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일하고 점심 먹기 전에 우물에 물 퍼내다가 핸드폰을 빠뜨렸다. 올해만 다섯번째다. 아이폰을 네 번 빠뜨렸는데, 그 중에 두 번은 기계에 바닷물이 들어갔다. 다행히 작동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기분이 영 찜찜해서 폰을 바꿨다. 물론 공짜폰으로 바꿨다. 6개월을 써야하는데, 며칠전에는 잃어버렸다가 찾고 어제도 고구마밭에 떨어뜨렸다가 찾고 오늘은 물에 빠뜨렸다. 안 좋은징조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기분이 안 좋다. 오늘 물에 들어갔던 새 핸드폰도 방금 켜보니 큰 문제는 없는것 같다. 제발 6개월만 버티자.

 

 핸드폰이야 약정기간만큼 버티고 새걸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생활은 그렇지 않다. 없는 살림에 1년을 까먹고 나면 다시 1년간 까먹을 자금이 생기지는 않는다. 핸드폰을 바꿀래도 돈이 필요하니 결국은 돈이 문제다. 농사 지어서 1년에 천만원을 버는 일이 쉽지 않다. 물론 대규모로 투자를 해서 대규모로 농사를 지으면 어렵지 않겠지만 자본도 기계도 없이 몸뚱이 만으로 농사 지어 생활을 이어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확의 계절, 고구마를 캐고, 벼를 베서 수매할 시기가 다가오니 수입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된다. 고구마가 정말 많이 나와서 200박스를 그나마 완판하면 택배비랑 종잣대, 도지 등을 떼고 350만원 정도가 남는다. 그렇다고 무농약으로 잘 키운 고구마니까 무작정 비싸게 사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연소득 목표가 1,000만원이니 650만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 400평 정도 되는 콩밭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고 결국은 벼수매가 중요하다. 3,800평 농사에 도지 떼고나면 평당 수익은 1,000원 정도일 것이다. 대략만 계산해도 갑갑해 진다.

 강화도친환경농민회에서 김정택 회장님이랑 안대표가 와서 저녁 때, 작목반 형들이랑 올해 유기농 벼수매에 대해서 얘기들을 나눴다. 농민회의 제안은 올해 책정되는 무농약 쌀 수매가로 볼음도 유기농 쌀을 구입하고 (유기농 값 - 무농약 값)에 대한 대금은 쌀을 다 팔고나서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내용은 수매대금을 전체 액수의 35%만 초기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두 번에 걸쳐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P형은 그렇게는 벼 못 넘기겠다고 했고 다른분들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농민회에 그냥 넘기겠다고 했다. 이것이 정미소도 브랜드도 판매처도 없는 볼음도 친환경작목반의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나도 농민회에 넘기는 것이 최선이다.

 오늘 나온 얘기들을 정리해보면, 현 시점에서 벼농사를 지으려면 무농약으로 다생산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우리동네 벼는 거의가 유기농이다. P형은 유기농 쌀이 비싸니까 도지는 다른 쌀을 사서 주기도 했다고 한다. js형은 작년 수매대금을 추석 전에야 다 받아서 그 사이에는 여기저기서 돈을 융통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삶은 이렇게 절박하다. 절박하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절박하니 방법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다가는 현재보다 못한 현재가 계속 이어질 뿐이다. 어쩌면 좋을지 생각을 많이 해야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