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비루한 것은 약간 너절하고 그런 느낌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내 사용은 비참하고 남루한 것을 합친 것이다.
어젯밤에 옆에 누워서 잠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지후에게 한 숨을 쉬면서 사는게 참 비루하다고 했더니 그런 생각하면 우울해지니까 생각 안한다고 했다. 정작 그 생각으로 더 우울해 지는 쪽은 지후 쪽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장 근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주말에는 지후가 가족 휴가를 간 관계로 그새를 못 참고 또 고구미군에게 전화를 해서 술을 마셨다. 모처럼 상민이 형도 봤고.... 그럭저럭 즐거운 자리였는데, 다들 현실에 대한 불만을 어쩌지 못해서 초조한듯한 느낌이었다. 어쨋든 직업이 있는 상민이 형과 나는 그래도 조금 괜찮은 것 같았지만 아티스트의 길을 선택한 고구미군과 영화에 대한 꿈을 못 버리고 있는 이성준 군은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고구미군이 큰 목소리로 화내면서 통화하는 것을 봐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성준 군은 11년 전부터 늘 위태로워 보였으니까 ^^;

 누구는 이혼을 하고 누구는 새 연출부 자리를 잡고, 누구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아이템을 찾고, 누구는 일거리를 찾고 누구는 일을 그만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누구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시간들과 함께~~~~~

 예전에 마시면서 첫 건배를 위해 종종했던 말이 '아는 사람들끼리라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세상에 대한 체념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못난 말이다. '세상을 바꾸자'는 말을 못 할 바에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나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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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 과제 신청서 정리 할 것이 있어서 일을 좀 했다. 일은 조금만 하고 DS로 '마리오 카트'를 열심히 했다. 지후도 함께 열심히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실력이 점점 붙고 숨겨진 캐릭터와 카트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엄청난 고수들의 플레이 동영상을 보면 한계가 보인다. 나는 책 읽는 걸 참 좋아하는데, 게임 앞에서는 예외없다. 내 생에 어느 순간에도 책이 게임을 앞질렀던 적이 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게임이 없을 때 책을 읽는다. 재미있는 책이 없을 때, 뭐든 영상물을 본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든, 책이든, 게임이든 시간이 잘 가기 때문에 하고 있다. 시간이 대체 뭐길래~~

 지난주에는 초등학교 동창 하나가 자꾸 귀찮게 해서 엄청 화를 내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고구미에게도 얘기하고 지후에게도 얘기하고 동생에게도 얘기했는데, 내 설명의 정확성 때문인지 동생쪽이 확실히 내가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잘 이해해 주었다. 이렇게 친구라고 부르기고 싫은 사람도 있는 반면, 지난주에는 권형진군과 DS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던 것이었는데, 형진군은 동영상 업로드 때문에(형진군 살짝 컴맹이다. ㅡ.ㅡ) 내게 도움을 요청했었다.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았는데, 퇴근하면서 고맙다고 전화해서 한참 통화했다. 소심남과 소심남의 만남, 뭔가 친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인데, 엄마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비슷한 가요 취향, 경우는 바르게 살자는 공통점 같은 것으로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그런 사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선군은 남미에 있을 때, 극적으로 연락이 된 이후에 자주 연락하고 있는데, 직업 군인으로서의 삶의 안정과 함께 내게 연락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삶의 안정과 별개로 현실의 답답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외로움 때문에 내게 자주 연락을 하는 것 같은데, 20살의 나에게 '모든것은 상대적이다.'라는 말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DS이니 만큼 여전히 조심스럽고 배려하는 마음이 수화기 너머 무선을 타고 넘어온다. 역시 나쁘지 않은 일이다. 새벽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 보다 더 즐거운 일을 DS가 찾았으면 좋겠다. 조만간 평택에 다시 가야겠다.

 고구미와의 술자리에서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한 것 때문에 지후가 내게 찌질하다고 했는데, 그게 무척 마음에 걸렸고 내게 그런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마음을 제공하는 고구미군에게 무척 고마워서 고맙다고 전화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말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어쩐다? 결국 내가 고구미군을 먼저 버릴 수는 없을 거라는 점에서 지금의 친분을 붙잡고 있는 쪽은 나라고 생각하니 두렵지만 붙잡고 있는 나를 떨쳐내지 않는 고구미 군이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들은 다른 차원에서 둘다 '을'인 재미있는 관계로구나...
 
 지후가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함께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게 어떤거냐고 물어온다. 강원도든 통영이든 한적한 지방 소도시에서 구원의 여신은 하고 싶은일을 하고 나는 뭐든 해서 돈을 벌고 그러면 되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건 실현이 가능한 꿈 같은 이야기다.

 함께 라디오 틀어놓고 게임하고 있었는데, 라디오에서 이승환과 김광진이 저작권 어쩌구 저쩌구 해서 지후가 엄청 화냈다. 90년대 중반으로 돌아가보면, 정말 음반 뿐이었다. 그때 나왔던 많은 이야기가 공연에 대한 것이었는데, 공연 환경을 탓하면서 실천한 뮤지션들은 소수일 뿐이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 보면 음반들이 디지털 음원이란 이름으로 변했고, 공연 중심 가수는 여전히 없는 상황이니..
앨범을 안 사는 대중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음반시장이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가는 길에 그 계약과 이해관계에서 중간에 엄청난 이득을 취했을 누군가(법을 제정한 국회의원들일 수도 있고,  무선통신 사업자일수도 있고, 대형 가요 기획사의 모 대표일수도 있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야 하는 것이 맞을 터인데,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도토리로 음악을 사고 멜론 정기 이용권을 구매하는 대중 탓을 하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돈이 잔뜩 생기지 않아도 음악을 할 힘이 생기고, 자기 음악을 듣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만족하는 뮤지션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진정한 예술은 가난과 고난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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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에는 영일군과 영일군과 결혼할 사람을 만나서 술을 마셨다. 영일군의 그녀는 미대사관 직원 답게 촛불집회에 반대하고 있었다. 물론 살아온 날들도 촛불집회 반대의견에 많은 영향을 주었겠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편의들을 많이 양보하더라도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물론 나만해도 피곤하면 택시를 타기도 하고, 더우면 에어컨을 찾으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큰 판이 바뀌면 사람들은 다 적응하게끔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판이 바뀌면 그것에 적응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는게 내 바람이다. MB도 판을 바꾸려고 하는 노력은 가상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바뀐 판에서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촛불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게 아닐까? 한국 사람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경제 성장 같은것에도 많은 사람들은 지쳤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가장 쉬운 경로는 부동산인 것인데, 있는 놈들이 다 가져버린 부동산에 더 이상 새로 투자할 곳도 없고 투자의 밑천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도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날인 것이다. 땅값 같은 거 폭락해 버려라....... 한국에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서울에도 1천만이 사는데, 폭락해 버린 땅값에 사람들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 다들 넓은 땅에 자기집 짓고 살 수 있다. 뭐 해 먹고 살지가 걱정이겠지만 어떻게든 흩어져서 모여사는 형태가 되면 새로운 방법이 생긴다.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은 자전거를 타고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단위로 새롭게 어떤 구역이 형성되고 그 구역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타 지역의 무엇을 이용하는 그림이다. 국제간의 교역도 물론 필요하겠다. 정부는 큰 그림을 균형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겠지.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미래의 모습은 지금 고가 아파트로 날리고 있는 서울과 경기도의 수 많은 아파트들이 아파트 슬럼처럼 변하고 그곳에는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그림이다. 너무 부정적인가? 아이들은 폐허와 같은 아파트 촌에서 무겁고 어둡게 자랄 것이다.
 
