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3 - 논일

그때그때 2011. 5. 13. 21:30
 어제랑 오늘은 논일을 했다. 어제는 작은아버지가 논삶기에 앞서서 1차로 논을 갈아 엎었다. 나는 삽으로 논둑 정리 좀 하다가 한 다래기(두락=마지기, 강릉에서는 다래기라고 부른다. 한 다래기가 꼭 200평은 아니다.)를 시험삼아 갈아 엎어봤다. 역시나 트랙터는 너무 힘이 세서 재미가 없다.

 오늘 아침 먹으면서 작은아버지가 '원래 성격이 그렇게 느긋하냐'고 물으셨다. 어제 시험삼아 한 다래기만 갈아 엎은 게 맘에 안드셨던 모양이다. 마지막에는 '일을 틀리게 하더라도 빨리빨리 해야지'라는 말까지 들었다. 살면서 일 느리단 얘기 처음 들어봐서 살짝 충격 받았다. 고무신 신고 설렁설렁 다닌다고 일하는 속도도 느린건 아닌데.... ㅡ.ㅡ;

 아침 먹고 논을 갈기 시작했다. 트랙터 바가지로 논둑도 까고, 높은데 있는 흙을 낮은 자리로 옮기면서 열심히 했다. 세 시간 동안 두 다래기 밖에 못 했다. 그렇지만 여섯 다래기 밖에 안 남았고 남은 논들 중에는 논둑을 깔 곳이 없으니 오후에는 다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점심 챙겨 먹고 논에 가려는데, 논 옆에 물길을 정비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결국 오후에는 계속 삽질했다. 중간에 힘들어서 소 여물주면서 잠깐 쉬었다. 7시쯤 다 끝냈다. 삽질하는 중간에 지나가던 동네 분들과 몇 마디씩 나눴다.

 "오전에는 논 삶더니, 저 논 자네가 삶았나? 처음 삶아보는데 잘 삶네. 앞으로 많이 배워서 남의 집 일도 해주고 해야지." 등의 얘기를 들었다. 칭찬 받았다. 기분 좋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고무신 신고 설렁설렁 다닌다고 일하는 속도가 느린 건 아니다. 어제는 비도 오고 내가 트랙터를 좀 싫어하는 측면도 있고 해서 일부러 한 다래기만 갈았던 거였다. 
 
 각설하고, 논일은 재미있다.

 변산에서 논에 김 매던 생각이 난다. H는 김 매다 말고 뒤 돌아서서 논에 오줌을 갈겼고, - 이게 다 거름이 된다는 말을 남겼다. - 어느날에는 다들 지쳐서 오후 참 먹고 벌렁 드러 누워서 뭉개다가 다들 취하도록 막걸리를 먹었더랬다.  

 그때 일은 그냥 생각만 하고 나는 지금의 나에게 충실한 게 중요하다. 그때는 일만 생각하면 됐다면 지금은 생활을 생각해야 된다. 아직까지는 잘 하고 있는 것 같고 앞으로는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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