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8

그때그때 2011. 9. 28. 19:41
 지난 일요일에 굴삭기 실기에서 떨어졌다.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월요일에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를 읽었다. 멋진 사람이었다. 세워놓은 원칙에 충실하면서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요일엔 기분이 별로였다. 오전이랑 오후 강의가 모두 주체적이고 전략적인 삶에 관한 것이었는데, 결론은 그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벌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녁에 술을 먹는데, 형들한테 수업태도가 안 좋다고 혼났다. 요점은 자기가 선택해서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기분 나빴지만 반성은 했다. 오늘은 지게차 실기 시험을 봤다.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다. 그렇지만 당신이랑 통화를 했기 때문에 기분이 많이 나쁘진 않았다. 어제부터 읽고 있는 '나니아 연대기'의 역할도 크다. 

 시험에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나랑 같은 방을 쓰는 동생 J가 와서 내 왼쪽과 오른쪽에 번갈아 앉으며 점이 되려고 준비하는 여드름(피부 트러블)을 짜줬다. 그 친구랑 나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위로가 됐고 고마웠지만 고맙다는 얘기는 못했다. Thank You! 

 해가 떨어지려고 준비할 때 즈음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약간의 한숨과 함께 부질없다는 얘기들을 농담처럼 날리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조만간 좋은 얼굴로 만나요. 

 다친 손가락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고, 장기간의 교육과 내일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들 때문에 자신감을 약간 상실했던 것 같다. 삶이란 것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지만 이럴 때가 많으면 그저그렇다. 

 친구에게 던지는 푸념과 여드름을 짜주는 동료가 없는 삶은 정말 그저 그렇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지후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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