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6 - 냉면

그때그때 2013. 6. 26. 10:51
집에 가려고 배를 기다리고 있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고 아침밥으로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있는 금풍제과에서 만든 튀김건빵을 500미리 콜라랑 같이 먹었다. 배가 한 시간 반 늦어지는 줄 알았으면 밥을 사 먹었을텐데. 후아.

어제 점심엔 해물탕 집에서 냉면을 저녁은 터미널의 중국집에서 냉면을 먹었다. 나는 딱히 냉면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제는 냉면을 두 번이나 먹었다. 해물탕 집 냉면에서도 중국집 냉면에서도 여름이면 식당마다 써 붙이는 '냉면(또는 콩국수) 개시'에서 나는 맛이 났다. 식자재 도매상의 맛이라고 해야할까? 가끔 이 싼 맛, 또는 어려서 먹던 맛, 가장 익숙한 맛, 어쩌면 엄마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날이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예전에 집에서 만들어 먹던 냉면 육수에 대해서 물으니 북어 대가리 넣고 끓여서 집에서 만들었지만 다시다가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어쩌면 엄마의 맛'에서 '어쩌면'은 지워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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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우리집 냉커피. 집에 도착하면 바로 커피 한 사발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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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에 다녀왔다.

 읍내에서 고풍스런 버스를 봤고,

 집에 돌아와서는 동큐제과 깡통에 심어둔 한련화를 고구마 끈으로 창고 가장자리에 매달았다.

 강화에서 하루 자고 온 것으로 약간 쌓여있던 짜증들이 사라졌다.

 요즘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일들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그렇다는 것은 그런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제 P형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다. 답답했기 때문이다. 괜한 소릴 했다고 오늘 아침까지 후회했다. 그렇지만 지난것은 지난것이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인생의 많은 고민과 짜증들이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인 경우가 많다. 그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요동을 친다. 좀 더 태연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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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201305xx라고 적었다가 고쳤다. 5월이 간 게 문제가 아니라 6월도 다갔네.

내일 모레가 결혼기념일이다. 지후가 얘기해서 오늘 알았다. 모내기가 오늘 끝났다. 바쁘고 정신 없었다는 핑계는 핑계고 몰랐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지후가 결혼기념일에 뭐 할거냐고 물어봐서 콩 심어야 된다고 했다. 아내가 장난으로 짜증을 냈다. 11일에 비가 온다고 해서 전날 할 일이 많다. 고구마 땜빵도 해야하고 흰콩, 수수도 심어야한다. 지후한테 그렇게 얘기해서 미안하다.

10일에는 할일을 다 마치고 비가 오는 11일에 같이 읍내로 외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보대로 비가 오고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야 가능한 일이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11일에는 아내랑 외출하는 걸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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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에서 예쁜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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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농촌사회가 그렇겠지만 볼음도는 작은 섬이다 보니 집성촌 느낌이 강하다.

누구는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조카고 누가 누구네 외삼촌이고 아줌마들끼린 서로 먼 동서간이고 그렇다.

모내기 기간이라 밖에 살던 가족들이 일 도우러 섬에 많이 들어왔다. 어딘가 닮은 얼굴들이 함께 일하는 것을 보면서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되새긴다. 물론 그 잘난 피도 돈 앞에서는 물보다 옅어질 뿐이다.

나랑 지후는 가진것도 없이 연고자도 없는 섬에 들어와 살고 있다. 이 섬의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그 관계망 안에서 일에 있어서 만큼은 내 위치를 잡아야 하는데, 가진것이 없다보니 그게 어렵다. 아니면 줏대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 많아서 자꾸 여러가지 조건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지말자고 생각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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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초 20일에 심으려고 했던 고구마를 오늘에야 심었다. 동네 분들이 도와주셔서 일은 일찍 끝났다. - 감사합니다.

 

 고구마 심으면서 심기 불편한 일이 많았다. M아저씨는 관리도 제대로 안하시던 자기네 모종을 사다 심으라고 했고(처음엔 가져다 심으라고 하심), 내가 거절하지 못하니까 O형이 나서서 M아저씨네 것 안 좋아서 따로 사서 심겠다고 했다. - 자네들 그러면 안돼.라는 소리를 들었다. -  JS형은 그럼 M아저씨네 것을 자기가 심을테니 나는 JS형이 주문해 놓은 것 심으라고 했다. -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 - 

 5월 5일부터 동네 사람들은 고구마를 심기 시작했고 이번주 초에는 5월 초에 10,000원 하던 고구마 모 한 단 가격이 6,000원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끝물이기 때문에 가격은 당연히 내려간다. 

 23일에 Y이장님이 본인 심을 것과 우리 심을 것을 가지고 오셨다. 7,000개 인줄 알았던 우리 분량이 10,000개가 왔다. JS형이 7,000개라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10,000개였다고 한다. 네!라고 대답하는 수 밖에 없다. 가격은 무려 한 단에 9,000원. Y이장님이 동서네서 사온 것인데, 만원 달라는 것을 천원 깍았다고 하신다.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25일에 심을 것 같으면 P형네 거 다 뽑아서 심었어도 됐는데, 그 형은 모 그냥 준다고 했는데.... 

 24일에 심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날은 이장님네 고구마 심었다.

 여러가지로 심기가 불편했다. 고구마 꿈을 꾸기도 했다.

 

 모든것이 모든것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내 불찰이다. 동네 분들이 도와주셔서 오늘 드디어 고구마를 심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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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3 - 균열

그때그때 2013. 5. 13. 22:50

 농번기다. 눈 뜨자마자 개밥 챙겨주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밖에 나가서 이형, 저형과 이일, 저일 하다보면 일곱시 반은 넘어야 저녁을 먹는다. 나는 일하면서 저어새도 보고 멋진 풍경도 감상하고 술도 먹고 못자리랑 논물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배운다. 그런 과정에서 아저씨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한다.

 지후는 텃밭을 관리하고 요리도 하고 공부도 한다. 내가 일찍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지후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엊그제 삼 캐러 산에 갈 때, 같이 가자고 전화했는데, 지후는 싫다고 했다. 어제 못자리에서 일하다가 저어새 세 마리가 있어서 보러 오라고 전화했는데, 지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후는 미리 계획된 일이 아닌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100% 싫다고 하기 때문에 내 쪽에서 먼저 연락하지 말아야지, 혼자 있게 둬야지.하고 생각해 버리는 지경이다. 이렇듯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자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 버리기 때문에 생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균열 비슷한 것이 생겼다. 지후가 기분이 안 좋은 것이 결국은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무척 신경 쓰인다.

 오늘 곰곰 생각했는데,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아직 생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사와서 세 달도 안 지났다. 농사는 이제 첫 시작이다.

 

 

해군 기지 앞 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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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먹고 혼자 고구자마 밭에 갔다. 밑거름 5포 뿌리고 비닐 찌꺼기 주웠다. 혼자서 두 시간 정도 일했다. 농사일의 좋은점 중에 하나가 단순한 일을 혼자 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혼자 일하고 있으면 주워듣거나 내뱉은 말과 글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사람들도 사랑도 떠올랐다 사라진다.

 작년에 이 밭에 고구마를 심었던 P형이 밭을 쓸려줬다. 두둑짓고 비닐 씌우는 것도 트랙터로 해주시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P형이 작년에 고구마 캐고 비닐을 제대로 안 치워서 비닐 치우러 밭에 온 것만 오늘로 네 번째다. 형, 힘드네요. 그래도 다 치웠어요. 

 비료는 손으로 흩어 뿌렸다. 어물쩌물하다가 독일제 화학 비료를 구입했다.

 비닐 줍다가 말라죽은 개구리를 봤다.

 어물쩌물하다가 고구마 모 구입 때문에 스트레스 받게 됐다. 일과 관련된 것은 확실하게 말하고 확실하게 하는 게 좋다. 특히 아무런 농업 기반이 없는 나는 더욱 철처하게 그래야만 한다.

