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나이 마흔이면
노화를 말하는 게 농담이 아니다

왼손에 칫솔 오른손에 치약을 들고
칫솔이 안 보인다고 화를 낸다

매년 보는 꽃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매일 보는 나무 이름을 더듬는다

네 시 방향으로 가라는데 좌회전을 하고
없다를 엇ㅂ다로 쓴다

밥 먹을 때 자꾸 입가에 국물을 흘리고
어디 앉았다 일어날 때 신음 소리를 낸다

모든 것을 다 잊고 내 마음까지 잃어도
당신이 나를 잊어도 너만은 잊지 않으려고

틈날 때마다 허공에 네 얼굴을 그린다
그리고 그 옆에 네 이름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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