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6 - 강원도

그때그때 2012. 11. 27. 00:55
강릉이랑 속초에 다녀왔다.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의 삶이 있고 나와 다른 공간에서 다른일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부러워할 수는 있다. 아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마음도 우정의 일종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걱정과 근심뿐 아니라 질투와 시기도 우정의 일종이며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ssy와 시드, 고구미를 만나서 뱃속에 있는 얘기들을 쏟아냈다. 나도 내 뱃속에 무슨 얘기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 만취해서 쏟아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그리한 다음날은 후련함과 만취에 대한 후회가 함께 밀려온다. 여튼 강릉에서 친구들이 나를 잘 보살펴줬다. 친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고맙다. 꼭 우리집에도 놀러오기를 바라본다.

금산에 가서 강릉 떠날 때 미처 챙기지 못한 털신을 찾았고 작은아버지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영전을 지나 금산에 내리자마자 포근한 기운이 마음까지 감싸는듯 했다. 고향에 온 것이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강릉에서 소똥도 치우고 소들 밥도 주고 옥수수, 감자, 보리, 벼도 심고 고추를 심으며 당신 생각에 울기도 하고, 산불조심도 다녔다.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고향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같다. 삼촌과도 서로의 장래 계획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저 잘 할게요.

속초에서 영농 친구들을 만났다. 맛난걸 많이 먹었다. 많이 마셨다. 많이 떠들었다. 회도 대구지리도 오리백숙도 등심도 좋지만 속초의 정든식당에서 먹은 장칼국수가 가장 맛있었다. 두 번 먹었다. 식당 이름부터가 마음에 쏙 든다. 언젠가에는 국수를 좋아하는 지후랑 같이 먹어야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삶과 영농에 충실한듯 했다. 나도 그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까? 스스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겠지. 초조해하지 말자.

이번주는 차분차분하게 가자.



고성의 숙소. 영화 타워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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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 파리

그때그때 2012. 11. 13. 02:27

친구 대본을 읽었다. 아내와 아이, 생활을 생각하면 초조할텐데,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읽은 버전이 여지껏 중에 가장 좋았다. 관장을 아버지로 바꾼것 만으로 이야기의 아구가 맞아 떨어진다.

11월 들어 갑작스레 집안에 파리가 생겼다. 날이 추워지니까 조금 더 살고 싶은 파리들이 따뜻한 실내로 옮기는 것이리라. DS랑 있을 때는 DS가 파리를 잡아줬다. 잘 때 자꾸 웽웽 달라붙으니까 누군가는 파리를 잡아야 한다. 주말에 지후랑 있을 때는 내가 잡았다. 파리 잡기에서 베프와 아내의 차이가 드러난다. 미묘한 차이다. 여튼 어제도 파리들을 잡았다. 다 잡았다 싶으면 어딘가에서 또 나타나고 한 마리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그 놈을 열심히 쫒고 있으면 세 마리, 네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계속 잡아나가다 보면 다 잡히거나 얼어죽거나 해서 모두 사라지겠지.

친구는 내가 파리를 잡듯이 계속 대본을 고치겠지. 고치고 또 고치겠지. 그에게 겨울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오늘부터는 나도 본격적으로 파리잡기를 해야겠다. 언젠가의 겨울에 당선 소감을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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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0 - 김장

그때그때 2012. 11. 10. 20:49

어제, 오늘 이틀 동안 김장을 했다. 어제는 내가 볼음도의 집주인을 만나는 약속이 있어서 지후가 배추 저리느라 고생했다. 지후는 오늘 손목이 시리다면서 압박붕대를 감았다. 내 아내 최고다. 오늘은 지후가 서울로 교육 받으러 갔기 때문에 내가 속 버무리고, 각종 잔심부름 하느라고 고생했다. 우리에게 배당된 김치 한 통에 들어간 김치는 내가 속을 넣었다. 기분 좋다. 내년엔 꼭 우리가 심은 배추로 김장 백포기해서 여기저기 나눠주고 싶다.

 

 김장 때는 고기를 삶아서 방금 만든 김치에 싸 먹는다. 주인아저씨는 고기를 삶아 먹지 않는 김장은 김장이 아니라고 했다. 강릉에서도 김장 때는 삶은 고기를 먹었다. 강화도는 새우젓이 유명하기 때문인지 김장에 특별한 한 가지를 추가하지는 않았다. 강릉 김치랑 볼음도 김치에서는 생선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지역들도 그 지역 나름대로 특별히 김장 김치에만 추가하는 스페셜 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 김장 할 때는 조개랑 새우를 많이 넣어 보고 싶다.

 

 지후는 오후 일찍 집에 왔고, 우리는 함께 주인아저씨네서 저녁을 얻어 먹었다. 주인아저씨는 섬으로 가게된 우리를 걱정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셨고, 방 빼고 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도 하셨다. - 현금을 갖고 있는 자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 나랑 지후는 적당히 주인아저씨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끌어내면서 - 아저씨네 논 이야기, 강화군 농업대학 이야기 등 - 아저씨 얘기에 웃기도 했다. 우리 둘 다 잘 웃는 편이라 어른들을 대할 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시골 동네에서도 유용할 수 있는 우리 부부의 장점이다. 좋다.

 

 어제는 인천 부평에서 정치 토크 콘서트를 봤다. 조국 교수는 잘 생겼고 인기도 많다. 나같은 정치 무용론자에게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정치의 역할은 관료를 감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치는 무용한 것이 아니겠지. 지역 단위에서의 작은 실천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우선 동네 사람들끼리 잘 뭉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남 강진으로 귀농하면 3,000만원을 준다는 기사를 읽었다. 인구 유입도 좋지만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50대에 몇 억을 가지고 은퇴한 사람이 밭 300평을 구입해서 농지원부를 확보하면 농사 없이 별장만 짓고 그 지방에 살더라도 지역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사에서는 강진군이 내년부터 30대 귀농자에게 5,000만원을 준다고도 했다. 아마 1% 저리이자의 대출일 것이고, 도시 사람들은 이자 1%를 우습게 생각하지만 빚은 빚이다. 내가 지자체의 귀농지원을 받고 싶어서 심통이 났기 때문에 이렇게 쓰느지도 모른다. 여튼 볼음2리 아저씨들은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하시고 그쪽이 지자체의 지원금보다는 나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정말 고맙다.

