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으로는 소양호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화천군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석양이 장관이었다.
산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으로는 소양호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화천군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석양이 장관이었다.
모내기가 끝난 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 베스트 샷 중에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길바닥에 죽어 있던 나비(swallowtail butterfly?) - 로모 어플로 살짝 만짐
새해구나 싶더니 6월이다.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운다. 그래도 일 할때는 안 운다.
어제 강릉 오는 버스에서 신문을 읽다가 울었다. 기사 내용은 5.18때, 서울의 시위대가 뿔뿔이 흩어졌던 얘기였다.
어젯밤에는 춘천에서 배운 것 복습 및 앞으로의 결의를 다지느라 울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옥수수를 심었다. 이제 당분간 옥수수 모종은 없다. 비는 약하게와 강하게를 반복하며 내렸다. 약할 때는 심고 강할 때는 차에서 앉아 있다보니 딸랑 네 판 심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꿈에 애요가 비대해진 몸을 이끌고 나와서 나를 안고 울었더랬다. 차에 앉아 있다가 애요네 집에 전화를 했다. 수다를 떨었다. 나처럼 덩어리 좋고 말을 사분사분하게 하는 청년이 손님으로 왔다가 공동체에 들어 앉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 그리고 애요한테 핸드폰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울면서 테스트 문자를 보냈다.
- 문자 갔어? 종종 통화하자. 사실 형은 요즘 좀 자주 울어.
- 응 문자 잘 갔네. 근데 왜 울어?
- 몰라 시도 때도 없이 우네. 네 문자 보니까 또 운다. ㅎㅎ
- 무슨일 있구나 형
(왈칵)
- 아냐아냐 외로워서 그런 것 같어
- 으그
점심을 먹었다. 혼자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가시질 않아서 정말 많이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담배를 태우고 노래를 듣다가 울었다. 안되겠어서 다시 밭으로 갔다. 비가 펄펄 쏟아져서 잠깐 차에 들어와 앉았는데, 다시 눈가가 촉촉해져 왔다. 그때 똥이 마렵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밭가에 똥을 누고 근처에 보이는 개망초를 꺽어서 뒤를 닦았다. 개망초 줄기를 두 개 겹치고 잎들로 잘 감싸서 닦으니 예전에 호박잎으로 닦았을 때 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괜찮았다.
이제 눈물은 멈췄다.
외롭다고 많이 먹으면 병에 걸린다. 고등학생 친구의 문자를 받고 울면서 위로받는 일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자꾸 우는 건 좀 거시기하다. 오늘 비를 제법 맞았으니 몸살이라도 나서 땀을 쭉 빼고나면 남은 5월은 울지 않고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몸이 라고 내 맘대로 되진 않는다. 우는 것만 봐도 명백히 알 수 있다.
-> 눈물은 똥으로 멈춘다.
어제는 서울가서 고구미랑 마셨다. 중간에 기억이 끊어졌다. 확실히 술이 약해졌다. 기억과 망각을 동시에 일으키는 '술'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술이 약해져도 약해진대로 좋다. 뭐랄까... 결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지점과 같은 맥락이다.
다섯시 반에 일어나서 춘천행 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 황사와 봄안개가 가득하고 청바지에는 자욱한 김칫국물 자국, 이어폰에서는 엘리엇 스미스가 부른 because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당신(들) 생각. 당신이 당신인지 당신이 아닌지, 아니면 다른 당신인지, 그렇다면 당신은 누군지........ 고추를 심으며 묻었던 당신(들)이 계속 머리를 때렸다.
교육원으로 걸어 올라오는 길에 거울이 있어서 내 모습을 봤다. 얼굴이 좋다. 활짝 핀 얼굴은 아니지만 몸 전체에서 은은하게 자신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술기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곤 옛날 생각이 났다. 고구미랑 '정영음'얘기를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제 안성의 '광신극장'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역시나 많은 것은(또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술에 떡이 되도록 취해서 했던 고백과 응답, 그리고 여관, 손에 묻은 치킨 기름이 아주 예쁘게 느껴졌던 일, 좌석표가 없는 극장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식스 센스'를 봤던 일, 수원에서의 데이트,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 같았던 이별, 아침 7시에 강의실 앞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담배 피우며 묻던 '잘 지내?'란 말.
음................................
고구미, Thank You(언제나 그렇듯이 ^^; 항상 고맙게 ~^^;) 내가 예전에 줬던 티셔츠가 돌아왔네~(이런 사소한 것들이 감동적이야. ^^;)
몸은 깼는데, 머릿속에는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다.
올 봄에 봤던 풍경들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동네에서 노인 한 분이 경운기로 논을 가는 모습이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아저씨는 풍경화 속의 노인이 되서 일을 하고 계셨다.
나는 언제쯤 풍경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가끔 생각해본다. 경운기 아저씨, 나물을 캐는 아낙네들을 나는 먼 발치에서 감상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결국 나는 내 삶을 쫓지 못하고 내가 바라보는 풍경들만을 추상화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나도 뭔가 할 때는 무척 몰두하는 편이긴 하다. 그런 나를 외부에서 바라보면 나도 하나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걸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괜한 걱정이다.
오늘은 동료 교육생들이랑 축구를 했다. 나는 축구를 싫어하지만 가끔은 숨이 턱을 넘어오도록 달리고 나면 속이 후련해 질 때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고무신 발로 한 골 넣었다.
정진규의 시와 르 귄의 문장이 모두 같은 맥락에 있으니 풍경에 대한 내 고민은 꽤나 오래됐고 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변산에 있을 때,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때가 아마도 내가 스스로 풍경이 되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교육 기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춘천 국유림관리소가 위치해 있다. 노란색은 뱀꽃이고 오른쪽은 은사시 나무인데, 왼쪽 나무는 뭔지 모르겠다. 국유림관리소에서 버스를 내려서 교육기관까지 30분 동안 걸어야하는데, 동네 풍경이 많이 예쁘다.
김훈의 책을 사게 만들었던 문제의 벚꽃 - 교육기관 교정에서
배꽃 - 교육원 주위가 온통 과수원이다. 오늘 하늘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나는 배꽃을 좋아한다. 나중에 주인 몰래 복숭아, 사과, 배를 따 먹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중에 수평 맞은 것
FX 36으로 찍은 사진 중에 수평 맞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