다. 고추, 호박, 토마토를 땄고 그제랑 오늘은 상합도 잡았다. 확실히 몸을 쓰면 무력함이 가신다.

 

 슬럼프의 원인을 생각해 봤다.

 1. 게임을 했다. - 인피니티 블레이드 2 시작했다. 무력하고서 게임을 한 것인지 게임을 하고서 무력해진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2. 현금을 만졌다. - 상합을 팔아서 현금을 만졌다. 모두의 일터인 갯벌이 매일 열려있고 거기에 나가면 바로 돈이 되는 일이 있는데, 농사가 다 무언가.하는 생각을 했을까?

 3. 농사가 마음대로 안된다. - 트럭(또는 경운기), 예취기를 구입해야 한다. - 당장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당장 구입할 수는 없다. - 멧돼지와 고라니에 대한 방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잘 자라고 있던 들깨가 약간 비리비리하다. 수수가 쓰러지고서 며칠이나 방치했다. 잘 자라고 있는 콩이랑 고구마도 막판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다. 고구마 수확과 판매를 어떻게 할까? 2015년부터 쌀시장을 전면 개방한다는데.....

 4. 야구 - 우리팀이 2위로 밀려났고 경기력도 맘에 들지 않는다. 류현진이 오늘 패전투수가 됐다.

 

 모르겠다. 누구라도 그렇듯이 살다보니 그냥 녀석이 찾아왔다.

 

 아직까지 안 자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오늘까지는 슬럼프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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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서가 지나면서 볼음도에는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번주에는 배추랑 무, 파, 순무를 심었다. 오줌으로 밑거름을 했으니 감자처럼 참혹한 결과를 맺지는 않겠지? 우리밭에 콩이랑 들깨가 자라는 것만 봐서는 밭에 살충제를 쓸 필요는 없는듯하다. 살충제도 해마다 사용해왔기 때문에 한 번 끊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랬는데, 내년에는 벌레 엄청 생길지도 모른다. 집 뒷밭에 심은 친구들이 잘 자라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 올해는 일단 수확을 하고 판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겠다.

 날이 차가워 지면서 토마토가 붉어지는 속도가 완연히 줄었다. 엉성하게 키우긴 했지만 많이 따 먹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더 잘 키워서 적게 심고 많이 먹을 자신이 있다. 토마토만 그런것이 아니라 다른 작물들도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잘 키울것이다. 키우는 기술이 늘면 가짓수도 많이 늘려야지. 참외는 순을 잘못 지르는 바람에 한 개도 못 따먹을 줄 알았는데, 여러개 먹게 됐다. KK할머니는 손주 줄기를 남기는 방식으로 순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막 지른다는데도 참외 많이 따셨다. 우리한테도 몇 개 주셨다. - 감사합니다. -

 올해 전남이랑 여주 고구마 작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고구마는 많이 수확할 것 같다. - 멧돼지라는 대형 변수가 있긴 하다. - 우리가 마이너스 아닌 올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고구마를 잘 팔아야 한다. 잘 키운 쪽은 제 값을 받겠지만, 남쪽의 고구마 농부들은 큰 이문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충북 이남 지역으로 고추 농사가 잘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추를 제대로 못 키운 죄로 고춧가루를 사서 김장을 해야하는 우리로서는 싸게 살 수 있으니 잘 된 일이지만 허리가 끊어지도록 고추를 따서 헐값에 넘기는 농부의 마음은... 음... 모든 사람이 나처럼 느슨한 마음으로 조금씩 심고 조금만 벌어서 생활만 유지해야지.하면서 농사 짓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

 어제는 바람이 정말 강하게 불었다. 콩이랑 팥이랑 옥수수가 막 기울어지고 자빠졌다. 아침에 콩이랑 팥대를 세우다보니 내년에는 북 주기 쉽게 비닐을 씌우지 말고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닐 안 씌우고 내 생각대로 관리한 곳은 애들이 전혀 쓰러지지 않고 쌩쌩했다.

