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황정은

2010. 11. 8. 19:56
짧지만 그만큼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다. 정말 오랜만에 국내 작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평론가 신형철의 한 문장 정리가 매우 적절하다.

이 소설은 사려 깊은 상징들과 잊을 수 없는 문장들이 만들어 낸, 일곱 개의 절(節)로 된 장시(長詩)다.

무재 씨, 춥네요.
가만히 서 있어서 그래요.
죽겠다.
죽겠다니요.
그냥 죽겠다고요.
입버릇인가요.
죽을 것 같으니까요.
무재 씨가 소매로 풀 즙을 닦아 내고 똑바로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죽을까요?
여기서, 라고 너무도 고요하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겁을 먹었다. 새삼스럽게 무재 씨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엔 좀 헝클어진 듯 부풀어 있던 머리털이 빗물에 젖어서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은교 씨,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정말로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아무렇게나 죽겠다고 말하지는 마요.
네.
그러면 계속 걷죠, 라면서 앞서 걷는 무재 씨를 따라서 걸었다. 눈물이 솟았다. 무재 씨처럼 매정한 사람은 먼저 가도록 내버려 두고 나는 나대로 움직이고 싶었지만 이 숲에서, 그림자마저 일어난 처지에 그럴 수도 없었서 눈을 닦으며 걸었다.
울어요?
울지 않는데요.
이런 대화를 나누며 걷는 동안 공기가 문득 가벼워졌다. 무재 씨가 멈춰 서서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비가 멈췄네요.
네.
껌 씹을래요?
네.                                        -12page-

나는 이런식의 대화가 좋다. 사람들은 멋들어지고 긴 말들보다는 짧은 얘기들을 나누게 마련이다. 그것이 연인이라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다. 사람들의 대화는 보통은 이렇다고 생각한다.

'씨'는 의존명사라 띄어써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어제 나한테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작가의 필치를 따라서 써보면 이렇다.


아무래도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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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7 - 억새

사진 2010. 11. 7. 19:18



유급 산불감시 요원이 돼서 산불 감시를 다닌다.
빛을 쪼인 억새들이 반짝 거리는 것이 꼭 사람이 우는 모습처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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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야구장

사진 2010. 10. 29. 20:19
<작년 가을 - 경기가 끝나고 텅빈 그라운드>

 이 사진도 잘 찍은 건 아닌데...
 이후에도 야구장에 몇 번이나 갔지만 아무리 찍어도 이 정도 간지가 나오질 않는다. 목동 야구장 입장료 너무 비싸~~
 내년엔 더 오르겠지..

 촌에 살더라도 일년에 한 번 정도는 프로야구를 야구장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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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지나가다 한 개씩 따 먹는다. 따기 귀찮은때는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는다. 씻어 먹을때도 있지만 대충 속만 쏙 빼먹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500년도 넘었다는 동네 은행나무인데, 논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위쪽은 죽었고 아랫쪽은 살아있다. 향후에 내 논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제 트럭 타이어 빵꾸나서 손 놓고 있던 중에 하늘이 좋길래 잠깐 동네 출사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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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1 - 소

사진 2010. 10. 21. 19:47


실내에서 똑딱이로 소 찍는 거 정말 어렵다. 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셔터스피드는 잘 나와봐야 30분의 1초다.
19마리 소 중에 내가 이름을 지어준 게 세 마린데, 얘는 그 중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소를 정면에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마랑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검색을 통해서 하마는 소목 하마과의 동물이고 코뿔소는 말목의 동물이라는 걸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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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1 - 풍경

그때그때 2010. 10. 1. 19:46
어제는 오랜만에 자전거로 한강엘 다녀왔다.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걸음걸이 보다 조금만 이동속도가 빨라져도 사람은 풍경을 잃는다.
음악의 리듬에 맞춰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노라면 강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벤치에 앉아있는 아빠와 딸의 뒷모습도 빠르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얼마전에 아파서 몸에 기운이 없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노인들이 자전거 페달을 천천히 밟는 이유를 알았다. 빨리 밟을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걷는 속도보다도 느리게 이동하는 대신 노인들의 자전거는 느린 속도로 세상을 본다. 물건값을 계산하는 슈퍼마켓 주인도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표정들도 모두 자전거 주인들의 안쪽까지 깊숙히 들어온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노인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깊지 않나 싶다. 살면서 쌓아온 지혜에 관찰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관찰하게 되는 것을 더하면 관록이나 혜안 같은 것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무조건적으로 풍경과 함께 살고 싶다. '가급적' '되도록' 같은 흐리멍덩함은 버렸다.
어떻게 살아야겠다(최저소비, 느리게 느리게, 생활은 편하게, 일은 빡시게)는 마음가짐이 확실하기 때문에 내려가서도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간만에 근거없는 자신감을 드러내버렸다.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p.s 지난주에 신문에서 '아날로그는 풍경이 될 수 있지만 디지털은 풍경이 될 수 없다'는 김선우 시인의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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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 EE-3 첫롤(TMAX 100)

