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생각하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정세를 생각하고
어떻게 살지 잠깐 생각하고
잔쟁과 기후파괴와 멸망이 떠오르고
4월 중순에 30도까지 오른 낮기온과
에어컨이 고장난 내 자동차를 생각하고
나무 사이로 오리온 자리와 북두칠성을 보다가
정북향은 어딘가 생각하고
이런 생각은 왜 하나 생각하다가
오늘 다녀온 결혼식을
결혼은 왜 하나 생각하고
200명이 25명이 되는 0.5의 최저출산율을 왜 걱정하나
또 생각하고
나는 어디있나
나는 어떻게 사나
나는 생각만하나 또 생각하고
생각의 뜻을 생각하는데
나는 어제 생일 케잌에 초 대신 성냥을 꼽았고
사람들이 웃어서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치매유전을 생각했다
생각했다고 하는 나를 생각하니 생각이 생각이 아닌 것 같다
fuck

AND

허기
황사에서 카레 냄새가 난다

인과응보
태어나서 죽는일이 인과응보다

어긋난 사랑
나는 너를 향해 눕는데, 너는 벽을 향해 눕는다

취향
같은 보리를 먹어도 나는 맥주를 마시고 너는 보리차를 마신다

행운
지금 살아있다면 인생의 운을 이미 다 쓴 것이다

떠벌이
그 사람은 안 아픈데가 없어, 주댕이만 빼고 다 아파

무기력
먹기 전엔 배가 고파서 기력이 없고 먹은 후엔 소화시키느라 기력이 없다

동질감
담배 한대 같이 피우면 그때부터 친구다

미국 자본주의
셀프주유소에서 기계가 팁을 요구한다

끝나는 사랑
새끼 손가락 끝 마디만큼 네가 보고싶다

미끼상품
나이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겨우 투 플러스 원 상품을 하나만 살 줄 아는 사람이 됐다

로또 복권
이번주에도 안됐다
내가 안됐다


학교를 파하고 교문 앞 문방구에서 제 몸뚱아리보다 큰 가방을 등에 메고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봄은 온다

공범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즉석밥과 구운 스팸을 먹고 행복하다
나이 50이 가까운 지금,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이 되었다

요통
인생의 전성기보다 먼저 찾아온다

생강나무
쳐다보면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생강나무

욕쟁이
예쁜 걸 보면 시팔소리가 먼저 나온다

운전면허
인생살이가 운전면허 시험처럼 순조로우면 얼마나 좋아


내 복은 내가 삶는다는데 복을 어디다 어떻게 삶나?

비관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나고
전세계 곡물값은 오르기만 하는데
여기 인간들은 왜 이렇게 많이 먹어대고 또 왜 이렇게 밝어?

마흔살
나이 사십이면 세상의 사십프로는 아는 줄 알았더니
그저 마흔살 빈털털이네

암보험 
암에 걸려 죽을래도 90일을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
빈 성냥갑을 쌓다

제임스본드 
콘돔은 갖고 다니나

까마귀
까마귀에서 까를 빼면 마귀

자본주의 
빚더미 위에 쌓아올린 신화

입사지원서
지원동기 : 의식주 해결

허리 디스크
침을 맞으러 가면 착한 사람이 된다

냉장고
있으면 열어보게 된다

겨울
찬공기가 방충방에 걸려있다

인생
광 팔았을 때 말고는 쉬지 않는 것

중년
죽을병에만 안 걸렸어도 성공한 인생이다


졸려죽겠는 꿈을 꿨다
삶과 죽음
인생엔 이 두 가지만 있을까
그런거 같다

출근
아, 하기 싫다

살의
난 별로 더 마시고 싶지 않는데
술도 약한 놈들이 왜 자꾸 더 먹자 하지?


일하고 돌아와서 웃을 수 있는 곳

회개
죄짓고 나한테 고백하지 마라
나도 죄가 많은 인간이다

엄마
엄마만큼 애틋한 것도 없다


삶이 싱그럽지 않은데
봄을 알면 아저씨다

전화
결혼한 친구가 전화를 안 받으면 불화가 있나 생각한다

알콜중독
존재증명을 위해 술을 먹다

직장생활
누가 날 부르는 게 싫다

절정
꽃잎 떨어지기 시작해야
비로서 절정이 온다


막막함을 하소연할 곳을 찾다

대선
누가 대통령이 되건 봄이오기만 한다면 살아갈 뿐이지

신앙
십자가를 안주로 소주를 먹다

목욕
욕조에 따끈한 물을 받아서 미끄러지듯 몸을 담그고 기분좋게 눈 감고 잠들었다가 어느새 식어버린 물 속에서 나도 차갑게 식고 싶다

종이접기
A4 용지를 여덟번 접기 위한 생을 살고 있다

본능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나서
잘 싸면 기분이 좋다

모기
모기한테 피를 나눠준 게 억울한 게 아니라 물린 자리가 가려운 게 싫다


점쟁이 말 한 마디에 인생이 왔다갔다 한다

시간
쪼개면 있고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것

예전
모든 게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예전에 어땠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해빙기
얼었던 강물이 녹아 흐르자 오리들이 신났다

불놀이
다 재가 됐으면 좋겠어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노력
물거품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기대
저버리려고 있는것

