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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부터 산불조심을 다닌다. 최저임금을 받는 농촌의 겨울철 아르바이트다. 작년 가을에 다녔던 코스와 비슷한 코스를 다닌다. 어르신들한테 인사를 할 때마다 작년에 하던 그 사람이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그분들을 기억해도 그분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뭔가 서글픈 일이다.

어제까지 별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차에서 자빠져 있었다. 오늘부터는 열심히 돌아다니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워듣기도 하고 오랜만에 산도 탔고, 나무도 한 차 했다. 길에서 돈 만원을 주웠다. 만원짜리 한 장이 열심히 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너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돈을 흘린 노인네의 슬픔쪽에 더 가깝다. 깻대를 태우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홍시를 하나 얻어 먹었다.

오늘 들은 얘기들 - 여러사람에게 들은 것들은 생각나는대로 나열함

- 성산면사무소 있는 쪽에는 월세도 20만원씩 달라고 하는 것이 시내에 얻는 것보다 더 비싸. 왜 그런지 모르겠어.
- 깻대를 말렸다 갈아서 넣으면 비료로 좋다고 하지만 요즘 누가 귀찮게 그렇게 하나, 옛날에나 그렇게했지.
- 아들이 셋 있는데, 둘째만 대학을 못 나와서 잘 못 살고 있다.
- 사람이 써먹든 안 써먹든 공부를 해야한다.
- 시골에서 이래 농사짓고 살면 흥망이 없다.(흥망이 없는 것에 체념하신 말투였음)
- 둘째 아들이 잔나비띠인데, 아직 장가를 안 가서 걱정이 많다.
- 우리 딸이 서른인데, 시집을 갈 생각을 안 한다. 하긴 나도 서른 여섯에 장가를 갔으니....

작년에 주먹만하던 개들이 일년 만에 말 그대로 개같이 커서 나를 반겨줬다. 나도 무척 반가웠다. 내년에 잡아 먹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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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월요일, 오늘까지 삼일 동안 부연동에 다녀왔다. 부연동은 골짜기 중의 골짜기다. 서른 가구 정도가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국유림을 임대해서 사업을 하시는 형님이 계신데, 40헥타가 넘는 산을 아픈 몸을 이끌고 일구시자니 너무 힘들다. 당장은 소득이 없더라도 곰취, 표고, 개두릅을 딸 수 있고, 몇 년만 버티면 산마늘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돈으로는 무척 비전이 있는 곳이고 내가 골짜기를 좋아하기도 하다보니 그곳에서 사는 일에 마음이 조금 끌렸다.

 아침에 중고 트럭을 한 대 보러 갔다가 사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아차'했다. 차는 한 대 필요하긴 하지만 600만원짜리 트럭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논에서 벼랑 보리를 키우고 싶고, 밭에서는 콩, 감자, 고구마, 옥수수, 호박, 당근, 배추, 시금치, 상추, 오이, 가지, 수수, 기장, 눈개승마를 키우고 싶은 것이지 소득작물(눈개승마는 소득작물임)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돈 앞에 초심이 살짝 흔들렸다. 

 내년에는 집에 농사를 잘 짓자. 일단 일 년을 착실하게 살아봐야 그 다음 계산이 나온다. 조급해하지 말자. 초심을 유지하자. 조바심 내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곁에 있어줄 당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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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잤다. 바닷가를 걸었다. 닭강정을 먹었다. 회도 먹었다. 생선구이도 먹었다. 물회도 먹었다. 오징어 순대도 먹었다.

 속초 아바이 마을은 함경도 사람들이 전쟁이 끝나면 빨리 돌아가기 위해서 모래톱에 만든 마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마음 아픈 일이다.

 속초 여행은 즐거웠다.

  

 


p.s 우리팀이 우승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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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필요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가지지 않습니다. 나는 그 최소한의 돈을 얻기 위해 아무 일이나 할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실처럼 믿기지 않는 상황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부부는 얼굴 대하기조차 매우 힘들었습니다. 한 명은 밤에 일하고 다른 한 명은 낮에 일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쉼 없이 뛰어다니는 여자들을, 일하고 장 보고 아이들을 탁아소에 맡겼다가 다시 데리러 가기 위해 뛰어다니는 여자들을 보았습니다. 그 안 어디에 삶이 있는 걸까요? 삶은 인간의 품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건들 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나는 자주 오아시스를 떠올렸습니다. 그곳이 그리웠습니다. 내가 사막에 남았다고 해서 더 많은 운이 따랐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곳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가난했습니다. 나 역시 가난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오아시스에 사는 사람들은 회사 안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처럼 인간성을 상실하지는 않았습니다.