 

 어제 검단에 병문안 갔다가 문학현 아저씨 사모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아저씨들이 많이 하는 뜬구름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도 좋았고, 지후도 좋아했다. 저희 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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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 - 수능, 엄마

사진 2012. 11. 9. 01:01

 수능이었다. 추억 돋는다. 수험생들은 수능이란 현실 앞에 인생의 희노애락과 백만가지 감정의 소용돌이를 맛보겠지. 내가 농부가 되는 일과 볼음도에 살기라는 현실에 휘둘리는 것처럼.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가 아니더라도 인생이란 그런것이다. 그러니까 삶의 무게는 나이와는 관계가 없다. 

 서울에 와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다년간의 경험에 의해서 수능날에는 장사가 잘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모처럼 서울에 왔다. 먹을것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내가 추석 이후 나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엄마는 힘들게 농사짓지 말고 아내랑 같이 공무원 준비하라고 했다. 나는 다 계획이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했다. 농촌살이에 실패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도 했다.

 둘 중에 한명이라도 농부의 삶을 견디지 못하면 그것은 실패다. 내가 원하는 삶에 실패 따위가 어디있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두렵다.

 엄마, 아내, 나 셋이서 보쌈을 먹었다. 588종점 뒤편의 먹자촌 길을 오랜만에 걸었다. 내가 자라난 우리동네를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랑 걸었다. 아 기분 좋아. 우리 엄마는 구체적으로 어떻기 때문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냥 한 마디로 쿨한 시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편이라 지후가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좋다.

 서울집은 5층인데 계단을 내려가는 아내와 나를 엄마가 배웅했다. 아내는 먼저 내려가고 나는 반층 위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엄마에게 푹 쉬어요. 전화할게.라고 두 번 반복해서 말했다. 엄지와 새끼 손가락을 펴서 전화를 하는 손동작도 두 번 반복했다.

 그 순간을 기억해두고 싶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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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신월동 집 근처의 오래된 연립. 자전거 때문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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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그만두고 7일이 지났다.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좋다.

 지난 주말엔 친구네 식구들이 다녀갔다.

 월요일엔 DS가 왔다. DS는 군을 퇴직하고 복학한 학교에서 뭔가 정답을 찾지 못해서 그만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황중이다. 방황중인 친구 곁에는 친구가 있는 것이 좋다. 그게 나인게 좋다. 우리는 고구마도 먹고, 김치 볶음밥도 해 먹고, 참치 라면을 안주로 술도 마시고, 매운탕도 끓여 먹고, 주말의 손님들이 남겨 놓은 고기도 구워 먹었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먹는 일은 무척 의미가 있다. 특히나 외로운 시절에는 더욱 그러하다. 2012년의 11월이 훗날 나와 DS 모두의 기억에 남을거다. 그렇다고 먹기만 한 것은 아니고, 볼음도에도 다녀왔고, 정수사를 거쳐 마니산에 오르기도 했다. 

 친구가 얼른 마음의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다.

 

 지난주에는 강화군립도서관에 다녀왔다. 꼭 가 보고 싶었는데, 일을 그만두고서야 방문할 수 있었다. 강화군립도서관은 일정 때 지은듯한 2층 건물을 통채로 사용하고 있는데, 강화초등학교를 지나 그곳까지 가는 길이 좋고, 열람실이 있는 2층의 좌우가 바깥으로 이어져 있어서 그 바깥에서 가을을 맞이한 주변의 감나무라던가 풍광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멋진 곳이었다. 강화 초등학교 옆에는 오래된 문방구가 있는데,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초등학생들에게 각종 불량식품과 200원짜리 종이 찢는 뽑기 등을 팔고 있었다. 나중에 꼭 사진으로 남겨야겠다.

 

 아침을 먹고 집앞을 지나는 버스로 읍내의 도서관에 갔다가 점심은 초등학교 앞 분식집에서 해결하고 저녁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일상을 생각해 봤다.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금요일에 혼인신고도 했다. 증인으로 선택한 친구의 집주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짜증이 났었다. 여튼 지후랑 나는 공식적으로 부부가 됐다. 잘됐다. 서른 다섯살의 나는 공식적인 것을 원한다.

 

 11월에 100편을 쓴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어려울 것같다. 그래도 30편은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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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으로 완독했다. 이제 하루키 작품도 꽤 읽었다.

 줄거리 - 내 친구는 자살하고 나는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고, 그녀는 마음이 아프고, 미도리란 여인은 나를 좋아하는데,

 친구의 애인이 자살을 하고 나는 그녀의 친구와 섹스를 한 후 애타게 미도리를 찾는다.

 이미 읽었던 하루키의 단편중에 책의 앞쪽에 나오는 기숙사 생활과 겹치는 것이 있어서 읽다가 지치지 않고 주파했다. 읽는 내내 편지를 잘 쓰는 남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이 작품이 야하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대유행했던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도 야하다.

 격렬했던 민주화 운동의 시기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그 후에 밀려든 것이 운동의 한복판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는 젊은이들의 야한 이야기인가? 유행이 괜히 오는 것은 아니니까. 뭔가 이유가 있었을 거다.

 가볍게 읽고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약간 멍해졌다.

 기억해 둔다.

 

 나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꼭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야기할 것이 많이 있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이 세상에서 미도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 미도리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둘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다. 고 말했다.
 미도리는 한동안 전화 저편에서 잠자코 있었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잔디밭에 온통 이슬비가 내리고 있는 듯한 침묵이 계속되었다. 나는 그 사이에 계속 유리 창에 이마를 댄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이윽고 미도리가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 계세요?"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수화기를 잡은 채 고개를 들어, 전화 박스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나는 그곳이 어디인 지 알 수 없었다. 짐작도 되지 않았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내 눈에 비치는 것이라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뿐이었다. 나는 어디도 아닌 장소의 한복판에서 미도리를 불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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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사진 2012. 10. 28. 23:33
공장의 흔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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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8

그때그때 2012. 10. 28. 23:30
주말에 진탕 놀았다. 말그대로 진탕 놀았다. 오랜만이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혼자 남아서 느끼는 허망함도 오랜만이다.

DS랑 전등사에 갔다. 주차비 2000원 입장료 2500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했다. 입장료를 받을만큼 절이 넓었다. 교회는 수직으로 확장하고 절은 수평으로 확장한다. 종교는 확장으로 세를 과시한다.

이달까지만 일하기로 했다. 내년을 생각하면 일을 더 해야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쿨하게 그만두기로 했다. 남들이 들으면 웃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올해 무척 열심히했다. 무려 십개월을 연속으로 일했다. 직장에 다닌 것이 참 오랜만이다. 앞으로 다시는 직장에 다니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를 잘 짓고 볼음도에 잘 정착해야 한다.

