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해가 길어졌다
다시 시작하자고
웅크렸던 마음이 말캉말캉 늘어진다
구구소한도를 생각하다가
구구 팔십일일의 기다림을 헤아려본다
소한 추위는 옛말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무렵에 길에서 얼어죽는다
매화가 핀다는 절기는 따로 없지만 누누가 꽃이피면 봄인 걸 안다
봄이 와도 여전히 사람들이 길에서 죽는다
고무줄이나 풍선껌처럼 늘어났다가
너무 좋거나 너무 싫어서 끊어지는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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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새해 달력을 받으러 조계사로 간다는 장모님
210킬로미터 떨어져 사는 엄마가 보내준 닭개장
연말에 이사 간다고 돈을 보내준 장인어른
장인어른에게 생일 축하 전화를 한 아내
한 시간을 랩 하듯이 혼자서 말하는 치매 아버지
아버지가 아들이란 걸 못 알아본 전화기 너머의 동생
지는 해를 정면으로 보고 걸으며
구름과 하늘과 빛의 경계를 생각하는 나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은 다채롭고
만두집 앞 높게 쌓은 찜통에서 나는 연기가 쓸쓸하지만은 않은 계절
해 떨어지고 걸어서 도착한 단골집에서
커피 첫 모금을 마시고 한숨을 크게 쉬는
건물주
복권에 당첨되면 건물주가 되야지
지방 소도시에 싸게 매물로 나온
오래되고 허름한 모텔 건물을 하나 사야지
2층에서 5층까지
날마다 방을 바꿔가며 당신과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201호의 사랑에서 506호의 사랑까지
방 번호마다 각기 다른 사랑의 이름을 붙여야지
당신 이름과 내 이름으로 시작해서
사랑의 마지막 이름은 <기쁜 우리 젊은날>로 해야지
건물을 사고 팔고 반복하면서 다음 건물로 다음 건물로
온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지
사랑으로 세상이 터질때까지 사랑을 해야지
악몽 8
주위는 온통 산이다
태양이 지나가기도 전에 해가졌다
배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어둑어둑,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배들은 어디서 왔나
나는 계단위에 있고
계단 끝에 그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디서 왔나
계단은 어디서 왔나
악역이 등장하고
나는 그에게 쫒기지는 않는다
그와 몇 마디 나누다가
함께 목이 터져라 오자키 유타카의 노래를 부른다
오 마이 리틀 걸 곤나니모 아이시떼루
남의 나라 노래 가사를 아는게 신기하다
30억을 훔친 돈가방을 잃어버린 걸 알았다
아내랑 엄마,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꿈속을 계속 들락날락한다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선지 해장국을 먹다
소주 한 병을 채 안 마시는 밤이 있다
겨울밤 해장국 집에 혼자 앉아서
선지를 뒤적거리면서
피의 근원 같은 걸 생각하는데
계엄령을 내린 대통령 맘은 알겠어도
그 악당을 지지하든 안하든
요즘 젊은이들 마음은 도통 모르겠는
얼어붙었던 발가락이 대충은 녹은듯하고
국밥에서 올라오는 김이 문득 역하게 느껴져서
끝내 한 잔을 남기고 깍두기만 씹는
그러다가 혀를 씹는
결국 피맛을 느끼는
동지
세상 가장 어두운 날
우리가 스스로 빛이 되어
길어지는 해를 쫒아갈 수 있을까
지난한 반복을 무구하게 견딜 수 있을까
그래야만 한다면 그래야만 한다
대설
소설주의보는 없지만
대설주의보는 있다
오늘 대설주의보는 내리지 않았지만
절기에 맞춰 눈이 내린다
35번 국도 위
눈을 치우는 차 뒤에 바짝 붙었다
소금이 튀고 눈가루가 튄다
하얗게 태어나 새까맣게 변하는 존재들
세상은 결코 새하얗게 끝나지 않는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사는 중에
뜻하지 않게 자유민주주의를 생각해 보게 된 겨울
무겁게 내리는 눈 바라보며
내 마음에 무거운 주의보가 내린다
유전
아버지를 만났지
매주 만난다
지난주에 아버지는 내가 본인 동생인 줄 알았다
오늘은 아들이라고 했다
그걸 들은 요양 보호사 선생님이
오늘은 아들이라고 하네요, 말했다
나는 그 얘길 들어도 슬프지 않다
아버지도 슬프지 않다
아버지는 아픈건가? 아님 죽은건가?