 -> 아이폰 사진 정리하다가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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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와서 일주일이 지났다. 일을 하니까 몸이 되살아난다. 물론 피곤하다. 작은아버지가 힘들지? 하고 물어보신다.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고 괜찮다고 대답한다. 약간 피곤하단 뜻이다. 물론 정말 피곤할 때는 피곤하다고 대답한다. 

 이번주에는 고추밭을 정리하고 있는데, 비닐에 대해서 좀 생각해 봤다. 올해 우리 고추밭의 일부는 비닐이 덮인 땅을 로타리치고 그 위에 다시 비닐을 덮고 고추를 심었다. 작년과 올해 비닐 제거 작업을 하면서 느낀점은 비닐은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그렇지만 나도 쓸지 모른다. ㅡ.ㅡ;) 땅이 부슬부슬하고 잘 마른상태에서도 비닐을 100%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 대충 99%정도 제거한다고 치자. 1%의 비닐은 땅에 남고 10년간 비닐 써서 농사지으면 땅속에 첫 해에 농사지었던 비닐의 10%가 남게 되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다.

 밤 9시가 되면 그날 날짜의 하이킥을 다운 받아서 보고 잔다. 하이킥에 야구장이 자주 나오는 걸 보니 야구가 대세는 대세다. 하이킥 초반부에 백진희가 넘어지는 바람에 회사에서 짤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 에피가 나간 다음날인가 한화의 김준호 선수가 동점을 앞두고 홈 플레이트 앞에서 넘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하이킥은 판타지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현실을 많이 반영한다.

 롯데가 올라오면 최동원과 장효조의 대결이고, 스크가 올라오면 이만수와 삼성의 대결인데, 양쪽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있지만 최동원과 장효조의 대결은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롯데는 2위팀이고 4차전 승리로 흐름도 탔고, 부산에서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할 것이다. 누가 올라오든 우승은 삼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산불조심 시작할 때까지 계속 세차게 일하자.


 짤방은 교육원 동기인 샬롬이, 모델이 좋아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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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9 - 일본 FX36

사진 2011. 10.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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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찍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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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은 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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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그리고 베스트 샷 두 장

어느 리조트에서

어느 신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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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 교육 끝

그때그때 2011. 10. 14. 01:25
 내일이면 교육이 끝난다. 오늘 오후 시간에 산채 전문가 강사님이 오셔서 교육원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삶과 농사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요지는
1. 혼자, 또는 둘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짓는다.
2. 내가 또는 내 가족이 먹는거라는 마음으로 작물을 기른다.
3. 엄한데 팔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지인들이나 식당 등에 판매한다.
4. 이웃들과 잘 지낸다.(이번 가을에도 산불조심을 하기로 했다.)
5. 끝없이 연구한다.(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다.)
6. 땅관리를 엄격하게 한다.

 몇 가지 더 있겠지만 당장 떠오르진 않는다.

 6개월간 정말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다. 전화상으로 얘기했지만 당신 덕분에 별탈없이 이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앞으로의 화두는 생활!

 
 오늘 무척 화나는 일이 있었다. 교육 기간 동안 현장 견학을 갈 때마다 교육생들 통장으로 돈이 입금됐고, 우리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그 돈을 일괄적으로 모아서 관리해왔다. 이 양반이 일본연수 가기전에 하는 말이 '너네들 거기 물가도 비싸고 돈도 없는데, 술도 한 잔 못 먹고 올까봐 그 동안 현장견학 갈 때마다 조금씩 돈을 모아 두었다. 고맙게 생각해라'였다.
 교육을 마치며 건의사항을 쓰라고 하길래 회계관리를 투명하게 하라는 내용을 적었다. 좀 있다가 그 담당자가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한다는 말이 '본가서 쓰고 남은돈에 자기 돈을 보태서 면세점에서 '세라믹 칼'(4 000엔)을 사서 직원들에게 돌렸다'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선물을 돌린 사람들 명단에 우리랑 크게 관계하지 않았던 교육원 직원들은 있고 6개월간 밥을 해 주신 식당 아줌마들은 없었다.(울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식당 아줌마들은 용역직원이지만 우리 식구나 마찬가지라고 했던 사람이 우리 돈으로 그런짓을 했다.