 뭐든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크게 후회할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 잘못일 뿐이다. 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생활에 관한 것들은 대체로 내 생각대로 할 수가 있는데, 농사는 아직 그러기가 쉽지 않다. - 생활은 30년을 넘게 했고, 농사는 이제 시작이라 그렇다. - 얼마전부터 부엌에 수돗물이 약하게 나와서 마음에 걸렸더랬는데, 동네 형들한테 좀 봐주세요.라고 부탁드릴까 하다가 그냥 수관 이상이겠거니 하고 수관을 갈았더니 물이 다시 잘 나온다. 한적골 윗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모터펌프가 고장났다. 동네 형들이 다들 섬을 비우셔서 모터 고쳐달라고 부탁할 곳이 없다. 난감한 일이다. 예취기로 논둑에 풀들을 좀 정리하고 콩을 심고 싶었지만 내게 기계가 없고 괜히 남의 기계 썼다가 고장날까봐 풀 위에 종자만 뿌렸다. 종잣대만 날렸다. 차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겠지.

 농사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것이 무척 중요하다. 올해는 약간씩 미루고 미뤄서 진행한 일들이 많았지만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9월 목표 - 상합 캐서 50만원 벌기 - 100kg 가까이 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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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4

사진 2013. 8. 28. 21:14

 

오늘 아침에 망고랑

 

 아침에 일어나면 마루에서 잠들었던 망고가 우리방에 들어와서 동그마니 앉았다. 망고는 며칠전보다 컸고, 더 활발히 놀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싼다. 하지만 여전히 많이 잔다. 활발히 놀고 나서는 어디서든 금방 잠든다. 내 배 위에 자리 잡고 누워서 자기도 하는데, 고양이 몸의 따뜻함이 기분 좋다. 망고도 인간 몸의 따뜻함이 기분 좋아서 내 위로 올라오는 거겠지.

 망고는 배가 고프면 삐약삐약 운다. 괭이 갈매기는 고양이처럼 울어서 괭이 갈매기인데, 망고는 병아리처럼 운다. 망고가 울면 지후가 밥을 준다. 망고는 아직 어려서 밥그릇에 발을 집어 넣고 밥을 먹는다. 발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 지후는 매번 망고 발을 닦아준다. 그리고 망고는 우리방에와서 똥을 싼다. 오줌은 마루에서 싼다. 망고가 싸고난 자리에는 베이킹 소다랑 계피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이것도 주로 지후가 한다.

 망고는 하루에도 열번을 넘게 잔다. 자다가 일어나서는 잠깐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눈을 비스듬히 떴다 감기를 반복한다. 하품도 하는데, 하품할 때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입이 크다. 잠이 완전히 깨면 앞다리를 쭉 뻗는 동작으로 몸을 추스리고는 한참을 신나게 논다. 혼자서 엎어지고 뒤집어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낯선 소리에는 몸을 세워 반응하고 눈 앞의 장애물한테는 펀치를 내뻗는다. - 주로 라이트 잽이 많다. - 지후 복숭아 뼈를 깨물려고 하기도 한다.

 망고는 지금 내 허벅지 위에서 잔다. 몸을 쭉 뻗고 늘어졌다. 계속해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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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없는 수박 김대중은 나의 대학 선배고 동네 형이고 기타 선생님이다. 이번에 셀프 타이틀을 달고 나온 첫 앨범은 대체로 평이 좋다. 동네 형이 앨범과 인기(?)라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니 나는 기분이 좋다. 선배가 나한테 12bar blues의 기본 진행을 알려주면서 모든것은 블루스다라고 했더랬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mp3 파일을 건내주면서 이것도 다 블루스다라고 했던 맥락이 '요양원 블루스'로 이어진다.


