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4/26 | 1 ARTICLE FOUND

  1. 2016.04.26 20160426 - 어쩌다 하나씩

인연


아내를
전생으로부터의 인연으로 알았다
떠돌이 생활이 미안해서
이번 생엔 마지막이란 결심으로 이삿짐을 쌌다
넙치마냥 눌러붙어 살러온 바닷가 마을에서

구름을 보면 구름 위에 누워서 자고 싶다고,
그렇게 세월따라 가면 된다, 는 너를 만났다

먼 곳을 향하는 거친 눈빛
정돈하지 않은 수염과 머리칼
5월의 바닷물에서 나를 부르는 손짓으로
네가 내 전생의 인연임을 알았다

손을 잡고 차가운 바다 위에 누워서
우리는 각자의 아내를 걱정했다
서로 말하지 않고도 알았다
너의 구름이 내게 말했고
나의 구름이 대답했다

- 여기까지만 합시다 -
- 예, 그럼 다음생에... -

이 생의 마지막 이삿짐을 풀고
산허리의 새 보금자리에서
아내와 저녁을 바라보는데
널 닮은 구름이 방긋 웃는다
아내의 손을 놓치 않고 나도 웃는다

- 우리는 그저 전생의 인연 -
- 예, 그러니 다음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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