 

 지역정서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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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농사가 시작됐다. 이래저래 바빠졌다. 잠깐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미리 기록해 두고 생각해 본다.

 못자리, 모내기 - 형들, 아저씨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음

 고구마 - 밭에 고라니 울타리 쳐야함, 5월 중하순에 심기, P형이 모종 준다고 했지만 매우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구입해야 할 수도 있음, 밭 로타리 치고 두둑잡기 전에 밑거름 뿌려야 함, 7포대 구입했지만 네 포대 정도만 뿌리려고 한다. - 개인적으로 농사는 약간 모자란 듯 한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잡곡(수수, 콩, 팥) 파종 - 밭에 고라니 울타리 쳐야 함, 강화 토종 오가피 콩 신경써서 키울 것, 백태는 논두렁에 큰 기대감 없이 뿌린다.(대원 10kg 구입했음), 검정콩은 연구하고 재배할 것(http://blog.daum.net/stonehinge/8727247), 종자 구입은 5월 첫째주에 괴산잡곡에 전화 할 것, 여기저기 종자 알아보기 

 눈개승마 - 육묘 후 정식, 내일 육묘, 어느정도 싹이 나서 자라고 밭이 다 만들어 지면 밭에 비료 주고 바로 정식, 싹이 잘 나야 할텐데.

 개똥쑥 - 자리 하나 만들어서 눈에 띄는 대로 옮겨 심을 것, 가을에 씨를 받자.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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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9 - 만취

그때그때 2013. 4. 19. 19:02

 419네. 만취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손톱깍이가 보였다. 나는 만취하면 손톱, 발톱을 깎는다. 이유를 갖다 붙이기 힘든 버릇이다. 볼음도에 이사 와서 술을 꾸준히 먹었지만 만취한 건 처음이다. 핸드폰을 보니 여기저기 전화도 했다. 기억은 사라졌다. 엊그제 DS가 왔다. 이사온 이후로 마음속에 뭔가 쌓였던 것들이 있었는데, 친구가 온 김에 술로 풀었다.

 낮에 일하는데, 오른쪽 두번째 발가락이 아팠다. 어제 발톱을 너무 짧게 잘랐다. 가끔은 만취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술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대학 때는 월요일이니까, 화요일이니까, 비가 오니까, 춘분이라고, 곡우라고 등 갖은 이유를 다 붙여서 술을 마셨더랬다.

 오늘은 419니까 한 잔 마시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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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 과식

그때그때 2013. 4. 15. 23:02
가족의 증명은 과식이다.

장모님 생신이라 아내랑 서울에 왔다. 선물로 가재젓, 표고버섯, 효소를 준비했다. - 맘에 든다. 앞으로 농사랑 채집 열심히 해서 그때그때 가족들이랑 함께 먹어야지. - 개포동 송백에서 넷이서 회를 먹었다. - 작년에 처음 먹었을 때도 느꼈는데 이 가게 무척 깔끔하다.

지후네 처음 인사갔을 때, 광양에 피로연 때문에 갔을 때, 신혼여행 갔다와서 개포동에 인사왔을 때, 작년 내 생일에, 작년 연말에 그리고 오늘까지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항상 과식을 한다. 난 맛있는 거라면 과식도 좋으니까 좋다. 이런식으로 과식이 쌓여가면 법률적인것을 넘어서 진짜 가족이 되는 게 아닐까? 매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식구인데 함께 살지 않아 그러기는 어려우니 한 번 만났을 때 과식하는 게 아닐까? 명절에 과식 하는 것도 마찬가진가 보다.

과식은 흡연보다도 더 강한 어떤 유대의 증명이 되는지도 모른다.


장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저희 궁핍하게 살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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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고마운 소, 평화롭고 관대한 짐승, 나는 소를 보면 저절로 머리구 숙여지고, 나는 소를 보면 저절로 눈이 감겨진다. 무거운 짐을 다 실어나르고 힘든일을 다 해도 한 번도 공투세 한 적이 없다. 평화롭고 관대한 짐승."

 KK할머니는 어려서 조선에 책에서 배운 소에 대한 구절을 기억하고 계신다. 조선에 책에서 배우셨다니까 일제 시대에 배운거겠지? 할머니는 기미가요도 외신다. KK할머니의 아들인 O형은 술이 취하고 기분이 좋을 때면 신경림 시인의 '낙타'를 암송한다. 유전이란 것이 무섭다.

 우리 엄마는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콜라랑 순댓국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 둘 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아이템 하니까 생각났는데, 어제 지후랑 교회 갔다 오는 길에 길가에 떨어진 칼을 보고 내가 아이템 주워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지후가 그걸 주워서 뭘 하게. 했는데, 내가 반사적으로 공격력 증가.라고 하는 바람에 지후가 나한테 한심하다고 했고,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참 웃었다.  

 "인마역동(人馬亦同)이라고 소는 사람과 같잖아. 사람두 열 달 되야 낳는데, 소두 열 달 되야 낳잖아. 사람과 같은거야. 근데도 소를 막 잡아 먹으니. 그래 꿈에 소가 뵈면 조상이라고 하더라구 그게, 그러더라구"  

 KK 할머니는 교회의 모든 행사에 참석하신다. 일주일에 네 번은 교회에 가신다. 유모차를 끌고 가신다. 그런 할머니가 이런 미신적인 말씀을 하신다. 할머니는 우리집 뒤에 있는 참나무는 눈에 거슬려도 베지 말라고 했다. 그 나무를 베다가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안좋은 기운이 있다고 하셨다. 공격 받으면 바로 반격하는 이스라엘을 멋진 나라라고 설교하는 목사님과 KK할머니의 신앙 사이의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아 괜찮은거는 내 사정이지. 만약에 말썽거리가 된다 하면, 이유가 있을거란 말이여? 나 자신은 이유가 있갔지만? 아 법이라는 거이, 예를들어 밭을 해 먹으려고 나무를 했다 하더래도 벌매신청을 해야 한단 말이여."

 산에서 허락 없이 나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 단속을 한다는 소문을 들으시고 할머니가 O형에게 얘기했더니, O형이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많은 할머니들이 그렇듯이 KK할머니도 걱정이 많다. 그런데 그 걱정이 지후의 걱정과 비슷하고 결과적으로 지나친 걱정이라기 보다는 올바른 선택에 가깝다. 

 요즘 지후가 나한테 화를 낸다. 예전보다 자주 낸다. 내가 대책없이 다 괜찮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경우가 많다. 달콤한 신혼이 끝나서.그런 것은 아니고 불확실한 미래, 익숙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남들의 눈과 입에 최대한 적게 오르내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까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면서 지후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히 눈에 띌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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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길 385번길 XXX가 우리집 새 주소다. 볼음도로 이사왔다. 이사 온지 열흘 됐는데, 아직 확실히 실감은 나지 않는다.

 

 이사 와서,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기까지 삼 일 걸렸다. 오토바이를 샀지만 시동이 안 걸리다가 오늘 시동이 걸렸다. 마을회관에서 여러 번 밥을 먹었는데, 나는 밥만 먹지만 아내는 정신적으로 힘들것 같다. 교회에 세 번 나갔는데, 정이 뚝 떨어졌다. 교회 나가는 일도 나보다는 아내가 피곤할 것이다. 그래서 미안하다. P, O, K형은 다 좋은 분들인데, 외로우신 것 같다. 이 형들이 이런저런 얘기 할 때, 잘 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한 번 다녀왔다. 집 주변을 약간 치웠다. 표고버섯을 키울 참나무를 잘랐다. 난 보조만 했다. 아내는 굴을 하루 캤고, 오늘은 냉이도 캤다.