내 듣기에 앨범에서 이 형의 본질을 드러내는 곡은 '씨없는 수박'과 '틀니 블루스'인데, 내 이빨은 못난 외가족의 유전이라서. 라고 하는 가사가 씨 없는 수박과 연결되면서 뿌리는 찾아서 뭐해 결국 중요한 건 엄마인 걸.하고 말하는 듯하다. - 대학때 모임인 '미래의 역습'에는 불완전 가족을 가진 멤버들이 많았다. -

음악을 위해 목숨도 판다는 블루스 아티스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형이 추천했던 86년 작품 '크로스로드'는 필견. 대중선배는 십자로에서 제대로 된 길을 찾은걸까? 나는? 우리는 항상 십자로에 서 있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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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앨범 자켓에 이 사진을 쓰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형, 올겨울에 레슨 해주기로 한 거 잊지 말아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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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3

사진 2013. 8. 23. 21:12





망고가 우리집에 오고서 보름이 지났다. 초반에는 먹고 자다가 가끔 싸는 일을 반복하더니 돼냥이가 된 지금은 많이 먹고 실컷 놀다가 싸고 잔다. 내 품에서 잘 잔다. 어디서도 잘 잔다. 여전히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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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2

사진 2013. 8. 19. 20:49


저녁에 병어조림 하느라 병어 다듬다가 내장을 꺼내 줬더니 망고가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러더니 누운 내 겨드랑이 아래 누워서 잔다. 위로도 되고 안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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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망고 1

사진 2013. 8. 16. 16:43

아츠다 유하루 & 시노다 노보루 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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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알던 분으로부터 카톡을 통해서 게임 초대가 왔다. 나도 알던 사람들에게 게임 초대를 보내봤지만,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안부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초대장을 날리게 만드는 것을 보면, 게임은 참 위대한 것이다. 카톡을 통한 게임 초대는 이 양반이 어디선가 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고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뜻도 되는 것이라서, 나는 얼굴 자주 보기 힘들고 딱히 친하지 않은 친구들을 가끔 보게 되면 - 주로 결혼식과 장례식 - 종종 게임 초대 보내라고 말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몇년동안 얼굴을 못 봤고 앞으로도 딱히 얼굴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에게 친구 신청을 하는 것도 카톡 게임초대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우리는 살아 있다는 증명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동네에는 박근혜 만큼 후진 일들이 종종 생긴다. 후진일이니까 자세히 쓰는 것도 부끄럽다. 나랑 직접 관계 있는 일들도 있고, 약간 관계 있는 일들도 있고, 관계 없어 보이는 일들도 있다. 일본과 이스라엘의 원전사고처럼 결국은 다 나랑 관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페북에서 상대가 쉽게 업신여긴 인간관계라면 미련을 갖지 마라.는 글을 읽었는데, 후진일들도 마찬가지로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 결국은 다 나랑 관계 있는 일인데, 후진일이니까 생각하지 말아야지.하고 살 수 있을까?

 

 요즘 아내랑 미드 쉐임리스를 본다. 가난에 대해서 생각한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가끔 나쁜짓을 해서 돈이나 먹을 것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작년에 어느 다큐에서 파스타면을 케첩에 비벼 먹는 어린이를 봤더랬다. 역시 현실은 현실이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지구 어느편의 가난도 결국은 다 나랑 관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흡족할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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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이장님네 컴퓨터 손봤다. 메모리 관련, 하드디스크 관련 블루스크린이 떴고, 인터넷 연결도 안됐다. 메모리 네 개를 하나씩 껴보고 별 짓을 다하다가 결국 자료 백업해 두고 윈도우 새로 깔았다. 

 

 볼음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산다고 해도 그 젊은 사람들이 50대를 뜻하는 것이고 농사를 업으로 삼는 50대가 컴퓨터를 자주 접할 일이 없었으니, 아저씨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종종 사소한 문제들이 생긴다. 내가 그분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좋은일이다. 먼저는 교회 기타줄도 갈아드렸다. - 하지만 교회에서 기타 반주를 하지는 않을게요. ^^; - 

 

 나야 초등학교 때, 아이큐 2000부터 시작해서 쭉 컴퓨터의 발전(게임 그래픽의 발전)과 함께 커온 세대니까 - 내 첫 컴퓨터는 대학교 1학년 때, 윈 95가 깔린 586컴이었다. - 당연히 컴퓨터가 무척 익숙하다. 우리 동네 50대분들이 나보다 농사에 익숙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분들은 손모내기 하던 시절부터 쭉 농사를 지어온 것이다. 