사진 2010. 9. 29. 20:20
<동생 - 옥상>
<고교동창들 - 용인>
<고교동창 둘 - 역곡>
<개봉역>
<개봉역>

처음 찍은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애들 표정 완전 웃겨. ㅋㅋ
첫롤을 통해서 셔터를 누르려던 손을 멈춰야 하는 순간들이 언제인지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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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 구멍

사진 2010. 9. 25. 01:33
추석 전날 하늘에 구멍이 나서 우리 동네가 매스컴을 탔다. 대통령도 다녀갔다. 친구 둘은 가게와 집의 물을 퍼냈다. 내가 장을 다 볼 무렵에 이미 시장 한쪽에서는 하수도가 역류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돌았다. 저녁에 물바다를 생각하며 침수지역에 갔더니 어른 허리까지 차올랐었다던 물은 이미 다 빠져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잘못됐다. 내가 직접 수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분통터지는 일이다.

마음에 난 구멍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구멍의 크기가 아니라 여전히 흐릿한 구멍의 너머다. 점점 선명하게 만들면 될 일이다.

<친구랑 딸내미 - 코랑 입이 꼭 닮았다. 애가 있으면 건쓰짱도 이렇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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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통과한 비행기는 빛을 향해 날고
잠자리 한 마리는 구름 사이로 숨었다.

 태풍과 함께 올해도 간다.
 요즘 꿈이 무척 잦다. 변화를 앞둔 불안감의 증폭된 표출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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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 경포대

사진 2010. 9. 2. 19:54
강릉에 다녀왔다. 강릉에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경포대엘 간다. 보통 막 도착했을 때나 서울에 오는 날 혼자 들른다. 덕분에 오늘은 태풍의 영향권에 들려고 하는 바다를 봤다. 바람만 많이 불고 별다를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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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0 - 추락

그때그때 2010. 8. 30. 11:50
끝없이 떨어지는 꿈을 꾼 적 있을까?

난 낡은 티셔츠에 허름한 베낭 차림으로 여행길에 올랐어.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탄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난 깊은 잠에 빠졌지.
미국에 간다는 사실보다는 가벼운 마음이라는 것이 내겐 중요했어.

한참 단꿈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비행기가 수직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어.
사람들이 일제히 환성을 질렀고
내 몸은 급격하게 앞쪽으로 쏠렸지만
난 눈을 뜨지 않았어.
단순한 난기류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내 눈을 덮고 있는 안대를 벗기도 귀찮았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추락은 내가 탔던 어떤 롤러코스터보다 가파르고 길었어.
끝이 없는 추락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고
나는 죽음이 다가왔다는 공포를 느꼈어.
추락이 끝나는 순간 모든것이 끝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난 눈을 뜨지 않았어.
하지만 이미 땅에 부딪혔어야 할 비행기는 끝없이 떨어지기만 했고
나는 이가 갈리는 공포속에서 온 힘을 다해 안대를 벗어 던졌어.

잠에서 깬 나는 시골집에서 허름한 셔츠를 입고 잠들었던 내 모습을 발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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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대학생 무리가 여중생을 성폭행했고
멕시코의 휴양지에서는 폭탄테러로 20명이 사망,
필리핀에서는 무차별 총기 난사로 4명이 사망했다.

이런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일년 동안 생긴 나쁜 일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하루치의 뉴스에 등장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살고 있다.

한편으로 포털 사이트의 이슈 검색어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신변잡기로만 채워져있다.