 

 중요한 것은 역시 농사를 잘 짓는 것, 그래서 조금이라도 소득을 올리는 것이다. 여기에 집중하자. 이제는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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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시 덕산면에 다녀왔다. 협동조합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좋은 내용이 많았다.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하는 이유는 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해야하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여야 한다. 눈 앞에 살고 싶다는 절박함이 없는데, 지금의 열풍에 휩쓸려 만들어낸 조합은 그냥 동네 계모임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강의 정리

 

 들으면서 앞으로 가능하겠다고 생각한 것들

 버려지는 잡어를 가공하는 협동조합 - 쥐포, 어묵, 건조, 젓깔

 수산물이 들어간 꾸러미 사업

 외포리에 식료품 매장  - 금전적인 성공가능성은 다방을 현대화한 형태의 커피숍 쪽이 높을 것이다.

 특정 작물을 함께 농사짓는 조합 - 가장 보편적인 형태다. 마을 사업으로 공동으로 소를 키우는 곳들도 많다. 볼음도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하는 것이라면 쑥, 인삼같이 수익이 날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작목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신월동 집에 사는 JJ숙부가 고향인 강릉에서 전공을 살려서 협동조합의 회계를 도와주는 협동조합을 만들면 참 좋겠다. - 제안해도 거절하겠지만 제안은 해 보자.

 

 내일 이사간다. 교회에 나가기로 했다. 성경을 공부하고 일렉기타를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쿨하게 다니자. 그리고 어디 죄짓고 사는 것이 아니니 할말은 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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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대설했다. 입춘에 눈이 오면 그해 농사는 별로라고 한다. 하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 농사가 좋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하늘 마음대로란 얘기다. 밤에 자면서 아침에 눈 치워야지 생각했다. 그래선지 모처럼 아침에 일어났다. 7시 반부터 눈을 치웠다. 열시가 됐다. 잠시도 쉬지 않고 치웠다. 몸을 쓰니까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텐데.

 기타 레슨을 다녀왔다. 8회 수업 예정이었지만 오늘을 마지막으로 6회만에 끝났다. 선생님 얘기로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다. 결국 이제 내가 열심히 연습할 일만 남았다. 이번 수업으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도레미파솔라시도와 스케일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왜 스스로는 하지 않았을까? 내가 좀 그렇다.(내가 좀 거시기 해서 거시기하다.)

 설이가 한창 임신 중일 때 몽쉘통통을 많이 먹였다. 설이 새끼는 몽실이다. 몽실몽실하다고 주인아줌마가 그렇게 지었다. 설이는 임신중에 몽쉘통통을 먹고 몽쉐리를 낳았다. monami가 내 친구인것처럼 몽쉐리는 내쉐리(내새끼)다. 이런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삶의 활력이 된다.

 의미부여라고 하면 생일을 빼 놓을 수 없다. 2월 6일은 내 친구 DS와 012가 태어난 날이다. 뭔가 의미부여가 된다. 그런가 하면 나랑 나얼도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 역시 뭔가 의미부여가 된다. - 중학교 때 친구중에 쌍방울 2층에 살던 호철이도 나랑 생일이 같았다. 호철이는 지금 어디서 뭘 하면서 살고 있을까? - 사실 한 반이 50명인 학급에 나랑 생일이 같은 친구가 있을 확률은 90%가 넘는다. 구체적인 계산은 <생일 확률>로 검색하면 여기저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50명은 넘는 내 친구들 중에 두 명의 생일이 같은 것이 유별난일은 아니다. 나얼과 내 생일이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나얼은 노래를 잘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과학처럼 정확한 것보다는 여기저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즐거운 삶이다.

 김춘수의 "꽃"처럼 L선배가 6시 내고향의 박경림 리포터를 보고 "와 저 리포터는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말한 순간부터 고깃배에서 잠들었다가 부시시 일어나거나 무거운 물고기를 들고 발버둥치는 리포터의 행동과 눈빛 하나하나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요새 나도 너도 삶도 죽음도 똥도 오줌도 다 부질없다는 소리를 가끔 내뱉는데, 그만 둬야겠다.

 

 강아지는 45일이 지나면 젖을 뗀다고 한다. 몽쉐리는 태어난지 두 달인데, 젖도 먹고 밥도 먹는다. 강아지는 젖을 떼면 바로 어린이가 된다. 어린이가 된 몽쉐리가 눈을 봐서 신났다. 깡총깡총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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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에 '나는 난로다' 행사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다. 강화에는 새벽부터 비가 왔다. 집에서 송정으로 송정에서 공항으로 에서 전주로 에서 완주군 고산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많은 여정이었다.

강의는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열 효율이 높은 나무난로를 만들어 이용할 필요가 있고 그 방법은 이러이러하다는 내용이었다. 카페에도 다 올라와 있는 내용이지만 관심이 없어서 잘 안 읽게 되는데 직접 들으니까 내용이 쏙쏙 들어와서 좋았다.

김성원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란애는 - 어쩌면 인간은 - 즉각적으로 필요한 것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면 큰 관심이 없음을 알았다. 그것은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당장 다음주부터 써야할 난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내가 적정기술에 무척 큰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해봐야지 정도에서 생각이 멈췄다. 앞으로는 당장 필요한 것에 대한 강의나 직접 해볼 수 있는워크숍에만 가야겠다. 일단 올해는 다른 일들보다 동네에 적응하고 농사를 잘 짓는 것에만 집중해야겠다. 적정기술, 협동조합, 마을가꾸기도 좋지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농사 열심히 잘 짓는 거랑 기타 치는 거니까 그렇다.

뭐 올겨울에는 당장 난로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때 생각하자

말로만 태연한 게 아니라 마음속 깊은데서부터 좀 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제는 아내랑 기술센터에 가서 강의를 들었다. 유천호 군수가 나라의 규정을 어기고 - 자기 말 안 듣는 인사 계장도 경질하고 - 본적이 강화도 이거나 강화에서 오래 산 사람들만 공무원으로 뽑았다는 얘기를 했다. 자기가 군수가 되고 군청에 불이 열한시까지 꺼지지 않고 다들 열심히 일한단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 과속 방지턱이 너무 많아서 학교 앞에 것만 제외하고 다 없애기로 했다는 얘기도 했다. - 오늘 들은 얘긴데 선거유세 중에 과속방지턱에 사고 난적이 있다고 한다. 들은 얘기다. 또 들은 얘긴데 군수가 되고 600명 공무원 중에 250명이 자리이동을 했다고 한다. - 내가 한다면 하는거야라는 점이 박은혜랑 닮았다. 같은 당이라서 그런가보다. 문제는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이들이 군수의 그런 얘기들을 호의를 갖고 듣는 것 같았다는 거다. 나만 아니면 돼, 농민들 한테만 잘하면 돼. 뭐 이런건가?

설이 새끼는 암놈이고 이름은 몽실인데 아직은 젖을 먹고 덩치는 큰데 귀엽다. 몽실이는 귀여운데, 나는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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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 생일이다. 아내는 생크림 케익과 과일과 샐러드를 먹고 싶어했는데, 내가 기타 선생님 집에서 늦게 나오는 바람에 김포에 나가는 버스를 타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에 우리는 집 앞에 회센터에서 회를 먹었다. 놀래미랑 우럭을 먹었다. 미역국, 콩가루 샐러드, 조기 새끼 튀김, 굴, 매운탕, 소주 약간(은 나만)까지 무척 푸짐했다. 횟값만 오만원이길래 육만원을 냈는데 주인 아줌마가 만원을 그냥 돌려줘서 돈을 번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실상은 두 당 이만 오천원짜리 점심 식사를 한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아내 생일이라고 jj숙부가 점심을 사줬다. 신사동 블랙스미스엘 갔는데 피자는 무척 맛있었고 봉골레 파스타는 무척 짰다. 일하는 분이 빵 추가에 추가 요금이 있지만 서비스로 준다고 했다. 빵 더 달라고 해서 그 보복으로 파스타를 짜게 만든 건 아니겠지? 암튼 밥 비벼 먹어도 될 정도였다.

