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장모님 댁에 들렀다. 장인 어른은 결혼식 때문에 광양에 내려가셨다. 아내랑 셋이 점심을 먹었다. 장모님은 내가 아끼는 겨울 주력 잠바인 소방대 잠바의 빛바램이 맘에 들지 않으셨던지 밥 먹자 마자 옷가게로 가서 겨울 잠바를 사주셨다.
장모님은 결혼식 전에도 한 번, 결혼하고 나서도 한 번 옷을 거나하게 사주셨더랬다. 장모님의 쇼핑 스타일은 거침이 없다. 점원에게 궁금한 내용을 바로바로 물어보고 본인 생각에 사위랑 딸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을 입어보게 하고 우리가 이건 별론데요.라는 표현을 하지 않으면 구입 확정이다.
장인 어른이 돈을 버는 동안은 옷 많이 사줄테니 부담 갖지 말고 입으라고 하셨다. 당신이 사 준 겨울 모자를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 한다고 했더니 무척 좋아하셨다. 낙도에 시집간 딸과 그 딸을 데려간 농사 짓는 사위가 맘에 들지 않으시겠지만 오랜만에 본 우리를 무척 반가워 하셨다. 광양에는 아는 아줌마들도 많고 손주도 있는데, 장인어른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두 분이 사시니, 주로 혼자 계시는 어머님은 많이 외롭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졌다.
장모님이 오늘 하신 얘기들 중에 기억나는 것들만 정리해본다.
- 고구마 한 상자씩 여기저기 돌려봐야 받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다. 받는 사람 마음은 주는 사람 마음 같지 않다. 그러니 팔 수 있으면 다 팔아라.
- 술을 본인이 알아서 줄여야지. 부담스러운 자리라고 해서 주는대로 받아 먹으면 안된다.
- 헬쓰클럽 트레이너들은 그게 직업이니까 그렇게 역삼각형 몸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현실 세계에 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지 않고 비정상으로 느껴진다.
- 광장 시장에 있는 유명하다는 육횟집에 갔더니 백반에 밥을 반공기 밖에 안 줘서 기분이 상했지만 육회를 따로 시켰기 때문에 그냥 먹었다.
- (장모님은 손재주가 좋으셔서 뜨개질도 잘 하시고 매듭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도 좋아하신다.) 누가 뭐 만들어 달라고 하면 지들한테 만들라고 하지 안 만들어 줘.
어머님 아버님 생신 때, 두 분이 미역국 끓여 먹으면 끝이니 무리해서 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꼭 갈게요. 그리고 술도 줄이고 담배는 꼭 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