 

 C 이장님이 무척 고마워 하셨다. 오늘 뭐할거냐고 하셔서 당근 심는다고 했더니 밭 쓸려준다고 하셨다. 조금만 심을거라서 삽으로 일르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프로그램들 까는 동안 동네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런식으로 서로 도우면서 계속 살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나도 농사가 익숙해 지겠지. 

 

p.s  예전에는 윈도우즈 새로 깔고 드라이버 깔고 각종 프로그램들 깔고 하는 몇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이패드를 가지고 나서는 왜 윈도우즈는 부팅도 오래 걸리고 블루스크린도 발생하고 까는데도 오래걸릴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가 거의 저물어 가는듯하다. 

 

짤방은 화석이 되어버린 개구리- 어쩌다 이랬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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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을 끝냈다. 겨울에 일 없을 때, 다시 끊어야지. 담배를 다시 물었을 때, 특별한 느낌은 없고 하던 일을 계속 하는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담배를 끊었던 이유가 공식적으로는 대선이 끝나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였고 실질적으로는 장기간 수입이 제로인 상태로 살아야 하기에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요즘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올겨울에 뭘해서 연소득 일천만원을 채울까.인데, 이런 와중에 담배를 샀다.

나는 범사에 감사하는 타입으로 - 카톡 프로필이 범사에 감사하라.인데, 바람 피우는 아주머니를 한 명 알고 있다. - 한없이 긍정적인 편인데, 긍정이 지나치면 최악의 상황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무척 경계한다. 가을에 쌀, 고구마, 콩을 잘 팔아봐야지. 어떤 방법이 좋을까를 궁리하는 것이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일텐데, 현실에서는 다 잘못됐을 때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 이래서 도지나 나오겠어.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그런가? -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일단 생각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인간이다.

오전에 택배 찾으러 선창에 나갔다. 볼음도에서는 택배를 배에서 찾아와야 한다. 토요일이라 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뱃전에 미리 나와 있던 동네분들이 손님들을 택배 찾아가듯이 차에 실고 갔다. 섬에 손님들이 많이 오는 게 내게는 그런 느낌이다. 내 삶이 어떤 종류의 안정을 - 첫 번째가 경제적인 것 - 찾을 때 까지는 계속 그렇겠지. 나는 조용하고 인구수 적고 가끔은 픙경이 원시적이기 까지한 우리 동네가 너무 좋다.

저녁에 고구마 밭에 호랑이 소리 틀어놓고서 백사장 쓰레기 중에 쓸만한 거 찾으러 갔다가 허탕치고 돌아오는데, 비가 왔다. 얼굴이 금방 젖었다. 볼을 흘러내린 빗물이 짰다. 바닷가에 내리는 비라 그런가보다.생각했다가 땀이 섞여서 그렇겠구나.로 바꿔 생각했다. 낭만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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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갯골 해수욕장 개장했다. 짤방은 안개낀 영뜰해변의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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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농사 짓고 사는 일에 대한 통칭을 정했다. 나는 올봄부터 쭉 Gracias(그라시아스) 농장이 좋겠다고 얘기했다. 모든것에 감사한다는 뜻이다. 종교적인 색채는 없다. 아내(지후)가 며칠전부터 고민하기 시작하더니 '다정한 농부'가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은 "(그리시아스 농장의) (아마도) 다정한 농부"를 우리의 정식명칭으로 정했다.

다정한 농부 공식 페이지는 일단은 bri2013.tistory.com 이다.

아내가 남들이 농장 앞에 써붙이는 것들마냥 원칙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같은건 너무 당연한 것이고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다정한 농부는 고라니를 미워하지 않는다'였다. 지후가 웃긴다고 좋아했다. 지후가 좋으면 나도 좋다.

이름을 지었으니 이제 로고를 만들어야겠다. 상표등록도 해야겠지?




짤방은 남의 밭에서 찍은 나의 도라지 꽃 - 내년에는 꽃을 보기 위해서라도 도라지를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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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서 슬레이트 지붕 철거 의향 조사를 나왔다. 50대, 60대들은 이미 다 집을 새로 지었거나 지붕을 개량했기 때문에 슬레이트 지붕 아래 사시는 분들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이번 사업에서는 지붕을 교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철거까지만 해준다고 한다. 몹쓸일이다.