 경제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얘기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그런 얘기를 없이 사는 80% 이상의 사람들도 즐겨 한다는게 더 큰 문제다. 조금만 냉정하게 상황을 보면, 관광이 특화되지 않고서는 지금 우리나라 정도 경제 수준에서 경제적인 선진국으로 올라간 사례도 없고 올라갈 수도 없다. 눈을 감고 떠올려야 겨우 보이는 신화 같은 것을 쫒는 것이 한국 사람들이던가..... 경제가 매년 10퍼센트 씩 성장하면 다들 거제도에 사는 조선소 직원들처럼 펑펑 쓰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조선소 다니시는 많은 분들께는 죄송^^) 거제도는 물가가 엄청 비싸다고 들었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있는 사람들 더 있게 만들어주는 체제다. 노력만으로 자신이 그 있는 사람들이라는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실제로 그 있는 사람들은 전 인구의 1%정도일 것이고, 그 아래의 졸부들이나 약간 사는 중산층들도 어차피 1%에게 이용당할 뿐이다. 조중동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이 2008년에 와서야 조금 변화의 꿈틀거림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저 촛불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노무현이 딱 한 가지 잘 한 것을 꼽으라면, 사람들이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고 만만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그점은 무척 장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과제 제안서를 쓰다가 막혀서 답답한 마음에 남긴다. 지난주 어느 시점부터 마음이 우중충하다. 누군가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늘 하는 생각이 다들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나를 위로하기 위한 생각치고는 너무도 가식적이다. 나는 나쁜놈인가?

 지난주의 어느날 부터 본격적인 한국식 여름이 시작됐는데, 올해는 그 뜨겁고 습한 공기에 사람들이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촛불들 때문일까? 그 본격적인 여름 때문에 내가 우중충해졌는지도 모를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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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읽고, 술도 조금(많이) 마시고, 다가올 날들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했다.
 지금 내 처지는 그야말로 비정규직으로 인정도 못 받을 풀뿌리 비정규직이다. 다행인 점은 그런 사실이 내게 꽤나 마음에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쉬는 날이면 더더욱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떠나 있는 삶을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바닷가의 외딴집(지금이라면 외딴 마을이 더 좋겠다.)에 살면서 가까이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집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아래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무척 기분 좋은 상상이다.
 '철콘'의 시로랑 비슷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내 가슴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사를 당신이 모두 가지고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내 가슴이 모든 나사를 가지고 있더라도 당신 가슴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사를 내가 모두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로구나~~ 그렇지만 이기적인걸 떠나서 헤어짐은 모두에게 똑같이 슬픈걸~~~
 
 월간 '판타스틱'을 읽다가 '샌드킹'이란 걸 읽었다. 정말 정말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재미 쉽지 않다. 결국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어떤 이야기~~ 다른데서도 인상적인 걸 읽었던 것 같은데~~ 르귄의 작품이었나? 줄거리는 생각났다. 점점 진화하는 적들을 행성의 초기정착을 준비하는 무리가 제거해 나가던 중 그들이 마지막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줄거리였다. 상상력의 세계는 끝이 없다. 결론이 인간인 것은 언제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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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이모가 돌아가셨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입관 장면을 처음으로 봤다. 두 사람이 능숙한 솜씨로 몸 전체를 닦고 천을 두르고 옷을 입힌다. 얼굴을 공개하고 머리를 빗기고 화장품을 바르고 얼굴을 덮는다. 그 순간부터 큰 이모의 모습은 이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다. 단지 죽었기 때문에 죽은 후에 얼굴을 덮었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서 엄마, 동생, 삼촌과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다 먹고 난 후에 엄마가 "사람이 죽었는데도 자장면이 넘어가네........ 사라지면 그만인 것을 사는 것도 별 거 아니야." 하신다.

 피처럼 창백하고 차가워 보였던 큰 이모의 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질 것 같지 않다.

 관을 실은 버스를 화장터로 보내고 돌아오는 길의 하늘은 푸르디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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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광호 사무실 근처에 갈 일이 있어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촛불 안 나오냐고 했더니 자기는 나가면 화가나서 전경들이랑 싸우기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광호가 최근에 가장 고민했던 것은 자기 이름으로 집도 있는 상당한 재력가 집안의 여자친구가 결혼을 하고 싶지만 자기 집에 살면 안되고 광호가 집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던 일이다. 영일군이 제시한 방법은 직장 괜찮으니 1억을 대출받으라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좋으면 집도 있겠다 같이 살면 된다는 것이다.
 어제는 영일군을 만났다. 영일군은 순수한 자기 재산 1억을 모은데다가 집안의 수입이 상당한 관계로 광호같은 걱정은 없다. 슈퍼 가부장적인 영일군의 고민은 결혼할 여자분이 아이를 낳다가 잘못될 가능성(여자분이 나이가 많으시다.)과 결혼 준비와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가 겹친데다 사장으로써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영일군이랑 촛불집회 얘기를 좀 했는데, 영일군은 어쩐일인지 나보다 각종 민영화에 대해서 더 잘 꿰고 있다. 특히 그가 걱정하는 것은 카센타의 유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고속도로 민영화 부분이다. 영일군의 한 마디는 뭐든 민영화 한다는 것은 이익을 보는 그룹이 생긴다는 것이었는다. 당장 기름값 때문인지 최근 매상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촛불이나 한 번 나오라고 했다.
 동생과 방금전에 통화를 했는데, 동생이 요즘 팀장으로부터 갈굼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지만 오기도 생기고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를 얼마전에 했는데,(물론 갈굼 당할 때, 울뻔 했다는 얘기도 빼 먹지 않았다.) 오늘도 갈굼당했냐고 묻는 나에게 갈굼이야 만날 당한다고 체념한 듯 말하더니, 촛불집회의 선두에 서서 연행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함께 일하는 학생 중에 누군가였더라..... 너무 힘들어서 교통사고가 나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맙소사 몸을 쓰는 일도 아닌데....), 그르니에의 가난한 사람이 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이 아픈것이다와 일맥 상통하는 그런 내용이다.(나도 예전에 정말 일이 힘들때는 다치는 상상을 많이 했다.)

