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고추 심을 밭에 갔다. 전체 700평 중에 4분의 1 정도에 여전히 비닐이 덮여 있었다. 나는 거름 피고 작은어버지는 로타리를 쳤다. 비닐 위에 소똥을 펼치는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 안해 본 사람은 모른다. 한참 일하는데 검은 나비(호랑가시나무) 한 마리가 내 주위를 멤돌았다. - 상민 씨 땡큐. 우리나라 대부분의 밭이 그렇다는 얘기는 역시나 위안이 안되네요.-  비닐이랑 같은 색이다. 다음 생에는 무지갯빛 몸을 달고 태어나렴.

 오후, 작은아버지는 비닐위에 로타리를 쳤고, 나는 관리기로 두둑 잡았다. 관리기 로타리에 검정 비닐이 걸려서 막 돌아갔다. 내 마음은 검고 어지럽다.

 작은아버지의 생각 - 고추는 자랄만큼 자랐는데, 토요일에 비는 온다고 하고, 내일까지 무조건 비닐을 씌워야겠다. 

 내 생각 - 토요일에 비가 많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요일에 비만 오지 않으면, 일요일에도 밭에서 일 할 수 있다. 비닐은 그때까지 씌우고 월요일, 화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 심으면 고추 심고 물 안줘도 되니까 일하기는 더 좋다. 천천히 일하면 좋겠다.

 결국 내일 쎄가 빠지도록 비닐 씌우게 생겼다. 사람도 한 명 불렀다고 하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비닐밭에 로타리 치는 것도 막지 못하는 내가 무슨 힘이 있겠나. 그냥 푸념이다. 이래놓고 나중에 비닐밭에 고추가 열리면 그 고추 따 먹겠지.... 에효~~ 

 기왕 이렇게 된거 토요일에 비나 실컷 왔으면 좋겠다. 바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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