이제 겨울이다. 겨울에는 몸을 움츠리고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정확히는 이사와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바쁠것은 없지만 한가한 것은 아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렇겠지.

전등사는 단풍이 더 짙어지고 날이 좋을때, 지후랑 한 번 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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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이 다 갔네.라고 쓸 사이도 없이 시월이 다 갔네. 지난주도 정신 없이 일했다. 토요일은 쉬고 싶어서 치과를 핑계로 쉬었다. - 다음 토요일도 치과를 핑계로 쉬어버릴까. - 마침 몸도 안 좋았다. 덕분에 어제랑 오늘은 아내랑 실컷 놀았다. 오늘은 서울에 다녀왔다. 상수동 네파스 마켓에 갔다. 나도 좋았고 꼭 가보고 싶어했던 아내도 무척 좋아했다. 삶에 있어서 꼭 가 보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여유.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최소한의 저축이 필요한 것이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통장 잔고 200만원을 유지해야 언제 죽어도 주변사람들이 장례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썼다. 공감이 간다.

 

 금요일에는 종자 기능사 합격문자를 받았다. 아내도 같이 합격했다. 문자를 받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광주까지 가서 1박 하고 온 비용이 아깝지 않게 됐군.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에가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고등학교 1, 2학년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랬던 것처럼 결혼을 하면 돈을 정말 아껴써야겠다.고 결심하고는 돈 나가는 일에 민감해졌다. 가끔은 내가 좀 지나친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년에 돈을 못 벌수도 있으니 올해는 무조건 많이 모아야 한다는 거다. 지나친가.라고 생각하는 내가 주중에 직장 동료들과 술 마시는데, 5만원을 쓰기도 했고, 오늘도 아내랑 이것저것 사 먹고 쇼핑도 했으니 실제로는 전혀 지나치지 않은지도 모른다.

 

 올 초에 계획했던 두 가지 자격증을 땄으니 이제 올해 안에 담배를 끊어야겠지. 하루키는 금연할 때, 일을 하지 않고, 남들을 붙잡고 늘어지고 상스러운 소리를 많이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는다고 썼다. 좋은 방법이다. 내 금연 계획은 오늘은 하루를 참고 다음엔 이틀을 참고 이런식으로 참는 기간을 늘려가다가 지금 일을 그만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상스러운 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한 방에 끊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자판 두드리면서 떠올린 계획인데, 마음에 든다. 

 아까 송정역 뒤쪽에 쭈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어린이 한 명이 엄마 손을 잡고 지나가길래 얼른 일어났다. 눈높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눈높이 교육의 반대쪽에는 눈높이 담배도 있는 것이다. 얼른 끊자.

 

 아내가 말했다. "네가 너무 다른 사람들 틈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많을거야. 그러니까 지금 하는일은 언제가 됐든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 지후는 현명하다. 지금 직장에서는 누구도 농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일, 자동차, 아파트, 돈 주고 여자를 사는 일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렇게까지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 지금 일을 그만둘 것이 분명하다. 

 아내가 말했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농진청의 사이버 교육도 받으면서 느낀건데, 너무 관에서 하는 농업쪽으로 많이 공부하면 실제 농사도 그쪽으로 치우칠 수 있을 것 같아." 역시 지후는 현명하다. 나는 작년에 관에서 하는 농업 교육을 6개월간 받았다. 도움은 많이 됐다. 그런데 배운 내용들은 대체로 돈이 되는 작물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쪽과 저쪽의 균형을 맞춰서 농사 짓는 것이 중요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황정은의 단편 대니 드비토 중에

 

 유도 씨는 미라 씨와 더불어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가구와 식기를 비롯해 끊임없이 교체되는 물건의 값을 지불하고, 안을 기르고,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잊고, 계획을 포기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근접한 형태로 실행하고, 좋거나 나쁘거나 이도 저도 아닌 결과들을 기다리고, 병원을 다니며 몇가지 질병을 치료하고, 중년에 접어들 무렵에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는 잠시, 많이, 방황했지만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만두가게라는 형태로 숭응해서, 노력을, 말하자면 생계(生計)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중에, 재미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이제는 상당히 쇠약해졌으나 어떤 의미에서는 견고해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걸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옮긴 부분을 요약하면 삶은 생계를 위한 계획의 반복이다.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태연하게 내 계획을 주무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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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3

그때그때 2012. 10. 13. 13:34

이번주에도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돌며 벽지에 주사기를 갖다댔다. 8시 출근 8시 퇴근의 루틴이 깨져서 힘들다. 하지만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면 피로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로 지친몸을 이끌고 퇴근하겠지. 인생은 이런식으로 과거의 어떤 지점을 그리워 하는 것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1위는 개새끼.고 2위는 하기 싫어.다. 애도 있는 사람이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나한테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하는 욕이지만 듣기 싫다. 한 마디 쏘아 붙일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그냥 참는다. 인내 스탯은 내려가고 분노 게이지가 점점 찬다. 여튼 나랑 같은 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랑 같은 조인 양반은 나이 서른 둘에 아이가 셋인데, 입버릇처럼 아이 하기싫어.라고 한다. - 듣고 있는 나는 네가 싫어진다. - 하지만 일 하는 중에 그 얘기를 들으면 그냥 웃고 만다.

어제는 용인에 왔다. 마침 레밍네 집 근처라 만날 약속을 잡아놨다. 그랬는데 갑자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부장한테 직접 전화할까 하다가 욕쟁이한테 전화해서 6시 반에 가겠다고 했더니. 친구 만나러 가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생하고 회사 생활하면서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빈정대듯 묻는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차가운 말투로 남은 사람들에게 안 미안하고 - 늦게까지 하면 수당을 더 받을테니 - 내가 생각하는 회사생활은 그렇지 않다고 - 내가 있고 회사가 있다 -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자꾸 앞선 질문을 반복하길래 그럼 오늘은 6시 반에 들어가고 내일은 쉬겠다고 했다. 이 부분이 안 좋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묻길래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고 했다. 결국 친구들을 잘 만나고 오늘 출근하긴 했는데, 나이 먹고 나이도 어린 양반한테 빈정대듯 차갑게 말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냥 잊어버리자.

넘어가고

레밍과 DS가 택시에서 내린 나를 돈가스집으로 대려갔다. W형이 주인이었다. 한 동네 사는 레밍도 어제 우연히 알게됐다고 했다. 얼마전에 결혼했단 소식은 들었었는데, 부인께서 홀에서 일하고 있었다.