할아버지도 죽기 전엔 아버지를 몰라봤다
나도 나중엔 아무도 몰라볼까?
술을 아무리 마셔도 비틀거린적 없다는 할아버지와
내 기억속에 취해서 비틀거린 모습 뿐인 아버지와
빨리 많이 마시고 멀쩡해 보이지만 빨리 취하는 나
핏줄이 이리 무섭다
나중엔 나도 아무도 몰라볼 것 같다
할아버지 저고리 단추는 할머니가 채워줬고
아버지 겉옷 지퍼는 내가 채워주는데
낡은 나를 챙겨줄 내 사랑은 어디에 있나
소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도
서로 등을 돌렸던 날도
눈이 내렸다
가장 따뜻했던 겨울과
가장 시린 겨울이
같은 선상에 있다
입동이 지났어도 겨울은 아니다
첫눈이 오기까지는 겨울이 아니다
해마다 절기에 맞춰 눈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
세상에 더 가질 것 없이 눈이 내린다
발 아래 싸박싸박 무언가 쌓인다
행복을 추구했던 것은 아니고
지금이 불행한 것도 아니다
생에 좋았던 날은 며칠 뿐이었다
신의 산
아버지는 '신의 산'이란 책을 들고 있었지
우리는 그 책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현실에서의 모든 대화를 합친 것보다 더 깊은 얘기를
꿈 속에서,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로 '신의 산'이란 소설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산은 신의 영역이었고
산의 신은 매시간 매분 매초마다
아버지의 모든 기억을 먹어 치운다
아버지는 산골에서 태어났고
나는 산에서 일하는 사람이 됐다
나는 모든 산은 신의 산이라는 걸 안다
길에서 태어난 사람은 길로
바다에서 태어난 사람은 바다로
산에서 태어난 사람은 산으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신이 되어 산으로 가는 중이다
사고
차에 치인 고양이 내장을 파 먹는
까마귀를 향해 악쎌레다를 밟았다
죽은 고양이는 나랑 알던 사이다
까마귀는 날아올라 충돌을 피했다
고양이는 소리 없이 죽고
까마귀는 까악 소리를 지르고 살았다
죄도 없이 죽고 살고 한다
자동차는 가드레일을 들이 받았다
쿵 소리를 내고 시동이 꺼졌고
나는 소리도 없이 살았다
입동
냄새도 소리도 색깔도 없이 온다
겨울은
하루 아침 찬바람에,
사람들은 군고구마, 붕어빵, 오뎅을 먹는다
먹고 사는 일에는 냄새도 소리도 색깔도 있다
산에는 빈 나무만 남고
나뭇가지에는 나뭇가지만 남아도
뱃속엔 따뜻함이
가슴 한켠엔 지나간 것들에 대한 온기가 있는
볶음밥을 먹다
볶음밥을 먹는다
파기름을 내고
계란을 두 개 깨고
식은밥에 간장을 한 숟가락
설탕 소금 후추를 넣고 볶았다
하늘이 점점 더 흐려지고
강풍주의보가 내린 일요일 오후
아직 밥 때는 아닌데
배가 고프다는 아내랑 볶음밥을 먹는다
가끔 서로를 바라보면서 말 없이 먹는다
집안과 아내, 밥의 온기가 뒤섞였다
세상의 모든 행복이 지금 이 공간에 있다
이 볶음밥은 파 볶음밥인가 달걀 볶음밥인가
아니면 간장 볶음밥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볶음밥을 먹고
