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고 춥다. 포비 밥그릇이랑 물그릇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곧 겨울이다. 오늘 고구마 63박스를 배송했다. 춥기전에 보내게 돼서 다행이다. 최소한 100박스는 나와야 하는데, 수확한 것의 40% 정도가 굼벵이를 먹었거나 깨졌다. 앞으로 10박스나 더 만들 수 있을까? 일단 첫번째 농산물 판매를 무사히 마친 것에 안도하자. 그렇지만 문제는 역시 수입이다. 내년에는 농사를 줄이고 조개를 열심히 잡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카톡으로 보라씨한테 게임초대가 왔다. 보라씨는 아무 주제나 던져주면 이런저런 인용구들을 쏟아냈던 학생이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생각하는데 - 지금, 강헌의 벙커원 강의를 틀어놓고 글 쓰고 있다. - 전에 이대 다닐때, 보라랑 인터넷 라디오를 했어야 했다. 내 인생에 몇 가지 되지 않는 후회다. - 졸업 영화를 만들지 않은 것보다 더 후회됨. - 그래도 아직 카톡에서 내 이름을 보고 게임초대를 보내주니 반갑다.  

 

 고구마를 발송했고, 류현진이 잘 던져서 기분 좋은 날인데, 아내가 기분 상했다. 내가 요 며칠 계속 밖에서 저녁을 먹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 고구마 발송기념으로 고기반찬 해 먹기로 했는데,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때문이다. 미안해요. 요즘 아내는 많이 피곤하다. 처음 들깨를 털었던 날은 팔이 아파서 새벽까지 잠을 못자기도 했고, 매일 고구마 밭에서 고구마 줍느라 몸도 힘든데, 고구마 판매 때문에 이런저런 신경 쓸 것도 많다. 동네 할머니들 말마따나 지후는 신랑 하나만 믿고 아는 사람도 없는 섬에 들어와서 가장 구석집에서 살고 있다. 내가 더 잘할게요. 화풀어요.

 가끔 아내가 먼저 잠든날, 아내 옆에 내 팔을 뻗어서 아내에게 닿을만큼 거리를 두고 누워서, 이를 갈며 잠든 아내 머리위에 손을 얹는다. 기분이 좋아져서 금방 잠든다.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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