기타 선생님이 생겼다. 집 근처에 또 다른 펜션에 최근에 이사온 부산 남자다. 선생님은 온화하고 실력이 좋고 기타 오타쿠 같은 분위기가 난다. 레슨비가 싸다. (8회, 20만원) 게임과 만화책의 시절이 가고 집중해서 할 일이 생겼다. 난 집중할 무엇이 필요한 인간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주인집 개 설이가 새끼를 낳았다. 설이는 아직 한살이 안됐다. 새끼는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죽고 한 마리가 살았다. 그 한 마리의 삶이 태어난지 한 달 만에 슬슬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덩치는 엄청 크지만 아직 새끼라 귀엽다. 주인 아줌마가 사납다고 했더는 걸로 봐서 조만간 닭장행일 것이다. 닭장에 간다는 것은 올 여름에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동흡은 감옥에 가야할 사람이 인사청문회에 나왔다. 우리나라 너무 후졌다. 4대강 감사도 진작에 끝난 걸 엊그제 발표했다고 하던데. 후졌다 후졌어.

최근에는 <플랫> <깨끗하고 연약한>을 읽었다. 플랫은 아이가 귀엽고 깨연은 주인공들이 예쁘고 잘생겼다.

짤방에 위성 사진에 파란 지붕은 볼음도 우리집이다. 이사 가면 먼저 해야할 일 중이 하나가 집 뒤에 밭 자리를 다시 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서 잘하자고 생각하고 아내와도 다짐한다.

지후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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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새해들어 만화책만 봤다.

 지금 머릿속에 기억나는 작품만 나열해도

 self - 자위만화

 심해어 - 좀 짱인듯

 이나중탁구부 - 다시 봤음

 진격의 거인 - 좀 짱인듯

 다이아몬드 에이스 - 최근 본 야구만화중에 제일 좋았음

 원아웃 - 다시 봤음

 3월의 라이온 - 일본의 프로 장기

 4월은 너의 거짓말 - 학원물 + 음악

 스쿨럼블 - 다시 봤음

 은수저 - 1권만 봤는데, 좀 짱인듯

 모야시몬 - 균(菌) 만화

 코진 - 청춘멜로

 신부이야기 - 다시 봤음

 히스토리에 - 다시 봤음

 보이스 온 더 런, 아이엠 어  히어로 - 하나자와 켄고 작품들

 기가도쿄토이박스 - 게임회사 이야기

 옆자리 세키군 - 학교에서 딴짓하기, 좀 짱인듯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인 것이지만 짱인듯인 작품들은 진짜 좀 짱인듯하다. 만화책에 밀려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울고 있다. 만화도 슬슬 지겨우니 이제는 책으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요즘 무사태평이다. 태평성대는 거국적인 표현이니 무사태평이 맞겠다. 아내에게 나 너무 걱정이 없는 것 같아. 라고 물었더니 쿨하게 그래 보여. 라고 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겨울이니 쉰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보내자.

 만화책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뭔가 바쁘다. 그래서 질펀하게 만화책을 보면서도 움직여야 되나.하는 압박을 받는다. 그런것이 어디 만화책 뿐이겠는가. 신경쓰지 말고 나의 길을 가자.

 짤방은 4월은 나의 거짓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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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을 했다. 국내에 스케일링이 막 들어와서 유행하던 시절에 했던 것이 처음이었으니 이십년만이다. 나이 먹으니까 이십년이 넘은 일들도 많다. 이천년대가 십년 이상 지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대선이 끝났고 담배를 끊었고 연말에 건강검진을 갔고 그때 친절한 목소리의 여자 의사가 - 인과관계상 여의사란 것이 중요하다. - 스케일링 한 번 하라고 했다. 아내가 목요일마다 서울에 올 일이 있기 때문에 같이 올라온 김에 치석제거를 했다.

담배를 끊고 스케일링을 했다. 라고 쓸 것이 이렇게 관계 있는듯 없는듯한 일련의 일들과 엮여있다. 삶은 나를 무엇과 엮어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치과는 이발소와 더불어 누군가에게 온몸을 맡겨야하는 폐쇄적인 공간이고 그렇기 때문에 센슈얼하기도한 공간이다. 어릴때 치과에 겄다가 간호사 누나 가슴이 내 정수리에 닿아서 기분 좋았었다.

오늘은 얼굴을 덮은 천이 살짝 내려왔길래 눈을 떴더니 치위생사 언니의 한쪽 눈이 꿈결에 서린듯 아름다웠다. 스케일링을 마치고 언니 얼굴을 확인했는데, 미인이 아니었다. 아내에게 이야기 했더니 부분부분은 다 예쁘다고 하고는 나한테 실망이라고 했다.

깨끗해졌으니까 깨끗하게 살아야지. 아니면 더럽게 살다가 죄를 빌어도 되고, 어쨋든 업보는 쌓여만 가는구나.

2013년이다. 재밌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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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월하순

그때그때 2012. 12. 27. 00:45
대선이 끝났다. 뭔가 해야할 것 같아서 담배를 끊었다. 여덟곳의 신문사 중에 어느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게임하고 만화책 보고 몽쉘통통이랑 칙촉이랑 대봉감을 먹으며 여러날을 보냈다. 덕분에 담배는 확실히 끊은것 같지만 마음속의 허기는 가시질 않는다.

강릉 작은어머니의 카톡, 오형단 선생님의 전화 병국이 형의 문자를 씹었다. 내일은 연락해야겠지. 그런데 귀찮다. 오늘 서울 오기전에 주인아저씨 얼굴을 못 봤다.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돌아갈 예정이고 불은 가서 땔테니 미리 안 때주셔도 된다고 전화해야 한다. 이것도 귀찮다.

레미제라블을 봤다. 아내가 몇 번을 울었다. 난 감정이입도 잘 안됐는데. 원작이 기니 영화도 길었고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만들었다는 점 말고는 특별한 포인트가 - 보통 훅이라고 부르는 것 - 없었다.

엊그제는 가을날의 동화를 봤다. 15년 만에 봤다. 여자는 챠블(trouble의 불법 중국인 이민자 발음)이라고 하는 주윤발을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는데, 영화 자체는 옛날만큼 찡하지 않았다. 늙어서 또는 결혼을 해서 그런가보다. 80년대 후반의 뉴욕 중심가가 2012년의 서울 중심가보다 번화하단 느낌을 받았다. 그런면에서의 미국은 정말 대단하다.

아이패드로 gta를 하면서 느낀건데, 이 게임을 하니까 확실히 사람이 좀 폭력에 둔감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에서만 가능한 gta식의 폭력이 미국에선 현실이기 때문에 - 최근 몇 주 동안에만 해도 미국에는 규모가 큰 총기 사고가 여러 번 있었다. - 미국에서 이 게임이 인기가 많나?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쓴 것 하나


울었다


고추를 심었다
정성껏 심었다
한 포기 한 포기마다 당신 얼굴이 떠올랐다
한 포기 한 포기마다 당신 얼굴을 지웠다
땅을 팔 때 당신 얼굴이 떠올랐다
흙을 덮을 때 당신 얼굴을 꾹꾹 눌렀다

고추를 심다가 울었다
옥수수를 심다가 울었다
비가 왔다
비를 피하러 마구간에 와서 울었다
소들이 밥 달라고 울었다
소들이 왜 우느냐고 나를 보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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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스타 케이 슈퍼위크는 사람들 잠도 안 자고 연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연습하다 목이 쉰 참가자는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무척 좋아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티비 토론이 미리 정해진 질문을 갖고 세 번 만에 그것도 각 두 시간만에 끝나는 건 좀 어이없다. 각자의 공약을 갖고 열 시간씩 토론하고 중간에 밥도 먹고 쉬면서 코치도 좀 받고 하다하다 안 끝나면 옛날의 바둑처럼 다음날 다시 또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누가 더 직업적으로 우수한 정치인인가. 하는 점이 드러나지 않을까?

 정치인도 직업이기 때문에 사람 자체에게 큰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 자기 직업에 즐거운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건데 그렇다. -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며칠전에 이런 생각을 했고 볼음도에 다녀왔다. 오는길에 투표했다. 고민 많이했다. 최악은 피해보자.

