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후가 다녀갔다. 같이 옥수수를 심었다. 꼬마차를 타고 서울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유명 커피집에도 다녀왔다. 감자 경단, 감자 옹심이, 감자 부침개, 찐감자 구이를 먹었다. 지후가 내가 눈여겨 봐둔 어흘리 도로끝 마을을 좋아했다. 당신이 다녀갔고 좋아하는 감자를 실컷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일도 실컷했다. 물론 피곤하다. 그렇지만 즐겁다.

 작은어머니가 출타하셔서 작은아버지랑 둘이서만 점심을 먹었다. 하우스 짓고 오이 농사 지어서 돈 버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꾸러미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그래서 둘이 먹고 살겠냐고 하셔서, 얼마나 벌어야 먹고 사느냐는 기준점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 아니겠느냐는 대답을 하던 중에 작은어머니가 돌아오셔서 대화가 중단됐다.

 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작은어머니가 감자 껍질을 벗기고 계셨다. 옆에 앉아서 잠깐 얘기를 했다. 내년에 후계자 신청할거냐고 해서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싫다고 했더니 잘 생각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본인의 희망을 말씀하셨다. 지금처럼 농사를 지어서는 안되고 농사를 조금 줄이고 유기농으로 밭작물을 잘 지어서 장에 나가서 팔고 싶다고 하셨다. 얘기의 핵심은 농사 잘 짓는 다른집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집이 농사를 잘 못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년에 같이 기술센터에서 하는 유기농 교육을 받자고 하셨다. 그러겠다고 했다.

 내년에 진짜 잘해야된다. 함께 헤쳐나갈 삶이지만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막중하긴 한데, 기분이 좋다.

 어제 혼자 옥수수 심고 옥수수짚 나르면서 생각한건데, 당신이 내가 힘을 내서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당신을 생각하면 뭐든 열심히 하게 된다. 그게 당신에게 부담일까? 내 이기심일까? 이것이 사랑일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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