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여자

강원도 정선군 백복령 꼭대기
불이 꺼진 작은 술집이 울고 있다
비 내리는 밤 한 여인이 거기 잠겨 있다
그 여인은 이 세상을 등진 친구의 아내
고향으로 돌아온 초등학교 때 짝궁
내게 메밀전병과 막걸리를 내어주고
손님이라곤 나 하나뿐인 가게에서 함께 술을 마시는 여인
고랭지 배추마냥 속이 꽉찬 여인
김장 배추 속 싸듯 슬픔을 꾹꾹 눌러담은 여인
옆집 살면서 말도 제대로 못 붙여본
수줍은 나의 첫사랑
해발 830미터,
고랭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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