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서 볼음도에는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번주에는 배추랑 무, 파, 순무를 심었다. 오줌으로 밑거름을 했으니 감자처럼 참혹한 결과를 맺지는 않겠지? 우리밭에 콩이랑 들깨가 자라는 것만 봐서는 밭에 살충제를 쓸 필요는 없는듯하다. 살충제도 해마다 사용해왔기 때문에 한 번 끊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랬는데, 내년에는 벌레 엄청 생길지도 모른다. 집 뒷밭에 심은 친구들이 잘 자라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 올해는 일단 수확을 하고 판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겠다.

 날이 차가워 지면서 토마토가 붉어지는 속도가 완연히 줄었다. 엉성하게 키우긴 했지만 많이 따 먹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더 잘 키워서 적게 심고 많이 먹을 자신이 있다. 토마토만 그런것이 아니라 다른 작물들도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잘 키울것이다. 키우는 기술이 늘면 가짓수도 많이 늘려야지. 참외는 순을 잘못 지르는 바람에 한 개도 못 따먹을 줄 알았는데, 여러개 먹게 됐다. KK할머니는 손주 줄기를 남기는 방식으로 순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막 지른다는데도 참외 많이 따셨다. 우리한테도 몇 개 주셨다. - 감사합니다. -

 올해 전남이랑 여주 고구마 작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고구마는 많이 수확할 것 같다. - 멧돼지라는 대형 변수가 있긴 하다. - 우리가 마이너스 아닌 올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고구마를 잘 팔아야 한다. 잘 키운 쪽은 제 값을 받겠지만, 남쪽의 고구마 농부들은 큰 이문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충북 이남 지역으로 고추 농사가 잘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추를 제대로 못 키운 죄로 고춧가루를 사서 김장을 해야하는 우리로서는 싸게 살 수 있으니 잘 된 일이지만 허리가 끊어지도록 고추를 따서 헐값에 넘기는 농부의 마음은... 음... 모든 사람이 나처럼 느슨한 마음으로 조금씩 심고 조금만 벌어서 생활만 유지해야지.하면서 농사 짓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

 어제는 바람이 정말 강하게 불었다. 콩이랑 팥이랑 옥수수가 막 기울어지고 자빠졌다. 아침에 콩이랑 팥대를 세우다보니 내년에는 북 주기 쉽게 비닐을 씌우지 말고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닐 안 씌우고 내 생각대로 관리한 곳은 애들이 전혀 쓰러지지 않고 쌩쌩했다.

 뭐든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크게 후회할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 잘못일 뿐이다. 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생활에 관한 것들은 대체로 내 생각대로 할 수가 있는데, 농사는 아직 그러기가 쉽지 않다. - 생활은 30년을 넘게 했고, 농사는 이제 시작이라 그렇다. - 얼마전부터 부엌에 수돗물이 약하게 나와서 마음에 걸렸더랬는데, 동네 형들한테 좀 봐주세요.라고 부탁드릴까 하다가 그냥 수관 이상이겠거니 하고 수관을 갈았더니 물이 다시 잘 나온다. 한적골 윗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모터펌프가 고장났다. 동네 형들이 다들 섬을 비우셔서 모터 고쳐달라고 부탁할 곳이 없다. 난감한 일이다. 예취기로 논둑에 풀들을 좀 정리하고 콩을 심고 싶었지만 내게 기계가 없고 괜히 남의 기계 썼다가 고장날까봐 풀 위에 종자만 뿌렸다. 종잣대만 날렸다. 차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겠지.

 농사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것이 무척 중요하다. 올해는 약간씩 미루고 미뤄서 진행한 일들이 많았지만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다. 

 9월 목표 - 상합 캐서 50만원 벌기 - 100kg 가까이 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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