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케이 슈퍼위크는 사람들 잠도 안 자고 연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연습하다 목이 쉰 참가자는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무척 좋아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티비 토론이 미리 정해진 질문을 갖고 세 번 만에 그것도 각 두 시간만에 끝나는 건 좀 어이없다. 각자의 공약을 갖고 열 시간씩 토론하고 중간에 밥도 먹고 쉬면서 코치도 좀 받고 하다하다 안 끝나면 옛날의 바둑처럼 다음날 다시 또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누가 더 직업적으로 우수한 정치인인가. 하는 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정치인도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 자체에게 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 자기 직업에 즐거운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건데 그렇다. -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며칠전에 이런 생각을 했고 볼음도에 다녀왔다. 오는길에 투표했다. 고민 많이했다. 최악은 피해보자.
형단, 주수 형님이 심심하다고 놀러오라고 해서 화요일에 가려고 했던 것을 하루 일찍 갔다. 이전까지는 동네분들이 우리섬에 젊은 부부가 귀농한다는구만. 정도로 알고 계셨더랬는데, 이제 동네분들 대부분이 내 얼굴을 알아버렸다. 어제 산마을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마을 사업 어떻게 하면 좋은가에 대해서 이런저런 사례를 보여주셨는데, 사례 발표가 끝나고 교회에 모인 분들께 내 소개를 했다. 형단이 형님이 우리가 오라고 한 것이 아니고 먼저 볼음도로 귀농하겠다고 한 훌륭한 젊은이라고 소개해주셔서 필 받아서 자신있게 말했다. "저는 영화를 전공하긴 했지만 그 쪽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볼음도에 들어오면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례발표를 교회에서 했기 때문에 볼음도 교회에 처음 가봤다. 4억 5천만을 들여서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깔끔하고 따뜻했다. 예배당도 작고 예뻤다. 내가 기타 잘 친다고 했더니 교회와서 반주 좀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심하게 갈등된다. 교회에 다니면 아저씨들이 우리 부부에게 좀 더 잘해주실텐데. 생각하니 그렇다. 일요일에 특별히 바쁜일이 없으면 나라도 교회에 나갈까. 이런데서 지내려면 교회도 다니고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생각 좀 해보자.
월요일에 주수형님네서 굴밥, 굴국, 생굴을 먹었다. 간장에 비벼먹는 굴밥은 정말정말 맛있었다. 어제 낮에는 잠깐 갯벌에 나가서 할머니들 옆에서 굴을 주웠다. 할머니들은 여섯시 내고향에서 많이 본 연장으로 알맹이만 담으시고 나는 바위에서 떨어진 것들을 껍질 채 주웠다. 딴 굴은 바로 삶아 먹었다. 맛있었다. 아내는 서울에서 고생하는데, 나만 혼자 맛있는 걸 먹으니 많이 미안했다. 앞으론 같이 먹어요. 정훈이 형님이 굴 따면서 할머니들하고 얘기하는 거 보니까 섬에서 잘 살 것 같다고 해서 힘이 났다. 표고버섯도 조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주셨다. 잘 알겠습니다.
교장선생님 사례 발표 정리
- 남이섬은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명확한 방향으로 꾸준히 개발해서 성공한 사례
김제 지평선중고등학교 : 전국 최고의 중고등학교 도서관을 보유, 도서관 건물 정말 멋졌음
키노쿠니 : 유치원 과정까지 개설했음, 앞으로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독특함을 가져야 함
펜들힐공동체 : 명상의 길,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 인상적임
- 성공한 대안 학교들은 건물이 생태적이고 예쁘다. 어린이들은 동물과 노는 것 너무 좋아한다. 책은 한 권도 없는 생태 유치원을 하면 무척 성공할 것이다. 기왕하는 벼농사니 적토미 같은 것 심어서 군데군데 풍경을 만들 수 있음. 찜질방을 하나 만들더라도 조금 더 깨끗하게 사람들이 쉬고 싶게 만들면 좋다. 마을 사업의 재원을 이것저것 투자하는 것 보다는 집중해서 뭔가 하나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주민들이 불편해지면 안된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존중할 수 있게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태, 대안, 문화(아트 마케팅, 예술성)이 가미 되어야 할 것.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체험과 휴양휴식 및 예술활동.
- 학교는 교육청에 얘기해서 임대하고 학교 옆에 건물을 지어서 학기 중엔 기숙사, 방학엔 일반인을 받음으로써 중학교 과정의 대안학교 운영이 가능할 서이다. 유딩 초딩은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중학생은 교육 과정상 많이 놀아도 되기 때문에 중학 과정이 좋을 것임. 학교 뒤 야산을 구불구불하게 간벌해서 치유의 숲길을 만들 수 있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득대비 소비가 높아서 보통 소득 이만불에 걷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만 칠천불에 걷기를 시작했다. 볼음도에 관광객으로 온다면 카페리를 타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카페리로 섬에 오는 과정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겠다.
- 일년에 초중고를 그만두는 학생만 칠만명이다. : 이 얘기 너무 마음 아팠다.
모두에게 내 확실한 목표(농사 잘 짓는 것)를 말했으니 열심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