 

 형단, 주수 형님이 심심하다고 놀러오라고 해서 화요일에 가려고 했던 것을 하루 일찍 갔다. 이전까지는 동네분들이 우리섬에 젊은 부부가 귀농한다는구만. 정도로 알고 계셨더랬는데, 이제 동네분들 대부분이 내 얼굴을 알아버렸다. 어제 산마을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마을 사업 어떻게 하면 좋은가에 대해서 이런저런 사례를 보여주셨는데, 사례 발표가 끝나고 교회에 모인 분들께 내 소개를 했다. 형단이 형님이 우리가 오라고 한 것이 아니고 먼저 볼음도로 귀농하겠다고 한 훌륭한 젊은이라고 소개해주셔서 필 받아서 자신있게 말했다. "저는 영화를 전공하긴 했지만 그 쪽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볼음도에 들어오면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례발표를 교회에서 했기 때문에 볼음도 교회에 처음 가봤다. 4억 5천만을 들여서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깔끔하고 따뜻했다. 예배당도 작고 예뻤다. 내가 기타 잘 친다고 했더니 교회와서 반주 좀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심하게 갈등된다. 교회에 다니면 아저씨들이 우리 부부에게 좀 더 잘해주실텐데. 생각하니 그렇다. 일요일에 특별히 바쁜일이 없으면 나라도 교회에 나갈까. 이런데서 지내려면 교회도 다니고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생각 좀 해보자.

 

 월요일에 주수형님네서 굴밥, 굴국, 생굴을 먹었다. 간장에 비벼먹는 굴밥은 정말정말 맛있었다. 어제 낮에는 잠깐 갯벌에 나가서 할머니들 옆에서 굴을 주웠다. 할머니들은 여섯시 내고향에서 많이 본 연장으로 알맹이만 담으시고 나는 바위에서 떨어진 것들을 껍질 채 주웠다. 딴 굴은 바로 삶아 먹었다. 맛있었다. 아내는 서울에서 고생하는데, 나만 혼자 맛있는 걸 먹으니 많이 미안했다. 앞으론 같이 먹어요. 정훈이 형님이 굴 따면서 할머니들하고 얘기하는 거 보니까 섬에서 잘 살 것 같다고 해서 힘이 났다. 표고버섯도 조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주셨다. 잘 알겠습니다.

 

 교장선생님 사례 발표 정리

- 남이섬은 자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명확한 방향으로 꾸준히 개발해서 성공한 사례

김제 지평선중고등학교 : 전국 최고의 중고등학교 도서관을 보유, 도서관 건물 정말 멋졌음

키노쿠니 : 유치원 과정까지 개설했음, 앞으로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독특함을 가져야 함

펜들힐공동체 : 명상의 길,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 인상적임

 - 성공한 대안 학교들은 건물이 생태적이고 예쁘다. 어린이들은 동물과 노는 것 너무 좋아한다. 책은 한 권도 없는 생태 유치원을 하면 무척 성공할 것이다. 기왕하는 벼농사니 적토미 같은 것 심어서 군데군데 풍경을 만들 수 있음. 찜질방을 하나 만들더라도 조금 더 깨끗하게 사람들이 쉬고 싶게 만들면 좋다. 마을 사업의 재원을 이것저것 투자하는 것 보다는 집중해서 뭔가 하나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주민들이 불편해지면 안된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존중할 수 있게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태, 대안, 문화(아트 마케팅, 예술성)이 가미 되어야 할 것.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체험과 휴양휴식 및 예술활동.

 - 학교는 교육청에 얘기해서 임대하고 학교 옆에 건물을 지어서 학기 중엔 기숙사, 방학엔 일반인을 받음으로써 중학교 과정의 대안학교 운영이 가능할 서이다. 유딩 초딩은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중학생은 교육 과정상 많이 놀아도 되기 때문에 중학 과정이 좋을 것임. 학교 뒤 야산을 구불구불하게 간벌해서 치유의 숲길을 만들 수 있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득대비 소비가 높아서 보통 소득 이만불에 걷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만 칠천불에 걷기를 시작했다. 볼음도에 관광객으로 온다면 카페리를 타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카페리로 섬에 오는 과정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겠다.

 

 - 일년에 초중고를 그만두는 학생만 칠만명이다. : 이 얘기 너무 마음 아팠다.

 

 모두에게 내 확실한 목표(농사 잘 짓는 것)를 말했으니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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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6 - 강원도

그때그때 2012. 11. 27. 00:55
강릉이랑 속초에 다녀왔다. 사람들을 만났다. 각자의 삶이 있고 나와 다른 공간에서 다른일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부러워할 수는 있다. 아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마음도 우정의 일종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걱정과 근심뿐 아니라 질투와 시기도 우정의 일종이며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ssy와 시드, 고구미를 만나서 뱃속에 있는 얘기들을 쏟아냈다. 나도 내 뱃속에 무슨 얘기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 만취해서 쏟아내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그리한 다음날은 후련함과 만취에 대한 후회가 함께 밀려온다. 여튼 강릉에서 친구들이 나를 잘 보살펴줬다. 친구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고맙다. 꼭 우리집에도 놀러오기를 바라본다.

금산에 가서 강릉 떠날 때 미처 챙기지 못한 털신을 찾았고 작은아버지를 만났다. 버스를 타고 영전을 지나 금산에 내리자마자 포근한 기운이 마음까지 감싸는듯 했다. 고향에 온 것이 이런 기분인가 싶었다. 강릉에서 소똥도 치우고 소들 밥도 주고 옥수수, 감자, 보리, 벼도 심고 고추를 심으며 당신 생각에 울기도 하고, 산불조심도 다녔다. 그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고향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같다. 삼촌과도 서로의 장래 계획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저 잘 할게요.

속초에서 영농 친구들을 만났다. 맛난걸 많이 먹었다. 많이 마셨다. 많이 떠들었다. 회도 대구지리도 오리백숙도 등심도 좋지만 속초의 정든식당에서 먹은 장칼국수가 가장 맛있었다. 두 번 먹었다. 식당 이름부터가 마음에 쏙 든다. 언젠가에는 국수를 좋아하는 지후랑 같이 먹어야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삶과 영농에 충실한듯 했다. 나도 그들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까? 스스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겠지. 초조해하지 말자.

이번주는 차분차분하게 가자.



고성의 숙소. 영화 타워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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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 - 파리

그때그때 2012. 11. 13. 02:27

친구 대본을 읽었다. 아내와 아이, 생활을 생각하면 초조할텐데, 잘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읽은 버전이 여지껏 중에 가장 좋았다. 관장을 아버지로 바꾼것 만으로 이야기의 아구가 맞아 떨어진다.

11월 들어 갑작스레 집안에 파리가 생겼다. 날이 추워지니까 조금 더 살고 싶은 파리들이 따뜻한 실내로 옮기는 것이리라. DS랑 있을 때는 DS가 파리를 잡아줬다. 잘 때 자꾸 웽웽 달라붙으니까 누군가는 파리를 잡아야 한다. 주말에 지후랑 있을 때는 내가 잡았다. 파리 잡기에서 베프와 아내의 차이가 드러난다. 미묘한 차이다. 여튼 어제도 파리들을 잡았다. 다 잡았다 싶으면 어딘가에서 또 나타나고 한 마리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그 놈을 열심히 쫒고 있으면 세 마리, 네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계속 잡아나가다 보면 다 잡히거나 얼어죽거나 해서 모두 사라지겠지.