돈가스랑 맥주를 실컷 얻어먹고 가게가 파한 후에는 꼼장어도 얻어먹었다. 형한테 얼굴이 많이 유해진 느낌이 든다고 했더니 영화를 놓아버리니 편해졌다고 했다. - 형, 정말 잘하셨어요. - 영화를 놓으니 롯데가 플옵에 간다는 농담을 던졌다. 형수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얻었다.

형과 헤어지고 우리 셋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역시 외로울 때는 제주도에 가야돼. 그래야 인연을 만날 수 있어.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돼. 얼굴이 확 피잖아. 그리고 돈이 많은 여자를 만나야 돼 - 형은 영화를 놓을까 말까 괴로워서 제주도에 혼자 갔었고 역삼동에 살다가 제주도에 놀러온 형수를 만났다고 했다. - 등의 얘기였다.

형수가 말하길 결혼전에는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이란 동네가 있는 것도 몰랐는데,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형은 이 동네가 그냥 좋다고 했다. 역시 좋아하는 곳에서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 동네을 억지로 좋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은 것. 그런 마음이라면 도시 한복판에 살아도 상관 없겠구나 생각했다. 아내와 나에게 볼음도가 그런곳이어야 할텐데.

내일은 또 볼음도에 간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마음 놓고 쉬고 싶긴 하지만 미래가 걸린일이고 중요한 시기니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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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9 - 스킬

그때그때 2012. 10. 10. 00:00

달빛조각사를 읽었다. 16권까지 읽었다. 삼십분이면 한 권을 읽는다. 결국 주인공이 잘 된다는 얘기일 것 같아서 그만 읽기로 했다.

읽으면서 한 생각

- 주인공 이현은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능력자다. 이런 설정이 이 소설이 인기 있는 원인 중에 하나는 될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능력자를 원한다. 사람들은 현실에 없는 능력자를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경험하며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 그런 능력자가 있다면 대중들은 시기와 질투를 느끼고 그의 명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꼬투리 잡기와 없애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데 집중할 것이다.

- 온라인 게임의 노가다를 텍스트로 읽으면 재미있다. 30시간의 노가다조차 단 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 : 그는 30시간 동안 리치만을 미친듯이 때려잡고 두 개의 레벨을 올렸다.

- 생활 스킬은 중요하다. 허공에의 질주에서 리버 피닉스는 요리 수업을 듣는다. 떠돌아 다니는 도망자의 삶에서 요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요리뿐 아니라 바느질, 낚시, 씨뿌리기, 밭매기 등 손재주와 끈기가 필요한 스킬 포인트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활 스킬 외에도 기타 치며 노래 부르기와 같은 잡스러운 스킬도 갈고 닦아두면 다 쓸모가 있다. 헌데 요즘 나는 전국의 아파트를 돌아다면서 불량난 벽지에 주사기로 약품 쏘는 일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아무 스킬도 늘지 않고 인내 스탯만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앞으로의 내 목표는 게임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각종 생활 스킬을 가다듬고, 기타 치고 노래하기와 글쓰기 스킬의 포인트도 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투자 즉, 노가다가 필요하다. 이 포스팅은 글쓰기 스킬 포인트를 올리기 위한 노가다성 포스팅이다.

힘 쓰는 것 말고 섬세함이 필요한 일들도 곧잘 하는 사람이 되야겠다. 난 꾸준한 건 자신 있는 편이니까 꾸준히 하다보면 잘 되겠지. 악착같이 살(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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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볼음도에서 북한땅을 바라보며 망둥이 낚시를 하고 있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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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가 생겼다. 동생이 줬다. 명의는 그대로 두고 보험만 가족보험으로 바꿨다. 내 명의로 승용차를 소유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잘됐다. 동생 회사에서 영업을 하는 동생에게 렌트카를 준 덕분이다. 차가 생기니까 탈 일이 많이 생겼다. 지난주에는 새벽에 출근한 날이 많아서 자전거 출퇴근은 하루만 하고 나머지는 차로 출퇴근했다. 지난 금요일은 연휴의 시작이라 일찍 끝났다. 오전에 비가 내리고 난 후라 오후 햇살이 무척 좋았다. 아내의 요청으로 강화 해안도로를 달렸다. 갯벌이 좋은 빛을 받고 반짝 거렸다. 강화도는 좋은곳이구나. 생각했다. 1박 2일로 볼음도에 다녀왔다. 자동차가 있으니까 새벽부터 나가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는 고생 없이 외포리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자동차는 이렇게 편리하지만 너무 익숙해지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결혼 후 첫 명절이었다. 나야 우리집에 가는 것이니까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아내는 여러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무사히 첫 명절을 났다. 자동차가 있으니까 15분 걸어나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신월동 집에 가는 대신 40분 만에 한 방에 갔다. 편리하지만 익숙해지지 말아야지와 비슷한 맥락으로 돈도 있으니까(많이 있는 건 아니다.) 자꾸 쓸 일이 생긴다. 광주에서 종자기능사 실기시험, 명절에 엄마에게 차롓상 준비비용 드리기, 내 생일에 장인어른과 식사(개포동의 송백 횟집, 정말 맛있었다. 원츄!!), 힘든 공장일에 지친 내 몸을 위해서 박카스와 술과 담배 구입, 만두도 사먹었고, 통닭도 두 번 사 먹었다. 주로 먹는 일에 돈을 쓰고 있다. 그 외에 영일군이 자동차 엔진오일 갈아주고 브레이크 라이닝도 새걸로 바꿔줬다. 원가보다 덜 받았을 수도 있는데(떙큐 ^^;), 여튼 그것도 돈이 든다. 버는 동안은 쿨하게 쓰는 것도 괜찮겠지. 생각한다. 