기원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걸 보면 우리가 물에서 오긴 왔나보다

지랄
반이거나 풍년이다

식탐
치킨을 먹는데 족발 배달이 왔다
얼마나 더 먹어야 이 생이 끝을 향할까

가족
같이 먹진 않더라도 같은 걸 먹는다

로또복권
샀을 때도 안 샀을 때도 안 맞는것

영수증
건물 바닥을 닦는 바닥 인생을 살아도
물건 시세는 알아야지
그래서 영수증을 본다

셀러브러티
살아서도 팔리고
죽어서도 팔리는
마이클 잭슨 존 레논 체 게바라

혈연
아기들은 다 예쁜 줄 알았더니 조카도 핏줄이라고 다른 아기들보다 더 예쁘네

피곤
오줌에서 캬라멜을 굽는 냄새가 난다

이별
네가 내 곁에 있어도 외로웠는데 네가 없으니 오죽하겠는가


지고 나면 초라하다

여유
두 개의 길 중에 좀 돌아서 늦게 도착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방황
나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 고유의 특성

울다
울어도 소용없는 일에 울다

잔인한 계절
4월 월급을 받으니 사는 게 지겹다

힘들어
힘들어도 망가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힘들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다

결혼생활
각자 자기 거래처를 찾아가는 것

한통속
참외랑 오이가 한통속으로 느껴지다

파도
물에 들어가봐야 왜 파도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후회
술 취해서 여기저기 전화하는 것만 빼면 인생에 후회가 적은 편이다

이름
꽃이 피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 이름들을 알고 싶다

대형마트
약간은 부담스러운 풍요

음주운전
내가 어느 국도 위에 있는지도 모르게 취하다

못난놈
잘난놈만 보면 욕을 하는 나는 못난놈

실수
기가 막힌 실수 = 어이없는 풀레이

자원고갈
조금씩 마음을 갉아 먹은 사랑이 끝나다

좋다
좋다는 말을 듣는게 좋다

일용직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사람

열대야
고양이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어슬렁거린다

베프에게
중2때 너를 만난게 내 업보다

두발 자전거
세상의 균형을 알게된 순간
나는 모든 균형을 잃었다

할인과 적립
할인이나 적립카드 없으면 억울해서 편의점에서 과자라도 하나 사 먹겠나
주인이 나한테 잘해주는 단골 술집이나 가야지

불행
명치에 주삿바늘을 꼽고 내 피로 누군가를 살리는 꿈을 꿨는데, 왜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나?

마음
마음이 마음같으면 마음이 아니지만 마음이 마음같지가 않네


다가올수록 더 보고 싶었다

가을
날씨가 술안주다

야구에 관한 명언
- 야구란 무엇입니까?
- 친구지, 지면 친구가 슬프고, 이기면 나도 기쁘고 신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지.

술에 관한 명언
술 먹고 약속을 하면 안돼

약속에 관한 명언
지키려고 했는데 못 지켰다고 하는 것

열대야
밤 열두시에 물회가 먹고 싶다

식탐
하늘에 흰구름이 소고기 마블링으로 보인다

하나만 먹어
먹기 싫어도 갖다 주면 하나 먹게됨

고생
좋은 날 빼고 다 고생이다

일용직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세계에는 선도 악도 없다

가족주의
아버지 맘대로 하는 거

쓰레기와 사람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직장
월급 외의 무언가를 바라는 곳이 아니다

열정
말술도 가슴속에 열정이 있어야 먹는다

영화
점프컷으로 너에게 다가가 너와 입맞추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롱테이크가 시작된다

어른
파란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주위를 살피는 것


풀들도 다 자기 좋은데서 산다


누구와 마셔도 생 전체가 허망해지는 순간이 온다


처음엔 다 수줍다

계절
계절은 항상 다음 계절을 재촉하는데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반대
반대의 반대말은 관대


내가 먹는 것도 나
안 먹는 것도 나
겨우 하루하루 사는 게 나

배달의 민족
따로 주문한 햄버거 피자 치킨 족발을 같은 사람이 순서대로 배달해 주는 배달의 민족

사기꾼
뭣 때문은 아니라고 하는데 다 뭣 때문인 사람

직장생활
자리에 없는 사람을 씹으며 소주를 삼키고 삶은 고기를 씹는다

담배
안 피우면 허전 피우면 허망

인생
바보같이 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합

이별
불행하지만 않으면 살 수 있다는 당신의 말
나는 당신 때문에 불행하지 않은데
나 때문에 당신이 불행하다면
이별

노력
노력은 왜 경주를 하나

기후 위기
포근한 겨울이 주는 낙관
지구 반대편에는 꺼지지 않는 산불

노화
3일 네 시와 4일 세 시가 헷갈리다


돈이 뭐라고 돈이 생기면 좋다

빨래
아침 여섯시에 꼭 빨래를 하고 싶었는데 온갖 이유들로 빨래를 못했다. 그래서 울고 싶어지는 꿈에서 깼는데, 아침 여섯시길래 빨래를 했다


일찍 피면 일찍 지고 늦게 피면 늦게 진다 헌데 피어보지 못한 것들은 어쩌나


막히면 등을 기대고 쉬어야지

첫사랑
할 말이 많았던 밤이 말없이 지나고
새벽에 조심스레 내뱉은 첫 마디, 잘 잤어요?