나는 더 이상 이런 기이함이 신기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흉악한 일들은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나는 비를 피하려는 것도 맞으려는 것도 아닌 마음으로
교차로의 어느 건물 처마 아래 숨어 들어 담배를 피우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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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 치킨

그때그때 2010. 8. 20. 03:55
월요일 아침부터 설사를 했다. 먹기만 하면 계속 쏟아내길래 화요일부터 먹는 것을 멈추고 물만 마셨다. 물만 마셔도 담배만 한 대 피워도 계속 배가 아프고 파래 같은 걸 쏟아냈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니 머리가 아프고 몸에 열이 올랐다. 몸이 크게 잘못됐나 싶은 생각에 병원에 갔다. 입원하라는 것을 뿌리치고 처방전만 받았다. 몸을 움직였더니 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서 약을 먹었다. 살아야겠다는 본능에 퀭한 상태로 흰죽을 끓여먹었다. 흰죽과 약으로 꼬박 하루를 버티니 속이 편해졌다.

밍숭맹숭한 흰죽을 먹으며 배앓이를 하는 동안 두 가지가 먹고 싶었다. 한 입 베어 물면 단물이 입가로 줄줄 흐르는 커다란 백도 복숭아랑 옛날 치킨이다.

나는 바닷가에 가면 복숭아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짐작만 하고 있다.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마치고 나오면 내 어미가 내 입에 복숭아를 물려주었던 기억이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복숭아의 단내는 사람을 안락함 속에 빠뜨리기도 한다. 무릉도원의 복숭아 나무에는 빨간 천도 복숭아는 달려있지 않았을 것 같다. 서유기의 손오공이 훔쳐 먹었던 하늘나라 복숭아는 천도 복숭아다. 결국 손오공은 파란만장하게 살게 된다.

엄마랑 같이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엄마가 통닭 먹을래 하고 묻는다. 먹겠다고 하면 닭집에 가서 닭 좀 튀겨주세요.한다. 닭집 주인은 얼마짜리로 튀겨 드릴까.한다. 그러면 엄마는 엄마는 큰게 좋더라.라고 웃으며 내게 말하고는 냉장고 가장 오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닭집 주인은 냉장고에서 꺼낸 닭을 토막내기 시작한다.

이런식의 통닭은 처가집, 페리카나, 멕시칸 같은 체인이 나오기 전부터 존재하다가 치킨집의 체인화가 급속화 되는 시점에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기보다 밀가루가 더 두꺼웠고 그 기름도 오랫동안 숙성된 것이었다.(튀김용 기름은 데미그라스 소스가 아니다.) 하지만 생닭의 가격에 따라서 치킨 가격이 달랐다는 것과 밀가루 조금만 묻혀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는 점, 튀긴 닭똥집을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은 훈훈하다고 하겠다. 

그리 옛날도 아닌데 정말 오래된 옛일처럼 느껴진다.

나이 드신 분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나도 서서히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자연스럽게 변화의 속도에서 떨어져나가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청춘이 끝나는 걸까? 쓸쓸한 느낌의 질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억지로 끼워 맞춰보자면 나는 포미닛 EP 앨범의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한편으로는 최신 인기 트롯도 귀에 착착 감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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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대교

사진 2010. 8. 8. 19:45

<2010년 7월 언젠가의 청담대교>

 청담대교는 은은한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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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어린이도 쭈쭈바를 빨아대는 계절이다.
이 더럽게 덥고 좋은 계절에 부모님이 협의이혼을 신청했다.
이유는 아버지의 채무로 인한 마음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서?일까나....
이혼을 해도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내가 수 차례 얘기했지만 두 사람의 의지는 확신에 차 있었고 강인했다.

두 사람이 같이 안 산지 10년도 넘었으니까 이혼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머니의 세계는 경기도 오산의 단란주점에
아버지의 세계는 서울 어딘가에서 수위 아저씨로 사는 것에 묻혀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합의이혼이라고 부르지만 협의이혼과 같은 말이고 법원 서류에는 협의이혼이라고 적혀있다.

33.3%의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에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1. 법원에 가서 협의 이혼 신청 서류를 가져온다.
2. 1번 서류에 적혀 있는 서류를 동사무소에 가서 뗀다. (배후자의 주민번호만 알고 있다면 부부중에 한명이 다 뗄 수 있는 것들이다.)
3. 1번 서류의 내용을 작성한다. (주소, 본적, 이름 정도의 간단한 내용이다. 협의 이혼이기 때문에 이유 같은 건 적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4. 1번의 법원에 부부가 함께 가서 접수를 한다.(법원 직원이 군말없이 서류를 접수하고 4주 후-날짜는 이틀 중에 선택 가능-에 오라고 한다.)
5. 4주 후에 부부가 함께 가서 이혼 의사를 밝히면 그대로 이혼이 되는 듯하다.
6. 서류만 준비해 뒀다가 법원에 가서 신청 서류를 작성하는 부부도 있었다.