 

 공장에서 3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는데, 일이 있다고 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볼음도에 갈 수 있었다. 직장에서 하루 더 버는 것 보다는 나와 지후의 미래가 아주아주 많이 중요하다. 볼음도에서는 망둥이 낚시, 소라 채집, 게 잡기 등을 했다. 앞으로 생활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어디 체험 온 사람들마냥 신나게 하지는 않았다. 망둥어랑 황복 회, 그 둘을 말려서 찐 것 등을 얻어 먹었다. 올해는 정말 진기한 것을 많이 먹는다. 이번에 볼음도에 간 것은 내년에 살게 될 집 구경을 아내와 함께 하고 앞으로 어떻게 집수선 및 정리를 할까.를 구상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다른 손님들도 오시는 바람에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내가 동네분들을 많이 만났고, 앞으로 볼음도에서 잘 살아보겠다는 우리 부부의 결심을 동네 어른들이 확실히 알게 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1박이었다. 오늘은 출입통제 구역에 들어가서 소라 채집, 게 잡기를 했는데 - 볼음도는 북한이랑 가까워서 군인들도 많고 갯살림을 통제하는 구역도 있다. - 풍경이 아름다웠다. 파릿파릿한 하늘도 아니고 구름도 흐리멍덩한데, 그 반영이 물이 빠진 바다에 흐리멍덩하게 비쳤다. 약간 티티카카 같은 느낌이 났다. 다음에 또 가면 더 잘 찍어보고 싶다. 결국 훈련중인 군인들에게 들켜서 쫒겨나듯 뻘에서 나왔다.

 

 앞으로 생활이 되겠지. 농사와 갯살림이 내 생활이 되겠지.

 

 '캄피오네'란 애니랑 라이트 노벨이 있는데, 둘 다 재미있다. 능력자를 다룬 이야기인데, 소재가 신선하다. 여전히 신선한 소재의 능력자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다.

 

 짤방은 볕 좋은날 강화 해안도로에서 찍은 것과 오늘 볼음도에서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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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가위에 눌렸다. 오랜만이었다. 피곤했었기 때문일까?

가위눌림에는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내 경우는 나의 실체가 두둥실 떠올라 천정까지 올라간다. 그리곤 온 사방을 배회하다가 누워있는 내 몸으로 뚝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순간 자이로드롭을 탄 것처럼 뱃속이 철렁한다.

처음 가위 눌렸던 날이 생각난다. 신월동 시장통의 삼층집에 살 때였다. 누운채 떠오른 내 실체가 온 집을 떠도는 동안 무척 무서웠다. 누워 있는데도 뒤쪽, 그러니까 바닥이 보이는 공포를 느꼈었다. 내 껍데기로 돌아온 실체는 몇 번이고 다시 떠올랐고 그때마다 나는 무서웠다.

엎드려 자다가 가위 눌리면 정말 무섭다. 딱 한 번 그랬던 적이 있다.

어제는 몸이 떠오른 곳이 지금 일하는 공장이었다. 사람들은 일을 하는데 나는 하늘에 누워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몇 번이고 떠올랐던 내 실체가 우리집에 누운 내 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가위가 풀리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주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나는 체념하고 가위가 풀리길 기다렸다.

잠시후에 창문이 열리는 것 같더니 검고 차가운 바람과 같은 어떤 형체가 그 열린 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쪽에서 오한을 느끼고, 도둑인가? 생각하던 중에 그 놈이 한 손으로 내 불알을 지긋이 잡았다. 그러더니 나머지 한 손으로는 내 코와 입을 막았다.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개같은 기분으로 깨어났다. 난 평소에 욕을 잘 안하는데. 눈을 뜨자마자 내뱉은 말이 씨발이었다.

다시 가위 눌릴까 봐 이층에서 잤다. 푹 잤다.

몸이 치곤한 탓도 있겠지만 금각사를 읽은 것이 가위 눌린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났다.

몇 년만에 다시 읽은 금각사는 아주 훌륭했다. 비극적인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패전 후 일본의 무력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한 싸이코패스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지난주 수요일에 집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우리집에 썩어가는 것이라고는 내 몸뚱이 밖에 없기 때문에 자꾸 내 몸에 달라붙는다. 며칠 후면 비실대며 죽어갈 것이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집에 들어온 파리는 배가 고파서 죽는다.

주인집 개는 설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내가 몸을 긁어준면 무방비 상태로 벌렁 드러눕는다. 지후는 가끔 설이는 왜 살까. 같은 질문을 한다.

잠자리의 계절이다. 얼마전 출근길에 온전한 모양으로 다리 위 인도에 죽어있는 잠자리를 봤다. 어떤 잠자리는 겁없이 공장에 들어와 기계 위에 앉았다가 누군가에게 잡혀 날개가 찢기기도 한다.

나는 밥 먹고 일하고 빵 먹고 일하고 또 밥 먹고 일한다. 그러다 죽겠지.

파리도, 개도, 잠자리도, 나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미시마 유키오 흉내를 내봤다. ㅋ

짤방은 어제 가위 눌려서 날아다녔던 우리 회사. 가을이라 아침에 빛이 좋다. 사용 어플은 pictone. 이 어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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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된다.

 2시간을 넘는 것은 관계 없지만 2시간에서 1초라도 모자란 시간에 냉동실 문을 열면, 냉동실에서 담배 냄새만 난다. 그럼 시간에 주의하고 냉동실 문을 열어보자.

 50%의 확률로 내가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무엇이 냉동실에서 튀어나온다. 동파육, 뉴 아이패드, 페라리 자동차, '블레이드 러너'의 안드로이드가 튀어나올 것이다. 어떤 냉장고에서는 프랑소와 트뤼포가 나타나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불어를 내뱉기도 할 것이다. 당신은 소망이 이루어지는 기적같은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50%의 확률이다. 갖고 싶은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당신이 냉동실의 문을 연 순간 해파리처럼 생긴 무언가가 얼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문이 열리고 3초가 지나면 온도 변화에 감응한 그 물체가 '펑'하고 터지면서 당신의 뇌 속으로 파고든다. 당신은 그 순간 죽는다. 그놈들은 당신을 숙주 삼아서 지구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외계인은 아니다. 담배연기와 냉동실의 결합을 통해 생긴 차원의 문을 통해 이계(異界)에서 건너온 이들이다. 이계에서 왔기 때문에 생명체라고 부르기도 모호하지만 살아간다는 점에서 생명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 이계 생명체들은 당신을 헤치기 위해서 당신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살기 위해서 몸에서 정해진대로 반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나체로 튀어 나올지도 모르는 냉동실 문을 영원히 열지 못하게 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계 생명체를 잡아 가두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다. 냉동실 문을 열고 그놈들이 폭발하기 전에 아이폰에 달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아이폰 카메라가 셀카모드로 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만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찰칵'하고 사진을 찍으면 당신 냉장고의 냉동실은 원래의 냉동실로 돌아오게 된다. 사진에 찍힌 이계 생명체는 사진으로 저장된다. 사진을 지우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이폰에 그놈들의 사진을 저장해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갑자기 복권에 당첨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니 왠만하면 고향으로 보내주도록 하자.