이별
SNS 프사에 목을 자르는 것


등을 떠미는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어린것들의 여린색이 뚫고 올라오는 계절

이별
SNS에 강아지 사진만 남기고 다 지우는 것

효도
부모님이 기분 좋게 오케이 하는 것

전산오류
내 오른쪽에 앉은 애는 왼쪽을 못 보고 나는 오른쪽을 못본다

주사(酒邪)
담배는 끊을 수 있어도
오줌은 끊을 수가 없다

구멍
네 생각만 파 먹고 살았는데 왜 내 가슴에 구멍이 났나

눈치
눈치보고 살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보다

달콤한 인생
가을밤 가로등 옆 은행나무 아래서
소주 안주로 사탕을 빨았다

부추꽃
이제 그만 잘라 먹으라고 파랗게 잘렸던 자리마다 하얗게 질린 부추꽃이 피었다

하늘길
빈 하늘이 있기에 구름의 깊이를 알고
구름의 겹을 통해서 하늘길을 본다

이별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셔야 눈물도 술이 되나

시금치 나물
모든 생명은 생명을 먹는다

불의(不意)
산자도 죽은자도 준비되지 않은 죽음 앞에 무방비다

어떤 삶
산 사람은 모두 어떤 삶을 살고 죽은사람은 다 어떤 삶을 살았다

우주가 되는 꿈
내 설사똥을 우주 공간에 둥둥 날려 보내고 싶다

인류
희귀하게 만들어 놓고 희귀종이라고 좋아하는 진짜 희귀종

생일
세상에 안 태어나고 사는 사람도 있나
잔치는 적당히 해라

축구
공은 바쁘지 않다
사람만 바쁠 뿐

봄눈
눈 녹기 시작하고 나서야 어디가 그늘이었는지 안다


예쁘다고 막 건드리면 벌에 쏘이는 수가 있다


반짝반짝 할 땐 철이 없고
철이 들면 깜빡깜빡 한다

발칙한 육하원칙
햇살 시린 겨울 백주대낮에 많은 것이 금지된 공공장소에서 사랑이란 명목으로 너와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고 싶다

몽우리
살아야 사랑도 한다

소녀
길가에 들국화도 피어야 향기가 나는데
너는 피지 않아도 향기가 나는구나

참혹
꽃 진 자리 참혹하다
당신 빈 자리 참혹하다

이유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좋은 이유
당신이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금연
나이 오십에 꿈에서 담배를 피운것을 후회하고
바닥을 치며 일어나 냉수를 마신다

난독증
너를 오독한 줄 알았더니
나를 오독하였다

하지
짧아질 일만 남은 해의 운명
여름은 시작도 못했는데 생이 저문다


가을도 하루만에 오는데
너는 왜

바다
세상 어딘가엔 하류로 갈수록 좁아지는 강도 있겠지만 내가 당신에게 그러하듯이 결국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른다

코감기
콧물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만취
술병을 자빠뜨리다가
내가 나자빠졌다

아내
결혼 말고는 뭘 같이 한 적이 없다

비관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입관
저승가는 길이 그려진 종이를 덮고
가벼운 짐이 되어 무거운 잠을 시작한다

여름
꽃잎이 탄다
어떤 마음이 끝난다


매일밤 각자의 사정들을 전해듣는다
후회가 반복되도 술이란 생명을 끊을 수가 없다

과거
과거를 아름답게 쓰기 위해선 과거가 아름다워야 한다
모든 과거는 치욕이다

연인
세상에서 달아나려던 내 마음의 뒷덜미를 잡아 돌려 세운 사람

외로워
(씨팔, 바람만 스쳐도 울것 같은) 나만 남겨놓고 다 어딜 갔어

격언
대충 입고 대충 먹고 대충 자도 대중없이 대충 살진 말자


여지껏 뭐했어요
생을 살았습니다

비관
인생이란 게 태어나서 이것 저것 먹다가 죽는 것 밖에 없다

베프
사는 게 재미는 있는데
너랑 만나서 술 먹는 것 만큼 마음 편하진 않아

인간
뒤로 걸어도 앞으로 가는 것이 인간
인간은 뒤로 가지 않는다

꽃침
꽃 위에 침을 뱉다
나의 존재 증명은 너

육식
뼈를 잡고 살을 뜯다

gps
전화기만 있으면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지만 네가 옆에 있어도 내 마음이 어디로 그려지는지는 모른다

아내에게
가끔 당신에게 화를 내고 짜증도 부리지만 당신을 만나지 못한 나는 지금보다는 훨씬 변변찮은 사람이었을 거야

첫사랑
조금 일찍 만난 계절

무궁화
반국가 정서만 없다면 무궁화도 참 예쁜 꽃이다

엄마들
장모님은 내가 당신 딸한테 잘 할 거 같아서 나를 허락한 것 같은데 내 색시를 허락한 우리 엄마 마음을 모르겠다

이슬비와 가랑비
아이고 김서방, 얼른 가라고 가랑비가 오네
아니오 장모님, 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오는데요

인생
허기만 남은 삶에
술 몇 잔 마시다보면
떠날 때가 되는 것


나 없인 아무데도 못 가는 주제에
세수하고 남은 물로 날 씻지 마라
누가 뭐래도 내가 니 발이다

인생
삶 - 이렇게 살다가 죽기는 싫은데,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다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는 것
죽음 - 언제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도 아직은 이른 것

설날
비에 젖은 겨울 논을 바라보며 늙은 아비가 늙은 아들을 기다린다

아휴
아휴. 씨팔.
어쩌면 이 한 마디만 남기고 모든 생이 끝나지 않나 생각한다.
아휴. 씨팔

AND

양갈비를 먹다

중국식 양갈비집에서 호주산 양갈비를 먹는다
혼자 중국술이랑 먹는다
사장님은 이런 내가 익숙하고
나만 내가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는데
이런 자본주의에는 온 세상이 평등하다
취하고 나니 씹는 기분만 남는다
고기를 씹고 만두를 씹고 하얀술을 씹는다
머릿속으로 사람들을 씹다가
휴대전화 키보드를 씹고
오타가 난 자음과 모음을 씹는다
끼리끼리 온 사람들은 지들끼리 마시느라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나만 그들을 바라보는 일방적인 관계
알딸딸해지니 부서져 버리는 관계
숯은 벌겋고 만두 접시는 비고
빈꼬치는 쌓이고 술병도 비고
먼저 세상의 끝을 본 친구를 생각하고
다들 각자 살아간다는데
나는 어디를 살고 있는지
c8 c8 c8
한 번도 씹지 않고 누르는 단어
c8 c8 c8