 오늘 있었던 마지막 술자리에서 그 자리에 있었던 문제의 담당 공무원이 나를 따로 불러 그 얘기를 했다.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쯤되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내가 이런 얘기를 했을 때, 공무원들 편을드는 동기생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충격이다.

 당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는 나밖에 모르지만 네게도 내가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게 나를 행복으로 물들게한다. 하지만 세상은 영화 속 하비의 마지막 대사같지는 않다.

 But

  I Promise You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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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0 - 일본

사진 2011. 10. 10. 14:01


엘 다녀왔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완전 잼있어.

 공원을 다니며 도촬 - 9500으로 찍은 것들 중에 베스트 샷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바다! '고쿠리코 언덕에서'의 여주인공 이름은 우미(바다)

 즐거웠다. 이제 남은 것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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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다녀왔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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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교육은 이번주가 마지막이다. 생활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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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9 - 나비

사진 2011. 9. 29. 16:54
 교육원 짬을 먹고 사는 고양이 '나비'다. 어리고 암컷인데, 크는 속도가 빨라서 하루하루 못생겨진다. 요즘 하루에 한 번 이상 '궁디팡팡'을 해주면서 놀고 있다. 일단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하면, 놈은 좋아서 몸을 베베 꼬면서 몸이랑 얼굴을 내 팔에 비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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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8

그때그때 2011. 9. 28. 19:41
 지난 일요일에 굴삭기 실기에서 떨어졌다.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월요일에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를 읽었다. 멋진 사람이었다. 세워놓은 원칙에 충실하면서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요일엔 기분이 별로였다. 오전이랑 오후 강의가 모두 주체적이고 전략적인 삶에 관한 것이었는데, 결론은 그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벌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녁에 술을 먹는데, 형들한테 수업태도가 안 좋다고 혼났다. 요점은 자기가 선택해서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기분 나빴지만 반성은 했다. 오늘은 지게차 실기 시험을 봤다.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다. 그렇지만 당신이랑 통화를 했기 때문에 기분이 많이 나쁘진 않았다. 어제부터 읽고 있는 '나니아 연대기'의 역할도 크다. 

 시험에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나랑 같은 방을 쓰는 동생 J가 와서 내 왼쪽과 오른쪽에 번갈아 앉으며 점이 되려고 준비하는 여드름(피부 트러블)을 짜줬다. 그 친구랑 나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위로가 됐고 고마웠지만 고맙다는 얘기는 못했다. Thank You! 

 해가 떨어지려고 준비할 때 즈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약간의 한숨과 함께 부질없다는 얘기들을 농담처럼 날리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조만간 좋은 얼굴로 만나요. 

 다친 손가락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고, 장기간의 교육과 내일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들 때문에 자신감을 약간 상실했던 것 같다. 삶이란 것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지만 이럴 때가 많으면 그저그렇다. 

 친구에게 던지는 푸념과 여드름을 짜주는 동료가 없는 삶은 정말 그저 그렇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지후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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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0

사진 2011. 9. 20. 18:56
오늘 춘천 하늘이 날 제대로 잡았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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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9 - 데이트

사진 2011. 9. 19. 20:04
 <유가네>서 점심, <사직동 그 가게>에서 짜이, 덕수궁 미술관 구경, 이숭용 선수 은퇴 경기 관람, <천년 동안도>에서 이영경 밴드 공연 감상, 떡볶이랑 순대로 마무리!

 당분간 서울에 갈 일이 없다. 지후가 무리해 준 덕분에 가열차게 놀았다.

 선배랑 통화하다가 행복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분이 좋았고, 사실이 그렇다.

s9500이 생겨서 테스트 촬영을 해봤다. 28미리 정도의 광각이랑 1cm접사가 필요했는데, 조금 오래된 모델이긴 하지만 광학 열배줌까지 덤으로 얹혀있는 카메라다. Thank You!