 냉동실 담배연기 실험의 원칙

 1. 한 대의 냉장고 = 한 번의 기회

 2. 놈들을 찍는 카메라는 아이폰 카메라가 아니면 안된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3. 2시간 ~ 24시간 사이에 냉동실 문을 열 것

 4. 자신이 정말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 물건이 나올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냉동실은 진실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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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 광주에 다녀왔다. 종자기능사 실기시험을 봤다. 접은 잘 못했지만 37시간 짜리 대장정이었던 만큼 합격했으면 좋겠다. 시험이 끝나고 터미널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올해 60이라는 기사 아저씨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혼자서 옛 추억에 젖어서 먹을 것이 많지 않던 시절의 추억을 얘기했다. 어머니가 잘라 놓은 머리칼을 엿이랑 바꿔 먹고 두들겨 맞았던 일, 두부가 귀하던 시절이라 된장에 호박만 넣고 끓인 된장 국이 맛있었던 일, 우물안에 보관했던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그 김치랑 고추장만 넣고 비빈 밥을 누나 것까지 먹고 누나에게 미안했던 일, 집에 키우던 닭의 달걀을 훔쳐서 동네 점방에서 '뽀빠이'랑 바꿔 먹었던 일, 초코파이를 낱봉으로 구입해서 초콜렛이 다 녹을 때까지 쭉쭉 빨아 먹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얘기 중간에 그 시절에는 먹을 것이 귀했응게, 그렇지만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 살았지라.라고 했다. 지후가 그 부분을 좋아했다. 지금처럼 외식의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데, 돈이 없는 것 보다는 어머니의 머리칼을 훔쳐서라도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 사는 것이 더 즐거운 삶이라는 생각을 했다.

 광주에 내려갈 때는 일산 화정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는데, 차 시간이 많이 남았길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내 머리 잘라주신 아주머니가 멋 부리고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나봐요.라고 묻길래, 그런것과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아직도 나한테 학생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옳지 않다. 나는 중년 남자다. 각설하고 어려서부터 나는 멋과는 관계없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농촌 생활을 좋아하고 동경하는지도 모른다.

 집에 오기 전에 버스에 내려서 슈퍼엘 들렀다. 담배랑 바나나 우유를 사면서 슈퍼 안을 훑었는데, 바닥에 놓인 고구마 박스가 보였다. 일찍 심은 것들은 벌써 나오는 모양이다. 주인아저씨네가 고구마를 많이 심었으니 올 겨울에 고구마 실컷 먹을 수 있겠다. 완전 거지근성이잖아. 싫지 않다. 내년에는 심어서 먹자. 많이.

 집에 와서는 주인아저씨한테 전기요금을 드렸다. 실은 전기요금을 핑계로 뭔가 얻어 먹으려 갔던 것이었는데, 마침 숭어회를 드시고 계셨다. 숭어 모래집까지 얻어 먹고 마무리로 국수를 먹었다. 윗배까지 부르다. 광주에 시험보러 다녀왔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뭐든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그러시더니 내년에 다른데도 옮길거면 전세금 빼줄테니 미리 얘기하라고 하신다.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주말에 지후랑 광주에서 데이트를 한 덕분에 - 또는 이틀을 쉰 덕분에 - 다음주에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기분이 든다. 당분간 퇴근 후에는 기타치고 책 읽으면서 놀아야겠다.

 

 광주에서 올라오는 버스에서는 이성복의 '남해 금산'을 강화로 오는 버스에서는 김연수의 새 장편을 읽었다. 김연수는 약간 천재과인 것 같다. 예전에 이대에서 일할 때 느낀거지만 천재는 실제로 존재한다. 질투가 난다. 이성복의 시집을 오랜만에 꺼내 읽었는데, 중간중간 접힌 부분이 많다는 점이 내가 좋아하는 시집이라는 점을 상기키셔준다.

 

 시집의 self-title이 마지막 시로 실린 특이한 시집이다.

 

 남해 금산    - 이성복 -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

 "나의 엄마는 정지은이고, 나의 아빠는 정재성인데, 두 사람은 남매였대."

 그리고 나는 난간에 등을 기대고 섰다. 나는 힘든 짐을 들었다가 내려놓은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다가 유이치에게 찬물을 좀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갑작스러운 말들에 어안이 벙벙해진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일단 시키는 대로 찬물을 가지러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밤하늘에서는 불꽃이 연신 터졌고, 필리핀 2인조는 노래를 계속 불렀다. 너는 겨우 열일곱 살, 젊고 귀여운 댄싱 퀸, 댄싱 퀸, 탬버린 박자를 느껴봐, 너는 춤출 수 있어. 유이치가 다시 갑판으로 올라왔을 때는 불꽃놀이가 모두 끝나 있었고 배의 조명은 다시 들어왔으나 나는 어디에도 없었다.

 - p. 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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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자기능사 실기 공부해야 되는데, 귀찮네. 실기를 공부해야 하다니 뭔가 이상하다. 지후 말대로 돈만 들이면 자격증이야 얼마든지 딸 수 있는 것이다. 종자기능사 실기도 노량진의 학원에서 강의를 한다. 예전에 남현이가 한국에서 돈 벌려면 노량진에 학원 차리면 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내일부터 실기 공부해야지. 오늘은 푹 자자.

 

 새 직장에 나간지 두 달이 지났다. 인간의 삶이 아닌 야간 3주 연속도 있었다. 그러다가 주간으로 돌아오니까 인간의 삶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최악에서 약간 덜 최악이 된 것만으로도 그렇다. (나란) 인간이란 그렇다.

 불경기가 계속되서 토요일에 자주 쉬었으면 좋겠다. 지금 하는 일은 돈을 많이 받는 알바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니까. 그랬으면 좋겠다. 예전부터 일했던 사람들은 토요일, 일요일에 쉬니까 급여가 줄어들어서 싫어하는 눈치다. 정말 싫다. 몸에 익으면 한달에 두 번만 쉬면서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일해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것일까? 갠지스 강에서 빨래를 하는 노인들처럼 벽지 만드는 일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싫다고는 했지만 나도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니까 근본적으로는 그들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한다. 직장이란 것은 애초에 자아를 실현한다거나 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직장이란 것은 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니는 것일 뿐이다. 직장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년엔 어찌될까. 두려움이 많다. 9월 중에 볼음도에 꼭 방문하자. 10월 이후에는 몇 번이고 가자. 자꾸 가야 뭔가 보이고 일이 일의 모양으로 진행되겠지.