주인공이 그 길로 죽으러 간 소설의 제목이 뭐였더라
나는 죽으러 갈 곳이 없고
자고 일어나면 출근할 곳이 있고
거기가 내 자리라는 걸 안다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째선지 울컥한다
먹는 것은 살겠다는 것이니까
살아야지 살아야지 속으로 반복하면서
좀 짜지않아, 묻고
맛있다는 얘기를 한 번 더 듣는다
상강
바람이 서걱서걱 분다
빈 나뭇가지가 덜렁댄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부고를 매일매일 듣는다
얼마전
그 중에 당신 소식이 있었다
북서쪽 산 정상으로 향하는 출근 길
라디오에선 이 계절에 어울린다며
30년 전 이별노래가 흘러나오고
운전대를 잡은 반대편 손에서 피워내는 담배 연기
차창을 열자 바로 흩어지는
온전한 공간에서 혼자서 맞이하는 죽음을 생각해 보는
한로
은행을 밟았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르고 차갑다
공구상들이 늘어선 골목은 평화롭다
국수집, 와플가게, 이불집을 차례대로 지난다
그 순서에 질서가 있다
사람들은 무뚝뚝 부지런히 길을 걷고
교차로 위의 자동차들은 서두르는 듯 보인다
나는 잠깐 멈추어 선다
모든 것이 조화롭다
그것이 시간의 뜻이다
삶이 이루어낸 것들이 차갑게 식는 계절이다
오늘은 차가운 술을 마셔야지
뱃속에서부터 뜨겁게 울어야지
추분
이 무렵엔 마음이 절반으로 꺾인다
너에 대한 마음이 삶에 대한 마음이다
태양일 절반으로 꺾였으니
나는 너를 두배 더 사랑해야지
너를 두 번 안고 두 번 입맞추고
두배로 충만함을 느끼고
두배속으로 끝난 사랑이 두배로 허무하더라도
두배의 속도로 희망을 살고
무너져버린 계절을 견디고 봄을 기다려야지
백로
이슬이 내리지 않는 백로
푸른 하늘 대신 쨍한 하늘의 백로
남대천 한복판 돌 섬
늘 가마우지 두 마리가 있던 자리에
백로 한 마리가 고고하게 서 있다
나는 강변에 앉아서 그 모습을 본다
새도 앉는 법을 아나
강가엔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많고
퇴근 하는 사람, 장 바구니를 든 사람이 섞여 있다
사상 최고의 가을 더위에도
사람들 사이엔 평범한 일상이 흘러가는
십오분
먹자 골목에서
십오분 째 너를 기다리고
십오분은 칠천 오백원이다
짜장면 4500원이라 붙여놓은 중국집 앞에서
약속하지 않은 너를 십오분 더 기다리고
이 자리에서 돌아서려고 한다
삼십분은 삼만원일 수도 삼십만원일 수도 있지만
뒤에 자투리가 붙지 않는다
다들 얼마짜리 기다림을 사는지
만나고 나면 기다림은 제 값을 다 한건지
칠천 오백원짜리 국밥 같은 기다림을 한 번 더
오백원으로 끝나는 기다림을 생각하면서 한 번 더
한 번만 더
계란
계란이 깨졌다
24시간 콩나물 국밥 집에서
내 몫의 콩나물 국밥 뚝배기 옆에
아직 술이 덜깬 오전 7시
하나 더 달란 말은 차마 할 수가 없고
노른자만 숟가락과 손가락으로 건져서 국밥 그릇에 옮겼다
흰자의 끈적함이 테이블 바닥에서 뚝배기까지 흔적을 남겼다
노른자는 익어갈 것이다
나는 끝내 내 몫은 챙겼다
대체 나는 무엇을 살렸나
계란 = 달걀
계란 닭의알 닭알 달걀
계란찜은 계란찜인데
계란찜은 달걀찜인가