 덕수궁에서 10배줌으로 도촬한 어린이, 완전 귀여워서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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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0 - 이어짐

그때그때 2011. 9. 10. 17:03
 어제 강릉에서 친구랑 밥을 먹었다. 친구 뒤쪽 테이블에 엄마가 아이 셋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왔다. 막내는 이제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나이다. 엄마가 밥을 뜨러 간 사이에 막내가 엄마를 부르며 울기 시작하자 언니가 아이를 번쩍 안아서 엄마한테 데려갔다. 언니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였다. 아기는 이내 울음을 그쳤고, 네 사람은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둘째 이모가 가끔 우리 엄마를 업어 키운 얘기를 하시는데 - 두 분은 열 살 차이다.-  어제 본 모습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밥을 먹고 혼자서 집에 오면서, 대를 잇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얼마전에 지후랑 우리 엄마를 만나러 갔었다. 엄마는 지후의 팔을 붙잡고 손을 놓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채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일방적으로 쏟아냈고,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다. 셋이서 밥을 먹으러 나가서는 나랑 동생을 곱게 키웠다는 얘기를 했다. 이미 엄마에게는 과거가 되버린 이야기들이다. 아들이 결혼을 해서 손주를 보는 것도 인생의 새로운 즐거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기 아이를 키우는 기쁨은 이미 과거인 것이다. 어느덧 부모의 과거는 자식들의 현재가 되고 꾸역꾸역 대를 이어나간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자식들이 다시 물려 받는다는 것, 대를 잇는다는 것, 끊어도 끊어지지 않는 순환의 고리같은 것.....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위대함이 느껴진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dignity + destiny의 느낌이다.

 명절이라 이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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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시절은 아니지만 내 시절이기도 한 대학로 시절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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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 예산부족 -> 전면 무상급식 불가

부잣집 아이들 - 우리집에서 낸 세금으로 가난한집 애들 점심 먹여주고 우리는 우리돈 내고 점심 먹는다.

부자증세 -> 예산있음 -> 전면 무상급식 가능

부잣집 아이들 - ?


이번 무상급식 투표사건을 아주 단순무식하게 풀어보면 이렇다.

복지는 우월감을 갖고 베푸는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노숙자들한테 혀를 차면서 동전을 던져주는 것이 복지가 아니란 얘기다.

짤방은 목요일에 양구에서 찍은 두 장. 완전 가을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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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어플 중에 tiltshift generator란 게 있어서 찍었던 사진을 만져봤다. 뭔가 느낌이 좋다. 그렇지만 사진은 만지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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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011. 8. 23. 11:19

 쑥쑥 읽혔고 많이 재미있지는 않았다. 다만 하루키의 문장 중에 기억하고 있는 것이 없었는데, 이 부분은 기억해두고 싶다.


  그리고 그는 또 알고 있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녀들 속에는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딸들이 가령 우시카와를 잊어버린다해도, 그 피가 자신이 가야할 길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다. 피는 아마도 오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후쿠스케 머리의 징표는 앞으로 언젠가 어딘가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뜻하지 않은 때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그때 사람들은 우시카와의 존재를 한숨과 함께 기억해낼 터였다.
 그같은 분출의 현장을 우시카와는 살아서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괜찮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우시카와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복수심이 아니다. 이 세계의 구성 요소에 자신이 피할 수 없이 포함되어 있다는 인식이 가져다주는 일종의 충족감이다. 



 
 
피할 수 없이 = 어쩔 수 없이

 작가는 이런글을 쓴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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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매미가 울고 밤에는 귀뚜라미가 우는 계절이다. 고로 여름은 거의 끝났다. 비만 오다 끝났다. 전국적으로 올 벼농사는 작년만 못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우리논도 이삭이 늦게 팼다. 내가 짓는 농사가 아닌데도 이렇게 어려운데, 내가 지으면 얼마나 더 어려울까?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도 있지만 걱정이 크면 시작도 못한다.

 당신 부모님을 만났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웃는 얼굴로 끝까지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했던 얘기를 자꾸 반복하시는 바람에 막판에 눈이 조금 풀리면서 흐트러졌다. 긴장해서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 흐트러짐에 일조했다. 아버님도 전날 푹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뭐랄까, 통하는 게 있다고 본다. 걱정이 많으실텐데 시작을 허락해 주셔서 무척이나 기뻤다.

 걱정을 떨쳐내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잘 짓는 수 밖에 없다.

 지후가 처음으로 내 친구들을 만나러 와줬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빈속에 보쌈김치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바람에 일찍 취했다. 전날 많이 못잔 것도 내가 일찍 취하는데 일조했다. 앉아 있을때는 몰랐다가 일어나니까 확 취하는 느낌이 오랜만이었는데, 당신이 나를 지켜줘서 정말 많이 고마웠다. 이성준이나 고구미가 술에 취한 나를 지켜주는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정말로 지켜준달까? 나도 지켜줄께요. 앞으로 쭉~~

 어제도 많이 못잤다. 멍한 상태에서 일하고 담배 피우고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여름이 끝났으니 좀 더 차분해지자.