친구는 내가 파리를 잡듯이 계속 대본을 고치겠지. 고치고 또 고치겠지. 그에게 겨울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오늘부터는 나도 본격적으로 파리잡기를 해야겠다. 언젠가의 겨울에 당선 소감을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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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0 - 김장

그때그때 2012. 11. 10. 20:49

어제, 오늘 이틀 동안 김장을 했다. 어제는 내가 볼음도의 집주인을 만나는 약속이 있어서 지후가 배추 저리느라 고생했다. 지후는 오늘 손목이 시리다면서 압박붕대를 감았다. 내 아내 최고다. 오늘은 지후가 서울로 교육 받으러 갔기 때문에 내가 속 버무리고, 각종 잔심부름 하느라고 고생했다. 우리에게 배당된 김치 한 통에 들어간 김치는 내가 속을 넣었다. 기분 좋다. 내년엔 꼭 우리가 심은 배추로 김장 백포기해서 여기저기 나눠주고 싶다.

 

 김장 때는 고기를 삶아서 방금 만든 김치에 싸 먹는다. 주인아저씨는 고기를 삶아 먹지 않는 김장은 김장이 아니라고 했다. 강릉에서도 김장 때는 삶은 고기를 먹었다. 강화도는 새우젓이 유명하기 때문인지 김장에 특별한 한 가지를 추가하지는 않았다. 강릉 김치랑 볼음도 김치에서는 생선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지역들도 그 지역 나름대로 특별히 김장 김치에만 추가하는 스페셜 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 김장 할 때는 조개랑 새우를 많이 넣어 보고 싶다.

 

 지후는 오후 일찍 집에 왔고, 우리는 함께 주인아저씨네서 저녁을 얻어 먹었다. 주인아저씨는 섬으로 가게된 우리를 걱정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셨고, 방 빼고 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도 하셨다. - 현금을 갖고 있는 자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 나랑 지후는 적당히 주인아저씨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끌어내면서 - 아저씨네 논 이야기, 강화군 농업대학 이야기 등 - 아저씨 얘기에 웃기도 했다. 우리 둘 다 잘 웃는 편이라 어른들을 대할 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시골 동네에서도 유용할 수 있는 우리 부부의 장점이다. 좋다.

 

 어제는 인천 부평에서 정치 토크 콘서트를 봤다. 조국 교수는 잘 생겼고 인기도 많다. 나같은 정치 무용론자에게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정치의 역할은 관료를 감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치는 무용한 것이 아니겠지. 지역 단위에서의 작은 실천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우선 동네 사람들끼리 잘 뭉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남 강진으로 귀농하면 3,000만원을 준다는 기사를 읽었다. 인구 유입도 좋지만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50대에 몇 억을 가지고 은퇴한 사람이 밭 300평을 구입해서 농지원부를 확보하면 농사 없이 별장만 짓고 그 지방에 살더라도 지역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사에서는 강진군이 내년부터 30대 귀농자에게 5,000만원을 준다고도 했다. 아마 1% 저리이자의 대출일 것이고, 도시 사람들은 이자 1%를 우습게 생각하지만 빚은 빚이다. 내가 지자체의 귀농지원을 받고 싶어서 심통이 났기 때문에 이렇게 쓰느지도 모른다. 여튼 볼음2리 아저씨들은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하시고 그쪽이 지자체의 지원금보다는 나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정말 고맙다.

 

 어제 검단에 병문안 갔다가 문학현 아저씨 사모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아저씨들이 많이 하는 뜬구름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도 좋았고, 지후도 좋아했다. 저희 잘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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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그만두고 7일이 지났다.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너무 좋다.

 지난 주말엔 친구네 식구들이 다녀갔다.

 월요일엔 DS가 왔다. DS는 군을 퇴직하고 복학한 학교에서 뭔가 정답을 찾지 못해서 그만두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방황중이다. 방황중인 친구 곁에는 친구가 있는 것이 좋다. 그게 나인게 좋다. 우리는 고구마도 먹고, 김치 볶음밥도 해 먹고, 참치 라면을 안주로 술도 마시고, 매운탕도 끓여 먹고, 주말의 손님들이 남겨 놓은 고기도 구워 먹었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먹는 일은 무척 의미가 있다. 특히나 외로운 시절에는 더욱 그러하다. 2012년의 11월이 훗날 나와 DS 모두의 기억에 남을거다. 그렇다고 먹기만 한 것은 아니고, 볼음도에도 다녀왔고, 정수사를 거쳐 마니산에 오르기도 했다. 

 친구가 얼른 마음의 평화를 찾았으면 좋겠다.

 

 지난주에는 강화군립도서관에 다녀왔다. 꼭 가 보고 싶었는데, 일을 그만두고서야 방문할 수 있었다. 강화군립도서관은 일정 때 지은듯한 2층 건물을 통채로 사용하고 있는데, 강화초등학교를 지나 그곳까지 가는 길이 좋고, 열람실이 있는 2층의 좌우가 바깥으로 이어져 있어서 그 바깥에서 가을을 맞이한 주변의 감나무라던가 풍광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멋진 곳이었다. 강화 초등학교 옆에는 오래된 문방구가 있는데,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초등학생들에게 각종 불량식품과 200원짜리 종이 찢는 뽑기 등을 팔고 있었다. 나중에 꼭 사진으로 남겨야겠다.

 

 아침을 먹고 집앞을 지나는 버스로 읍내의 도서관에 갔다가 점심은 초등학교 앞 분식집에서 해결하고 저녁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일상을 생각해 봤다.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금요일에 혼인신고도 했다. 증인으로 선택한 친구의 집주소가 필요하다고 해서 짜증이 났었다. 여튼 지후랑 나는 공식적으로 부부가 됐다. 잘됐다. 서른 다섯살의 나는 공식적인 것을 원한다.

 

 11월에 100편을 쓴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어려울 것같다. 그래도 30편은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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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8

그때그때 2012. 10. 28. 23:30
주말에 진탕 놀았다. 말그대로 진탕 놀았다. 오랜만이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혼자 남아서 느끼는 허망함도 오랜만이다.

DS랑 전등사에 갔다. 주차비 2000원 입장료 2500원이다. 비싸다고 생각했다. 입장료를 받을만큼 절이 넓었다. 교회는 수직으로 확장하고 절은 수평으로 확장한다. 종교는 확장으로 세를 과시한다.

이달까지만 일하기로 했다. 내년을 생각하면 일을 더 해야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쿨하게 그만두기로 했다. 남들이 들으면 웃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올해 무척 열심히했다. 무려 십개월을 연속으로 일했다. 직장에 다닌 것이 참 오랜만이다. 앞으로 다시는 직장에 다니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를 잘 짓고 볼음도에 잘 정착해야 한다.

이제 겨울이다. 겨울에는 몸을 움츠리고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정확히는 이사와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바쁠것은 없지만 한가한 것은 아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렇겠지.

전등사는 단풍이 더 짙어지고 날이 좋을때, 지후랑 한 번 더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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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이 다 갔네.라고 쓸 사이도 없이 시월이 다 갔네. 지난주도 정신 없이 일했다. 토요일은 쉬고 싶어서 치과를 핑계로 쉬었다. - 다음 토요일도 치과를 핑계로 쉬어버릴까. - 마침 몸도 안 좋았다. 덕분에 어제랑 오늘은 아내랑 실컷 놀았다. 오늘은 서울에 다녀왔다. 상수동 네파스 마켓에 갔다. 나도 좋았고 꼭 가보고 싶어했던 아내도 무척 좋아했다. 삶에 있어서 꼭 가 보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여유.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최소한의 저축이 필요한 것이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통장 잔고 200만원을 유지해야 언제 죽어도 주변사람들이 장례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썼다. 공감이 간다.

 

 금요일에는 종자 기능사 합격문자를 받았다. 아내도 같이 합격했다. 문자를 받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광주까지 가서 1박 하고 온 비용이 아깝지 않게 됐군.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에가면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고등학교 1, 2학년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랬던 것처럼 결혼을 하면 돈을 정말 아껴써야겠다.고 결심하고는 돈 나가는 일에 민감해졌다. 가끔은 내가 좀 지나친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내년에 돈을 못 벌수도 있으니 올해는 무조건 많이 모아야 한다는 거다. 지나친가.라고 생각하는 내가 주중에 직장 동료들과 술 마시는데, 5만원을 쓰기도 했고, 오늘도 아내랑 이것저것 사 먹고 쇼핑도 했으니 실제로는 전혀 지나치지 않은지도 모른다.

