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고추밭 손질 중이다. 올해는 700평을 심을 예정이다. 고추모는 잘 자라고 있다. 농사 잘 짓는 사람들은 한 번만 옮겨 심는다는데, 우리는 두 번 옮겨 심는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래도 내년부터는 한 번만 옮겨 심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4월 마지막 주말에 고추밭에 소똥 거름을 냈다. 헉! 밭에 비닐이 덮여있었다. 작년에 다른 사람이 옥수수 심었던 밭이어서 작은아버지도 비닐이 안 걷힌 걸 그때 아셨다. 그런데, 비닐을 걷지 않고 계속 거름을 냈다. 나는 속으로 '이건 농사가 아닌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춘천에 가서도 고추밭 때문에 기분이 쭉 별로였다. 일주일만에 컴백했는데, 고추밭은 그대로였다. 월요일에는 석회비료랑 맞춤비료를 뿌렸다. 기계는 자꾸 멈추고 - 결국 마지막에는 손으로 뿌렸다. 성에 차더라. ^^; - 비닐 때문에 계속 마음은 어두웠다.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 넌지시 물었다. "비닐은...?" "걷어야겠지?"란 대답이 돌아왔다. 비닐 위에다 로타리 그냥 치겠다고 하셨으면 의절을 심각하게 고려할 뻔 했다. 

 어제랑 오늘에 걸쳐서 비닐을 걷었다. 풀들이 쑥쑥 자라는 시기인데다가 사람들이 하도 밟고 다녀서 비닐 제거가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오늘 오후 6시 30분 경에 비닐 제거를 마쳤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졌다. 그렇지만 허리는 끊어질 듯 아프다.

 작년에는 모든 작물이 다 망한 가운데, 고추도 흉작이었지만 올해는 고추 대풍을 기대해 본다. 


 저녁 때 기타를 깔짝거리고 있는데, 둘째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개두릅이랑 곰취를 채취해서 보내라고 하셨다. 일단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동네에는 곰취가 많이 없고, 개두릅은 우리걸 다 먹은 관계로 남의 것을 몰래 훔쳐야 하는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내가 너무 힘들어서 사진 찍을 짬도 못 내고 있다. 시골에 있다고 뭐든지 그냥 펑펑 나는 건 아니다. 오늘도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한 시간 정도만 쉬고 계속 일했다.(밥 먹는 시간 포함 ㅡ.ㅡ) 작은아버지랑 작은어머니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지 뭔가 부탁을 받으면, 남한테 사서라도 꼭 보내주려고 하시는데,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이모 죄송해요~~~ 춘천 가면 시간 많으니까 아침으로 산에 다니면서 좀 뜯어 볼께요.
 엄마, 쑥 뿌리도 제가 춘천 갈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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