계란 후라이냐 달걀 후라이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처서
초복 중복 말복
소서 대서 처서
공기중에 마지막 더위가 머문다
마지막 매미가 울고
마지막 모기가 달려든다
마지막을 향하는 것은 다 서툴고 서글퍼 서럽다
나를 취하게 하는 취꽃이 피고
하늘하늘 바람이 부니
서러운 일 같은 건
금방 다 잊게 되는
入秋
여름이 가라고 매미가 우나 아직 귀뚜라미는 보지 못했는데, 벼가 익으라고 이렇게 덥나 벼 이삭은 이제 막 패려고 하는데, 찬바람은 언제 불려나 낙엽 떨어지는 소리 듣고 싶은데, 모든 계절의 입구에는 지나간 계절의 끝이 있는데, 뜨겁게 지나간 사랑의 끝에는 타버린 폐허만 남았다
생간을 먹다
엄마 돌아가시고 세 달
자꾸 생간이 먹고 싶다
엄마랑 추억 중에 간과 관련된 건 없는데도 그렇다
핏줄이 끊어져 피맛이 당기는 것인가 생각하며
소 간을 먹는다
단지 엄마 핑계로 술 한 잔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물컹한 간 한접시와 소주 한 병이
물렁한 마음에 스며들고
소를 잡을 때 소가 운다던데
나는 울었던 소를 먹으면서 운다
엄마 한 번 생각하고
소주 두 잔 먹고
소주 한 잔에 간 두 점씩 먹는다
두 배로 슬퍼지고 네 배로 운다
사랑
한 줄로 부르기 아까워
두 줄로 당신을 부르겠소
당
신
한 줄로는 아쉬워
두 줄로 사랑을 쓰겠소
사
랑
앞 뒤로 글짜를 더해 보았소
당신
당신
사랑
사랑
세 줄짜리 당신이 있다면 세 줄로
백 줄짜리 사랑이 있다면 모든 페이지의 끝까지
당신을 사랑하겠소
네잎 클로버
바닥을 들여다 보다가
네잎 클로버를 보고
조심스레 수확했다
그대로 두면 금방 마를 것을 알지만
일단은 손에 쥐고 있다
네잎클로버가 발생할 확률은 오천 분의 일
이 숫자는 공신력이 있나?
이 숫자를 알아낸 사람은 누구인가?
이 숫자는 수학인가 과학인가?
둘 중에 누가 먼저고 어느쪽이 더 행운인가?
복권에 당첨되야만 행운은 아니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오천 분의 일의 오십만 배 정도 된다
오 천 분의 일짜리 행운을 어디다 쓸까
길을 가다 돈이라도 줍나?
누군가 나를 칭찬해 주나?
나머지 사천 구백 구십 구개의 행복은 다 어디에 있나
클로버를 쥐었던 손에 힘을 뺐다
대서
역사상 최고를 갱신하는 더위를 생각한다
지날 달에도
지지난 달에도
이번 달에도
다음 달에도
다다음 달에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더워서 못살겠다는 사람들도
아직까지는 살고 싶다
복날이면 삼계탕 같은 걸 먹기도 하면서
나도 그러하다
중년 - 생일
오늘로 16791일째를 살고 있습니다
자는 일로 5500일 정도를
먹는 일로 700일 정도를 보냈습니다
기억하기에
기분좋았던 시간은 100일 정도
슬퍼서 울었던 시간은 단 하루 정도입니다
눈물이 너무 짠가 싶기도 하지만
대체로 웃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소서
장맛비가 내리는 소서
시작도 하지 못한 더위
마음속에 방울방울 빗방울
시작도 하지 못한 사랑사랑
살아 있으니 시작은 했나?