  그렇더라도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필수다. 너무 깊게 대비하면 최악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수가 있으니 가볍게 생각만 해두자. 너무 긍정적인 사람은 최악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최악의 악순환에 빠지는 수가 있다. 

 사실 현상태에서 더 안좋은 상황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잘하자.

 나에게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자. 지후에게는 착하면서도 좋은 사람이 되자.

 

 

 

짤방은 우리 회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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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 수크령

사진 2012. 9. 4. 00:19


큰 강아지풀이라고 생각했던 게 수크령이었다. 수크령,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수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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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부터 벽지 공장에서 일한다. 둘둘 말려있는 원단이 풀리면서 벽지가 쏟아진다. 나는 벽지들이 쉬지 않고 쏟아지도록 여러가지 작업들을 한다. 원단과 원단을 연결하고, 잉크와 동판을 교체하고 이런 작업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

 벽지공장에는 여러대의 기계가 있고 각 기계마다 4~6사람이 팀을 이루어서 주야 교대로 일한다. 12시간 동안 기계를 돌리면 10,000평 이상의 벽지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나 많은 벽지를 찍어내도 다음날에는 또 찍어내야할 벽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속해있는 기계에서는 - 나는 기계에 속해있다. - 주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사용할 벽지를 만든다. 나랑 같은 기계에 속해 있는 사람중에 한 명은 최근에 내 집을 장만했다. 2,500에 융자를 낀 전세에 살다가 더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샀다. 빚더미 위에 살다가 더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샀다. 그는 몇 년 후면 인천 검단에 지하철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감히 그의 선택을 말릴 수 없었다.

 나랑 같은 기계에 속해있는 사람 중에 두 사람은 신형그랜져를 탄다. 현금을 주고 사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곳에서 계속 일하면서 할부금을 값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샀을 것이다. 차를 사는 순간 그 두 사람은 영원히 다른일이나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한 순간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주야간을 교대로 하루에 12시간도 넘게 일해서 번 돈으로 고급 세단을 구입한 두 총각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선량한 몸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공장에서

 

 선량한 몸을 가진 사내들과 점심을 먹는다.

 그 사내들과 저녁도 먹는다.

 누구도 대화를 하기 위한 입은 열지 않는다.

 몸이 선량한 사내들끼리는 말이 필요없다.

 씹지도 않고 뭉개듯 밥을 삼키고

 나와 사내들은 다시 일을 시작한다.

 씹지도 않고 삼킨 밥이 기계 소리를 듣고 소화된다.

 땀에서 물맛이 나도록 일을 하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와 섹스를 해도 잘 할 것만 같은데

 누구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선량한 몸을 가진 사내들은 애인이 없다.

 이력도 모르는 사내들, 선량한 몸을 가진 사내들은 애인이 없다.

 

 

 나중에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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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사진 2012. 8. 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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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맞이꽃. 비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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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대교 정상에서

사진 2012. 8. 19. 05:59


8월이 왔고 여전히 하루에 두 번 초지대교를 건넌다.

입추가 지났고 눈에 띄게 해가 짧아지고 있다. 해는 매일 같은 간격으로 짧아지는데, 내가 입추라는 말을 못 이겨서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며칠동안 저녁으로 선선하더니 어제랑 오늘은 다시 밤에도 덥다. 팔월의 늦더위다.

기후변화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또한 해가 짧아지듯 느리고 정확한 간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며칠전 출근길에 비 그치고 좋은 하늘 아래 다리 정상에서 찍었다. 무엇을 했건 지나간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똑같은 하늘이 없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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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4

그때그때 2012. 8. 14. 19:50

휴가 끝나고 지난주부터 야간출근이다. 여덟시부터 여덟시까지다.

힘들다.

주간때와는 달리 집에오면 술 취한 새끼 고양이처럼 비틀거리다가 다시 출근한다.

어제 돈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는 돈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선택한 직장이 이런식으로 돌아갈 뿐이다. 강화에 오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생각했던게 김포에 있는 어느 공장에 다니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돼버렸다. 준비가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준비를 많이 한다고 준비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내년에 볼음도에 들어가는 것인데, 인생의 불확실성을 고려한다면 다시 한 번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이 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해 두어야 한다.

불확실성,


어제 출근길에 자전거 뒷바퀴가 터졌다. 대곶에는 자전거포가 없으니까 재수 없으면 양곡까지 자전거를 끌고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더니 진짜로 그렇게 됐다. 진짜 힘들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곶의 오토바이 가게에서 빵꾸를 때워주는 것이었는데....

양곡까지 가는 동안 진짜 힘들었다. 잠은 오고 몸은 피곤하고 지후에게 온 전화를 받으려는데 밀어서 통화하기는 밀리지 않고

그렇지만 결국 타이어를 교체했고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지후와 같은 공기를 마셨다. 지후의 단호박 식빵도 먹었다.

땜질하듯 살지 말아야지. 그것이야 말로 최악인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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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야간 근무 중에 종종 바라보는 풍경

그리고 8월도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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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게 읽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어도 자꾸 상기하거나 상기할 일을 만들지 않으면 그 생각이란 것은 현재의 생활속에 묻혀 버리게 마련이다. 좋은 시점에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변산공동체 생각이 많이 났다.

 

 

 초반에 확 쏠렸던 대목

 34p~ 지치고 더워하는 말에게 땀에 절은 마구를 벗겨 주는 게 특별히 주목할 일은 아닐 것이다. 찬비를 맞으며 바깥에 서 있는 양에게 외양간 문을 열어 주는 것, 닭에게 모이 몇 알을 던져 주는 것은 작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자기 안에 쌓이면, 자기가 중요한 존재라는 걸 이해하게 된다. 신문에서나 보는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정말 중요한 존재는 아닐지 모르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자기가 하는 일을 누가 썩 잘 알아주거나 관심을 가져 주는 건 아니지만, 자기 하는 일에 대해 속으로 좋은 느낌을 갖고 있으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유명해지면 농사지어서 먹고 살기가 편하다는 얘기를 하는데, 뜨끔했다. 중요한 건 내 몸뚱이와 내 마음.

 

 생각의 큰 틀은 비슷하더라도 실제 농업에 있어서는 한국식의 내가 사는 지역식의 우리식의 응용이 필요하다.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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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대교 정상에서

사진 2012. 7. 30. 21:49
하루에 두 번 자전거로 초지대교 정상을 지난다. 오늘 오전에 미친듯한 소나기가 내렸고 오후엔 구름의 흐름이 빨랐다. 일감이 없어서 일찍 퇴근했다. 좋은 시간에 초지대교 정상을 지났다. 바다 왼편이 우리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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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utine - 내일이면 새 직장에서 한달이다. 벽지 만드는 일에 많이 익숙해졌다. 아직 신입이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거들 뿐.