수 많은 드라마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장면 -부부중의 한 쪽이 모든 서류를 다 준비해서 봉투에 담은 후에 상대방에게 툭 하고 던져놓고 나가버리는 것- 이 바로 협의이혼인 것이다.

'사랑과 전쟁'에 나왔던 복잡한 절차들은 이혼 소송의 경우다.

여튼 우리 부모님은 엊그제 협의 이혼을 신청했고 나까지 세 사람은 오산 시장에서 순대국을 먹었다.
순대국은 엄마가 나를 뱃 속에 가졌을 때,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는 바로 그 음식이다.
뜨거운 국물처럼 훈훈한 분위기에서 노년을 향해가는 부부와 중년을 향해가는 큰 아들이 순대국을 먹었다.

이걸로 두 사람은 마음의 부담을 덜었을까?

순대국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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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 16:9 테스트

사진 2010. 7. 15. 23:46
<옥상에서>
<옥상에서>

사진이 4:3에서 벗어나니 늘어난 비율만큼 자유를 얻는다.
16:9는 카메라에 들어있는 기능이지만 왠지 사진은 4:3이라야 할 것 같아서 테스트로도 찍어본 적이 없다.

살아온 시간만큼 틀이 생겨나고 그 틀은 모양과 크기에 상관없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엊그제 친구 아버지가 나이 먹으니 하는 일도 없는데, 시간만 빨리 간다는 얘기를 하시길래
저도 왠지 가장 좋았던 순간은 지나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대꾸했다.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핀잔을 줬는데,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어른들과의 대화'였다.

지금은 틀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을 해야할 때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이번주에도 꼭 하려고 했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못했다.
이유를 알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막연해진다.
한심한 일이다.

<20100719 동네 아파트 15층에서>

<20100719 - 정말 좋았던 하늘>
그래도 사진은 4:3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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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대교, 성산대교

사진 2010. 7. 10. 00:54

<방화대교>

<성산대교>

 밤에 심심할 때 한강에 자주 간다. 방화대교는 우리집에서 두번째로 가까운 한강 다리다. 워낙 번쩍번쩍해서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있다. 밤의 한강 다리들은 대체적으로 다 예쁜데, 행주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다녀본 결과 방화, 성산, 반포대교 정도가 똑딱이로 도전해 볼만한 것 같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리들의 불이 꺼진다.(밤 12시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저 불빛은 어디까지나 감상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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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어둠의 왼손'(1969년)과 '빼앗긴 자들'(1974년) 사이에 쓰여진 작품이다. 세 작품을 묶어서 르 귄의 유토피아 삼부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최고 전성기에 쓰여진 작품답게 거대한 주제를 아름답게 다루고 있다. 모든면에서 중앙(중도)의 상태에 있는 자는 꿈을 꾸어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은 야심가는 꿈 꾸는 자의 꿈을 이용한다.는 줄거리다.


 "하지만 사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목적이 바로..... 뭔가를 하고 뭔가를 바꾸고, 뭔가를 다스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그러면 인간의 목적이 뭐죠?"  "모르겠어요. 사물은 목적이 없어요, 우주가 마치 하나의 기계인 것처럼 거기서 모든 부분이 유용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일 뿐이죠. 은하계의 기능이 뭘까요? 우리의 삶이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 나는 모르고 그것이 중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나의 부분이라는 것이죠. 피륙 속에 실 한 가닥이나 들판에 풀잎처럼요. 그것도 일부분이고 우리도 일부분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은 풀밭에 부는 바람 같은 거라고요."  ~~~  "당신은 유대 기독교 합리주의의 서구에서 자라난 사람으로서는 독특하게 수동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네요. 일종의 타고난 불교 신자로군요. 동양의 신비주의를 공부해 본 적이 있나요, 조지?"     130p


 적의 없고 증오 없는 사람들이 정말로 존재할까? 그녀는 의아해했다. 우주에 결코 심술궂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악을 인식하고 그것에 저항하면서도 전혀 그것에 물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물론 존재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산 자와 죽은 자들이. 순수한 동정심에 운명의 물레로 돌아왔던 사람들, 그들이 그 길을 따른다는 것도 모르는 채 따를 수 없는 길을 따르는 사람들, 앨라배마에 소작농의 아내와 티베트 라마승과 페루의 곤충학자와 오데사의 목공과 런던의 채소 상인과 나이지리아의 염소 치기와 오스트레일리아 어디쯤 메마른 강바닥 옆에서 지팡이를 깎고 있는 늙고늙은 노인과 다른 모든 이들. 우리는 모두 그들이 누구인지 안다. 그들은 충분히 많다, 우리가 계속 나아가도록 할 만큼 충분히. 아마도.     157p