죽어도 시작하지 못할 사랑
마음속에 살랑살랑 외사랑외사랑
장맛비가 멈추지 않는 날들
내 마음이 멈추지 않는 날들
시간
들여다보면 느리게 간다
위로
엄마가 점 보고 와서 내년에 좋다고 하니 기분이 좋다
집착
내 혀로 네 몸에 내 이름을 쓰겠다
배출
똥 싸면서 코를 풀다
허기
황사에서 카레 냄새가 난다
인과응보
태어나서 죽는일이 인과응보다
어긋난 사랑
나는 너를 향해 눕는데, 너는 벽을 향해 눕는다
취향
같은 보리를 먹어도 나는 맥주를 마시고 너는 보리차를 마신다
행운
지금 살아있다면 인생의 운을 이미 다 쓴 것이다
떠벌이
그 사람은 안 아픈데가 없어, 주댕이만 빼고 다 아파
무기력
먹기 전엔 배가 고파서 기력이 없고 먹은 후엔 소화시키느라 기력이 없다
동질감
담배 한대 같이 피우면 그때부터 친구다
미국 자본주의
셀프주유소에서 기계가 팁을 요구한다
끝나는 사랑
새끼 손가락 끝 마디만큼 네가 보고싶다
미끼상품
나이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겨우 투 플러스 원 상품을 하나만 살 줄 아는 사람이 됐다
로또 복권
이번주에도 안됐다
내가 안됐다
봄
학교를 파하고 교문 앞 문방구에서 제 몸뚱아리보다 큰 가방을 등에 메고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봄은 온다
공범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즉석밥과 구운 스팸을 먹고 행복하다
나이 50이 가까운 지금,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이 되었다
요통
인생의 전성기보다 먼저 찾아온다
생강나무
쳐다보면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생강나무
욕쟁이
예쁜 걸 보면 시팔소리가 먼저 나온다
운전면허
인생살이가 운전면허 시험처럼 순조로우면 얼마나 좋아
복
내 복은 내가 삶는다는데 복을 어디다 어떻게 삶나?
비관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나고
전세계 곡물값은 오르기만 하는데
여기 인간들은 왜 이렇게 많이 먹어대고 또 왜 이렇게 밝어?
마흔살
나이 사십이면 세상의 사십프로는 아는 줄 알았더니
그저 마흔살 빈털털이네
암보험
암에 걸려 죽을래도 90일을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
빈 성냥갑을 쌓다
제임스본드
콘돔은 갖고 다니나
까마귀
까마귀에서 까를 빼면 마귀
자본주의
빚더미 위에 쌓아올린 신화
입사지원서
지원동기 : 의식주 해결
허리 디스크
침을 맞으러 가면 착한 사람이 된다
냉장고
있으면 열어보게 된다
겨울
찬공기가 방충방에 걸려있다
인생
광 팔았을 때 말고는 쉬지 않는 것
중년
죽을병에만 안 걸렸어도 성공한 인생이다
꿈
졸려죽겠는 꿈을 꿨다
삶과 죽음
인생엔 이 두 가지만 있을까
그런거 같다
출근
아, 하기 싫다
살의
난 별로 더 마시고 싶지 않는데
술도 약한 놈들이 왜 자꾸 더 먹자 하지?
집
일하고 돌아와서 웃을 수 있는 곳
회개
죄짓고 나한테 고백하지 마라
나도 죄가 많은 인간이다
엄마
엄마만큼 애틋한 것도 없다
봄
삶이 싱그럽지 않은데
봄을 알면 아저씨다
전화
결혼한 친구가 전화를 안 받으면 불화가 있나 생각한다
알콜중독
존재증명을 위해 술을 먹다
직장생활
누가 날 부르는 게 싫다
절정
꽃잎 떨어지기 시작해야
비로서 절정이 온다
술
막막함을 하소연할 곳을 찾다
대선
누가 대통령이 되건 봄이오기만 한다면 살아갈 뿐이지
신앙
십자가를 안주로 소주를 먹다
목욕
욕조에 따끈한 물을 받아서 미끄러지듯 몸을 담그고 기분좋게 눈 감고 잠들었다가 어느새 식어버린 물 속에서 나도 차갑게 식고 싶다
종이접기
A4 용지를 여덟번 접기 위한 생을 살고 있다
본능
잘 먹고
잘 자고 일어나서
잘 싸면 기분이 좋다
모기