동네 아저씨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레이트 지붕 얘기가 나왔다. 80년대에 슬레이트에 삼겹살 구워 먹는 것이 유행이었단 때가 있었다고 한다. 벼 매상하러 선창에 나와서도 슬레이트 위에 고기를 굽고, 대학생들은 캠퍼스에서 휴가철에는 바닷가에서 슬레이트 위에 심겹살을 구워 먹었던 모양이다. 아저씨들 얘기로는 불에도 잘 안 타고 기름이 고랑으로 잘 흘러 내려서 무척 좋았다고 한다. 지금 들으면야 즐거웠던 추억이지만 석면 먹고 폐가 딱딱해질 노릇이다. 그런데도 어느 아저씨는 그때 그렇게 먹어서 지금 건강한거야.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박정희 때건, 전두환 때건, 김대중 때건, 지금이건 시절이야 어떻든 결국 내가 젊었을 때가 호시절이다. 젊었을 때, 그러니까 지난날, 그 중에서도 먹고 놀았던 추억들이 그때가 호시절이었지.라고 회상하게 만든다. 인간의 기억에 남는것은 먹고 놀았던 일 뿐인가 하고 생각해봤다.

내 호시절은 몸이 망가지도록 흥청망청 마셨던 유로 2000때부터 아내랑 이스터 섬에서 커피 마셨던 때까지인가? 텃밭에 먹을 것들이 쌓여가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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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안에 앉아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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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4 - 여유

그때그때 2013. 7. 4. 22:21

 오토바이가 고장났다. 가다가 자꾸 시동이 꺼진다. 점화플러그가 느슨해진 것이 원인인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오토바이가 고장난 다음부터 자전거를 많이 탔다. 논에 갈때도 밭에 갈때도 1리에 있는 농협에 갈때도 자전거를 탔다. 얼른 고쳐와야 마음이 편할것이다. 앞으로는 자전거를 많이 타야겠어. 내가 말한다. 왜?하고 아내가 묻는다. 기름이 떨어져가. 내가 말하고 아내가 깔깔 웃는다. - 기름 두 깡을 동네 아저씨들한테 얻어서 그 기름으로 오토바이를 운행했는데, 네 달이 넘어가니까 기름이 다 떨어져 간다. - 왠만하면 자전거를 타는 생활을 하는 것이 좋겠다.

 

 쌀독이 비었다. 볼음도가 벼농사 지역이다 보니 쌀은 이형, 저형네서 얻기도 하고 구입하기도 했더랬다. 둘이서 외식 없이 워낙 밥만 먹다보니 쌀 소비량이 늘었다. 좋은일이다. 쌀은 동네 형들한테 얘기해서 구입하면 된다. 내 성격탓에 쌀 떨어졌어요. 쌀 좀 파세요.란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내일은 뭐 먹지?

 라면이랑 국수

 소년가장! 쌀 사와

 알았어 내일은 꼭 쌀 가져올게

 그래, 쌀독에 쌀은 채워놓고 국수 끓여 먹고 싶어

 어제 아내랑 이런 대화를 나눴다. 오늘 계획대로 쌀을 가져왔고 국수를 끓여 먹었다.

 

 

 아직은 이런 여유가 있다.

 K누나가 이래 가지고 밥이나 먹고 살겠어?라고 농담을 해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짤방은 점방에서 과자 사던 아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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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 낙관

그때그때 2013. 7. 1. 13:50

 괴로워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마시고 싶으니까 괴로워 지는거지.란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우정과 낙관, 해학으로 서로를 북돋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잃지 않을 것이다.란 글을 읽었다.

 

 소식을 묻는 전화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습관적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깬다.

 수많은 이름들에 대해서 생각했다가 이내 마음속으로 고개를 젓는다.

 소식을 알고 싶은 친구의 소식을 애써 찾지 않는다.

 수많은 이름들과 무리를 이루어 사는 꿈을 꾸다가 깨어난다.