 멍해도 짤방은 올린다.

백일홍 - 아이폰 특유의 반짝반짝

벌개미취 - 예쁘고, 먹을 수도 있고 천연 제초제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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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터미널에서 오산으로 가는 차표를 샀다. 매표원에게 "오산 한 장이요. 몇시에요?"라고 말했다. 이건 나름의 의미가 있는 문장 배치다. '오산 가는 거 몇 시에 있어요?'라고 먼저 묻고 버스의 출발 시간이 내 마음에 거북하지 않게 느껴졌을 때 '한 장 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말의 순서일텐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더라도 오산에 가는 버스라면 무조건 표를 구입할 마음으로 그런 문장배치를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매표원은 우선 가장 빨리 출발하는 차 시간을 내게 알려주고 내가 고개를 끄덕여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서야 발매버튼을 눌렀다. 어쨌거나 그녀는 나같은 아마추어 승객의 문장 순서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프로인 것이다.

 <카드를 만들어라 보험에 들어라 적금에 가입해라 네 전화번호와 생년월일 정도라면 언제든지 알 수 있으니 그 경로는 알 필요없다>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내 대처는 크게 두 가지인데, 먼저 내가 어느 싸이트에서 동의를 했다고 알리는 경우에는 해킹을 당한 것 같다고, 그 싸이트 주소가 뭐였냐고 확인하 듯 묻고는 상대가 답을 하면 알았다고 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 다음으로는 무작정 상품소개를 시작하려고 하는 경우인데, 이 때에는 '저는 금융과 관련된 모든 것을 신뢰하지 않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한다. -매우 사실이기 때문에 정중한 내 말투에 조금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저는 불안한 미래를 돈을 모으는 것으로 메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라고 하는 것도 좋겠지만 표현이 길어지면 허점이 생기는 법이다. 상대가 '고객님, 과연 미래가 메우는 것일까요?' 라고 물어온다면 난처해 지는것은 오히려 내 쪽이 되고 만다.

 오산행 버스에 올라타고 얼마 안 있어서 정중하게 대답하는 상황이 생겼었다.

 하루키의 1Q84를 읽고 있는데, 하루키의 수필들이(번역이) 이런톤이었던 것 같아서 흉내 근처도 못 갈 흉내를 내봤다.

 오산에는 두 시간만에 도착했다. 엄마가 만든 닭볶음탕을 먹었다. 엄마의 요리를 먹은게 참 오랜만이다. 확실히 엄마라는 건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입맛(음식)과 관계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아버지보다 더 애틋한 듯하다. 그리고 이런 애틋한 경향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각설하고 이번주에 가장 울컥했던 사건은 심수창이 18연패를 끊고 했던 인터뷰였다. 인터뷰 동영상을 보다가 아침부터 눈가가 축축했다. 특히 팀을 옮기고 박병호랑 한 방을 쓰게 됐는데 밖에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 둘이 '잘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할 때는........ 음......... 역시 야구란........ 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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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후가 다녀갔다. 같이 옥수수를 심었다. 꼬마차를 타고 서울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유명 커피집에도 다녀왔다. 감자 경단, 감자 옹심이, 감자 부침개, 찐감자 구이를 먹었다. 지후가 내가 눈여겨 봐둔 어흘리 도로끝 마을을 좋아했다. 당신이 다녀갔고 좋아하는 감자를 실컷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일도 실컷했다. 물론 피곤하다. 그렇지만 즐겁다.

 작은어머니가 출타하셔서 작은아버지랑 둘이서만 점심을 먹었다. 하우스 짓고 오이 농사 지어서 돈 버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꾸러미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그래서 둘이 먹고 살겠냐고 하셔서, 얼마나 벌어야 먹고 사느냐는 기준점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 아니겠느냐는 대답을 하던 중에 작은어머니가 돌아오셔서 대화가 중단됐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작은어머니가 감자 껍질을 벗기고 계셨다. 옆에 앉아서 잠깐 얘기를 했다. 내년에 후계자 신청할거냐고 해서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싫다고 했더니 잘 생각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본인의 희망을 말씀하셨다. 지금처럼 농사를 지어서는 안되고 농사를 조금 줄이고 유기농으로 밭작물을 잘 지어서 장에 나가서 팔고 싶다고 하셨다. 얘기의 핵심은 농사 잘 짓는 다른집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집이 농사를 잘 못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년에 같이 기술센터에서 하는 유기농 교육을 받자고 하셨다. 그러겠다고 했다.

