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린 꽃게를 배 위에 쏟아냈다. 집게발을 가위로 잘라냈다. 뭐라도 잡아 보려는 놈들에게 손가락을 물렸다. 아프다. 뭐라도 잡아 보려는 마음은 나나 게들이나 한 가지다. 누군가는 나 때문에 아프다.
배 뒷편에 구멍이 있다. 물결따라 흔들리며 똥을 눴다. 퐁퐁퐁, 바다 위로 똥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요즘 카오스 상태다. 나와 내 삶에 대한 의심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때야말로 눈 앞에 일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서 배를 탔다. 흔들리는 배 위에 흔들리는 나를 얹으니 마음이 잔잔해진다. 결 따라 살아야지. 헌데, 그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