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벽지 공장에서 일한다. 둘둘 말려있는 원단이 풀리면서 벽지가 쏟아진다. 나는 벽지들이 쉬지 않고 쏟아지도록 여러가지 작업들을 한다. 원단과 원단을 연결하고, 잉크와 동판을 교체하고 이런 작업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

 벽지공장에는 여러대의 기계가 있고 각 기계마다 4~6사람이 팀을 이루어서 주야 교대로 일한다. 12시간 동안 기계를 돌리면 10,000평 이상의 벽지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나 많은 벽지를 찍어내도 다음날에는 또 찍어내야할 벽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내가 속해있는 기계에서는 - 나는 기계에 속해있다. - 주로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사용할 벽지를 만든다. 나랑 같은 기계에 속해 있는 사람중에 한 명은 최근에 내 집을 장만했다. 2,500에 융자를 낀 전세에 살다가 더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샀다. 빚더미 위에 살다가 더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샀다. 그는 몇 년 후면 인천 검단에 지하철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감히 그의 선택을 말릴 수 없었다.

 나랑 같은 기계에 속해있는 사람 중에 두 사람은 신형그랜져를 탄다. 현금을 주고 사지는 않았을 것이고, 이곳에서 계속 일하면서 할부금을 값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샀을 것이다. 차를 사는 순간 그 두 사람은 영원히 다른일이나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한 순간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주야간을 교대로 하루에 12시간도 넘게 일해서 번 돈으로 고급 세단을 구입한 두 총각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선량한 몸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공장에서

 

 선량한 몸을 가진 사내들과 점심을 먹는다.

 그 사내들과 저녁도 먹는다.

 누구도 대화를 하기 위한 입은 열지 않는다.

 몸이 선량한 사내들끼리는 말이 필요없다.

 씹지도 않고 뭉개듯 밥을 삼키고

 나와 사내들은 다시 일을 시작한다.

 씹지도 않고 삼킨 밥이 기계 소리를 듣고 소화된다.

 땀에서 물맛이 나도록 일을 하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누구와 섹스를 해도 잘 할 것만 같은데

 누구와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선량한 몸을 가진 사내들은 애인이 없다.

 이력도 모르는 사내들, 선량한 몸을 가진 사내들은 애인이 없다.

 

 

 나중에 고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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