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너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툭하면 넘어지는 너 때문에
네 발만 보며 걸었다
혹시 네가 이유를 물으면
네 발이 너무 예뻐서, 라고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붉히며 답하려고 했다
그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지만 진심도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네 뒷모습을 똑바로 보지 않았다
슬픔이 꽃잎으로 떨어지는 계절에
후두둑후두둑 부서지는 날에
이유를 묻지 않은 이유로
봄날 민들레 들여다보듯
땅만 들여다보고 산다

꽃 진 자리 언제나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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