AND

청명

어두워지는 하늘
곧 비가 내린다
온화한 바람이 불면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비가 그치고 나면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AND

엄마
- 귀요미는 엄마 안 보고 싶어?
- 응
- 너는 어째 그러냐?
- 안 보고 싶을수도 있지. 너는 엄마 보고 싶어?
- 아니

질투
- 누군데 그렇게 살갑게 형부라고 부르면서 너한테 전활해?
- 니 동생이다. 내 유일한 처제

환생
- 테일러 스위프트 투어 수익이 5조 5천억이래
- 테일러 스위프트랑 친해지고 싶다 어떻게 해야되지?
- 다시 태어나

방귀
- 귀요미야, 나 이제 잘게. 근데, 방구에서 똥냄새 난다
- 그런말은 굳이 입 밖에 내 뱉지 말아줄래?

 개소리 혹은 독설
- 초코렛 그만 먹고 양치해
- 아까 양치했는데, 이건 다크 초코렛이라 양치 안해도 됨
- 개소리를 정성스럽게도 한다
- 너 지금 나한테 독설을 퍼부었어

 한량
- 정말이지 자유롭게 살고 싶다
- 지금의 널 봐 직장에 다닌다는 것 말고는 한량이잖아

빨래
- 이건 빨래를 해도 얼룩이 남아 있네
- 내가 깨끗하게 돌렸는데 왜 그렇지?
- 그냥 동작 버튼을 눌렀겠지

기후위기
- 요즘 날씨는 우리 치앙마이 갔을때랑 비슷해 그치?
- 응.
- 그러니까 치앙마이 갈 필요가 없어.
- 야. 날씨 땜에 치앙마이 가냐?

직장생활
- 씨팔 내일도 아직 목요일이아
- 내일만 지나면 금요일이야

토요일 오후
- 씻어야겠다. 근데 커피 마시러 가는데도 씻어야 되나? 안 씻은지 오래되긴 했어.
- 좀 씻어. 문명 사회에서 사람들이랑 같이 살아가는데.

샤워
- 나 좀 씻어야 될 거 같아
- 그래, 좀 씻어라

물엿
- 귀요미 몸이 예쁘다
- 근육이 없어 물살이야
- 물녀야? 물녀물녀물녀 물엿 귀요미는 물엿이야?
- 나 물엿 싫어
- 물엿이 왜 싫어 물엿이 없으면 우리나라 반찬가게 다 망해
 쫀득하게 휘감는 물엿같은 사랑 
 망하지 않는 사랑

고생
- 귀요미는 참 곱게 늙어
- 곱게 안 늙을 이유가 없잖아 고생을 안 했으니까

김치볶음밥
퇴근 후 아내가 낮에 먹다 남긴 김치볶음밥을 먹으면서 하는말
- 맛있어. 저녁 안 먹어도 될 거 같아
- 니가 지금 먹는 건 뭔데

사랑은 이기심
- 씨발, 반반치킨 배달갔던 아빠가 죽었데
- 씨발, 이 세상엔 너랑 나 밖에 없어

아침잠
- 몇 시까지 잘거야?
- 일어날때까지

잘까?
- 벌써 12시다. 이제 잘까? 우리?
- 야. 자는 건 각자 자는거야

변화
- 나두 이제 달라질거야
- 제발


- 귀요미야 너는 왜 이렇게 혀를 싫어해
- 야, 침을 싫어하는 거야

야반도주
- 어차피 틀린 거 3억정도 대출 받아서 외국으로 날르자
- 다시는 한국땅을 못 밟아?
- 응
- 정말 너무 좋다

세수
- 일우야 너 근데 왜 세수 안해?
- 내일 할려고

살아있다
- 지후야, 너 심장이 팔딱팔딱 뛴다
- 살아 있으니까

메이드 인 차이나
- 이쁘다. 근데 이거 지나 사람들이 만든거네
- 모든 걸 다 지나 사람들이 만들지

독서
- 아, 못 읽겠다
- 읽지마
- 확 찢어버릴까
- 그러지 마

낮잠
- 그대로 있어. 난 니 발끝에 있을게
- 내 발 끝에 있지 말아줄래?

AND

춘분

오리가 물 위를 낮게 난다
푸두득푸두득 날갯짓 소리
강물이 떨리고 마음은 고요하다
봄바람에 설레지 않는데
강물은 봄처럼 흐른다

AND

경칩

시간이 눈처럼 흐르고
경칩에 폭설이 내린다
겨울 더위에 일찍 깼던 개구리는 얼어 죽고
경칩에 깨려던 개구리는 얼음에 갇혔다
세상사 별일인 듯 하다가도 돌아보면 별일 아니고
사랑도 그러하다
내 사랑은 어디로 흘렀나

AND

직장생활

출근해서 커피를 마신다
좋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좋아
잠깐 동안 자료 정리를 한다
괜찮아
급히 처리할 일이 생긴다
귀찮아
동료가 점심값을 낸다
아싸
상사가 지랄을 한다
꺼져
야근을 한다
싫어
월급을 받는다
에효, 살아야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럴 일은 없다