 내년에 진짜 잘해야된다. 함께 헤쳐나갈 삶이지만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막중하긴 한데, 기분이 좋다.

 어제 혼자 옥수수 심고 옥수수짚 나르면서 생각한건데, 당신이 내가 힘을 내서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당신을 생각하면 뭐든 열심히 하게 된다. 그게 당신에게 부담일까? 내 이기심일까? 이것이 사랑일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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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요일, 굴삭기랑 지게차 운전기능사 필기시험을 봤다. 발표는 아직이지만 합격했다. 시험 준비 때문에 모처럼 이것저것 머릿속에 때려 박아 넣고 외우는 일들을 했는데, 기분이 괜춘했다. 궁할 때, 용돈이라도 벌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 실기도 둘 다 합격해야겠다.

 10월 중순에 교육이 끝난다. 6개월 짜리 교육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강릉 날씨를 확인해 보니 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이었던 날은 열흘도 안되고,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일주일 정도였다. 이런 때에 집에서 일을 못하고 교육을 받고 있으니 더 지친다. 작년에도 날씨가 올해랑 비슷했기 때문에 내년 날씨도 올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년에는 작물 심는 시기를 조정해야만 한다. 모내기는 올해 저온에 잘 견딘 애들을 종자로 해서 올해보다 약간 이르게 해야할 것 같다.

 애초에 교육 받으러 온 것이 농사일이 초짜니까 이론적인 토대도 쌓고 농기계도 이것저것 몰아보고, 무엇보다도 강릉에선 연애가 어려우니까 연애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는데, 무엇보다도를 이루었고 이론적인 토대도 그럭저럭 쌓았으니 다음달에 콤바인 조작만 확실하게 익히면 계획달성이다.

 목표달성이라고 썼다가 뭔가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계획 달성으로 바꿨다.

 헬렌&스콧 니어링의 책을 두 권 읽었다.

 <당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나는 당신과 같이 있으며,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되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기꺼이 비켜 서있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내 가장 큰 관심사는 당신이 언젠가 가장 훌륭한 당신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까? 

 바지런하고 즐겁게 살자. 가장 중요한 건 사람같이 사는거다. 어제 '신과함께'를 보다가 울컥했다.


 조군은 이 그림만 봐도 어떤 맥락인지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사람같이 사는 일은 정말 어려운데,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런 것을 근자감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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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끝의 공장으로부터
푸른 곰팡이가 쏟아지듯이
포자처럼 집으로 간다 하아하아
입김이 서린 하늘은 차갑도록 하아하아
무사한 하루도 좋다 무사할 내일도 좋다
포장마차나 함바집엔 고기굽는 냄새가 새어나오고
뱉어내었던 작업장 굴뚝이 마냥 하늘로 올라
시장통이나 한 번 뒤적이며 생선의 푸른 등을 찔러본다
장난감 가게의 불은 구멍뚫린 주머니처럼
할 수 없거나 잃어버리거나 없는 것은 그 불처럼
빛나라 시시덕이는 여인네의 짧은 치마
분칠한 얼굴이 고와 입맛 한 번 다셔도 보고
가래침 타악탁 뱉으며 자꾸만 만지작 거리는 인형은
작고 예쁜 집에 잘도 사는구나 양과자 가득
쌓인 과자가게를 지나 정육점 두어근의 돼지고기
빠알갛게 코로 들이치는 바람 무사할 내일 이야기
달랑이며 잠시 실내포장마차 훈기어린 순대국에 낱잔 소주
곁들이었다 지칠 때까지 익힌 그 순대같은 이야기
푸욱 퍼져 달랑이는 모든 것을 꿰어 들고
검정비닐봉지 우리 집에 간다 집으로 간다
아무 할 말 없이
포자처럼 부유하는
푸른 곰팡이
멍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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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를 돌무덤으로 보내는 도라지 꽃

지난주에 이어서 또 서울에 왔다. 신월동 본가에 짐을 풀었다. 시장통을 걷다가 고로케를 두 개 사 먹었다. 크기도 내가 만날 사 먹던 때 그대로고 가격도 그대로 한개에 오백원이지만 속은 텅 비었다. 조금 실망했지만 여전히 빠리 바게뜨 고로께 보다는 맛있다.

