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월요일, 오늘까지 삼일 동안 부연동에 다녀왔다. 부연동은 골짜기 중의 골짜기다. 서른 가구 정도가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국유림을 임대해서 사업을 하시는 형님이 계신데, 40헥타가 넘는 산을 아픈 몸을 이끌고 일구시자니 너무 힘들다. 당장은 소득이 없더라도 곰취, 표고, 개두릅을 딸 수 있고, 몇 년만 버티면 산마늘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돈으로는 무척 비전이 있는 곳이고 내가 골짜기를 좋아하기도 하다보니 그곳에서 사는 일에 마음이 조금 끌렸다.

 아침에 중고 트럭을 한 대 보러 갔다가 사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중에 '아차'했다. 차는 한 대 필요하긴 하지만 600만원짜리 트럭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논에서 벼랑 보리를 키우고 싶고, 밭에서는 콩, 감자, 고구마, 옥수수, 호박, 당근, 배추, 시금치, 상추, 오이, 가지, 수수, 기장, 눈개승마를 키우고 싶은 것이지 소득작물(눈개승마는 소득작물임)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돈 앞에 초심이 살짝 흔들렸다. 

 내년에는 집에 농사를 잘 짓자. 일단 일 년을 착실하게 살아봐야 그 다음 계산이 나온다. 조급해하지 말자. 초심을 유지하자. 조바심 내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곁에 있어줄 당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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