 동생과 영일군과 광호의 공통적인 무엇은 먹고 살기가 참 힘들다는 것이다. 많이 벌고 먹게 벌고를 떠나서 그렇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다. 뭐랄까 다들 자기 시간이 없다...고 해야하나...(나도 그렇고) 나는 시청앞에 모이는 십만이 넘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도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지만 자신만의 무엇을 할 시간도 있었으면 좋겠고, 적게 벌어도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나라의 모양새를 바라고 있는게 아닐까? 이건 부정적인 견해이지만 공명정대한 뛰어난 지도자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도 어느정도는 있다고 본다.(이 세 가지는 전부 내가 바라는 것이구나......)

 나는 사람들이 할 말은 하고 산다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막아 놓은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곳까지 걷는다는 것 또한 무척 마음에 든다. 막았냐? 막은데 까지만 걸을께.... 이런 마인드가 느껴진달까?

 솔직히 이명박이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선언해서 이 물결들이 사그러들면 섭섭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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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결심을 오랜만에 했다. 아무튼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질서가 없으니 두둥 떠올라서 내려오질 못한다. 이러다가는 몸도 두둥실 떠오르게 생겼다. 하루에 30분 씩이라도 빼 먹지 않고 하는 일을 만들어서 마음을 다잡고 마음을 내가 원하는 위치로 끌어 내리자.

 20080703의 덧붙임
5개월간 이인화 교수 밑에서 일하면서 받은 돈이 1130만원이다. 흠~~ 적지 않은 액수다. 돈을 아껴 쓰자고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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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4

그때그때 2008. 6. 4. 13:03
컵라면 쩝쩝 거리면서 쓰고 있다.

어제는 지후의 생방송 현장을 잠깐 보고 빅뱅 노래를 들으면서 대학로로 이동해서 고구미군을 만났다. 빅뱅 노래 때문이었는지 약간 들떠 있었다. 고구미군은 교수님과의 대화에 깊은 인상을 받은 상태였다. 칭찬은 기분 좋은 일이다. 명륜이라는 술집엘 갔는데, 나쁘지 않았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장사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아들의 모습이랄까.. 뭐 그런걸 봤다. 지후의 글 솜씨에 대해서 고구미군이 칭찬을  했다. 돌아와서 지후에게 얘기했더니 기뻐하며 자기는 우울할 때만 쓰잖아..라고 한다. 그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는 뜻이다. 기분이 안 좋을때는 자기는 안 된다며 잘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술도 한 잔 했겠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지후 옆에서 종알종알 떠들었다. 나는 지후 옆에서 종알거리는 내 모습이 좋다. 아침에 티셔츠 갈아 입은 내 모습을 흘낏 보고 잠든채 티셔츠 가져왔냐고 묻고 내가 그렇다고 하자 가져와서 이쁘다고 하는 당신이 좋다.

어제 촛불 시위에서 지후 찾다가 하림 봤다. 반도네온도..... 반도네온으로 반주하는 '청계천 8가'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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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때그때 2008. 5. 14. 13:53
날씨가 무척 좋은게~~

어제 사무실에서 새벽빛을 보고 점심에 목욕탕엘 다녀오는 길이 었는데, 하늘을 보니 어디 강가에라도 앉아서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면서 기분좋은 국물과 함께 소주가 딱 한 잔 하고 싶은 것이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보면, 늘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던 작년에 비해서 지하 1층의 로비 같은 곳에서 4면을

빙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담배를 태우는 것이 올해다.

올해는 유난히 황사가 없었던 봄이었는데, 여름에 황사가 불어 닥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든다.

그리고 중국에는 지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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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진우 결혼식이 있었다. 대학로로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처럼 형우랑 함께 했다.
형우랑 나랑 생각을 같이 하는 점은 결혼식! 이라는 것이 참 불편하고 챙길 것도 많고 두 사람만의 문제도 아니라서 귀찮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시끌시끌한 예식장 문화에는 지친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식은 조용한 곳에서 친구들만 불러서(부모님들은 어쩌지? ㅡ.ㅡ) 간단하게 진행하는 뭐... 그런것이다. 17일에는 대석이도 결혼을 한다고 한다. 결국 집에 돈이 있는 애들은 영일이 빼고는 다 장가를 가는구나~(나도 집에 돈이 좀 있었으면 누군가랑 결혼을 했을까?) 형우는 일단 지금 사는 집이 자기네 집이니까 특별히 결혼을 하지 않아도 그냥 어찌저찌 버텨 나가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Wow을 계속 하는 이유는 다른 걸 해봐도 Wow랑 큰 차이가 없고, 해오던게 있으니까 계속 한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대한 충고도 들었다. '현실에는 없는 보상'...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게임이든 아니든 달려들 것이다. 그것은 굳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암튼 형우에게서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요일에는 모처럼 지후와 있었다. 놀았다......가 아니라 '있었다' 각자의 생각들 각자의 고민들이 지후의 방안을 떠돌아다녔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았다. 지후와 있었기 때문에..........

 어제는 날씨가 무척 좋았다. 저녁때 지후에게 돌아오는 주말에는 경복궁이라도 가자는 제안을 했더니 자기는 막 살겠다고 하면서 막 사는 건 주말에 경복궁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말이라고 생각도 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서 Wow을 즐기는 형우도 생각이 났고, 모처럼의 여유시간 동안 파판4를 미친듯이 하고 있는 내 모습도 떠올랐다. 일이 있는데, 막 사는 것이 가능할까? 지후의 '막 살겠다'는 그저 현재와 연결된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 시작하고 3개월이 훌쩍 넘었다. 언제나 세 달은 고비가 되는 달이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하는 약간의 회의도 밀려들기 시작했다. 복잡 다단한 일들, 꽤나 쌓였던 스트레스들.................... 동생이 일하는 곳의 영업소장은 가장 스트레스 받지 않는 일이 동사무소에서 등본 처리하는 일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딱 정해진 무엇을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공무원에 도전하는 걸까? 나는 등기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렇지만 뜻대로 될 수는 없지!