AND

과일 주스 

과일 주스를 좋아한다 
오렌지 포도 감귤 알로에 
또 뭐가 있지? 
토마토 복숭아 매실 망고 
뭐가 더 있지? 
사과 딸기 키위 블루베리 
파인애플을 빼 먹지 말아야지
두 가지 과일을 섞기도 하고
세 가지를 섞은 ABC 주스도 있다
ABC 주스는 과일 주스인가
비트랑 당근은 과일인가 
내가 모르는 과일로 만든 주스도 있을 것이다 
JUICE는 주스인가 쥬스인가 
조스바는 죠스바가 아니니까 주스도 쥬스는 아닌가 
과일 주스는 과일인가 주스인가 
과일 주스의 대지주는 과일인가 물인가
과일주스를 생각하다가
토마토 주스를 마시면 피를 마시는 것 같아서 좋다고 했던 옛 사랑을 생각한다
과일 주스를 좋아한다        

AND

이래라 저래라

이래라 저래라가 많은 날이 있다
여기 주차하지 말라해서 다른데 차를 세웠더니
거기도 주차하지 마라
방금 담배를 한대 피우고 또 피우려고 했더니
여기서 담배 피우지 마라
여기 들어가지 마라
고기 뒤집지 마라
이거하지 마라 저거하지 마라
운전 똑바로 해라
담배 끊어라
골고루 먹어라
내 돈 내고 타는 택신데 뒷자리를 강요 받고
이래라 저래라
세상에 나와 50년을 살았는데
나이 먹을수록 남의 말 듣기가 싫은데
남들도 악의로 한 말이 아닌걸 아는데
이래라 저래라 이래라 저래라
듣기 싫은 나는
나는 어찌해야 하나

AND

냉면을 먹다

마지막 서울
마지막 백화점
마지막 기차역
마지막 냉면
마지막에 근접한 아버지와
냉면을 먹었다
마지막은 처음으로 이어지고
아버지에게 내 이름을 말할때마다
하얀 도화지에 새로 쓰여지는
나는 아버지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아버지는 그저 나의 아버지
계산을 하며 마음속으로만 마지막이네요, 인사를 남기는
사장은 내 얼굴을 모르지만
나는 사장 얼굴을 아는
단골에 근접한 가게에서
물냉면 곱빼기를 먹으면서
아버지를 부를 때
아버지, 아버지 두 번씩 부르고
두 배로 배가 부르고
두 배로 마음 아팠다

AND

노인

빛 바랜 운동화를 꺽어 신고 장바구니를 든 노인
식빵 두 봉지 새우깡 두부 소주를 사는 노인
바지 주머니에서 꾸깃한 돈을 꺼내 계산을 하는 노인
느릿한 말투로 포인트 적립 번호를 알려주는 노인
말보다 느리게 준비해 온 검은 봉다리에 물건을 담는 노인
약간 구부정하고 얼굴엔 주름이 패인 노인
노인이란 말을 대체할 말이 없는 노인
신발은 한 켤레 뿐인지
식빵 두 몽지를 며칠동안 먹는지
외출용 바지는 단벌인지 지갑은 없는지
포인트는 얼마나 쌓였는지
아픈덴 없는지 같이 사는 사람는 없는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먼데 혼자 사는 내 아버지를 닮은 것 같은.

AND

겨울나기

35번 국도 강릉방향
굽이진 고갯길
얼었다가 녹아 흐르다가
다시 얼고
자동차 한 대가 미끄러지고
사람은 다치지 않고
흙먼지에 섞여
조금 더 녹아 흐르하다
다시 얼고
자동차 한 대가 미끄러지고
고라니 한 마리가 치여 죽고
피와 찢어진 가죽에 섞여
조금 더 더 녹아 흐르다가
다시 얼려다가
얼지 못하고 흘러 내리다가
첫 잎의 향기를 맡고
다시는 얼지 못하고
계속 흘러 내리다가
초등학교 앞
노란 가방을 맨 아이 발자국에
무심히 밟혀 사라지는

AND

천사와 악마

검은 날개의 천사가 라흐마니노프 2번을 친다
흰 건반이 날뛰는 동안 검은 날개가 펄럭인다
붉은 입술의 악마와 푸른 이빨의 천사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입을 맞춘다
입술이 닿았던 자리에서 내가 태어나고
내 날개 한 쌍은 각각 다른 색이다
협주곡 2번이 3번으로 바뀌고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이곳이 악몽은 아니다
이곳은 현실도 아니다
왼쪽 날개를 펼치자 지옥의 방청객들이 고통을 노래한다
오른쪽 날개를 펄럭이자 천사들이 울부짖는다
다들 뭔가를 애원하고 바라지만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음악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끝까지 날아 오른다
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천사인가 악마인가

AND

사랑 - 퇴근
퇴근 후 네가 없는 걸 알면서도 네 이름을 부르면서 집에 들어온다

사랑
내가 취해서 비틀거리며 돌아간 그 곳에 당신이 있있으면​

사랑
40년 넘게 사는 동안 
내 손이 예쁘다고 얘기한 유일한 사람이 당신

사랑​
북극은 바다 남극은 대륙
내가 녹아 너에게 닿는 것

사랑​
당신이 내 인생 최고의 환대

사랑
네가 내 복이고 내가 네 복이지

사랑
네가 뭐라고 날마다 이렇게 애틋하냐

사랑 - 이분법 -
세상의 이분법을 다 곱하면 은하계 끝에 닿고도 넘칠텐데
그 중에 나는 당신의 애인

사랑
혼자서 폭식을 할 때도 너를 생각한다

사랑 - 걱정
날 걱정해 주는게 너라서 좋다

사랑 - 연결
영원히 답이 오지 않아도 모든 순간에 연결돼 있다. 너와 나.