 에~ 그러니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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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6 - 틈

사진 2010. 6. 26. 21:51

방 바닥에 누워있다가 그날따라 전등이 예뻐보여서 찰칵!
정 가운데 두고 찍으려다 귀찮아서 빗겨 찍었는데 괜찮게 나왔다.

서울은 지금 막 장맛비가 시작됐다. 오늘 해질녘에 두터운 구름에 둘러 쌓인 틈 사이로 삼각형의 푸른하늘을 봤다.
그 틈이 나를 괴롭게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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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햇마늘의 시기인 6월이 저물어 간다.
월드컵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들부터 서서히 영글어 가고 있다.

국가 대항 축구 경기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앙숙 관계에 있는 나라들간의 피말리는 싸움에서 국제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가 약하고 과거에 상대나라에게 시달렸던 나라가 축구에서는 승리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한일전이고(한일전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축구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마라도나가 86년 월드컵에서 포클랜드 전쟁의 패배에 대한 복수로 '신의 손'과 '수비수 종잇장 만들기 골'로 잉글랜드를 울게 만들었던 경기가 있다.(그러니까 마 선생께서는 한 게임에서 잉글랜드를 두 번 죽였다.) 일반적으로는 2차 대전의 피해국들인 동유럽 국가들이 독일과 이탈리아에게 이기는 경우와 소위 서방이라고 불리는 서남유럽의 나라들이 동유럽 국가들에게 패하는 경우, 북아프리카 팀이 프랑스를 이기는 경우인 것이다.(알제리 출신인 지단은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었다. 그리고 프랑스 대표선수들은 대부분 아프리카계로 보인다. ㅡ.ㅡ;) 쉽게 말하면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한테 축구로 이기는 것이다.

동유럽 나라들은 월드컵과 유로가 2년에 한 번씩 있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씩 서유럽 나라들을 엿 먹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오늘이 그날이었다. 한국 경기만 제대로 보고 다른 경기들은 골 장면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왠지 축구가 땡겨서 전반 시작부터 쭉 봤다. 슬로바키아는 네드베드 은퇴 후 힘을 못 쓰고 있는 체코를 대신해서 월드컵에 올라온 느낌이 드는 팀이었는데, 오늘 경기의 전반전은 네드베드가 뛰던 당신의 체코보다 강해 보였다. 하지만 조별 예선에서 떨어질 수 없는 이탈리아도 필사적이었다. 후반 교체 투입된 피를로가 들어와서 살살 흔들어 주자 슬로바키아의 수비도 슬슬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슬로바키아의 승리! 그들의 두 번째 골은 골이란 것은 항상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터진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함식은 두 번째 골의 어시스트로 이름값을 했다.  

현실은 동유럽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은 독일에서 많이 뛰고 북아프리카에서 잘 나가는 선수들은 프랑스에서 많이 뛴다.(거리가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휴가때 집에 가기 좋아서) 물론 정말 잘 나가는 선수들은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리그에서 뛴다. 자국리그에서 뛰던 슬로바키아 선수들 중에는 월드컵 후에 서쪽 나라에서 뛰고 싶다는 염원을 갖고 오늘 경기에 임한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은 왕정 때 지은 죄가 많아서 월드컵 우승을 못하는 걸까나? 이런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그만둔다. 하지만 서독은 축구를 잘 했지만 동독은 잘 못했던 게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이탈리아는 패스하자. 정말 밑도끝도없다.

사람들은 이변을 좋아하지만 이변의 팀이 최강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강자가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월드컵을 예로 들자면 이변의 희생양은 손을 써서 월드컵에 온 프랑스와 슬로바키아에게 당한 이탈리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와 독일은 결국 16강에 올랐다.

이번 월드컵, 우승은 브라질이 할 것 같다.

뱀 꼬리, 유고 출신인 쿠스트리차가 마라도나 다큐를 찍은 게 완벽하게 맥락에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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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동갑인 큰 고모 아들내미가 지난달에 결혼을 했다. 강릉사는 친척들이 제법 왔었다. 강릉에서 이발소를 하시는 작은 고모부한테 잠깐 붙잡혀서 여러 얘기를 들었다. 결론은 얼른 장가 가라.였다.

