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이틀 동안 김장을 했다. 어제는 내가 볼음도의 집주인을 만나는 약속이 있어서 지후가 배추 저리느라 고생했다. 지후는 오늘 손목이 시리다면서 압박붕대를 감았다. 내 아내 최고다. 오늘은 지후가 서울로 교육 받으러 갔기 때문에 내가 속 버무리고, 각종 잔심부름 하느라고 고생했다. 우리에게 배당된 김치 한 통에 들어간 김치는 내가 속을 넣었다. 기분 좋다. 내년엔 꼭 우리가 심은 배추로 김장 백포기해서 여기저기 나눠주고 싶다.
김장 때는 고기를 삶아서 방금 만든 김치에 싸 먹는다. 주인아저씨는 고기를 삶아 먹지 않는 김장은 김장이 아니라고 했다. 강릉에서도 김장 때는 삶은 고기를 먹었다. 강화도는 새우젓이 유명하기 때문인지 김장에 특별한 한 가지를 추가하지는 않았다. 강릉 김치랑 볼음도 김치에서는 생선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지역들도 그 지역 나름대로 특별히 김장 김치에만 추가하는 스페셜 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에 김장 할 때는 조개랑 새우를 많이 넣어 보고 싶다.
지후는 오후 일찍 집에 왔고, 우리는 함께 주인아저씨네서 저녁을 얻어 먹었다. 주인아저씨는 섬으로 가게된 우리를 걱정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셨고, 방 빼고 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고도 하셨다. - 현금을 갖고 있는 자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 나랑 지후는 적당히 주인아저씨가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끌어내면서 - 아저씨네 논 이야기, 강화군 농업대학 이야기 등 - 아저씨 얘기에 웃기도 했다. 우리 둘 다 잘 웃는 편이라 어른들을 대할 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시골 동네에서도 유용할 수 있는 우리 부부의 장점이다. 좋다.
어제는 인천 부평에서 정치 토크 콘서트를 봤다. 조국 교수는 잘 생겼고 인기도 많다. 나같은 정치 무용론자에게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정치의 역할은 관료를 감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치는 무용한 것이 아니겠지. 지역 단위에서의 작은 실천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우선 동네 사람들끼리 잘 뭉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남 강진으로 귀농하면 3,000만원을 준다는 기사를 읽었다. 인구 유입도 좋지만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50대에 몇 억을 가지고 은퇴한 사람이 밭 300평을 구입해서 농지원부를 확보하면 농사 없이 별장만 짓고 그 지방에 살더라도 지역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사에서는 강진군이 내년부터 30대 귀농자에게 5,000만원을 준다고도 했다. 아마 1% 저리이자의 대출일 것이고, 도시 사람들은 이자 1%를 우습게 생각하지만 빚은 빚이다. 내가 지자체의 귀농지원을 받고 싶어서 심통이 났기 때문에 이렇게 쓰느지도 모른다. 여튼 볼음2리 아저씨들은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하시고 그쪽이 지자체의 지원금보다는 나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 정말 고맙다.
어제 검단에 병문안 갔다가 문학현 아저씨 사모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아저씨들이 많이 하는 뜬구름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도 좋았고, 지후도 좋아했다. 저희 잘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