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시험 전날,
호치케스 심에 찔려서
검지 손가락에 눈이 두 개 생겼다
그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복권을 샀다

시험날,
안 먹던 아침을 먹어선지
설사를 하고 손을 땄다
또 피를 봤다
그래서 또 복권을 샀다

시험을 망치고
복권도 꽝이고
집에 가기 싫은데
친구가 술 사준다고 한다

허기도 술로 채우고
피도 술로 채운다
AND

교회


교회 오빠가 하고 싶어서 교회에 갔더니
시집간 누나들만 있고 동생들이 없다
나는 미워하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고추 심으려는 날에 비가 온다

그래서 내가 교회엘 안 간다
AND

모른척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고
꽃만 보느라 가지도 잎도 못 보고
갈 때는 본 것을 올 때는 못 보고
산을 봐야할 때는 나무를
나무를 봐야할 때는 산을 본다
보이는 게 전부인 즐 알고
보이지 않는 얼굴을 보고 산다
뜨문뜨문 보고 뜨문뜨문 얘기하고
뭐 하나 똑부러진 게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고
지금도 알고 있지만
이제껏 그랬듯이
잎으로도 모른척 할 것이다
AND

코끼리

아이와 동물원에 갔네
아이가 코끼리 앞에 멈추었네
나의 오욕을 다 담고있는 눈과
코끼리의 큰 눈이 마주쳤네
물을 먹던 중이어설까
코끼리 눈에 눈물이 고인것 같았네
코끼리가 소리내어 울었네
아이가 박수를 쳤네
코끼리에게 미안해서
얼른 무동을 태웠네
아이는 계속 박수를 쳤네
아이에게 미안해서
그만 두라고 말도 못하는 내 마음이
미워지고 얄미워져서
눈이 슬픈 코끼리와 눈을 맞추고
나도 울었네
아이가 왜 우냐고 물었지만
대답할 수 없었네
아이와 동물원에 가서
아기 코끼리만 보았네
AND

거칠다


내 종아리에 닿은 네 발바닥이 거칠다
발바닥은 자꾸 땅에 닿아서 거칠다

흙을 더듬는 농부의 손이 거칠다
하여, 네 뺨을 만지는 내 손이 거칠다

닳고 닳은 것은 다 거칠다

노가다 인부들 입이 거칠고
역전 아가씨들 입도 거칠다

사람은 닳으면 거칠어지고
굳어지고 까칠해지지만

내 몸과 네 몸이 닿는 자리엔
숨소리만 거칠다
AND

봄비


빗방울에 눈코잎이 달려있네
백만개의 얼굴이 쏟아지네
나를 비웃으며 쏟아지네
낄낄대는 소리가 지붕을 때리고
거리를 때리고 텅빈 새벽을 때리고
끝내 나를 때리네
너의 백조자리가 없는 하늘을 보았네
아무 소용 없는 하늘을 보았네
멈추지 않는 얼굴들과 마주했네
눈이 마주친 모든 얼굴들에게 기도했네

아브라사메 미 아모르

내 마음에 하얀 꽃이 피도록
내 사랑, 나를 안아주세요
AND

인연


아내를
전생으로부터의 인연으로 알았다
떠돌이 생활이 미안해서
이번 생엔 마지막이란 결심으로 이삿짐을 쌌다
넙치마냥 눌러붙어 살러온 바닷가 마을에서

구름을 보면 구름 위에 누워서 자고 싶다고,
그렇게 세월따라 가면 된다, 는 너를 만났다

먼 곳을 향하는 거친 눈빛
정돈하지 않은 수염과 머리칼
5월의 바닷물에서 나를 부르는 손짓으로
네가 내 전생의 인연임을 알았다

손을 잡고 차가운 바다 위에 누워서
우리는 각자의 아내를 걱정했다
서로 말하지 않고도 알았다
너의 구름이 내게 말했고
나의 구름이 대답했다

- 여기까지만 합시다 -
- 예, 그럼 다음생에... -

이 생의 마지막 이삿짐을 풀고
산허리의 새 보금자리에서
아내와 저녁을 바라보는데
널 닮은 구름이 방긋 웃는다
아내의 손을 놓치 않고 나도 웃는다

- 우리는 그저 전생의 인연 -
- 예, 그러니 다음생에... -
AND

예외


언젠가 네가 말했듯이
나는 예외적이지 않은 사람

앞차가 잘 못가면 답답하고
뒷차가 빵빵 거리면 열받는다
뭘 잘 한단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고
못난 자존심 때문에
아닌 줄 알고서도 끝까지 맞다고 우기기도 한다
소주 네 잔이면 취하고
만취해서 택시를 세 번 타고 집에 온 적도 있다
널 만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가고
그로 인한 이별 때문에 아파 울면서도
곧 새로운 사랑이 나타날 거라 위로한다