할머니 생일에 맞춰 강릉에 다녀왔다. 서군과 마시고 작은 고모네 갔다가 혼자 술 드시고 계시던 고모부한테  붙잡혀서 여러 얘기를 들었다. 결론은 빨리 장가 가라와 농사 지을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일을 찾아라.였다. 늦은 시간이어서 다들 자고 있었지만 고모부와 내 대화를 들은 사람도 있었을지 모른다.

다음날 아침, 고모집 마당에서 막내 삼촌에게 잠깐 얘기를 들었다.
결론은 추진력 있게 움직이라는 것이었다.

올해 마흔살인 막내 삼촌은 상고의 마지막 세대에 상고를 나와서 안정의 전형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후면 직장생활이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 아버지를 포함해서 아버지 형제들이 모두 전형에 가까운 삶을 추구하고 있으니 나는 꼭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아마 전날 밤에 잠들었다가 깨서 눈을 감고 고모부와 내 대화를 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하는 얘기에 강단있게 나설 필요는 없다. 나는 어른들 얘기를 굉장히 잘 듣는 편이다. 그리고 실제로 존경을 담아서 들을 때도 있다.

<술자리에서 욕망들을 쏟아낸다.
욕망들은 부서지기 위해서 쏟아져나온다.
그리고 부서진 욕망들은 민폐가 된다.

부끄럽다는 얘기를 하기도 부끄러운 시간들이 지나고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을 앞에 두고
밥알의 단내를 씹으며 해장을 한다.>

작은 고모가 아침밥을 차려주시면서 그렇게 마시고도 괜찮냐고, 역시 젊음이 좋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얘기 때문이 아니라 아침상 때문에 마음이 흐물거렸다.
그러니까 내 흐물거리는 마음은 서울에서 내려온 큰 조카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밥을 차려준 고모의 마음이 고마웠다는 것이다. 작년의 언젠가 고모는 서울에서 살기가 그렇게 싫으면 고모가 강릉에서 직장 좀 알아봐 줄까?라고 한 적도 있었다. 딱딱한 멘트 같지만 강원도 사투리도 들으니 참 느낌이 좋았었다.

서군네 애가 많이 이뻤다.
사라마구는 죽었고
오늘 오전에는 배가 고파서 밥을 했고, 밥솥에서는 뻐꾸기가 울었지만
밥을 먹지 않고 시리얼을 먹었다.
자꾸만 위화감(실제로 위장에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분 나쁜 것이 관통하고 있는 느낌?)이 몰려들어서 엘리엇 스미스 노래를 부르다가 혼자서 술을 마셨다.

금방 좋아지겠지만 그것이 오늘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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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준 작품을 따라 꼭대기층에서부터 뱅뱅 돌아내려오며 구경했다. 다 무료였는데, <누가 미술관을 두려워하랴> 프로젝트에서 올해의 작가로 이름을 올린 박기원이란 작가의 전시는 유료였다. 유료라 못 본 것이 아쉽지만 사진 속의 대형 공간이 그의 작품이다. 시트지에다가 유화 물감을 사용했다고 한다.(oil on sheet가 되는건가?) 돈을 내면 저 공간에서 놀 수도 있는 것 같지만 위에서 구경하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신들의 목욕탕같은 느낌이 나는 이 작품에(제목이..... ㅡ.ㅡ 찾아보니 scenary다.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듯하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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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이야기를 다룬 미드 두 개를 봤다.

 모던 패밀리는 '하이킥'시리즈의 느낌이 난다. 수 많은 캐릭터들이 다들 자기 역할을 하면서 매회 즐거움을 만들어 낸다. 세 가족이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이 드라마에 돈 걱정은 없으며, 섹스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럭키 루이는 친구 추천으로 봤는데 fuck, suck, cunt, pussy, blow, lick, penis, cock, dick, bitch 같은 단어들이 매 회마다 줄줄이 쏟아진다. 이 드라마에는 돈 걱정이 많으며, 섹스는 주인공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존재다. 



