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에서 슬레이트 지붕 철거 의향 조사를 나왔다. 50대, 60대들은 이미 다 집을 새로 지었거나 지붕을 개량했기 때문에 슬레이트 지붕 아래 사시는 분들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이번 사업에서는 지붕을 교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철거까지만 해준다고 한다. 몹쓸일이다.
동네 아저씨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레이트 지붕 얘기가 나왔다. 80년대에 슬레이트에 삼겹살 구워 먹는 것이 유행이었단 때가 있었다고 한다. 벼 매상하러 선창에 나와서도 슬레이트 위에 고기를 굽고, 대학생들은 캠퍼스에서 휴가철에는 바닷가에서 슬레이트 위에 심겹살을 구워 먹었던 모양이다. 아저씨들 얘기로는 불에도 잘 안 타고 기름이 고랑으로 잘 흘러 내려서 무척 좋았다고 한다. 지금 들으면야 즐거웠던 추억이지만 석면 먹고 폐가 딱딱해질 노릇이다. 그런데도 어느 아저씨는 그때 그렇게 먹어서 지금 건강한거야.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박정희 때건, 전두환 때건, 김대중 때건, 지금이건 시절이야 어떻든 결국 내가 젊었을 때가 호시절이다. 젊었을 때, 그러니까 지난날, 그 중에서도 먹고 놀았던 추억들이 그때가 호시절이었지.라고 회상하게 만든다. 인간의 기억에 남는것은 먹고 놀았던 일 뿐인가 하고 생각해봤다.
내 호시절은 몸이 망가지도록 흥청망청 마셨던 유로 2000때부터 아내랑 이스터 섬에서 커피 마셨던 때까지인가? 텃밭에 먹을 것들이 쌓여가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시절이다.
이 풍경안에 앉아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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