 

 올 초에 계획했던 두 가지 자격증을 땄으니 이제 올해 안에 담배를 끊어야겠지. 하루키는 금연할 때, 일을 하지 않고, 남들을 붙잡고 늘어지고 상스러운 소리를 많이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는다고 썼다. 좋은 방법이다. 내 금연 계획은 오늘은 하루를 참고 다음엔 이틀을 참고 이런식으로 참는 기간을 늘려가다가 지금 일을 그만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상스러운 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한 방에 끊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자판 두드리면서 떠올린 계획인데, 마음에 든다. 

 아까 송정역 뒤쪽에 쭈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어린이 한 명이 엄마 손을 잡고 지나가길래 얼른 일어났다. 눈높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눈높이 교육의 반대쪽에는 눈높이 담배도 있는 것이다. 얼른 끊자.

 

 아내가 말했다. "네가 너무 다른 사람들 틈에서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많을거야. 그러니까 지금 하는일은 언제가 됐든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 지후는 현명하다. 지금 직장에서는 누구도 농사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버는 일, 자동차, 아파트, 돈 주고 여자를 사는 일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렇게까지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 지금 일을 그만둘 것이 분명하다. 

 아내가 말했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농진청의 사이버 교육도 받으면서 느낀건데, 너무 관에서 하는 농업쪽으로 많이 공부하면 실제 농사도 그쪽으로 치우칠 수 있을 것 같아." 역시 지후는 현명하다. 나는 작년에 관에서 하는 농업 교육을 6개월간 받았다. 도움은 많이 됐다. 그런데 배운 내용들은 대체로 돈이 되는 작물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쪽과 저쪽의 균형을 맞춰서 농사 짓는 것이 중요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황정은의 단편 대니 드비토 중에

 

 유도 씨는 미라 씨와 더불어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가구와 식기를 비롯해 끊임없이 교체되는 물건의 값을 지불하고, 안을 기르고,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잊고, 계획을 포기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근접한 형태로 실행하고, 좋거나 나쁘거나 이도 저도 아닌 결과들을 기다리고, 병원을 다니며 몇가지 질병을 치료하고, 중년에 접어들 무렵에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는 잠시, 많이, 방황했지만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만두가게라는 형태로 숭응해서, 노력을, 말하자면 생계(生計)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중에, 재미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이제는 상당히 쇠약해졌으나 어떤 의미에서는 견고해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걸까?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옮긴 부분을 요약하면 삶은 생계를 위한 계획의 반복이다.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태연하게 내 계획을 주무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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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3

그때그때 2012. 10. 13. 13:34

이번주에도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돌며 벽지에 주사기를 갖다댔다. 8시 출근 8시 퇴근의 루틴이 깨져서 힘들다. 하지만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면 피로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로 지친몸을 이끌고 퇴근하겠지. 인생은 이런식으로 과거의 어떤 지점을 그리워 하는 것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1위는 개새끼.고 2위는 하기 싫어.다. 애도 있는 사람이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나한테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하는 욕이지만 듣기 싫다. 한 마디 쏘아 붙일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그냥 참는다. 인내 스탯은 내려가고 분노 게이지가 점점 찬다. 여튼 나랑 같은 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랑 같은 조인 양반은 나이 서른 둘에 아이가 셋인데, 입버릇처럼 아이 하기싫어.라고 한다. - 듣고 있는 나는 네가 싫어진다. - 하지만 일 하는 중에 그 얘기를 들으면 그냥 웃고 만다.

어제는 용인에 왔다. 마침 레밍네 집 근처라 만날 약속을 잡아놨다. 그랬는데 갑자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부장한테 직접 전화할까 하다가 욕쟁이한테 전화해서 6시 반에 가겠다고 했더니. 친구 만나러 가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생하고 회사 생활하면서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빈정대듯 묻는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차가운 말투로 남은 사람들에게 안 미안하고 - 늦게까지 하면 수당을 더 받을테니 - 내가 생각하는 회사생활은 그렇지 않다고 - 내가 있고 회사가 있다 -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자꾸 앞선 질문을 반복하길래 그럼 오늘은 6시 반에 들어가고 내일은 쉬겠다고 했다. 이 부분이 안 좋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묻길래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고 했다. 결국 친구들을 잘 만나고 오늘 출근하긴 했는데, 나이 먹고 나이도 어린 양반한테 빈정대듯 차갑게 말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냥 잊어버리자.

넘어가고

레밍과 DS가 택시에서 내린 나를 돈가스집으로 대려갔다. W형이 주인이었다. 한 동네 사는 레밍도 어제 우연히 알게됐다고 했다. 얼마전에 결혼했단 소식은 들었었는데, 부인께서 홀에서 일하고 있었다.

돈가스랑 맥주를 실컷 얻어먹고 가게가 파한 후에는 꼼장어도 얻어먹었다. 형한테 얼굴이 많이 유해진 느낌이 든다고 했더니 영화를 놓아버리니 편해졌다고 했다. - 형, 정말 잘하셨어요. - 영화를 놓으니 롯데가 플옵에 간다는 농담을 던졌다. 형수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얻었다.

형과 헤어지고 우리 셋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역시 외로울 때는 제주도에 가야돼. 그래야 인연을 만날 수 있어.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돼. 얼굴이 확 피잖아. 그리고 돈이 많은 여자를 만나야 돼 - 형은 영화를 놓을까 말까 괴로워서 제주도에 혼자 갔었고 역삼동에 살다가 제주도에 놀러온 형수를 만났다고 했다. - 등의 얘기였다.

형수가 말하길 결혼전에는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이란 동네가 있는 것도 몰랐는데,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형은 이 동네가 그냥 좋다고 했다. 역시 좋아하는 곳에서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 동네을 억지로 좋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은 것. 그런 마음이라면 도시 한복판에 살아도 상관 없겠구나 생각했다. 아내와 나에게 볼음도가 그런곳이어야 할텐데.

내일은 또 볼음도에 간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마음 놓고 쉬고 싶긴 하지만 미래가 걸린일이고 중요한 시기니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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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9 - 스킬

그때그때 2012. 10. 10. 00:00

달빛조각사를 읽었다. 16권까지 읽었다. 삼십분이면 한 권을 읽는다. 결국 주인공이 잘 된다는 얘기일 것 같아서 그만 읽기로 했다.

읽으면서 한 생각

- 주인공 이현은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능력자다. 이런 설정이 이 소설이 인기 있는 원인 중에 하나는 될 것이다. 사람들은 항상 능력자를 원한다. 사람들은 현실에 없는 능력자를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경험하며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 그런 능력자가 있다면 대중들은 시기와 질투를 느끼고 그의 명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꼬투리 잡기와 없애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데 집중할 것이다.

- 온라인 게임의 노가다를 텍스트로 읽으면 재미있다. 30시간의 노가다조차 단 한 문장으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 : 그는 30시간 동안 리치만을 미친듯이 때려잡고 두 개의 레벨을 올렸다.

- 생활 스킬은 중요하다. 허공에의 질주에서 리버 피닉스는 요리 수업을 듣는다. 떠돌아 다니는 도망자의 삶에서 요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요리뿐 아니라 바느질, 낚시, 씨뿌리기, 밭매기 등 손재주와 끈기가 필요한 스킬 포인트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활 스킬 외에도 기타 치며 노래 부르기와 같은 잡스러운 스킬도 갈고 닦아두면 다 쓸모가 있다. 헌데 요즘 나는 전국의 아파트를 돌아다면서 불량난 벽지에 주사기로 약품 쏘는 일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아무 스킬도 늘지 않고 인내 스탯만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앞으로의 내 목표는 게임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각종 생활 스킬을 가다듬고, 기타 치고 노래하기와 글쓰기 스킬의 포인트도 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투자 즉, 노가다가 필요하다. 이 포스팅은 글쓰기 스킬 포인트를 올리기 위한 노가다성 포스팅이다.

