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여전히 멈춘듯 계속된다.
제목이 비장한데, 지금 다니는 회사를 9일까지만 다니기로 했기 때문에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지나간 직장들을 돌아본다. 알바 경력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모두 제외한다.
EBS 다큐멘터리 파견 조연출 - 방송 제작 시스템의 전반적인 것을 알게 됐다는 점, 미크로네시아를 구경했다는 점은 좋았지만 당시에는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파견직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게 됐고 기본적으로는 같은 일을 하고 알고 보면 일을 더 하기도 하는데, 정규직들과 많은 차이가 나는 월급을 받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복지TV 주조정실 - 방송 송출의 전반적인 것을 알게 됐다는 점, 많은 자유시간을 바탕으로 책을 많이 읽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월급 100만원 받는 정규직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장애인 단체간에도 이권다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속 해도 좋았겠지만 박봉에 책만 많이 읽으면 장땡이 아닌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그만두고 남미로 떠났다.
대학 교수 비서 - 월급을 많이 받았다는 점, 대학원 사회를 알게 됐다는 점, 생전에 못 먹어볼 것들을 많이 먹어봤다는 점은 좋았지만 10시에 출근해서 11시에 퇴근하는게 싫었고 상류사회의 볼품없는 이면이 나를 진저리치게 만들었다.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그 세계와 그 세계의 사람들이 나랑 너무 안 맞았다.
현 직장 - 프로토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았다는 점, 칼퇴근을 했다는 점은 좋았지만 이렇게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이 안되는 직장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고 사업은 아무나하면 안된다는 것도 확실하게 알았다. 괜히 망할때까지 남아서 내 청춘을 소비하는 것이 싫어 그만두기로 했다.
어딜가든 좋은 점이 있지만 그냥 어떤 세계를 알게된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곳에서 뼈를 묻겠다는 굳은 결의가 없기 때문에 싫어지기 시작하면 어디든 그만두는 걸까?
손가락 부상의 완치와 퇴사와 이별과 봄이 함께 하는 2010년의 4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