 
 루이라는 남자는 고등학교 때는 high한 상태에만 있었지만 결혼도 했고 딸내미도 있기 때문에 Lucky하다. 주인공의 친구이자 정비소 사장인 사내가 돈 문제 때문에 아이를 더 가질 수 없다는 루이에게 'have a fuck, have a baby, eat' 이렇게 세 가자기 인생의 전부라는 얘기를 하는 장면에서 빵 터졌다. 아무튼 첫회의 시작을 위의 동영상으로 해버렸기 때문에 쭉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자기 통장에(월급은 동생 통장으로 받는다.) 돈을 이체했더니 은행에서 압류중이라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채권 추심회사에서 계속 연락이 오니 신경이 정말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내가 아버지 빚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가 미국에서 귀국했을 때, 바로 개인파산 신청하라고 얘기했을텐데, 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도 나에게 무심했다. 개인파산을 위해서 엄마랑 이혼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는 아버지의 쫓기는 마음이 안타깝다.

 결국은 내가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가난과 무지(無知)는 함께 다니고 무지는 여전히 죄가 되는 세상이다.

 럭키 루이의 주인공들에게는 섹스라도 있었는데......
 
 얼마전 길가에서 크게 다투고 있는 젊은 커플을 봤다. 왜 다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바로 집에 들어가서 몸을 섞고 화해했을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술에 취한 아버지는 냉장고를 옮기려고 했었다.

 모던 패밀리는 시즌 2가 나오지만 럭키 루이는 시즌 1이 13화로 끝나고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TV나 영화에서 돈 걱정이나 하는 지지리 궁상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잠깐만 밖에 있다가 들어와도 계속해서 눈이 따가울 정도로 날씨가 지랄맞다. 자외선이나 오존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로 피곤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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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투표를 했고, 민주당 후보가 양천구청장이 됐다. 목동쪽에 돈과 권력(합쳐서 세력이라고 하자)이 있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상징하는 1번을 찍었을 것이고 우리 아버지처럼 뭣도 없으면서도 '개발'이라는 단어가 주는 장밋빛(사실은 핏빛인데 벌건것이 비슷하다) 꿈에 취한 신월, 신정동 주민들도 1번을 찍었을텐데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1번 후보가 낙선한 것을 보면.... 민심이란 것이 무섭다. 결국 민심은 소수의 사람들의 의도, 한두가지 대형 사건들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것이다.

 강남 3구(확실히 양천구에 비해서는 세력이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없는 사람들의 그것보다 높을 것이다)와 중랑구(뉴타운 및 개발의 여지가 굉장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에서만 한나라당 후보가 구청장이 됐다.

 
 북성포구는 인천역 근처에 있는데, 80년대까지는 인천역 근처가 인천 제 1의 도심이었겠지만 지금 인천역 쪽은 차이나타운으로 대표되는 후지고 정감있는 동네다. 실제로 인천역은 사이즈도 작고 작은 시골 기차역 같은 느낌마저도 풍긴다. 각설하고, 북성포구에 다녀온 날 밤에 뉴스에서 인천시장 후보들의 구도심 개발 공약에 대한 것을 봤다. 인천시장 자리도 민주당이 가져갔지만 결국 인천역 근처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주택가는 조만간 그 끝을 볼 것이다.

 -> 어쨋든 지금 삶이 어려우니 지금 힘을 가진 사람들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생각일 것이고 이번 선거 결과가 그것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군인 대통령 시대가 끝나고 부터는 사람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경제적인 삶의 무게가 선거의 결과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류현진이 세 경기 연속으로 폭발적인 투구를 했고, 세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덩치가 선동렬을 닮아가더니 좌완 선동렬이 되버렸다. 선수입장에서의 야구는 잘 모르니까 타자들이 그의 공을 볼 때 어떤 기분인지는 잘 모르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괴물'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다. 얼마전에 스타크래프트 업계에서 재미있는 예고편이 있었는데 '테란신을 분노케한 배틀마스터.......' 어쩌구저쩌구였다. 결국 경기에서는 신의 노여움을 산 선수가 떡실신을 당하면서 신이 위엄을 지켰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드라마)들이 생길꺼리들이 축구보다 야구에 많다. 분명한 인기 요인이다. 야구 선수에 대한 대표적인 스토리 하나를 링크한다. 이글 읽고 마음이 많이 찡했더랬다. -> 이대진 인터뷰 ->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미드 세대인 젊은 여인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는다는 것과 야구가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억지로 엮어볼 수도 있겠다.

 야구는 재미있다. 하지만 아이 또는 연인과 캐치볼을 하는 낭만은 미국 중산층의 것이지 한국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것은 결코 아니다. 글러브 가격도 문제지만 일단 캐치볼을 할 장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야구는 재미있다.