힘 쓰는 것 말고 섬세함이 필요한 일들도 곧잘 하는 사람이 되야겠다. 난 꾸준한 건 자신 있는 편이니까 꾸준히 하다보면 잘 되겠지. 악착같이 살(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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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은 볼음도에서 북한땅을 바라보며 망둥이 낚시를 하고 있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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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가 생겼다. 동생이 줬다. 명의는 그대로 두고 보험만 가족보험으로 바꿨다. 내 명의로 승용차를 소유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잘됐다. 동생 회사에서 영업을 하는 동생에게 렌트카를 준 덕분이다. 차가 생기니까 탈 일이 많이 생겼다. 지난주에는 새벽에 출근한 날이 많아서 자전거 출퇴근은 하루만 하고 나머지는 차로 출퇴근했다. 지난 금요일은 연휴의 시작이라 일찍 끝났다. 오전에 비가 내리고 난 후라 오후 햇살이 무척 좋았다. 아내의 요청으로 강화 해안도로를 달렸다. 갯벌이 좋은 빛을 받고 반짝 거렸다. 강화도는 좋은곳이구나. 생각했다. 1박 2일로 볼음도에 다녀왔다. 자동차가 있으니까 새벽부터 나가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는 고생 없이 외포리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자동차는 이렇게 편리하지만 너무 익숙해지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결혼 후 첫 명절이었다. 나야 우리집에 가는 것이니까 크게 신경 안 쓰지만 아내는 여러가지로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무사히 첫 명절을 났다. 자동차가 있으니까 15분 걸어나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지하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신월동 집에 가는 대신 40분 만에 한 방에 갔다. 편리하지만 익숙해지지 말아야지와 비슷한 맥락으로 돈도 있으니까(많이 있는 건 아니다.) 자꾸 쓸 일이 생긴다. 광주에서 종자기능사 실기시험, 명절에 엄마에게 차롓상 준비비용 드리기, 내 생일에 장인어른과 식사(개포동의 송백 횟집, 정말 맛있었다. 원츄!!), 힘든 공장일에 지친 내 몸을 위해서 박카스와 술과 담배 구입, 만두도 사먹었고, 통닭도 두 번 사 먹었다. 주로 먹는 일에 돈을 쓰고 있다. 그 외에 영일군이 자동차 엔진오일 갈아주고 브레이크 라이닝도 새걸로 바꿔줬다. 원가보다 덜 받았을 수도 있는데(떙큐 ^^;), 여튼 그것도 돈이 든다. 버는 동안은 쿨하게 쓰는 것도 괜찮겠지. 생각한다. 

 

 공장에서 3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는데, 일이 있다고 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볼음도에 갈 수 있었다. 직장에서 하루 더 버는 것 보다는 나와 지후의 미래가 아주아주 많이 중요하다. 볼음도에서는 망둥이 낚시, 소라 채집, 게 잡기 등을 했다. 앞으로 생활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어디 체험 온 사람들마냥 신나게 하지는 않았다. 망둥어랑 황복 회, 그 둘을 말려서 찐 것 등을 얻어 먹었다. 올해는 정말 진기한 것을 많이 먹는다. 이번에 볼음도에 간 것은 내년에 살게 될 집 구경을 아내와 함께 하고 앞으로 어떻게 집수선 및 정리를 할까.를 구상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다른 손님들도 오시는 바람에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내가 동네분들을 많이 만났고, 앞으로 볼음도에서 잘 살아보겠다는 우리 부부의 결심을 동네 어른들이 확실히 알게 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1박이었다. 오늘은 출입통제 구역에 들어가서 소라 채집, 게 잡기를 했는데 - 볼음도는 북한이랑 가까워서 군인들도 많고 갯살림을 통제하는 구역도 있다. - 풍경이 아름다웠다. 파릿파릿한 하늘도 아니고 구름도 흐리멍덩한데, 그 반영이 물이 빠진 바다에 흐리멍덩하게 비쳤다. 약간 티티카카 같은 느낌이 났다. 다음에 또 가면 더 잘 찍어보고 싶다. 결국 훈련중인 군인들에게 들켜서 쫒겨나듯 뻘에서 나왔다.

 

 앞으로 생활이 되겠지. 농사와 갯살림이 내 생활이 되겠지.

 

 '캄피오네'란 애니랑 라이트 노벨이 있는데, 둘 다 재미있다. 능력자를 다룬 이야기인데, 소재가 신선하다. 여전히 신선한 소재의 능력자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참 놀랍다.

 

 짤방은 볕 좋은날 강화 해안도로에서 찍은 것과 오늘 볼음도에서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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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가위에 눌렸다. 오랜만이었다. 피곤했었기 때문일까?

가위눌림에는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내 경우는 나의 실체가 두둥실 떠올라 천정까지 올라간다. 그리곤 온 사방을 배회하다가 누워있는 내 몸으로 뚝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순간 자이로드롭을 탄 것처럼 뱃속이 철렁한다.

처음 가위 눌렸던 날이 생각난다. 신월동 시장통의 삼층집에 살 때였다. 누운채 떠오른 내 실체가 온 집을 떠도는 동안 무척 무서웠다. 누워 있는데도 뒤쪽, 그러니까 바닥이 보이는 공포를 느꼈었다. 내 껍데기로 돌아온 실체는 몇 번이고 다시 떠올랐고 그때마다 나는 무서웠다.

엎드려 자다가 가위 눌리면 정말 무섭다. 딱 한 번 그랬던 적이 있다.

어제는 몸이 떠오른 곳이 지금 일하는 공장이었다. 사람들은 일을 하는데 나는 하늘에 누워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몇 번이고 떠올랐던 내 실체가 우리집에 누운 내 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가위가 풀리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주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나는 체념하고 가위가 풀리길 기다렸다.

잠시후에 창문이 열리는 것 같더니 검고 차가운 바람과 같은 어떤 형체가 그 열린 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쪽에서 오한을 느끼고, 도둑인가? 생각하던 중에 그 놈이 한 손으로 내 불알을 지긋이 잡았다. 그러더니 나머지 한 손으로는 내 코와 입을 막았다.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개같은 기분으로 깨어났다. 난 평소에 욕을 잘 안하는데. 눈을 뜨자마자 내뱉은 말이 씨발이었다.

다시 가위 눌릴까 봐 이층에서 잤다. 푹 잤다.

몸이 치곤한 탓도 있겠지만 금각사를 읽은 것이 가위 눌린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났다.

몇 년만에 다시 읽은 금각사는 아주 훌륭했다. 비극적인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패전 후 일본의 무력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한 싸이코패스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지난주 수요일에 집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우리집에 썩어가는 것이라고는 내 몸뚱이 밖에 없기 때문에 자꾸 내 몸에 달라붙는다. 며칠 후면 비실대며 죽어갈 것이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집에 들어온 파리는 배가 고파서 죽는다.

주인집 개는 설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내가 몸을 긁어준면 무방비 상태로 벌렁 드러눕는다. 지후는 가끔 설이는 왜 살까. 같은 질문을 한다.

잠자리의 계절이다. 얼마전 출근길에 온전한 모양으로 다리 위 인도에 죽어있는 잠자리를 봤다. 어떤 잠자리는 겁없이 공장에 들어와 기계 위에 앉았다가 누군가에게 잡혀 날개가 찢기기도 한다.

나는 밥 먹고 일하고 빵 먹고 일하고 또 밥 먹고 일한다. 그러다 죽겠지.

파리도, 개도, 잠자리도, 나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미시마 유키오 흉내를 내봤다. ㅋ

짤방은 어제 가위 눌려서 날아다녔던 우리 회사. 가을이라 아침에 빛이 좋다. 사용 어플은 pictone. 이 어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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