그런데,
나 어떡하니
널 못잊겠다

오직 너만 내게 예외적이다
AND

떨림


인간은 어디에서 왔나

감자 심고 옥수수 심을 때는
흙에서 나온 거 같고
물 때 맞춰 백합조개 잡을 때는
바다에서 나온 거 같다
산에서 땔나무 할 때는
나무에서 나온 거 같고
그늘 아래 누워 쉴 때는
공기에서 나온 거 같다

사막의 모래 한 알과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그저 먼 곳을 바라보는 바위
꽃잎에 맺힌 빗방울 하나와
끝내 떨어지고 마는 잎사귀까지

인간은 모든 것에서 나와서
모든 것으로 향한다

내 사랑은 너의 작은 떨림에서 나왔고
너는 막 태어난 나의 떨림을 감싸 안았다
AND

병원체

내가 희대의 글을 써도
이 세계가 기운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네가 결국 돌아오지 않아도
상처는 과메기 마르듯 꾸득꾸득 아물고
나는 꾸역꾸역 살아갈 것이다
어떤 이변도 인간을 막을 수 없고
네 마음 또한 되돌릴 수 없다
인간이 지구의 유일한 병원체
당신이 나의 유일한 병원체
AND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우리는 모두 무적의 메칸더 브이가 되어
원자력 에너지의 힘을 먹고 죽을 것이다
AND

설사

죄를 쏟아내듯
뱃속의 것들을 쏟아낸다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입으로 쏟아낸 말이다
입으로 쏟아낸 죄를 씻기 위해
뱃속의 것들을 온종일 쏟아낸다
푸른 하늘이 노랗게 보이고
온몸이 열기로 뒤덮이도록 쏟아낸다
그래도 살아있는 죄는 쏟아내는 일로 없어지지 않는다
AND

은수 씨에게

계속 제 대답을 원하는 당신에게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마음에
솔직한 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는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전화번호만 아는 사이
저는 연애도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시골 촌놈
당신은 이미 결혼 경험이 있는 두 아이의 엄마
지금 불타오르는 마음은 서로가 마찬가지지만
저는 우리의 장밋빛 미래를 꿈구면서도
각자의 현실에 비친 미래를 생각합니다
저는 집과 땅과 1톤 트럭을 갖고 있지만
약간의 빚도 있고 벌이도 많지 않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우리가 살림을 합친다고 해도
두 아이를 세상의 기준만큼 보살필 자신이 없습니다
돈 문제로 다투고 헤어지는 커플을
뉴스에서도 제 주변에서도 많이 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우리의 아이를 낳을 마음이 있다고 하셨지요
저는 그 마음이 한 없이 고맙지만
한편으론 곧 마흔이 되는 당신이 저 때문에 무리하다가
몸이라도 상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입니다
또 아이가 셋일 때 닥칠 금전적인 괴로움도 머릿속을 맴돕니다
이런 이유로 당신이 좋다는 얘기를 똑바로 전하지 못합니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은수 씨,
모든 이유를 불문하고 좋아합니다
저도 당신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빛깔일까요
말은 쉬우니 말로는 제 마음을 다 말로 못하겠고
가까운 날에 일단 만나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AND

대식가


저지방 우유가 뭔 말이야
우유 한 사발에 설탕을 타 마셔야 잠이 오는데
다이어트 콜라는 또 뭐야
간식으로 빅맥을 두 개씩 먹어야 배가 약간 차는데
술만 끊으면 뭐해
술 자리에 끼어서 통닭을 두 마리씩 먹고
다음날 아침엔 삼겹살을 두 근씩 구워 먹는데
다이어트가 무슨 소용이야
온종일 먹고도 배가 고파서
자다가 새벽 두 시에 깨서
야식집 전단지를 훑어보다가
닭도리탕을 주문하고야 마는

