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30 - 추락

그때그때 2010. 8. 30. 11:50
끝없이 떨어지는 꿈을 꾼 적 있을까?

난 낡은 티셔츠에 허름한 베낭 차림으로 여행길에 올랐어.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탄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난 깊은 잠에 빠졌지.
미국에 간다는 사실보다는 가벼운 마음이라는 것이 내겐 중요했어.

한참 단꿈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비행기가 수직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어.
사람들이 일제히 환성을 질렀고
내 몸은 급격하게 앞쪽으로 쏠렸지만
난 눈을 뜨지 않았어.
단순한 난기류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내 눈을 덮고 있는 안대를 벗기도 귀찮았기 때문이었어.

하지만 추락은 내가 탔던 어떤 롤러코스터보다 가파르고 길었어.
끝이 없는 추락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고
나는 죽음이 다가왔다는 공포를 느꼈어.
추락이 끝나는 순간 모든것이 끝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난 눈을 뜨지 않았어.
하지만 이미 땅에 부딪혔어야 할 비행기는 끝없이 떨어지기만 했고
나는 이가 갈리는 공포속에서 온 힘을 다해 안대를 벗어 던졌어.

잠에서 깬 나는 시골집에서 허름한 셔츠를 입고 잠들었던 내 모습을 발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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