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5 - 풍요

그때그때 2013. 12. 25. 15:31
어제 서울 왔다. 엊그제가 장인어른 생일이었다. 미국식 레스토랑에서 장인어른에게 밥을 얻어 먹었다. 잘 먹었습니다.

밥 잘 얻어 먹고 풍요에 대해서 생각한다.

섬 밖으로 나오면 내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풍요가 넘친다. 먹는 얘기로 시작했으니 먹는 걸로만 써본다. 결혼식에서 먹는 뷔페, 영일이가 사준 중국요리, 엄마가 사주는 소고기, 동생이 사주는 피자까지 그 양만 풍성한 것이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다. 마을 회관에서도 매일 점심상에 돼지고기가 올라온다. 아무튼 필요 이상으로 잘 먹고 산다.

문득 나는 가난한 상차림과 그런 삶을 좋아하는데 추구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은 가난하지만 밖에 한 번씩 나와서 잠깐 풍요를 누리는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풍요를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나란 놈이 참 별로다.

친구 s는 몇년전부터 채식을 한다.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그것으로 먹는 것의 풍요로부터 탈출했다. 나도 조금씩 고기 섭취를 줄여야겠다. 너무 나 편하고 마음가는대로만 살았다는 반성을 해본다. 때는 세밑이다.

오늘은 아내 지인의 결혼식에 왔다. 지하층에 차려진 뷔페 먹으러 가기전에 쓴다. 오늘도 잘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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