나는 소식중인 대식가
AND

삶은 달걀을 먹다

속내를 알기 어려운 내가
속을 알기 쉬운 너를 먹는다
샛노랗게 질린 너에게 미안하다

AND

고랭지 여자

강원도 정선군 백복령 꼭대기
불이 꺼진 작은 술집이 울고 있다
비 내리는 밤 한 여인이 거기 잠겨 있다
그 여인은 이 세상을 등진 친구의 아내
고향으로 돌아온 초등학교 때 짝궁
내게 메밀전병과 막걸리를 내어주고
손님이라곤 나 하나뿐인 가게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여인
고랭지 배추마냥 속이 꽉찬 여인
김장 배추 속 싸듯 슬픔을 꾹꾹 눌러담은 여인
옆집 살면서 말도 제대로 못 붙여본
수줍은 나의 첫사랑
해발 830미터,
고랭지 여자
AND

등대지기


인터넷 완비
세 달에 3일 휴가
한달에 한 번 보급품

나는 무인도 등대지기

스스로를 버릴 자신이 없어
차라리 홀로 세상을 등졌다

바다가 나고 내가 바다인 생활
아무것도 꾸미지 않는 삶

무리에서 떨어진 갈매기 한 마리
등대로 날아들기 전까지는 외로움을 몰랐다

어느날 나의 갈매기 무리를 찾아 떠나고
나는 떠날곳이 없는 사람

저녁 거리로 회를 뜨다가
학꽁치에게 말을 걸었다

회칼을 든 손이 떨리지만
나를 버릴 자신이 없는

나는 외로운 섬
나는 등대지기
AND

호모 후달리쿠스

출장은 합법적인 외박 허락
행복을 추구할 나의 권리
싸구려 칭찬에도 진심이 없는 건 아니라서
거짓 웃음에라도 위로 받고 싶어서
다른 여자랑 놀아날 생각을 하는데
집에 있는 아내 얼굴만 자꾸 떠오른다
노래방 아가씨를 못 꼬셔서 후회로 점철된 삶이여
아, 나는 후달리는 인간
호모 후달리쿠스
AND

불온  - 최고의 밤 -

당신과 첫눈이 마주친 순간
전생으로부터 이어진 인연임을 알았습니다

어차피 떠날 사람과
최고의 밤을 보냈습니다

그 밤의 몸짓은
전생과 이생을 이어주는 춤

내가 기타를 치면
당신은 노랫말을 읊조립니다

내가 이름을 부르면
당신은 작은 몸짓으로 내게 호응합니다

나즈막히 혼잣말을 해도
먼데있는 당신의 대답 소리가 들립니다

가만히 누워 눈을 감으면
옆에 당신 기척이 있습니다

난 동쪽 끝의 남자
당신은 남쪽 끝의 여자

나는 아내가 있고
당신은 남편이 있는 사람

우리는 아이도 둘 씩 있는
참 사이좋은 관계

우리는 콧잔등을 핥아주었던 연인
허나, 여기서 멈춰야하는 인연
AND

종이학

너는 누워있거나 잠들어 있다
너는 신음 같은 목소리로 다녀왔냐고 묻고
고개를 벽 쪽으로 돌린다
내 기타는 세상 끝의 사랑을 나즈막히 노래한다
세계 최고의 미녀를 만나면 들려주려고 연습 중인 이 노래를
매일밤 돌아누운 네가 듣는다
너는 유리병에 갇힌 종이학
마음을 닫고 벽을 보고 우는 사람
점점 감당 못할 사람
이기적인 내가 만나선 안 됐던 사람
그렇지만 내 반경 안의 사람
너는 날지 못하는 종이학
AND

부적격자


피로에 찌든 오줌에선 캬라멜 냄새가 나고
모든 땀구멍에서 술냄새가 나도록 일해도
일당 6만 2천원

당신들의 단정한 인생에 화가 나서
볼케이노 화산같이 터져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한 잔 또 한 잔 그리고 또 한 잔

나는 주인 눈치나 보는 개가 아니라
인간에게 당당한 야생동물

나는 부적격자
봄 햇살이 사치다
AND

호모 루덴스

세상을 끝장낼 것 같은 바람이 불어도
질 때가 되지 않은 꽃은 떨어지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꽃을 꺾는다
AND

이유

너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툭하면 넘어지는 너 때문에
네 발만 보며 걸었다
혹시 네가 이유를 물으면
네 발이 너무 예뻐서, 라고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붉히며 답하려고 했다
그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지만 진심도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네 뒷모습을 똑바로 보지 않았다
슬픔이 꽃잎으로 떨어지는 계절에
후두둑후두둑 부서지는 날에
이유를 묻지 않은 이유로
봄날 민들레 들여다보듯
땅만 들여다보고 산다

꽃 진 자리 언제나 참혹하다
AND

선거는 제도고 투표는 행위인데, 두 가지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틀리다와 다르다를 헷갈리는 것과 같다.