사랑 - 별 -
너라는 별의 이름을 알면
내가 그 이름이 될텐데

사랑 - 사진사 -
너를 카메라에 담는 게 내 일이다

사랑
누군가 나를 안아 줄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게 너였으면

사랑
내 엄지 발가락의 궂은살로 너를 긇어 줄까?
내 짓궂은 삶이 떨어져 나가도록

사랑
너는 나의 마지막 이름

사랑 - 물거품 -
너를 사랑하는 것 말고도 내 머릿속엔 몇 가지 생각이 있는데
너를 너무 사랑해서 다 물거품이다

사랑
너는 나의 프랙탈 반복되는 너를 설명할 수 없다

사랑
영업시간 이후에도 너랑 한 잔 더 마시고 싶다

사랑
나비 두 마리가 꽃 위에서 춤을 추다

사랑
영업시간 이후에도 너랑 한 잔 더 마시고 싶다

사랑
내 손으로 네 발을 감싸줄게

사랑
너는 나의 존재증명

사랑
너는 나의 생활

사랑
연애란 게 끝나는 순간이 있는데 우리에겐 그게 없다

사랑
구름이 있어야 파란 하늘이 더 푸르게 반짝이듯이 당신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사랑
기억할 수 있을 때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를 하다

사랑
전화는 먼저 하는 사람에게 용건이 있으니
나는 당신에게 무슨 용건이 있을까?

사랑
두 개의 담배를 연달아 피우면서 너를 생각하다

사랑
사랑인가 늘 생각하지만
당신이 곤히 잠든 모습을 들여다보고
안심해서 잠드는 일이 사랑이다

사랑
나도 날 걱정하지 않는 이 세상에
날 걱정하는 사람이 너 뿐인 것

사랑
모든것을 기억할 수 없으니
당신의 한 때라도 기억하려고 한다

사랑 -조건
세상 어딘가엔 있다
나를 조건없이 좋아해 줄 사람이

사랑 - 이유 -
새출발이 필요하다고 하면 마누라라도 놓아주는 것

사랑
전세계에서 우리 둘만 아는거

신년
누군가에게 어떤 마음을 먹은채 한해가 가고
그 마음 그대로 새해가 온다

사랑
삶에서 사랑을 빼면 앎이 되는지도 모른다

사랑
바이칼호 1642미터 밑바닥에 앉아서 물 위에 숨쉬고 있을 너를 생각하다가 죽고 싶다

사랑
잠든 당신 배 위에 살며시 손등을 얹으면
온 세상이 그저 우리로만 통하는 일

사랑
나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너에게 돌아오긴 할거다

사랑
세상 일이 다 바보 같을 때
거기에 한 마디 더 덧붙혀도 되지만
네 생각을 하는 일

사랑
나이 40줄에 아내에게 잠투정하다

사랑
아무데도 기록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어딘가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아 있는 것

사랑
99렙을 찍고도 끝나지 않는 모험의 세계

사랑?
항상 사랑하고
너는 내 마음을 모르는 게 좋다

사랑
우연을 인연이라 하고 인연에 의지를 더해 불가피(不可避)가 되는 것

베스트
네가 세상 베스트

사랑
아내가 기운 내라고 했다
고마워서 기운이났다

사랑?
너에게 매몰되었다

사랑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영역이다

사랑
당신이 내 생에 유일한 낙관이다

사랑
내 믿음이 어딘가로 방향을 바꾼다면 당신을 향했으면 좋겠다

사랑
당신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게 내 생활이다

사랑
해무가 바다를 애무하듯
당신 발바닥에 담배 연기를 내뿜고 싶어

사랑
사랑은 다른 말로도 사랑
몹쓸 이율배반

사랑
결정적인 순간에 뒤로 물러서지 않는 일

사랑
스물 네 시간 일 초라도
더 보고 싶다

사랑
너에게만 병적으로 파고드는 일

사랑
사랑이란 두 글자를 더 이상 적지 않는다고 멈추지 않는다

사랑
나이 오십에도 투정이 느는 일

사랑
당신이 살아있어 줘서 고마운 거

사랑
물음표가 없는 두 글자

사랑
니 안에서 내 손이 불타고 있어

사랑
언제나 지금이 더 좋다

사랑
어떤 말로 표현하든
아니, 말로 표현 못하더라도
너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좋다

사랑
사랑해. 문자를 보내자
사랑해! ^^ 답장이 오고
하루종일 그 메세지만 들여다보는 일

사랑
분명, 네가 나는 아닌데
그렇다고, 네가 너도 아닌 것
우리가 남이 아닌 일

사랑
이상하게도
만취해서 잠들기 전 같이
제정신이 아닌 순간엔
항상 네가 떠오르는 일

사랑
감기에 걸린 전화기 너머의 네 목소리도 하루의 위로가 되는 일

이기심
감기에 걸린 전화기 너머의 네 목소리에 그저 내 삶의 위로만 받는 일

사랑 - 생각
나한텐 너 밖에 없다는 생각의 반복으로 산다

AND

가을은 무슨

무심히 찾아온 가을이 속도를 붙인다
외로움에 가속도가 붙는다
춥다. 점점 더,
느티나무 이파리 떨어지는 모습을 보다가
누군가 나를 봐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가을은 무슨 색입니까, 묻던 당신에게 이제는 답할 수 있다
가을은 당신이 나를 봐주길 바라는 색이다
노란색도 붉은색도 아니고
당신 생각에 잠기는 색이다
가을은
겨울로 가는 색깔
당신이 더 그리워지는 색깔
사랑을 묻지 않으면 떠올리지 않는 색깔
끝난 사랑을 되돌릴 수 없는 색깔

