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2 여러가지

그때그때 2008. 11. 12. 21:08

일! 해야 되는데, 이러고 있다. 낮에 논 것도 아닌데, 밤에도 줄창 바쁘다. 집에가면 씻지도 못하고 몸을 누일때가 많다. 이런 나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원래 아고라에 잘 안 갔었는데(원래는 '다음'에 잘 안 갔었는데) 촛불 이후로 아고라에 자주 가고 있다. 촛불이 끝나는 지점과 동시에 아고라의 메인이슈가 경제로 돌아섰다. 그러니까 경제 얘기가 주된 이슈가 된지 몇 달이 지났다. 전체적인 진행을 보면 서브프라임으로 시작한 위기가 한국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가 선두에 섰다가 실제로 서브 프라임이 제대로 터지고 금융제국 미국의 금융권이 아작나기 시작하면서 봐라.. 내가 터진다고 했지않냐는 글들로 이어지면서 얼른 개미들은 손 빼는게 상책이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라는 얘기들이 덧붙여 지고(물론 현 정부에 대한 욕이란 욕은 다 나오면서..."건설 정권" 무척이나 맞는 말이다.)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조금 안정을 찾는 것 같던 며칠간 잠잠하더니(이 때도 실물 경제 위기 얘기는 나오고 있었다.) 한국의 실물경제 위기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은 시점과 비슷한 시점에 다시 현재 상황에 대한 애처러운 절규와(사업을 접으시는 자영업자 이야기) 푸념(현실적으로 푸념말고 대책이 없는 것도 사실임) 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고라의 글들과 지금의 위기를 다룬 신문기사들을 읽으면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리운 엄마, 보고 싶은 엄마, 나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
11월 들어 가게에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다. 지방에는 문 닫는 가게들이 많다던데, 오산도 그렇냐고 물으니 왠만한 식당들 다 문 닫고 있다고 하신다.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손님 없으면 일찍 문 닫고 푹 쉬고, 가게를 정리하는 것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어제까지는 그냥 알았다고만 하더니 삼일 연속으로 내가 정리 얘기를 하자 아들이 많이 벌어다 주겠다면, 그것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하신다. 오늘은 두 번 통화했는데, 아침에는 정신 없을 때 통화하는 바람에 뭔가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전화를 끊어서 점심때 다시 걸었다. 예전에는 가끔 그랬는데, 요즘들어 전화를 끊을 때, 엄마가 "아들 사랑해" 라는 말을 하려다가 못 하고 끊는 것을 느낀다. 21살에 나를 낳은 엄마,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나를 안고 머리를 감겨주신 엄마, 군병원에 있는 못난 아들 보러 빚내서 비행기 타고 대구에 내려왔던 엄마, 다른 애들처럼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 혼자 오산에 내려가서 남들 다 욕하는 술장사로 500에 20짜리에서 1000에 7짜리로 2000전세로 동업에서 사장으로 애쓴 엄마, 그 전세금 못 돌려받을까봐 혼자 전입신고도 한 엄마, 새벽에 취한 목소리로 가끔 전화해서 밝은 목소리로 "아들"이라고 불러주는 엄마, 취한 손님 내보내고 가게문 닫기 위해서 5분 있다가 전화하라고 새벽 1시에 전화하는 엄마.... 투정이 많았던 나, 스물 다섯도 넘은 아들이 불안에 못 이겨 엄마 품에 울면 "씩씩하게 살라"고 해주던 엄마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SKT랑 일을 하는 바람에 차장급의 매니저를 알게 됐는데, 업무상 네이트 온에서 괜찮으시냐고 물었더니 SKT 안에 있으면 바깥이야 어떻든 큰 걱정은 없지요라고 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둔 직장(?) 동료들은 1600 받고 모 회사에 들어갈 바에는 커피숍 알바를 10시간 하는게 낫겠다고 했다.(형우의 전언으로는 그 모 회사에는 안 들어가는게 낫다고 한다.) 
광호는 자기 회사는 특별히 큰 잘못만 안하면 짤릴 걱정은 없다고 했다.(준 공무원이기 때문에...)
영일이는 안정적인 자리가 있으면 카센타 사장도 포기하겠다고 했고(영일아 그게 제일 안정적이다. 물론 약간의 불확실성은 있어.) 기타 선생님 동현군은 전화 통화에서 다들 힘든 시기니 힘내라고 했더니(동현이는 구직중이다. 알바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정말 순수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형도 힘들어요? 라고 물어서 무의식 적으로 아니라고 했다.

문제는 SKT 안에 있어도 언제 잘릴지는 모른다는 점이고 잘리면 밖으로 나와야 된다는 것, 공무원도 큰 잘못 없이 짤릴 수도 있는 세상이라는 점, 비정규직과 알바자리는 항상 넘칠 것 같던 고용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알바 구하기도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바닥까지 가면 어떻게 될까? 아까 지후랑 잠깐 얘기했는데, 나는 특유의 잘 살아보세로 다시 불쑥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새로 일어날 때는 아까 지후랑 잠깐 얘기한데로, 괜히 금모으기 같은거 해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이 많은 사람들 못살게 만들고 바깥에 보이는 경제만 살리겠다는 것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어느 나라보다도 정정당당하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 바닥까지 갔을때의 얘기인데, 정부가 쏟아내는 (건설)경기 부양책들을 보면 바닥까지 가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것 같다. 국민의 90 퍼센트 이상이 그날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는 되야 진짜 바닥이 좀 보이겠다. 쓰면서도 너무 극단적이다.(통제 불능의 사회와 대규모 봉기 같은 것이 막 떠오른다. 광호는 인구가 줄어야 한다고 얘기했었지..... 전쟁이라도 확 났으면 좋겠다고, 진경씨는 전쟁이 나더라도 다 같이 죽을 때, 자기도 같이 죽으면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었고 나는 같은 주제로 폐허가 된 세상이더라도 살아남아서 끝을 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각설하고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나만 열심히 해서 나만 잘 먹고 잘 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한다고 내가 잘 먹고 잘 산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사실 실물경제라고 부르는 것 조차도 내게는 뚜렷한 실물로 보이지 않는다.
정진규 시인의 시와는 다른 의미로 실물들이 나를 비웃는다. 
지금 같은 시점에 '돌뗏목'의 영화화는 무척 절실하다.
불가능 하겠지만 가급적 내가 꼭 만들어 보고 싶다.

일 해야겠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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