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25/01/14 | 1 ARTICLE FOUND

  1. 2025.01.14 20250114 - 강릉 10년

 며칠 있으면 강릉와서 10년 살게 된다. 권불십년이 아니라 강릉십년이다. 타 지역으로 이사 가야 되나? 3,650일, 인생의 오 분의 일 이상을 강릉에 와서 살았네. 아내가 알려주길 엊그제가 아내랑 나랑 같이 산지 4,000일 째였다고 한다. 생일 지나고 네 달 정도 되가니까 태어나서 16,900일 정도 살았다. 자고 일어난다는 건 그런 것이다.

 10년 동안 뭐 했는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서는 더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한 때는 내 삶이 내 통제 안에 있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내가 바라보기는 하면서 그럭저럭 지나가는 줄 알던 때도 있었다. 그때는 뭣도 모르니 행복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그러하므로 그리그리 살아야지, 생각은 하는데. 머릿 속에 못 다 이룬 열망들이 가득차 있어서 말은 자꾸 엊나가고 그 엊나간 말들이 뒤통수에 쌓이고 답답함을 술로 식히고 술로 삭히다 죽을 것 같다. 

 지난 10년동안 제일 잘 한 일이 정규직 직장 얻은 일이라 생각하는데, 업무 때문에 내가 나에게 보낸 메일함을 열어보면 제목이 다 18이다. 내 메일함은 18의 연속이다. 세상에 이렇게 순응하며 늙어간다.

 

 뭐가 어떻게 되든 유순하게 살아야지 생각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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