집은 여전했다. 냉장고는 텅 비었고 아버지는 동생 와이셔츠를 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회사 땡땡이 치고 자고 있었고 양천방송에서는 내 휴대폰으로 통장에 잔고가 없다는 문자를 보냈다. - 요금은 동생 통장에서 빠져 나간다. ^^ - 잠들었다 저녁에 깼는데 동생은 마시러 나갔고 아버지는 막걸리 한 병과 저녁 식사 중이었다.

그러니까 다들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요즘 보는 일드 제목이 '그래도 살어간다'인데, 뭔가 맞아 떨어진다.

군대에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청년들이 죽어나간다. 시립대 다녔던 학생 사건 때 마음에 많이 안 좋았는데, 오늘 비슷한 소식을 또 들었다. 첫 번째는 슬프고 안타깝다가 말지만 같은 것이 반복되면 화가난다. 명박씨가 말한대로 패기있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고 남들 안 하는 일을 선택해서 열심히 현실에 맞서던 젊은이 둘이 불과 며칠 사이에 사고를 당했다.

나는 경제적으로는 아주 안 좋은 조건이지만 강릉에 작은아버지가 계시고 농사가 정답이라는 교육과 체험, 당신을 통해 시골로 내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스펙에 시달리고, 농사일의 즐거움을 모르는, 남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기준이 꼭 보편 타당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져 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다 때려치고 시골에서 살아라' 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ds는 반값 등록금 투쟁 대학생들에게 학교를 안 다니면 될 것을 괜히 징징 댄다고 했더랬는데, 맞는 말이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스스로 대학을 포기 하는 것과 ds처럼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다닌 것은 분명 다르다.

공교육은 최소한 젊은이들 스스로가 !빚은 지지 말고 살아야지! 라고 깨달을 수 있게는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같이 교육 받는 사람들 중에는 교육을 마치고 저리로 돈을 땡겨서 큰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교육 중에도 그렇게 하라고 허는 게 많다. ㅡ.ㅡ) 내 생각엔 그러면 안된다. 빚은 가난보다 더한 스트레스기 때문이다.

걱정과 푸념과 불만을 품 속에 지닌채, 둥둥 떠 다니는 '국가'라는 시스템 위를 걷고 있다. 느리고 조심스럽게.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별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연대'(함께하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밤이다.

그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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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중에 독보적으로 제일 좋다. 내가 찍은 건 아니다. 동백꽃은 노래 가사처럼 눈물처럼 진다.

결혼과 육아에 대해서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신에게 직접 들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를 나이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싫은데,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삶이라는 큰 덩어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는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살짝 부회(부아)가 났다.

사실 나는 근자감을 바탕으로 인생을 무척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단순 담백하고 심플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일에는 돈이 필요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 내에서 세심하게 신경 써야할 부분들-각종 경조사 및 인사치레 등-이 많아지는 것도 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방법을 남들 기준에 적극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일을 한 가지 했으니 그 다음부터는 내식대로 당신식대로 우리식대로 헤쳐 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내 삶에 대해서는 나이브하게 생각하지만 당신에 대해서는 나이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채, 또는 그런 채로 살아도 좋다. 는 삶을 추구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마음에 들게~

'비워야 산다'를 읽었다. 좋은 책이고 이남곡 선생님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기분 좋았다.

144p. 저희 집사람은 '선물의 사회'를 원했습니다.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받으려는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저 사람이 나에게 선물을 갚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아내가 살았더라면 이 선물에 대한 마인드를 더 널리 정착시켰을 것입니다.


가끔 서혜란 선생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물컹하다.

에 그리고 사실 나도 나의 나이브함이 약간은 걱정된다. 하지만 당신이 있으니 나는 잘 할 수 밖에 없다. te qui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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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에는 정말 열심히 논을 맸다. 논일은 즐겁지만 허리는 아프다. 참 시간에 같이 실습온 동료들과 막걸리를 마신일이 즐거웠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여럿이 함께 논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찾아올란가 모르겠다.

 어제는 일을 마치고 피로를 씻기 위해서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홍천강에 들어가 놀았다. 물은 차가웠고, 수영하다 안경을 잃어버렸다. 

