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다. 눈 뜨자마자 개밥 챙겨주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밖에 나가서 이형, 저형과 이일, 저일 하다보면 일곱시 반은 넘어야 저녁을 먹는다. 나는 일하면서 저어새도 보고 멋진 풍경도 감상하고 술도 먹고 못자리랑 논물 관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배운다. 그런 과정에서 아저씨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한다.
지후는 텃밭을 관리하고 요리도 하고 공부도 한다. 내가 일찍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지후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엊그제 삼 캐러 산에 갈 때, 같이 가자고 전화했는데, 지후는 싫다고 했다. 어제 못자리에서 일하다가 저어새 세 마리가 있어서 보러 오라고 전화했는데, 지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후는 미리 계획된 일이 아닌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100% 싫다고 하기 때문에 내 쪽에서 먼저 연락하지 말아야지, 혼자 있게 둬야지.하고 생각해 버리는 지경이다. 이렇듯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자기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 버리기 때문에 생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균열 비슷한 것이 생겼다. 지후가 기분이 안 좋은 것이 결국은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무척 신경 쓰인다.
오늘 곰곰 생각했는데,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아직 생활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사와서 세 달도 안 지났다. 농사는 이제 첫 시작이다.
해군 기지 앞 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