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7 - 대가

그때그때 2013. 11. 17. 20:17
모든일에는 대가가 있다. 아내가 교회에서 성가대 피아노 반주를 하면 이것저것 먹을 것이 생긴다. 덕분에 가난한 우리가 과일을 먹을 수 있다. 내가 후임자를 나가면 형들이 한 사람 몫의 생선을 챙겨주신다. 덕분에 우리가 생선을 먹을 수 있다. 어제는 광어랑 저푸리(숭어 새끼)를 숯불에 구워 먹는 호사를 누렸다. 지난주에는 동네를 다니며 이집, 저집의 김장 일손을 도왔다. 집집마다 우리한테 김치를 챙겨주셔서 김치가 많이 생겼다. 올초에 이사올 때, c 이장님이 차를 빌려줬다. 그래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작목반 모내기를 돕고 형들은 우리 모를 심어줬다. 가족끼리도 무조건적인 호의는 부담스러운 법인데, 객지에서 낯선 사람들을 상대하는 경우에는 그 부담이 더 크다. - 물론 동생이 피자를 시켜주는 일이나 영일이한테 술 한 잔 얻어 먹는 일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

이런 얘기를 쓰는 이유는 요즘 모든것의 대가성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차에 오늘 목사님이 추수감사절 설교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라고 했기 때문이다. 올해 bri 블로그에 가장 많이 쓴 말이 감사합니다.이다. 그만큼 고마운 일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다만 그 고마운 일들에 대해서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나의 강박이 나를 힘들게 한다. 도시 사람에 시골에 와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많이 베풀 수 없기 때문에 끝없는 부채감에 시달린다. 과연 내가 우리 동네에 도움이 되는 어떤일을 하고 있는가? 누구네 집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데, 나도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나는 작목반 형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가?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괴로워지기 시작한다. 이게 모두 내가 가난하기 때문인가? 결국은 수입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

며칠 있으면 아내는 회관에 점심하러 가야한다. 또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성가대에서 노래를 할 지도 모른다.


겨울이다. 춥다. 피곤하다.

아까 y이장님이 제주도에서 온 귤 주고 가셨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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