 맨발에 맨손으로 피살이를 했더니 씻어도 씻어도 손은 검고 손 여기저기 풀에 베인 상처자국이 가득하고, 피로로 입술 위쪽이 터졌고, 오른쪽 엄지발가락은 곪았다. 나는 원래 작은 상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편인데, 곪은 발가락이 많이 아파서 절뚝거리며 걷는 지경에 이르다보니 농사를 짓더라도 깔끔하게 몸을 관리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남들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순달이 사망과 소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교육, 한우농가에서의 3주간 실습, 권정생 선생님의 '태기네 암소눈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나는 소 못 키울 것 같다.  

 듣자하니 봉정암 주지 스님이 소고기를 그렇게 잘 먹는다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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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 - 르 귄 -

2011. 7. 4. 09:09

012


 
 몇 년만에 다시 읽었는데, 예전 읽었을 때 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그렇지만 르 귄은 <르 귄>


 
 이 부분만이라도 영문판으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말이 필요없는 17장. 오르고린 창조신화
 


 평론가들은 페미니즘 SF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보내지만 나는 르 귄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과 통찰력이 좋다. 

 어제는 무척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활자들을 쭉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당신이랑 함께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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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2 - 흠

그때그때 2011. 7. 2. 22:15


20110701 강릉항

어제는 일하기 싫어서 바다에서 혼자 놀았다.

오늘은 새벽부터 일하고 싶었는데, 논일의 여파로 몸이 말을 듣질 않아서 아침 먹고 일 시작했다.
오전에는 고추밭에서 고추 유도(유인) - 고추 끈 작업 - 를 했고 점심 먹고는 콩 심었다. 땡볕에 콩 심다가 탈진할 것 같아서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타이밍에 집에서 쉬었다 하라는 연락이 왔다. 얼음 수박을 먹었다. 완전 맛있었다. 올해는 많은 농민들이 수박밭에 배추를 심는 바람에 수박이 비싸다.

수박 먹고 잠깐 자빠져서 자다가 계속 콩을 심었다. 땅은 질어서 장화는 푹푹 빠지고 날은 여전히 더운데 벌레들이 내 귓가에 계속 윙윙거려서 짜증이 좀 났지만 열심히 심었다.

저녁을 먹는데, 작은아버지가 작물별로 얼만큼 농사 지으면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신다. '네!' 하고 대답하고는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론 혼자가 아니니까 계산기를 두드려 볼 필요는 있겠다 싶었다. 담배 사 피우고 콜라 사 먹자면 그래야만 할 것 같다. 낮에 수박 먹고 나서 '삶이 이거면 됐다.'는 생각을 했는데, 꼭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사먹으면 불만도 쌓이고 불쌍하니까 '이거면 된' 삶을 위해서도 세부적인 돈벌이 계획은 필요하다. 계획은 천천히 하나씩 세우기로 하고,

내일은 새벽부터 일해야지. ㅋㅋ

p.s 작은어머니가 치킨집 배달 알바를 시작하셨다. 밥벌이란 게 이런건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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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실습 2주차다. 애초에는 춘천에 있는 한우 농가로 갔었는데, 게으름 피웠다고 쫒겨났다. 그래서 홍천에 있는 한우 농가로 왔다. 나는 순달이가 사망한 이후로 소 키울 생각이 사라졌지만 작은아버지가 소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다. 확실히, 소 키워서 돈 많이 버는 집은 관리부터 다르다. 내가 농사를 열심히 지어야 작은아버지가 안심하고 소에 집중할 수 있다. 열심히 해야지.

이번주에 장마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소 밥 주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논에서 피살이를 했다. 농장 주인아저씨는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으신다. 유기농 논에 들어가서 일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오전에는 비를 맞으며 일했고 오후에는 비 안 맞으면서 일했다. 역시나 논일은 즐겁다.

갑작스럽게 내년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있는데, 우선은 집부터 구해야한다. 각자의 영역과 삶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함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후랑 함께'라는 문구를 슬라이드 하면 아이폰의 봉인이 해제된다. 나는 당신앞에서 해제된다. 뭔가 기분이 좋다.

여름이라 살짝 들떴는데, 칠월은 조금 차분하게 흘려보내야겠다.

짤방 설명 - 숙소 앞으로는 물안개가 자욱한 홍천강이 흐르고 숙소 뒤로는 멋진 하늘이 보인다.

스마트폰의 현위치 서비스가 제법 쓸만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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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교육을 받는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고

 이래저래 재미있다.


 because of you!

 다음주부터 3주간 실습을 간다. 마시고 자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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