모기한테 피를 나눠준 게 억울한 게 아니라 물린 자리가 가려운 게 싫다
점
점쟁이 말 한 마디에 인생이 왔다갔다 한다
시간
쪼개면 있고 자고 일어나면 없어지는 것
예전
모든 게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예전에 어땠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해빙기
얼었던 강물이 녹아 흐르자 오리들이 신났다
불놀이
다 재가 됐으면 좋겠어
삶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
노력
물거품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기대
저버리려고 있는것
기원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걸 보면 우리가 물에서 오긴 왔나보다
지랄
반이거나 풍년이다
식탐
치킨을 먹는데 족발 배달이 왔다
얼마나 더 먹어야 이 생이 끝을 향할까
가족
같이 먹진 않더라도 같은 걸 먹는다
로또복권
샀을 때도 안 샀을 때도 안 맞는것
영수증
건물 바닥을 닦는 바닥 인생을 살아도
물건 시세는 알아야지
그래서 영수증을 본다
셀러브러티
살아서도 팔리고
죽어서도 팔리는
마이클 잭슨 존 레논 체 게바라
혈연
아기들은 다 예쁜 줄 알았더니 조카도 핏줄이라고 다른 아기들보다 더 예쁘네
피곤
오줌에서 캬라멜을 굽는 냄새가 난다
이별
네가 내 곁에 있어도 외로웠는데 네가 없으니 오죽하겠는가
꽃
지고 나면 초라하다
여유
두 개의 길 중에 좀 돌아서 늦게 도착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방황
나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 고유의 특성
울다
울어도 소용없는 일에 울다
잔인한 계절
4월 월급을 받으니 사는 게 지겹다
힘들어
힘들어도 망가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힘들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다
결혼생활
각자 자기 거래처를 찾아가는 것
한통속
참외랑 오이가 한통속으로 느껴지다
파도
물에 들어가봐야 왜 파도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후회
술 취해서 여기저기 전화하는 것만 빼면 인생에 후회가 적은 편이다
이름
꽃이 피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 이름들을 알고 싶다
대형마트
약간은 부담스러운 풍요
음주운전
내가 어느 국도 위에 있는지도 모르게 취하다
못난놈
잘난놈만 보면 욕을 하는 나는 못난놈
실수
기가 막힌 실수 = 어이없는 풀레이
자원고갈
조금씩 마음을 갉아 먹은 사랑이 끝나다
좋다
좋다는 말을 듣는게 좋다
일용직
일 분 일 초를 다투는 사람
열대야
고양이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어슬렁거린다
베프에게
중2때 너를 만난게 내 업보다
두발 자전거
세상의 균형을 알게된 순간
나는 모든 균형을 잃었다
할인과 적립
할인이나 적립카드 없으면 억울해서 편의점에서 과자라도 하나 사 먹겠나
주인이 나한테 잘해주는 단골 술집이나 가야지
불행
명치에 주삿바늘을 꼽고 내 피로 누군가를 살리는 꿈을 꿨는데, 왜 로또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나?
마음
마음이 마음같으면 마음이 아니지만 마음이 마음같지가 않네
봄
다가올수록 더 보고 싶었다
가을
날씨가 술안주다
야구에 관한 명언
- 야구란 무엇입니까?
- 친구지, 지면 친구가 슬프고, 이기면 나도 기쁘고 신난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지.