 나이 30이 넘어간다는 건 20대 초반에 경험했던 것들이 10년이 넘어간다는 얘긴데, 철 없던 그때가 덧없다. 40대가 되면 결국은 다 부질없단 생각이 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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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7 - 북성포구

사진 2010. 5. 27. 00:57
지하철 인천역에 내려서 적당히 걷다보면 나온다는 그곳에, 13년 만에 서울 하늘이 가장 맑았다는 오늘 다녀왔다. 찍고 싶었던 건 해가 넘어가는 '인더스트리아'였는데 카메라 배터리 문제로 찍지 못했다. ㅡ.ㅡ; 맑은날을 꽤 오래 기다렸는데,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두고 말았다. 그래도 좋았다. 다음엔 보조 배터리도 가져가고 제발 수평 좀 맞춰서 찍어보자.

그물 너머로 인더스트리아가 보인다.
이렇게 생겼고 왼쪽에는 곰표 밀가루를 찍어내는 공장이 있다.
그나마 수평이 맞았지만 구도가 구리다.
우연히 건졌다. 4차원 세계의 존재가 3차원으로 기어들어오다가 어딘가에 걸린 모습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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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 울산 태화강

사진 2010. 5. 17. 20:06






울산에 다녀왔다. 날이 좋았고 태화강을 따라 이틀동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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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 하늘

사진 2010. 5. 6. 23:08


좋은 하늘은 바람과 함께 온다.
내일은 온종일 날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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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2 - 포기

그때그때 2010. 5. 2. 17:34
어느덧 5월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한 친구에게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고마운 일이고 고마운 친구다.

숙취에서 벗어날 때까지의 한나절도
하루종일 기타만 붙잡고 앉아 있는 날들도
읽다 멈춘 시집과 다 읽고 방 한켠에 쌓여만 가는 책들도
심야의 라디오 방송을 듣다 잠드는 것도
내 삶을 그냥 흘려 보내기 위한 것들은 아니다.

다만 나의 이 모든 애씀들이 한 곳에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다들 애쓰면서 살고 있다.

포기라는 단어가 유난히 나를 끌어당기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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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의 서부 해안 연대기 세 편을 읽었다.

오렉 카스프로.라는 이름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마지막 편인 '파워'였다.

안정적인 노예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던 소년이 누이의 죽음을 계기로 세상에 눈을 떠가고 자신의 존재를 찾아간다는 줄거리다.

소년은 주인의 집에서 전쟁과 누이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노예라는 사실에 눈을 뜨고, 산 사나이의 동굴, 탈출 노예들이 만든 두 곳의 공동체, 자신이 태어난 부족 마을을 거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책과 이야기들이 가득한 대학이 있는 메순이라는 도시에서 오렉 카스프로를 만나며 정착한다.

소년이 거친 모든 장소들에서 느꼈던 불합리함을 자유 도시 메순의 책과 시와 노래들이 잊게 해줄까? 
소설은 소년이 눈물을 흘리며 끝난다. 

생의 말년을 맞은 작가가 자신을 존재하게 했던 책과 이야기들에 대한 고마움을 성장 소설의 힘을 빌려 풀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1편은 '자유'를 노래한 위대한 시인 오렉 카스프로의 혼란스러운 청소년기가 주제다.

결말을 찾아가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진진하다.
결말을 찾아가는 중년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둘 다 여기저기에 많이 널려있는 주제들이다.

그렇다면 소년들이 하듯이 결말을 찾아가는 중년들의 이야기는 조금 신선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이야기에는 결말이 있지만 삶에는 결말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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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를 삶이 멎은듯 보냈다.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좋은 것도 아니다.

저~번 금요일에는 같이 술 먹던 사람 둘에게 한대씩 맞았다.
살다보면 그런일도 있을 수 있고 시작을 내가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맞은 자리가 아파서라기 보다는 나이 먹고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 맞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나쁘다.
그러니까 모욕을 당한 느낌이다.
갚아줄까?도 싶지만.................

여튼 덕분에 슬픔이 벚꽃처럼 떨어지는 계절에 벚나무 구경도 못하고 집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 밤들이 이어져서 블로그에 예전에 쓴 글들을 읽어봤다.

그때그때 기록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적은 글들이 몇개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리하지 못한 것은 내 탓이다.


까진 무릎도 점점 아물어가고 있으니 이번주는 활기차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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