 나는 정말이지 구름보다도 태연하게 살고 싶었는데...........................
 태연한 마음은 마음속에서도 빠져나가고 화사한 봄날, 빛을 받은 꽃가루처럼 흩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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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나 마음 또는 머릿속에 끊임없이 채워가는 인생이 갖는 만족감에 대해서 고구미군과 얘기한 적 있었다.
원대형이 느끼는 발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암튼 나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고구미군이 단호하게 어쩌면 각아나가는게 아닐가 라고 말해서 그 다음부터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각설, 작년에는 끝도 없이 읽으면서 계속 무언가를 쌓아갔었는데, 올해는 쌓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맞다는 이야기다. 끝없이 일을 한다고 해서 쌓여있는 것들을 쏟아내지는 않는다. 아주 오래전도 아닌 때에는 뭔가가 쌓이는 것 같은데, 분출할 방법이 없는 섭섭함에 대해서도 얘기했었는데, 나의 오만이 정점을 쳤던 결과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또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늘 생각하듯이 생각을 하면서 쌓아가고 있다고 적는것 또한 나의 오만함의 결과인 것이어서 우주란 끝없이 돌고도는 것이다. 우주에 있다는 것은 끝없이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든가 읽었든가 했는데, 볼모 비슷하게 나가고 있는 빌딩 25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추락하면 죽겠구나 하는 두려움 보다는 추락한다면 끝없이 추락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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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내 방
 1. 나만의 컴퓨터
 2. DSLR
 3. 최신형 휴대전화
 4. UMPC
 5. PSP
 
흠, 죄다 디지털 기기로구나~~ 내 방은 가져본 적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0순위다.
요즘은 최신형 휴대전화가 많이 땡긴다. 왜 그렇지? 1, 2, 4, 5번의 역할을 대충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인가?

  가질 수 없는 것

 0. 당신
 1. 하늘
 2. 구름
 3. 바람
 4. 내 마음

 내 마음을 내가 못 가지니 참 문제다. 하늘을 못 본지 오래다. 이 건물도 옥상에 올라갈 수 있는지 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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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이 불안을 잠식해서 밤에 잠을 못 이루곤 하던 11년 전부터 머릿속에 있던 생각인데,
사람들은 밤을 새운다. 나느 밤을 새운다고 하면 수절과부들이 모여사는 집에서 과부들이 그날그날 밤들을
세거나 외로워서 가슴이 아랫배에서부터 아려오는 시간들을 세는 것으로 생각했다. 시간들을 세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니까 말이다. 또는 시간들을 세우는 적막과도 같은 불안의 밤들을 떠올리기도 했던 것이다.
 밤은 새기는 하지만 새지는 않는데,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샌다고 하는것은 밤은 시간이 시간을 따라 새는 것과 같이 콩쥐네 장독에 물이 새는 것 처럼 새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냥 오랜만에 밤을 새워서... 이런게 써 보고 싶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밤은 새고 밤을 새운다. 맥락은 다르지만 날도 새고 날을 세우기도 한다.

 음악들을 시간이 별로 없다. 30분 정도 거꾸로 세상을 보고 있을 시간도~~ 없다곤 하지만 만들면 있을거다.
AND

새로운 무언가를 보고 무척 감동받는 일은 언제라도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
만화책이랑 애니메이션은 한 동안 잊고 있었는데, 올해 일 때문에 종종 접하게 된다.

 '르상티망' 이라는 만화는 '쵸비츠'의 스토리 구성을 가상세계로 옮겨온 설정이라고 보면 되는데,
공장에 다니는 연애 한 번 못해본 서른 살의 남자가 미소녀 소프트를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핸드메이드 메이'도 조금 떠오른다.(사실 이런 작품이 한 두개가 아니지...) 그 소프트의 설정은
무조건 주인을 좋아하게 되어있는 설정이고 감각센서가 달린 장비(옷, 안경, 장갑)등을 통해 이용자는
무조건 자기를 좋아하는 미소녀를 농락하게 되어있는 설정인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입력하면 그 사진에 맞춰서 자기 아바타를 만들어 준다는 설정이 좋았다.(나는 어디까지나 업무 때문에 이 만화를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산 소프트는 쵸비츠와 같이 소프트의 핵심이 되는 AI를 개발한 아저씨의 무엇이었던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에서 그 소프트를 가동하면 기존의 소프트를 갖고 인터넷에 연결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가상세계들도 하나로 통합된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정말 좋았다. 진정한 매트릭스의 세상인가?
르상티망을 초록이 국어사전에서 검색해 보니 '원한, 증오, 질투 따위의 감정이 되풀이되어 마음속에 쌓인 상태'라고 한다. 전 4권 중 3권까지 밖에 못 읽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소프트가 나중에 그런 감정을 갖게 될 것 같다. 무척 재미있었다. 이 만화에 나오는 정도의 가상세계라면 나도 자주 들어가게 될지도...(소프트와 장비들이 비싸다고 하더라도....이것이 나의 오타쿠적인 경향....)

 '녹색의 왕' 이라는 만화는 병행세계에 관한 이론적인 무엇을 찾기 위해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폐쇄공간을 분석한 글들을 읽다가 병행세계랑 관련이 있다고 하길래 읽기 시작했는데, 4권까지 읽고 잠깐 쉬었다가 어제 7권까지 마무리했다. 병행세계랑 관련한 이야기는 5권에서 나왔는데, 무척 감동적이었다. 만화 자체는 어느날 식물들이 급성장을 하면서 인간이 보기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처럼 전 지구를 초록으로 뒤덮는다는 내용이다. 뭐 그렇게 되면 빙하기가 다시 돌아온다나 뭐라나.... 아무튼 반식반인이된 주인공이 점점 식물화 되어가는 자신의 몸을 이끌고 지구의 파멸을 어떻게든 지켜간다라는 스토리이다.(스토리 상 거의 매력이 없다.) 다만 그 설정이 참으로 훌륭한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1초만에 땅을 뚫고 나와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 식물들... 대체 그 식물들이 1초만에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 다른 주인공인 주인공의 형이 그 해답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다른 차원에 있던 병행지구(우리가 사는 지구와는 다른 발전단계를 갖고 있을 수 있음)와 교집합 합집합 설명하는 그림처럼 겹쳐진다. 지구의 식물들 또는 그쪽 지구의 식물들이 합쳐진 에너지를 흡수해서 우리의 지구를 공격한다.(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음) 뭐 그런 가설인데,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이야기다. 우주의 넓이 만큼 많은 숫자의 지구가 그 보다도 많은지도 모르는 차원들 속에 머물고 있다. - 모든 것은 머물고 있으니까... 우주라고 해도 머무는 것이 맞다.-  이걸 적고나니까 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이 두 편을 바탕으로 해서 가상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짜는 작업을 해야한다.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이야..... 만화의 어두운 설정들을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바꾸어주면 될 것 같은데.....