술에 관한 명언
술 먹고 약속을 하면 안돼
약속에 관한 명언
지키려고 했는데 못 지켰다고 하는 것
열대야
밤 열두시에 물회가 먹고 싶다
식탐
하늘에 흰구름이 소고기 마블링으로 보인다
하나만 먹어
먹기 싫어도 갖다 주면 하나 먹게됨
고생
좋은 날 빼고 다 고생이다
일용직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세계에는 선도 악도 없다
가족주의
아버지 맘대로 하는 거
쓰레기와 사람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직장
월급 외의 무언가를 바라는 곳이 아니다
열정
말술도 가슴속에 열정이 있어야 먹는다
영화
점프컷으로 너에게 다가가 너와 입맞추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롱테이크가 시작된다
어른
파란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주위를 살피는 것
풀
풀들도 다 자기 좋은데서 산다
술
누구와 마셔도 생 전체가 허망해지는 순간이 온다
꽃
처음엔 다 수줍다
계절
계절은 항상 다음 계절을 재촉하는데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반대
반대의 반대말은 관대
나
내가 먹는 것도 나
안 먹는 것도 나
겨우 하루하루 사는 게 나
배달의 민족
따로 주문한 햄버거 피자 치킨 족발을 같은 사람이 순서대로 배달해 주는 배달의 민족
사기꾼
뭣 때문은 아니라고 하는데 다 뭣 때문인 사람
직장생활
자리에 없는 사람을 씹으며 소주를 삼키고 삶은 고기를 씹는다
담배
안 피우면 허전 피우면 허망
인생
바보같이 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의 합
이별
불행하지만 않으면 살 수 있다는 당신의 말
나는 당신 때문에 불행하지 않은데
나 때문에 당신이 불행하다면
이별
노력
노력은 왜 경주를 하나
기후 위기
포근한 겨울이 주는 낙관
지구 반대편에는 꺼지지 않는 산불
노화
3일 네 시와 4일 세 시가 헷갈리다
돈
돈이 뭐라고 돈이 생기면 좋다
빨래
아침 여섯시에 꼭 빨래를 하고 싶었는데 온갖 이유들로 빨래를 못했다. 그래서 울고 싶어지는 꿈에서 깼는데, 아침 여섯시길래 빨래를 했다
꽃
일찍 피면 일찍 지고 늦게 피면 늦게 진다 헌데 피어보지 못한 것들은 어쩌나
벽
막히면 등을 기대고 쉬어야지
첫사랑
할 말이 많았던 밤이 말없이 지나고
새벽에 조심스레 내뱉은 첫 마디, 잘 잤어요?
이별
SNS 프사에 목을 자르는 것
봄
등을 떠미는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어린것들의 여린색이 뚫고 올라오는 계절
이별
SNS에 강아지 사진만 남기고 다 지우는 것
효도
부모님이 기분 좋게 오케이 하는 것
전산오류
내 오른쪽에 앉은 애는 왼쪽을 못 보고 나는 오른쪽을 못본다
주사(酒邪)
담배는 끊을 수 있어도
오줌은 끊을 수가 없다
구멍
네 생각만 파 먹고 살았는데 왜 내 가슴에 구멍이 났나
눈치
눈치보고 살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보다
달콤한 인생
가을밤 가로등 옆 은행나무 아래서
소주 안주로 사탕을 빨았다
부추꽃
이제 그만 잘라 먹으라고 파랗게 잘렸던 자리마다 하얗게 질린 부추꽃이 피었다
하늘길
빈 하늘이 있기에 구름의 깊이를 알고
구름의 겹을 통해서 하늘길을 본다
이별
얼마나 술을 많이 마셔야 눈물도 술이 되나
시금치 나물
모든 생명은 생명을 먹는다
불의(不意)
산자도 죽은자도 준비되지 않은 죽음 앞에 무방비다
어떤 삶
산 사람은 모두 어떤 삶을 살고 죽은사람은 다 어떤 삶을 살았다
우주가 되는 꿈
내 설사똥을 우주 공간에 둥둥 날려 보내고 싶다
인류
희귀하게 만들어 놓고 희귀종이라고 좋아하는 진짜 희귀종
생일
세상에 안 태어나고 사는 사람도 있나
잔치는 적당히 해라
축구
공은 바쁘지 않다
사람만 바쁠 뿐
봄눈
눈 녹기 시작하고 나서야 어디가 그늘이었는지 안다
꽃
예쁘다고 막 건드리면 벌에 쏘이는 수가 있다
철
반짝반짝 할 땐 철이 없고
철이 들면 깜빡깜빡 한다
발칙한 육하원칙