AND

연태 고량주

혼자서 연태 고량주는 먹는 밤
가게엔 양꼬치 집 사장님과 나 뿐
대화는
오늘은 왜 혼자왔어요, 와
양갈비 두 개 주세요, 뿐
혼자와서 두 사람 치를 먹는 게 서럽진 않다
이 집에서는 후식으로 물만두도 먹어야 한다
파인애플 향이 식도를 파고든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사탕수수 향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술은 수수로 만든다
사실 자세히 모른다
모든 일의 유래를 몰라도 그냥 사는 게 삶이다
인간이 돌도끼를 던질때부터 그랬을거라고 위안 삼는다
유래도 모르지만 투명한 술병이 예뻐서 그냥 먹는다
소 중 대 중에 중자 병이 예쁘다
예쁜걸 좋아하는 것도 원래 그런 일이다
연태땅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른다
간도, 연해주가 어딘지 모르는 것과 같다
혼자 마셔도 술병이 빈다
술의 순리가 살아가는 순리
갈비를 뜯을 때 물만두를 시키고
이것도 살아가는 순리
그냥 마시자
한 병 더 마시자
아무말 없이
아무말 없이




AND

가난한 사랑

출퇴근 길 지하철 신길역 연결 통로 꽃집을 지나면 꽃이 예뻐서 사고 싶고
너에게 꽃을 건네주는 상상을 해보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사고 고개 숙인 채 꽃다발과 눈만 마주친다

AND

겨울, 별

35번 국도, 강릉에서 부산까지
삽당령, 해발 680미터
동지, 오후 네 시에 찾아온 어둠
물은 아랫 마을로 별은 하늘 너머로
고개를 들어 별을 본다
겨울엔 별이 많다
겨울 별은 시리도록 밝다
나란히 박힌 세 개의 별과
그 마지막 별 아래 두 개의 별
그 다섯별을 둘러싼 다섯 개의 별
그 주위에 무수히 많은 별별별
그 사이에 보에지 않는 별별별
이미 이름이 있겠지만 나의 이름은 아니므로
당신의 무언가를 따와서 이름을 새로 붙여주고 싶은
별들, 혹은 별자리
그렇게 내 이름도
우리가 언젠가 함께 보았던 별의 이름으로
당신 마음에 남기를
모든 이름이 별의 이름으로 기억되기를


AND

쿠키

쌔빨간 쨈이 올라 앉은 쿠키
외국 과자
당신이 좋아하는
외국 과자
외국 물건을 편의점에서
편의란 말보다 편하게 사는 세상
그 쿠키, 빨갛단 말보다 더 쉬운
담배 이름, 말보로 레드
외국 담배
내가 좋아하는
외국 담배
따르뗄레떼스 스트로베리
불어든 스페인어든 어쨋든 결과는스트로베리
딸기맛 쿠기
쌔빨간 쨈이 올라 앉은
그 쿠키
당신 입술 같은
혹은 내 입술 같은
싸구려 담배 맛이 나는
쌔빨간 딸기쨈 맛이 나는
그 쿠키
그리고 키스

AND

평범

유튜브로 베토벤 교향곡을 번호 순서대로 들으며
아내와 나란히 앉아서 주말을 보내고
어떤날은 퇴근 후 친구와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좋은 기분을 이어서 노래방에 가거나 길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가끔은 아내의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고
더 가끔은 아내의 가족들과 밥을 먹고
엄마 생일에는 가족들이 모이고
그 중에 아픈 사람이 없고
조카들은 점점 커가고
아내가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고
월요일엔 출근하기 싫지만 회사를 그만두진 않고
회사에선 아무일도 없고
자동차 사고가 나도 사람은 다치지 않고
울적한 날은 바다에 가기도 하고
토요일 아침엔 단골 커피숍에서 커피 두 잔을
일요일 오후엔 또 다른 단골 커피숍에서 커피 두 잔을 마시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세상에 욕 한 번 하고나면 괜찮아지고
집은 없지만 빚도 없고
아이가 없지만 좋은점도 있고
더우면 에어컨을 추우면 보일러를 켤 수 있고
언젠가 복권에 당첨되리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고
주식에서 돈이 까였지만 누구처럼 50%씩 손해를 보지는 않고
모든 것을 잊은 아버지는 아직 내 얼굴과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나를 기억하는 아버지가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하고
가끔은 고맙다고 하고 또 가끔은 미안하다고 하고
주말에 만날거라고 방금 말했는데
언제 오냐고 또 묻고 또 묻고 또 묻고
종종 보고 싶다는 진심을 말하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데 혼자서 살고 있는 아버지 생각에
날 만날때마다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아버지 생각에
매일매일 마음이 무거운,
평범 

AND

낙엽


바람 불면 떨어지고
...
떨어지고
...
떨어지고
...
가지 끝에 한 잎은
...
어쩌라고
...
어쩌라고
...
바람 불면 흩날리고
...
흩날리고
...
흩날리고
...
가지만 남은 나무는
...
어쩌라고
...
어쩌라고
...