 병행지구가 겹치는 문제(우주차원의 어떤 일)이 발생해서 지구상의 많은 식물들과 동물들의 지능이 급속도로(하루만에?) 발전하게 되고, 생물들이 언어 능력을 습득하고 인간과 비슷한 사고를 하게 되면서 지구는 즐거워진다.(실제라면 사람들은 무척 두려워 하겠지만) 그리하여 아침에 집에서 키우는 화초랑 커뮤니케이션 하고 반찬에 앉아 있는 파리를 잡으려고 하면 파리가 "나 잡아봐라." 하면서 달아나고 개랑 대화하면서 산책하는 세상이 온다. 그런데 꼭 이렇게 즐겁게만 발전한 것은 아니어서 일부의 동물들과 식물들은 지구에 해가 되는 쪽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지구를 한 가지 식물로 뒤덮어서 빙하기가 오게 될 것이라는 설정,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들이 어느 섬에는 살고 있다는 설정이어서 일부 식물들을 제거해야 하고 다른 식물을 키워야 하고 괴물들과는 가끔 싸움도 해줘야 하는.. 그렇지만 당장 지구가 위험한 것은 아니고 동식물들과 즐거운 인생을 살면서 일상생활을 즐긴다라고 하는 ........................ '동물의 숲'과 '치비로보'와 '녹색의 왕'의 일들이 '르상티망' 같은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도록 쓰면 될 것 같다. (다 썼는데, 뭘 더 써야할까? ㅡ.ㅡ 이런게 난감한 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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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미&마그리

그때그때 2008. 4. 2. 15:45
 무슨 회사 이름같다. 아니 영화사 이름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어제 화섭이랑 술을 마셨다. 애초에는 신애가 예매해 준 영화를 보는 게 목적이었지만, 급한 사정으로
티케팅만 하고 가볍게 한잔, 그리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급한 사정을 마무리 하고 또 가볍게 한잔......

 지후는 화섭이랑 나랑 사귀냐고 했건만 당연히 그런건 아니고 내가 화섭이를 좋아하는 연유는 그가 어제 나를 갈군데서 찾을 수 있는데..... 일단 화섭군은 내가 술 많이 마시고 나면 사람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그 마음에 크게 동조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뻔히 하는 술 마시면 어떻더라는 식으로 갈구는 것이 아니라...'사람을 하나 잡고 몰아 붙이더라'는 식으로 갈구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저 어떤날들에는 그런날들도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이야기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또 일전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를 서대문역 쪽으로 데리고 갔었는데, 그걸 내가 눈치챈 것이 마음에 들었었고 또 어제는 보려던 영화에 대한 스케줄 변동으로 마음이 복잡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어이너무한거아냐'라는 문자로 내 마음을 가볍게 해준것도 마음에 들었다.
 
 지후로부터 힘을 얻은 나의 반격은 화섭군은 그토록 나랑 친한 친구인데, 왜 그때의 술자리에서는 승원군을 위해서 반격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친한 친구가 반격하면 수그러들 것도 같은데.... 어쩌면 반격을 했는데, 내가 전혀 들은척도 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은 그냥 드는 생각이다.

 반격 이야기는 때려치우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다고 대답하는 고구미군이 실로 마음에 들었던 어젯밤이어서 함께 여관에 들어가는 상상을 하기도 했던 밤이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노란색 달 모양의 포근한 어떤 곳이 맞는 것이다.

 이렇게 연애편지라도 쓰는 식으로 늘어놓고 나니 정말 사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는 거~~ 후후후

 지후는 내게 반격의 힘을 주는 그런 힘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 기분이 좋은 시원한 봄밤이라고 쓰고 싶지만 뿌옇고 차가운 한낮이다. 오늘 날씨 왜 이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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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

그때그때 2008. 3. 27. 18:31
 나는 우리동네가 양천갑인지 양천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러번의 투표 기회가 있었지만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자치단체장 선거에 딱 한 번씩만 투표를 해 봤다. 이런 내가 감히 말하건데, 정말 국민들은 개발을 좋아할까? 땅값이 올라서? 땅이 없는 사람들은?

 아침에 버스를 타려고 신월 5동 사무소에서 기다리는데, 기호 1번과 2번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신월동 지역의 경전철을 조기 완공하고 공항 피해 지역에 대한...어떤 것들... 다 같은 공약이었는데, 1번 후보자는 남부순환도로를 지하로 보내겠다는 또 다른 공사 공약이 하나 더 있을 뿐이었다.

 정말 우리동네 사람들이 경전철이 빨리 완공되고 남부순환도로를 지하로 보내고 공항 소음 지역에 대한 무엇이... 처리되어서 땅값, 집값을 크게 올려줄 국회의원을 바라고 있을까? 다른 동네들도 다 개발 공약들 뿐 일텐데, 능력있는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지역이야말로 땅값이 많이 오르고 사람들이 행복한 걸까?

 일단 별다른 대안도 없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 준 국민들이니 만큼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경제를 살려주는 무엇 혹은 누군가를 바라는게 맞는 것 같다. 그냥 이런 생각을 했다. 식량 자급률을 100퍼센트로 만들겠습니다. 자동차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습니다. 최저임금자와 최다임금자의 연봉 격차를 1000만원 이내로 줄이겠습니다.

 정말이지 정치에는 참신한게 없다. 왠지 술이 마시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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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수습

그때그때 2008. 3. 25. 17:30

이라고 했지만 한 달만에 수습을 끝내고 두 번째 월급부터는 원래 받기로 한 금액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인터넷뱅킹에 들어가서 빚을 갚고 보낼 돈을 보내기 시작~~ 4곳이나 되잖아~~
하지만 빚을 다 갚고나니 꽤나 홀가분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주에는 정말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
교통사고에 중간에 마셨던 술에 way도 자주 못 보고, 주말에 들려온 사고 소식에... 프로젝트 진행의 불투명 등
불안 요소가 많았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고구미군에게 자전거 조심해서 타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제는 출근을 했기 때문인지 기분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퇴근길에 대학로로 가는 272번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는 창덕궁과 창경궁 앞을 다 지나는 좋은 코스를 구사한다. 내 집이 대학로였다면 이 곳까지 자전거로
출퇴근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차도는 피하고 싶다. 가끔은 걸어서 대학로로 향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모처럼 왔었는데, 아침에 얼굴만 보고 헤어져버렸다. 전화해서는 오늘 집에 들어올거냐고 묻고는
딸기 많이 사둘테니 많이 먹으라고, 요즘은 씻어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결국 오늘 먹게 될 것 같다.
엄마와 딸기, 내가 어릴적 가장 좋아했다는 쭈쭈바, 딸기, 빵..... 의식을 찾은 친척동생, 살아난 것이 다행이
아닐수도 있다는 way, 주말에 혼자서 무력했던 나.... 흘러가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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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목격했다. 성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중앙버스차선으로 건너가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 달리던 버스가

사람을 치었다. 쿵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버스는 앞쪽에 멈추고 사람들은 사고가 났다고

119에 전화를 하고............ 그 아주머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요즘 '시고후미'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 죽은 자가 마지막으로 지상에 보내는 편지를 배달해주는 우편 배달부가 있다는 설정의 애니다. 죽은 자가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게 되는 자격은 강한 마음이다라는 설정인데, 그 강한 마음이라는 것이 사랑 같은 것만 있다면 좋겠지만 증오나 원한이 되면.... 무섭다. 오늘 본 에피에는 이지메당하는 아이를 도와주기로 했던 어떤 아이가 결국 도와주지 않았다가 그 아이가 죽고 나서 자기가 이지메를 당하면서 그 아이가 보낸 편지를 받는 내용이 있었다. 그 편지의 내용은 '네가 당해보니까 어떤건지 알겠지? 마음을 죽이고 잘 견뎌봐'하는 내용이었다. 그 애니는 제목이 제목이니 만큼 늘 죽는 사람들이 나온다. 어제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적은 소설을 읽었다. 담담하게 평소와 같이 지내다가 잠자리에 드는 이야기였다.