햇살 시린 겨울 백주대낮에 많은 것이 금지된 공공장소에서 사랑이란 명목으로 너와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고 싶다
몽우리
살아야 사랑도 한다
소녀
길가에 들국화도 피어야 향기가 나는데
너는 피지 않아도 향기가 나는구나
참혹
꽃 진 자리 참혹하다
당신 빈 자리 참혹하다
이유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좋은 이유
당신이 내 옆에 있기 때문이다
금연
나이 오십에 꿈에서 담배를 피운것을 후회하고
바닥을 치며 일어나 냉수를 마신다
난독증
너를 오독한 줄 알았더니
나를 오독하였다
하지
짧아질 일만 남은 해의 운명
여름은 시작도 못했는데 생이 저문다
왜
가을도 하루만에 오는데
너는 왜
바다
세상 어딘가엔 하류로 갈수록 좁아지는 강도 있겠지만 내가 당신에게 그러하듯이 결국 모든 강은 바다로 흐른다
코감기
콧물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만취
술병을 자빠뜨리다가
내가 나자빠졌다
아내
결혼 말고는 뭘 같이 한 적이 없다
비관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입관
저승가는 길이 그려진 종이를 덮고
가벼운 짐이 되어 무거운 잠을 시작한다
여름
꽃잎이 탄다
어떤 마음이 끝난다
술
매일밤 각자의 사정들을 전해듣는다
후회가 반복되도 술이란 생명을 끊을 수가 없다
과거
과거를 아름답게 쓰기 위해선 과거가 아름다워야 한다
모든 과거는 치욕이다
연인
세상에서 달아나려던 내 마음의 뒷덜미를 잡아 돌려 세운 사람
외로워
(씨팔, 바람만 스쳐도 울것 같은) 나만 남겨놓고 다 어딜 갔어
격언
대충 입고 대충 먹고 대충 자도 대중없이 대충 살진 말자
생
여지껏 뭐했어요
생을 살았습니다
비관
인생이란 게 태어나서 이것 저것 먹다가 죽는 것 밖에 없다
베프
사는 게 재미는 있는데
너랑 만나서 술 먹는 것 만큼 마음 편하진 않아
인간
뒤로 걸어도 앞으로 가는 것이 인간
인간은 뒤로 가지 않는다
꽃침
꽃 위에 침을 뱉다
나의 존재 증명은 너
육식
뼈를 잡고 살을 뜯다
gps
전화기만 있으면 내가 어디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지만 네가 옆에 있어도 내 마음이 어디로 그려지는지는 모른다
아내에게
가끔 당신에게 화를 내고 짜증도 부리지만 당신을 만나지 못한 나는 지금보다는 훨씬 변변찮은 사람이었을 거야
첫사랑
조금 일찍 만난 계절
무궁화
반국가 정서만 없다면 무궁화도 참 예쁜 꽃이다
엄마들
장모님은 내가 당신 딸한테 잘 할 거 같아서 나를 허락한 것 같은데 내 색시를 허락한 우리 엄마 마음을 모르겠다
이슬비와 가랑비
아이고 김서방, 얼른 가라고 가랑비가 오네
아니오 장모님, 더 있으라고 이슬비가 오는데요
인생
허기만 남은 삶에
술 몇 잔 마시다보면
떠날 때가 되는 것
발
나 없인 아무데도 못 가는 주제에
세수하고 남은 물로 날 씻지 마라
누가 뭐래도 내가 니 발이다
인생
삶 - 이렇게 살다가 죽기는 싫은데,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다가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는 것
죽음 - 언제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도 아직은 이른 것
설날
비에 젖은 겨울 논을 바라보며 늙은 아비가 늙은 아들을 기다린다
아휴
아휴. 씨팔.
어쩌면 이 한 마디만 남기고 모든 생이 끝나지 않나 생각한다.
아휴. 씨팔
하지
이맘때면 생의 절정을 생각한다
지지않는 태양 꺼지지 않는 횃불
축제와 같은 여름 일렁이는 사람들
누군가는 지금이라고 말하는
최고의 순간이 내게도 있었나
혹은 최선의 순간이라도
내일이면 황혼이 시작될테니
언젠가 모든 생이 저물테니
희망 같은 건 태워 버리고
해가 꺼질때까지 비틀거리자
세계와 나의 연결 같은 걸 생각하면서
꺼지지 않는 밤이 올 때까지
휘청거리자 휘청거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