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6/04/10 | 2 ARTICLE FOUND

  1. 2016.04.10 20160410 - 어쩌다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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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나이 마흔이면
노화를 말하는 게 농담이 아니다

왼손에 칫솔 오른손에 치약을 들고
칫솔이 안 보인다고 화를 낸다

매년 보는 꽃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매일 보는 나무 이름을 더듬는다

네 시 방향으로 가라는데 좌회전을 하고
없다를 엇ㅂ다로 쓴다

밥 먹을 때 자꾸 입가에 국물을 흘리고
어디 앉았다 일어날 때 신음 소리를 낸다

모든 것을 다 잊고 내 마음까지 잃어도
당신이 나를 잊어도 너만은 잊지 않으려고

틈날 때마다 허공에 네 얼굴을 그린다
그리고 그 옆에 네 이름을 적는다
AND

첫사랑


방에 떨어진 머리카락과 먼지를 모아서 담뱃불에 지지며 단백질 타는 구수한 냄새를 맡던 중에
그녀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나가려고 급하게 양치질을 하는데
똥이 마려워서 칫솔을 물고 변기에 앉아 빤스에 붙은 털을 보다가
휴지가 없는 걸 알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휴지를 가져 왔던 날
그녀와 밥을 먹다가 어설프게 잠깐만, 말하고 화장실에 가서 바지 자크를 내리려는데 이미 자크가 내려가 있던 날

그녀의 손이 내 손에 포개졌고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