 어째 봄날들이 점점 불안하고 불길한 것만 같다. 벚꽃이 필때면 조금 나아질까?

 모든것이 맥락도 없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인간은 우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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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었다.

그때그때 2008. 3. 19. 19:37
 그저 따뜻한 봄밤이었다.
 많이 마셨다. 별로 기분이 좋질 않다.
 나는 자제하는 법을 배웠는데,
 나는 자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라고 하고 싶은걸까?

 이제부터는 심리적으로 데미지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술자리는 무조건 피하기로 한다.

 김선우의 '봄밤'을 다시 읽었다. 시에 나오는 남자는 취하지도 않았는데...
 봄밤이라고 다 같은 봄밤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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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메세지를 받았다. way에게 '잘 자고 사랑한다'는 메세지를 보낸 직후였다.(이러면 다른 사람한테 받은 거 같은가?) 무척 기분 좋은 메세지다. 지속적인 사람이 되자!

 오늘 오갔던 얘기 중에 내 주변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 질문에 자기 주변에는 늘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way가 그랬다. 맞는 말이다. 나는 너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문제점이 있다. 일본에서 태어났으면 15세 이후로 집 밖을 안 나가본 인간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뒤통수를 싸늘하게 한다.

 늘 같은집에서 같은 메뉴를 먹고, 늘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늘 같은 표정을 짓고........
'늘' 이라는 건 편안함과 관련있는 것들이구나..........

 그래서인지 생전 처음 옷을 사러 갔던 동네문에서 5분만에 고가의 바지를 사버렸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ㅎㅎㅎ)

 엄마란 것도 늘 편안함과 관련있는 것이다. (엄마는 '늘'과 '편안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유일한 존재인가?)

 이번주도 즐겁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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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때그때 2008. 3. 12. 17:46
 드디어 일에 좀 시달리고 있는건가?

 뭔가 맥락도 없이 계약도 안 된 상태에서 '갑'의 회사에 '을'의 입장으로 출근했다. '갑'들이 말했던 것처럼

 명나라에 끌려간 조선사람 같은 분위기? 쌀쌀하게 대하지는 않으니까 좀 더 고상하게 볼모로 간 세자 정도로

 하자.  아무튼 열심히 했다. 회의하고, 조사하고, 내용 만들고, 또 회의하고, 조사하고, 내용 만들고..............

 수 많은 회사들에서 어떻게든 이 사업에 빌 붙어 보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고, 나처럼 첩자들을 보내려고

 한다. 기업이란 건 이런걸까?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참 난감하구나!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에서 학생들이 대학원생이라면 way가 말했던 줄타기의 형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학생들이 짜증내는 이유는 역시나 자기들은 줄타기를 하려고 대학원에

 온 것이 아니라는 뜻인가? 스포츠 경기가 아닌 인생이라는 것에서는 강자와 약자가 있으면 약자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줄타기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온 학생들이더라도, 내가 강자의 비서와 같은 역할

 이더라도 내 결론은 같다. 아니, 어쩌면 나는 늘 약자였기 때문에 컴플렉스와도 같이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5층 창 밖으로 보이는 서울 하늘을 부옇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황사다. 그냥 오늘은 기분이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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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그때그때 2008. 3. 2. 22:44
 3월의 시작을 황사와 함께 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황사가 정말 싫다. 숨 쉬지 않는 것들 중에는 세상에서 제일 싫다.
 올해의 소박(?)했던 계획대로 돈을 좀 벌 수 있는 곳에 취직을 했고 한달을 다녔고, 앞으로도 즐거울 것 같다.(전에 같은 일을 했던 몇 사람의 걱정과는 다르게~~)
 어제는 고흐의 그림을 실제로 봤지만 감동은 엿가락 같았고, 홍상수의 '밤과 낮'을 봤다. 인상적인 것은 역시나
두 번 등장하는 '새'였다. 언젠가 있었던 일이 그 후의 언젠가 맥락도 없이 비슷하게 겹치는 순간들, 그런 것이 삶의 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재림군에게 이것저것 전화로 신세를 졌었는데, 때마침 재림군을 만났다. 반가웠다. 이건 좀 맥락있게 겹치는 순간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반가웠을 수도 있다.
 
 그냥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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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셨다.

그때그때 2008. 2. 15. 00:37
  말이 많았다. 약간 피곤했다. 게다가 컴퓨터 하드가 고장났다. 그리고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쪼꼬렛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강하게 표현하면 썪는다.) 고구미랑은 통화내용이 좋았다. 별로 말이 없었기 때문일까? 목소리들 사이로 뭔가가 흘렀다. 전혀 짜릿하지 않은 무엇이......... 날 즐겁게한다.

 피곤했지만 way를 만났다. 어제 못 만나서 오늘은 꼭 보고 싶었다. 재잘거리는 모습이 예쁘다.

 조언들도 잊지 않았다. "똑똑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멍해가지고 어떻해?" "머리가 짝짝이야 왼쪽은 붕 떴고 오른쪽은 붙었어. 신경 좀 쓰고 다녀." "그런 밝은 분위기에서 좀 잘 살아가 봐." "야동 끊었냐?" 같은 말들이다.

 역시나 조언이란 건 힘이된다. 더구나 그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운명의 구원자라면~~(구원의 여신은 운명까지도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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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2008. 2. 9. 01:25
 강릉의 큰 삼촌은 대관령 축산업 고등학교를 졸업하시고(할아버지가 상고에 가라는 것을 우겨서 그쪽으로 진학 했다고 함) 농사일과 함께 소 인공수정일을 함께 하신다. 시골에 가서 '일우도 따라 갈래?'라고 하면 '네' 하고 따라가서 삼촌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곤 했는데, 이번에 또 목격하게 되었다. 심촌은 잘 냉동 되어 있는 빨간색 막대기의 끝을 가위로 싹둑 잘라내고 긴 작대기 주사기 같은 곳에 끼운다. 그리고 일회용 비닐 장갑을 끼시고 소똥을 막 파내신다. 겨울에 본 건 처음이었던지 똥이 뚝뚝 떨어지는데,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준비해둔 주사기를 주입하는데........... 비디오 카메라가 있었다면 찍어서 올리고 싶은 광경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삼촌이 농촌의 현실을 얘기하시면서 아직까지는 소 30마리만 키워도 5000이상을 벌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또 오이 한 가지만 잘 재배해서 팔아도 아직까지는 농촌에서 살만하다는 말도 덧붙이신다. 그 아직까지는이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는 깊이 남았다.