AND

가을엔 벤치

가을엔 벤치다
볕이 잘 드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애인이나 친구를 기다린다고 해도 좋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좋다
걷는 사람도 뛰는 사람도 자전거를 탄 사람도 있다
아장아장 손녀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있다
손녀가 할아버지 손을 놓고 조금 뛰어간다
이내 뒤돌아 할아버지에게 달려와 안긴다
할아버지 얼굴 주름 사이사이로 풍만한 만족감이 넘친다
내 얼굴에도 기분좋은 미소가 흐른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누군가 봤다면 얼굴 좋다고 했을거란 걸 안다
벤치에 앉아서 내게 오지 않을 미래를 본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도
가을 벤치에 앉아서
저녁이 오는 걸 무심히 바라본다

AND

그 사람

바닷가에서 실종된 공군 부사관
낚시를 하러 나갔는데 연락이 없어 신고한 그의 아내
방파제 주변으로 드론이 날아 다니고
경찰옷을 입은 사람과 군인옷을 입은 사람들이 회의를 한다
실종 이틀 째, 6일짜리 연휴의 마지막 날
테트라포트 사이에서 죽은 몸뚱이를 건져 올리고
앰뷸런스와 소방관들이 다녀가고
경찰옷과 군인옷의 회의에 사복을 입은 사람들도 더해졌다
웅성거리는 곳의 반대편, 방파제 끝에서 한 사람이 낚시를 한다
소란은 점점 커지는데, 짜장면 배달 오토바이가 방파제 끝에 다녀온다
남들 다 쉴 때 쉬지 못해서 연휴 마지막 날에라도 마음 편하게 쉬고 싶었던 그 사람
방파제 끝에서 낚시가 하고 싶었던 그 사람
퉁퉁 불은 짜장면을 먹으며 행복했을 그 사람
짜장면 한 그릇은 시켜 먹을 여유는 있지만
실종자 소식을 알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는 삶을 사는 그 사람
사건 현장 주변의 사람들이 다 욕을 했지만
욕먹을 만큼 나쁜 삶을 살지는 않은 그 사람
테트라포트 위에서 실족 후 추락해도 신고해 줄 사람 하나 없는 그 사람

AND

추분

흰 구름에 하늘에서 빌린 가을 빛이 묻어 있다
한낮의 천변엔 사람들이 물빛처럼 반짝거린다
세월이 잔뜩 묻은 담벼락 너머로 탱자가 누렇게 익었다
점프,
굳이 하나 따내려다 가시에 찔렸다
아야, 피
흔들린 가지에서 열매 몇 개가 후두둑 떨어진다
손 끝에 피를 빨아 먹고 탱자를 줍는다
몹쓸 쓸모에도 기분은 화사한
머릿속이 파란 하늘로 가득찬 가을날


AND

아끼는 마음

바깥은 더우니까 지하철에서 시간을 끈다는 노인들 마음이
어릴적 오락실에서 동전 넣은 거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게임기 앞에 있으려던 내 마음과 닮았다
느니타무 무료급식소에서 서로 먼저 먹겠다고 시비가 붙어 한쪽이 피를 보고야 마는 일이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이미 배가 부른데도 고기한 접시 더 가져와 구워먹는 일과 닮았다
잔칫집 뷔페에서 미리 준비해 간 비닐에 떡을 싸오는 일
사무실 믹스커피를 집에 가져와서 먹는 일
술 먹고 밤늦게 회사로 돌아와서 초과근무를 찍는 일
아내가 양념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도 할인을 할 때만 포장해서 사다주는 일
문 닫을 시간에 마트에 가서 49프로 할인하는 족발을 살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일
단골 분식집 사장님이 김말이 튀김 하나 더 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일
내가 술값 내려 했는데 친구가 술값 내주면 두고두고 고마운 일
가엾고 안타깝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아끼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다

AND

사장님

대리운전 기사분들은 처음 보는 나한테 왜 사장님이라고 하나
나 기분 좋으라 그러나
사장 소리 들어도 기분이 좋진 않다
집주인은 세들어 사는 나한테 왜 사장님이라고 하나
본인이 사장님 소리 듣고 싶어서 그러나
주인님이라 불러주면 좋이할까
누구나 다 사장님이 되는 곳
fucking 사장님, 소리 듣고 싶은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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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다른 누군가를 만났어도
적당히 사랑이라 부르며 살았겠지만
그게 누구든 어떤 사랑이든
당신 만큼은 아니었을거야

-> 오랜만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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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냄새


여름이 끝나가는 퇴근길
묵지근한 공기에 섞여
차 안으로 들어오는 소똥 냄새
길 양쪽으로 우사라고 부르는 소 사육장
소똥과 메탄가스를 생각하고
명절에는 한 번씩 먹게 되는 소고기를 생각하고
8월이 끝나도록 불같이 뜨거운 날씨와
9월 추석에 먹을 소고기 중에
어느쪽이 내 삶에 더 깊은 관계가 있나
결론이 없는 자주 하는 생각
소똥 냄새가 사라지기 전에

- 유기견 울부짖는 소리 못 살겠다 -
- 개보다 사람이 먼저다. -
- 유기견장 확대 결사반대 -

동물사랑센터 확대 반대 현수막을 지나고
소는 되고 개는 안되나
소는 똥을 싸도 청정지역이고
개가 짖기만 해도 물이 더러워지나
머리 끝까지 차오른 욕을 소똥 냄새 가득찬 차안에 내뱉는다
소는 고기가 되기 전까지 똥을 싸고
주인이 버린 개는 안락사 당하기 전까지 짖고
인간만은 뭘 해도 되는 세상에
나는 내일 출근길에도 이곳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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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후에

불어난 강물
흐린 하늘
포크레인과 백로
운동기구에 매달린 아주머니들
강아지를 데리고 징검다리 앞에 놀러나온 소년과 소녀
개도 깡총 사람도 깡총
반대 방향으로 엇갈리는 노인의 자전거와 아이의 자전거
다시 비가 내리고
돌다리 위로 빠르게 흐르는 강물
물살의 반대쪽으로 부는 바람
몸도 마음도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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