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5 - 제주도에 왔다. 비행기가 착륙하는데 왼쪽 눈썹 안쪽 혈관이 끊어질 듯 아팠다. 조금만 더 아팠으면 소리질렀을거다. 혈관이 기압차를 견디지 못한거겠지?

집을 떠나 먼 곳의 땅을 밟아도 설레질 않는다. 외국어가 들리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 외국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항버스를 타고 서귀포까지 오니 순호형이 마중 나오셨다. 지난 연말에 얼굴 한 번 본 것이 전부인 문창과 89학번 선배다. 내가 알고 있던 이 형에 대한 정보는 제주도에서 혼자 집을 짓고 사신다는 것. 내 생각은 자연스럽게 혼자 사는 제주 농부로 이어졌고 신월동 집에서 햄깡통이랑 꽁치 통조림을 챙겼다. 그런데 왠걸 아이가 둘 있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계셨다. 형수가 형한테 밖에 나가서 홀아비 행세 하고 다니냐며 농담을 던졌다. 일우야 정신 차리자.

20140116 - 강정에 다녀왔다. 바다로 이어지는 강정천 바로 옆에 해군기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어쩌자는 것인가? 미사에 참석하고 공사장 입구에서 율동을 따라하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점심 먹고 돌아오는 시간이 됐다. 그분들에게는 생활이 달려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공사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입장에 공사 현장 노동자들의 생활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도 위하지 않는 공사를 왜 하는거지? 사람보다 중요한 뭔가가 있나보다. 그게 뭔지 궁금하다.

저녁에는 대중이 형을 만났다. 함께 공연할 뮤지션들이랑 합석해서 마시고 놀았다. 김마스타의 라이브를 봤다. 완전 좋았다. 나랑 동갑내기인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uk의 아웃사이더도 좋았다. 김마스타는 이문세의 '해바라기'를 세 번 불렀는데, 세 번 다 좋았다. 저녁에 놀때는 강정을 잊었더랬다. 하루에 한 번씩 공사중단을 기원해야지.

강정의 상황을 보면서 시스템과 국가 권력 앞에 무력한 인간이란 존재의 존재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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