 내가 들은 소 값의 시세는 대충 이러하다. 사료비 200(마리당)에 송아지를 샀을 경우 맥시멈 200, 그리고 기타 경비(?) 200쯤을 제하면 얼마전 마리당 750에 판 아저씨는 마리당 150이상을 남겼다. 그 아저씨가 30마리를 파셨다고 하니 역시나 아직까지는 돈이 되는 장사다.(게다가 어차피 송아지값이야... 삼촌의 시술로 인해서 빠진다고 보면 되니...)... 작은 어머니는 시골에 와서 한 집에서 같이 살아도 괜찮다고 한다. 물론 나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혼자서 가는 건... 외롭겠지...

 진우군에게 내 새 직장을 설명하고 열심히 해서 훌륭한 기획자라 되라는 얘기를 들었다. 일단은 열심히 하고 볼 일이다. 여전히 미래의 불안에 관한 글인가? 어쩔수가 없는 것이 나인가?

 그것보다 중요한일은 스위트 뮤직박스를 오프닝 부터 들었다. 영일군이 꽤나 취해준 덕분이다. 윤손하와 이장우가 함께 부른 'Love Song'을 트는 방송이라... 흔치 않은 일이다. 여전히 좋은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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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때그때 2008. 2. 8. 10:42

보러 시골에 왔다. 근 2년만인데, 그 2년이란 시간동안 병세는 더 악화하여 이젠 나를 아예 못 알아보신다. 어젯밤에 할머니 옆에 누워서 할머니 손을 잡으니 내 손을 꼭 잡으신다.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는 사람의 손이라도 잡고싶은 것이 지금 할머니의 마음일까? 생각들이 스쳐간다.

명절에는 친척들이 모인다. 뉴스에서는 가족과 함께 하는 훈훈한 명절이니 하면서 머릿기사로 내보낸다. 이번 설에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내려왔지만 여러사람들에게(특별히 음식 준비 하는사람들에게는 더욱) 명절이란 피곤하기만 한 것이다.

명절 얘기와는 별도로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계기가 있었는데, 어제 집을 떠나는데 엄마가 하는 말이 추우니까 옷을 더 입고 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차안에서는 추울일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고 살짝 짜증을 냈는데, 엄마가 가족이니까 챙겨주지 누가 챙겨주냐 왜 역정을 내느냐고 한 마디 했다.  역시 사랑으로 엮인다는 건 그런 사소한 걱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way가 춥다고 자주 챙겨주던 멕시코 무장 해방군 목토시 같은 것?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챙겨주었을까? 괜히 쓸쓸하기만 하다.

암튼 이래저래 쉽지만은 않은 시절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아가야 할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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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그때그때 2008. 2. 4. 19:07
돌아온지 20일도 안됐건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30년째 계속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 밖에 안됐건만 1년 넘게 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간이란게 그렇다. 공간도 마찬가지겠지만 시간은 특별히 더 머릿속의 영향을 받는다.
시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줄줄이 만났고, 고교동창도 불알친구들도 만났다. 다들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야!
디지털스토리텔링과 3D웹 기술에 관한 꽤 방대한 분량의 텍스트를 읽었다. 그 기간동안 책은 한 권도
못 읽었고(안 읽었을지도) 뭔가 내 마음에 드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일도 없었다.(어쩌면 이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일텐데......)

그냥 조금 들떠 있는 것 같다.
새해 복 많이 받고 차분하게 가라 앉히자!
지후를 보면 진정이 될지도... 그래서 당신과 나는...... 적어도 나에게 당신은.... 어쩔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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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착!

그때그때 2008. 1. 17. 22:22

 비행기 결항으로 브라질의 한 호텔에서 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한국 운전면허증 한 장만 갖고서 불안한 하룻밤을 보내고 남아공에 도착했더랬다. 대기시간에 꽤 길어서 중간에 배가 고팠지만 한국 아저씨를 돕는데 가진 달러를 다 쓰는 바람에 그냥 버티고 있었다. 게이트의 한 구석 자리에 공항 직원으로 보이는 흑인 아저씨가 한가하게 앉아 있고 그 옆에는 신문들이 놓여 있길래... '혹시 이 신문 네 거니?' 하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안 물어보고 살짝 가져와서 건너편 자리에서 스도쿠를 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찾아서 한참을 걸었는데, 뒤에서 누가 부른다. 신문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다.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길래 자세히 들어보니 '너 내 신문 가지고 가서 읽다가 아예 자리를 옮기려고 하냐고, 너 도둑이라고.. 자기네 보스랑 상담 좀 해봐야겠다고, 체포될지도 모른다'고 웃으면서 얘기한다. 나도 웃으면서 '몰랐다고'했다.(마음속은 약간 울고 있었을까? ㅎㅎ) 암튼 아까의 그 자리로 다시 이동하니 보스라고 불리는 아저씨랑 신문 주인이 자기 시스터라고 부르는 언니가 노가리를 까고 있다. 다시 한 번 상황을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했더니... 자기 시스터 배고프다고 뭣 좀 사달란다. 그래서 한국돈 밖에 없다고 설명하니, 살짝 체념한 얼굴로 알았다고 신문 보려면 여기서 보고 가져가지 말라고 한다. 배고픈 언니는 밥 먹으러 가는지 가버리고 뉴페이스의 아저씨가 잠시후에 다시 등장했다. 내가 '너네 무슨일 하니?' 하니까 공항 보안 직원이라고 나 같은 애들 잡아간다고 농을 친다. 그러더니 새로온 아저씨가 자기 목 마르다고 뭣 좀 사달란다.(뭔가 사주는 사람이 많았던가?) 그래서 다시 한 번 돈 없다고 설명 했더니 이번에는 100엔이 달러로 얼마냐고 묻더니 인도돈 500짜리를 여러장 꺼내서 이건 얼마냐고 묻는다. (어딘가에서 겟 했다고 하는데, 설마 훔친 건 아니겠지?) 간디 얼굴이 그려져 있길래 '잘은 모르지만 꽤 될 것 같으니 소중히 간직하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같이 노가리 까고 놀았다.(맙소사 내가 흑인 세 명이랑 노가리를 까다니..... 그네들이 내 말 잘 못 알아들으면 노트에 단어를 적어 줬다. ^^;) 목 마르다고 했던 아저씨가 남아공 오면 큰일 난다고 '지금은 공항이라서 괜찮은데, 공항을 나가는 순간 돈 다 뺐기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고 무서운 눈을 하고 흑인 특유의 몸짓으로 칼로 베이는 시늉이랑 공항 바깥쪽 동네를 구체적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설명해줬다. 그러니까 나머지 두명이 아니라고 월드컵 때 놀러오란다.(신문에서 82세 할머니가 창문깨고 침입한 사람한테 강간 당해서 병원에 실려간 기사 읽었는데.... -_-;) 암튼, 잘 인사하고 헤어졌다.