 6시 반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하고 - 옷을 주워입는 것이 전부지만 -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가서 아침을 먹고 조회를 하고 체조를 하고 일을 하다가 11시가 되면 배가 고프고 11시 30분에는 점심을 먹고 두 시 정도되면 목이 마르다. 그때 빵과 음료수를 먹고 - 음료수부터 마시고 빵은 좀 있다가 먹는다. - 다섯 시 정도엔 또 배가 고프고 다섯 시 반엔 저녁을 먹고 여덟시가 넘으면 퇴근이다. 집에 오면 씻고, 기타를 치고, 음악을 다운 받고 이것저것 읽다가 잠든다.

 금요일엔 지후가 와서 맛있는 걸 해주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면서 놀고, 일요일엔 지후를 배웅하고 그러고 나면 섭섭하고 하지만 다음 금요일엔 지후가 또 와서 맛있는 걸 또 해준다.

 

 지후랑 - 지난 토요일 새벽에 주인아저씨네 고추를 땄다. 첫물이고 밭 사이즈도 적어서 금방 끝났다. 주인아줌마가 꽃게탕을 선물로 줬다. 지후가 무척 좋아했다. 기뻤다. 토요일 밤에는 지후랑 배트민턴을 쳤다. 지후는 금방 지쳤지만 무척 좋아했다. 기뻤다. 나머지 시간들은 먹고 자고 만화책 보고 게임하고의 무한반복이었다. 중간에 기타 줄을 갈았다. 지후는 호두스콘과 단호박 떡과 오이김치와 감자조림을 만들었다. 다 맛있었다. 나를 기쁘게 하고 맛있는 걸 만들어 주는 내 아내 최고다.

 

 그랬는데, 오늘 - 내가 일하는 기계는 실크 1호기인데, 바로 옆에 2호기를 총괄하시는 분이 갑자기 쓰러지셨다. 황급히 사무실로 뛰어가서 119에 전화하라고 했는데, 구급차가 너무도 늦게 왔다. 의식은 있으셨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걱정이 많이 됐지만 다들 계속 기계를 돌렸고 점심을 먹었다. 식구가 운명을 달리해도 밥은 먹어야 하는 것이 인간이다. 다행히 쓰러지셨던 분은 오후에 방긋 웃으면서 나오셨다가 오늘부터 휴가라면서 다시 돌아가셨다. 다행이다. 밥을 먹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 이제 내 말이 됐다. 내가 그런 나이가 됐다. 건강이 최고다. 구체적으로는 몸이 조금 안 좋으면 직장은 하루 쉬는 것이 좋다. 안그랬다가는 괜히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일하는 동안은  항상 다치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렇지만 사고는 불연듯 오는 법인데.....

 

 오늘 그랬는데 - 오후에는 계속 주말에 갈았던 기타줄이 생각났다. 석연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가면 무슨일이 있어도 다시 갈아놓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계속 생각했다. 그랬는데, 18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다. Yeah! - 그렇지만 급료는 줄어드는 것인가? ㅡ.ㅡ;

 집에와서 기타줄을 갈았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말끔한 편이다. 안심이다. 오늘 푹 잘 수 있겠다. 사실은 어젯밤부터 기타줄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강박증과 결벽증이 결합한 증세다. 결박증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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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꽃

사진 2012. 7. 23. 21:47



나의 달맞이꽃
evening prim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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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서 예전에 서점에서 찍어뒀다. 

사람들이 꿈과 함께 살고 있다. 생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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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 토요일

그때그때 2012. 7. 21. 22:14

 얏호! 오후 두시 반에 끝났다.

 처음에 일 시작할때는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일해서 돈만 많이 벌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몸이 고되니까 일찍 끝난 걸로 기분이 좋다. (나란) 인간이란 그런것이다.

 이번주는

 월요일~금요일 - 힘들었다. 지난주보다 덜 힘들었다. 동료 중에 하나가 열두시에 자고 여섯시에 일어난다길래 며칠 따라했다가 무척 힘들었다. 늦어도 열한시에는 자야겠다. 몸이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도 집에오면 무척 피곤하다.

 

 짤방은 최근 3주간 가장 많이 본 풍경

 

 

 다음 짤방은 비오는 날 아침 출근길에 찍은 버섯 - 촉촉한 독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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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나비

사진 2012. 7. 21. 22:00

 작년 이맘때 찍어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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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 금요일 - 힘들었다. 지난주보단 덜 힘들었다. 퇴근하면 너무 갈증이나서 맥주를 두 캔씩 마셨다. 돈 모아야 되니까 다음주부터 콜라로 바꾸자. 콜라는 쩜오리터 다 마셔도 맥주 한캔 값이다.

그리고 야간조 한 명이 크게 다쳤다. 항상 조심해야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불경기로 인해 벽지 재고가 충분해서 내일은 쉰다. 주말엔 공부 좀 해야지.

비가 오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엊그제 지나치려는 60-2를 겨우 세워서 타고 퇴근했는데 오늘은 그냥 지나갔다. 아침에 비가 안오길래 자전거를 탈까. 했었는데.
담부턴 고민하지 말아야겠다. 하루하루 해야만 하는 작은 선택들로 인해 성질나면 안되는데, 몸이 피곤하니 아까 그 버스기사를 살해하고 싶은 충동이 부글거린다.

내일을 위해서

는 중요하지만 그 내일 때문에 점점 안 좋아지는 상황들을 괜찮아. 해버려선 안된다. 이것이 지나친 낙관의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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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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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여튼 2기가 시작됐다. 더럽게 힘들다.

 아침부터 오후 네 시까지 일하고 야간 산불조심 나가던 시절보다 더 힘들다.

 

 월요일 - 힘들었다.

 화요일 - 힘들었다.

 수요일 - 힘들었다.

 목요일 - 힘들었다.

 금요일 - 힘들었다.

 토요일 - 많이 힘들었다.

 일요일- 푹 쉬었다. (앞집 아저씨한테 4대강 공사는 잘한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늦게까지 일하는 게 오히려 잘됐는지도 몰라. ^^;)

 내일부터 쭉 힘들다. ^^;

 

 그래도 오랜만에 세운 목표니까 한 번 잘 해보자.

 종자기능사 문제들 좀 보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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