암튼 총선이 끝났다. 유권자 열 명 중에 네 명은 투표를 하지 않았고 제 1야당이 여당보다 많은 의석을 얻었다. 찰스네 당은 호남에서 예전 김종필의 자민련이 충청도에서 가졌던 지위를 획득했다.

억지로라도 다 같이 모여서 으쌰으쌰 했고 그것이 경제 발전에 이바지 했다고 믿는 새마을 운동 세대들의 판타지는 이번 총선으로 끝난 느낌이다. 시간도 많이 흘렀고 먹고 살기가 그만큼 팍팍한거라고 본다.

선거는 제도의 허점과 단점을 떠나서 국민들이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 행위다.

호남이랑 안산, 경주의 선거 결과는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강원도는 답 없다.

나는 강원도에 살면서 새누리를 찍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종편만 보는 사람들과 항상 부대끼며 같이 울고 웃기도 하며 살아간다.

오늘은 13명이 함께 나무 750그루를 심었다. 잘난놈, 못난놈이 있는 게 아니라 이런놈, 저런놈이 있다.

나이 먹으면서는 내가 어떤놈인지 고민하며 살질 않는다. 남들한테는 이런놈 저런놈이더라도 내가 어떤놈인진 알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강원도 답 없다고 적었지만 총산 결과는 내가 모르는 수 많은 일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일테니, 나도 남이 모르는 수 많은 일들을 쌓아가고 있을테니 그저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디가서 '선거했냐?' 고 묻지는 말자.
AND

소주

우리의 이 지난한 가난에
먹는 걸 빼면 남는 게 없어서
저녁 먹고 산책을 나갔다가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을 먹었다
술이 빠지면 가난이 슬퍼해서
소주도 한 병씩 마셨다
몸이 얼큰해지니 마음이 따라와서
한 병씩 더 마셨다
포장마차 주인이 그만 마시라고 해서
일단 밖으로 나왔다
안이나 밖이나 가난은 변함 없고
우리의 이 지난한 마음에
술을 빼면 남는 게 없어서
우동 국물에 한 병씩 더 마셨다
뗄 거리가 없어도 한 잔 마시니 기분이 좋다
내일을 어찌 넘길지 몰라도
우릴 보고 웃는 달을 보니 기분이 좋다
우리의 이 지난한 가난에도
소주에 취한 기분이 좋다
AND

노화


나이 마흔이면
노화를 말하는 게 농담이 아니다

왼손에 칫솔 오른손에 치약을 들고
칫솔이 안 보인다고 화를 낸다

매년 보는 꽃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매일 보는 나무 이름을 더듬는다

네 시 방향으로 가라는데 좌회전을 하고
없다를 엇ㅂ다로 쓴다

밥 먹을 때 자꾸 입가에 국물을 흘리고
어디 앉았다 일어날 때 신음 소리를 낸다

모든 것을 다 잊고 내 마음까지 잃어도
당신이 나를 잊어도 너만은 잊지 않으려고

틈날 때마다 허공에 네 얼굴을 그린다
그리고 그 옆에 네 이름을 적는다
AND

첫사랑


방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먼지를 모아서 담뱃불에 지지며 단백질 타는 구수한 냄새를 맡던 중에
그녀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나가려고 급하게 양치질을 하는데
똥이 마려워서 칫솔을 물고 변기에 앉아 빤스에 붙은 털을 보다가
휴지가 없는 걸 알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휴지를 가져 왔던 날
그녀와 밥을 먹다가 어설프게 잠깐만, 말하고 화장실에 가서 바지 자크를 내리려는데 이미 자크가 내려가 있던 날

그녀의 손이 내 손에 포개졌고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AND

간격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약간의 틈
그곳을 지나는 공기의 공기 흐름
붙잡지도 않고 밀어내지도 않는 힘
뱃속 가장 깊은 곳은 보여주지 않는 일
사랑이라는 말로 선을 긋고
서로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것
살을 맞댄 두 몸뚱이 사이를
땀이 되어 미끄러지는 이질감
AND

이기심

사랑이라는 말 앞에
너, 당신, 그대 중에
어떤 말이 좋을까
종일 그 생각만 하다가
결국,
내 이름을 적어 넣는다
AND

봄 바람

바람은 쾌활하고
아가씨들 치마는
벌렁벌렁 들린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도
봄에 당하기만 한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