 결론은 남아공 공항에서 재미있었다. 덩치 있는 흑인은 약간 무섭다. 요하네스버그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사실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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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censor

그때그때 2008. 1. 8. 02:43

  발빠라이소는 45개의 작은 산 들(몇개는 언덕들...)에 수 많은 집들이 흥성흥성하니 모여있는 도시다. 뭐 동네 예쁜거야 말로 다 못하지만....... 높은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려면 다리도 아프고 무척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물론 지금은   꼭대기까지 차로 갈 수 있게 되어 있고....언덕에 차들이 줄지어서 주차한 모습을 이 언덕 저 언덕에서 볼 수 있다.) 19세기 후반의 궁극의 기술력(?)으로 도드래 세 개를 이용해서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은 내려오는 아쎈쏘르라는 경사진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 그림으로 보면 쉽겠지만 말로 쉽게 설명하자면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 사람들이 타면 에스칼레이터 각도로 올라간다.

 아무튼 이 아쏀소르란 것이 발빠라이소에는 15개 정도 있는데, 다 타보려던 당초의 계획은 수리중인 것도 있고 운행 시간이 안 맞은 것도 있어서 무산되었지만..... 10일이나 이 곳에 있다보니 오르락 내리락 할 때 습관적으로 타고 있다. 가격은 한국돈 200원에서 500원 사이...(관광객들 많이 오는 쪽  아센쏘르가 비싸다.) 무공해, 아날로그...... 뭐 이런건 역시나 내 주요 관심 대상이 아니고....... 그 운행의 행태가 재미있다.

 아랫 언덕과 윗 언덕에 각각 사무실이 있고 그 사무실에 각각 한 분씩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 한 분들이 보통 노인네들이다. 그분들이 하는 일이란 것이 아래쪽 언덕에서는 돈을 받고 회전문을(한국에서 지하철 표 집어넣고 돌아가는 문 모양) 여는 페달을 밟고 승객들이 다 차면 아쎈쏘르의 문(자동문인 곳도 한 곳 있다.) 을 닫고 위쪽 사무실에 신호를 주는 것... 내려온 승객들 문 열어주기 정도고 위쪽에서는 돈을 안 받는 대신 기계 작동과 문 열어주는 일을 한다. 텔레비젼이 있는 곳도 있지만 보통은 라디오 틀어 놓고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앉아 계시다가(노래를 가수 뺨치게 부르는 약간 중년의 언니도 한 번 봤다.) 손님들이 아쎈을 타러 오면 노인의 걸음걸이로 천천히 사무실에서 나와서 돈을 받고 승객들이 다 들어오면 아쎈의 문을 천천히 열어주고 승객들이 다 타면, 좀 더 태울까 아니면 그냥 작동 시킬까를 고민하다가 커다란 스위치를 작동해서 기계를 움직이고 멈추는 일을 하는........ 느리지만 느리지 않은 움직임이 좋다.

 그냥 발빠라이소가 좋다....... 다만 칠레 담배 값은 한국과 유사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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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라이소

그때그때 2008. 1. 4. 00:53

에서 새해를 맞았다. 새해 불꽃놀이 때문에 31일 밤의 숙박비는 엄청난 바가지가 있다. (뭐 이런 경우가.....) 발빠라이소는 참 예쁘다. 결국 남는 건 사진이라는 얘기도 있고(카메라 잃어버렸는데....ㅎㅎ), 결국 남는 건 자연이라는 얘기도 있지만.....(인상적인 하늘들...이라고 적기에는 너무 멋진 걸 많이 봐 버렸나?) 결국 내게 가장 깊이 남는 건 사람인 것 같다. 혼자서 혼자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사람들 속에서 안심하고 사람이 만든 것들에 감탄하고 산과 바다 모양을 빼고는 모두 사람이 만든 이 도시에서(그렇다면 역시 조화가 중요한가?) 여행을 마무리 짓고 새해의 시작에 맞춘 새로운 마음가짐을(역시 새해에는 계획을 세워야....) 머릿속에 집어 넣는다.

올해는 어떻게든 돈을 많이 벌자. 해마다 한 가지씩 단순한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는 것 좋은 것 같다. 2006, 2007년에는 일을 하자 였는데, 일을 하긴 했지만 뭔가 성에 차질 않았다. 올해는 좀 더 바지런하고 눈돌릴 틈 없는 내가 되자.

오늘은 발빠라이소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이 동네는 뭔들 어떻든 예쁘다. 의식적으로 길바닥에 담배 꽁초를 버리면서 버려진 꽁초도 예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예쁘다.

10일쯤 후에는 돌아가는 비행기를 탄다. 올해는 정말 모든일이 괜찮을 것 같다. 다  여행덕분이다. 평생 여행 안 할 것 같은 사람도 한 번 쯤 이런 여행 괜찮은 것 같다.

  잘 먹고 잘 살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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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아이아에 대해서 한 가지 더 기억해둔다. 남쪽 끝의 여름해는 질 줄을 모른다. 자정이 가까워져 밤이 찾아와도 저 바다의 끝은 여전히 노랗게 빛나고 있다가 별이 떠오를 틈도 주지 않고 해가 진 편에서 멀지 않은 하늘에서 다시 떠오른다. 천천히 해가 지면서 하늘과 구름이 각각 분홍빛과 푸른빛과 그 중간의 색으로 변하는 광경을 봤다. 사진을 못 올리니 참 아쉽지만 그래도 나는 봤다.

그리고 푼타톰보에 가서 마젤란 펭귄 50만 마리가 산다는 곳을 구경했다. 그곳이야 말로 세상끝의 바닷가였다. 나는 봤다. 타고르의 시를 떠올리면서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The infinite sky is motionless overhead and the restless water is boisterous.
On the seashore of endless worlds children meet with shouts and dances.

뭐 이렇게 시작하는 시인데... 아이들을 펭귄으로 바꾸면 되는 그런 멋진 곳이었다. 작년에는 고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바다를 보았었는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은 늘어가도 나는 그대로다. 어쩌면 내가 기분 나빠하는 이런 점이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대로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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