 낙관에 대해서 생각한다. 망각과 기만을 포괄하는 말인가?보다.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서 굳어지는 것들 

 나만 즐거우면 되는 것과 내가 즐거우면 되는 것

 나만 아니면 되는 것과

 내가 아니면 안되는 것   

 

 낙관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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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 - 냉면

그때그때 2013. 6. 26. 10:51
집에 가려고 배를 기다리고 있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고 아침밥으로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있는 금풍제과에서 만든 튀김건빵을 500미리 콜라랑 같이 먹었다. 배가 한 시간 반 늦어지는 줄 알았으면 밥을 사 먹었을텐데. 후아.

어제 점심엔 해물탕 집에서 냉면을 저녁은 터미널의 중국집에서 냉면을 먹었다. 나는 딱히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는 냉면을 두 번이나 먹었다. 해물탕 집 냉면에서도 중국집 냉면에서도 여름이면 식당마다 써 붙이는 '냉면(또는 콩국수) 개시'에서 나는 맛이 났다. 식자재 도매상의 맛이라고 해야할까? 가끔 이 싼 맛, 또는 어려서 먹던 맛, 가장 익숙한 맛, 어쩌면 엄마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날이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예전에 집에서 만들어 먹던 냉면 육수에 대해서 물으니 북어 대가리 넣고 끓여서 집에서 만들었지만 다시다가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어쩌면 엄마의 맛'에서 '어쩌면'은 지워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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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우리집 냉커피. 집에 도착하면 바로 커피 한 사발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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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는 가치 판단의 축적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 신경림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죽이고 두어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 안도현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질 것이다. 말이야 근사하고 기분은 좋지만, 어떻게 더 나아진담? 나 자신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이라면 끝도 없이 생각해 낼 수 있지만(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고, 인내심을 더 쌓을 수도 있고, 일을 더 열심히 해도 좋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내가 자주 들르는 구립 도서관 화장실 출입구에는 환경미화원의 사진과 이름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시간별 임무 일정표가 붙어 있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구립 도서관 화장실 청소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몰상식한 '신상털기'와 임무 일정표는 환경미화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효율을 높이려는 고용주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지, 성과 주체의 자기 착취 열정에서 나온 착상이 아니다. - 한병철 '피로사회'

 

 모든 것이 무서워요. 나는 천성이 심오한 인간이 못 되는지라 저승 세계니 인류의 운명이니 하는 문제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뜬구름 잡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얘깁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내 일생은 자신과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나날의 궁리 속에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이런 거짓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습니다. ~~ 내 생각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 실수를 저지르고 옳지 못한 짓을 하며 서로 비방하고 남의 일에 끼어들는 겁니다. 사는 데 방해만 되는 불필요하고 시시한 짓거리들에 우리는 자신의 힘을 소진합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친구,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두렵습니다. 나는 농부들 보기가 두려워요. 무슨 대단하고 고상한 목적이 있기에 저들은 괴로워하는지, 저들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나는 모르겠어요. 만약에 인생의 목적이 쾌락에 있다면 저들은 불필요한 여분의 인간들입니다. 만약에 인생의 목적과 의미가 가난과 절대적인 무지 속에 있는 것이라면 이런 가혹한 심판이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 안톤 체홉 '공포'

 

 과거 공동체가 상호 평등한 호혜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공동체는 그 속에서 생활해 보지 않은 이상주의자의 바람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 石基

 

 대체로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비가 내리면 홍수를 걱정하고 날이 개면 한발 가뭄이 온다고 탄식하는 소인의 길. 둘째, 맑은 날은 일하고 비가 내리면 책을 읽으며 마음의 귀에 따르는 대인의 길. 셋째, 비가 와도 좋고 날이 맑아도 좋다. 구름 위는 푸른 하늘, 개나 흐리나 푸른 하늘과 함께 웃는 초인의 길. - 가와구치 요시카즈

 

 팔램프세스트(흔적 위에 덧쓰기)적인 거. 낡아가고 때 묻고 낙서가 되면서 천천히 마멸되어가는 물건에만 의미가 깃든다. 인간이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 류철균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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