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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2 레밍을 만났다.
  2. 2007.10.02 오늘은
  3. 2007.09.23 춘분이다.
  4. 2007.09.18 회사에
  5. 2007.09.17 남현이

레밍을 만났다.

그때그때 2007. 10. 12. 16:25
 누굴 만나면 꼭 글을 쓰게된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기 때문에 누굴 만나고 나면 그나마 생각을
좀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참 편한 자리였고, 늦게 나온건 아주 기분이 나빴지만 늦게
나오는 사람들은 앞으로 만나지 않거나 시간약속이 아닌 다른 약속에서 만나면 그만이다.

 세영이 결혼식 참관기를 들었는데, 영화쪽에 일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놀고 있다는 얘기, 야동 얘기, SF얘기를
했고 존재에 대해서도 잠깐 얘기했다. 레밍이 최근에 클라크를 읽은 것 같아서 나도 클라크를 읽기로 했다. 오늘
도서관에 갔더니 읽지 않으려고 했던 '스페이스 오디세이'만 덩그러니 있어서 그냥 빌려버렸다. 나머지는 차차 읽자. 술 마시는데 레밍 아버님이 전화해서 아버님 하시는 일 관련해서 레밍에게 조언을 구했다. 흠~~ 아무튼 집안에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달까... 나이도 있고 일도 안하고 있지만 레밍은 걱정이 안된다. 내 일이 아니라서 걱정안하는 그런게 아니라 결국은 행복하게 살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어쨋든 레밍은 영화쪽에 그리고 감독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중학생때 영화를 좋아했던건 '택시 드라이버'가 아주 재미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영화를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생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남들이 안하는 일, 약간은 다른 삶 그런걸 원했다. 약간은 다른 삶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에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영화쪽 진로를 포기해버렸다. 가끔은 약간의 미련도 머릿속을 멤돌지만 그냥 삶 속에 흔히 있는 미련의 양인걸로 봐서, 결국 지금 나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의 합리화 내지는 위안은 싫지만 살아가는 자양분이 된다. ㅎㅎ

 같이 일하던 분이 갑자기 그만두는 바람에 6일간 2교대를 했다. 시끄러운 기계음에 취해서 조금씩 자고, 머리는 아프고, 24시간은 길었다. 아파트 경비아저씨들 대단하다. 경비와 수위의 차이는 뭘까? 암튼 대단하다.

 그래도 way가 기분이 좋은 상태이고 내가 전화하라고 메일 썼는데, 바로 보고 적절한 타이밍에 전화해줘서
기뻤다. 살갑지가 않다는 글의 여파일까? 레밍이 알파걸 얘기하면서 베타남 이야기를 했는데, 나야 물론 way만 좋다면 way의 베타남이 되고 싶지만(남한테 기대 사는 건 참 편한일이다. 쉬운 예로 고위 공무원의 아내로 사는 전업주부를 들수 있겠다.) 일단 알파걸은 몸이 완전 튼튼해야 해서 약한 way가 걱정이다. 내가 알파남이 된다면 way가 베타녀가 될 수 있을까? 일단 가정이 성립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 결국 어쩔수 없이(역시 우리는 어쩔수가 없나봐..... ㅎㅎ) 잘 어울려서 살 팔자인거다. 결국 베타남은 일인자의 특급 비서와 비슷한 존재일까? 약간은 다른지만 제대로된 베타남과 일인자의 특급비서가 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인 것은 틀림없다.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물을 줘서 작물이 열린다. 내가 지금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땅을 파고 있는 것이길~~ 원치 않는 땅에 씨를 뿌리고 싶지는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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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때그때 2007. 10. 2. 21:38
 일단 적절한 타이밍에 전화가 와서 참 기뻤다. 좀 더 살가웠다면 더 기뻤겠지만 도대체가 way는 가끔만
살갑다. 정말 오랜만에 어쩌면 2년만일지도 모를만큼 오랜만에 목욕탕엘 갔다. 샴푸랑 때수건, 비누칠용, 수건,
면도기까지 바리바리 챙겨서 길을 나섰다. 밥 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었는데, 목욕탕으로 가는 복계도로에서
약간 이물감이라고 해야할지 어지러움이라고 해야할지.... 몽롱함을 느꼈다. 아주 진하게~~ 그건 뭐랄까...
아주 더운날 거리에서 목욕탕 냄새가 나는 거랑은 다른 몽롱함이었다. 탕에 잠깐 들어갔었는데 너무 어지럽고
눕고 싶어서 두개의 탕을 이어주는 경계에 드러누웠다. 딱 한 사람 사이즈의 폭이다. 관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 잠들었다. 몽롱함의 원인은 아무래도 수면부족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는 초코우유를 사 먹고 싶었는데
신제품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1700원 짜리 서울우유에서 나온 목장의 신선함이 어쩌구 하는 요구르트를 사
먹었다. 얼마에요? 물었을 때 1700원이라고 했지만 뭔가 불가항력적으로 2천원을 냈다. 왜였을까? 그때 난
천원짜리 한 장만 들고 있었는데..... 뭐 그렇게 간절히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오늘은 야구를 두 게임 봤다. 한 게임은 MLB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몇 달 전에 양키즈 홈구장
의 바깥쪽 하늘이 참 멋있다고 생각한 이후에 오랜만에 콜로라도의 멋진 하늘을 봤다. 해발 1600미터, 쿠어스 필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 결국 콜로라도가 이겼다. 필라델피아도 그렇고 시즌 막판에 흐름을 타고 올라온 팀이
결국 월드시리즈에 우승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올해 야구를 별로 안 봐서 콜로라도 경기 오늘 처음으로 봤는데,
뭔가 좋은팀이었다. 내년에는 더 잘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콜로라도가 지는 줄 알고 TV를 잠깐 껐었는데, 나중에 보니 극적으로 또 이겨버렸다. 나머지 한 게임은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자이언츠와 스왈로우즈의
경기.... 이 경기는 마지막 10분 간만 봤는데, 극적으로 요미우리가 이기고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도코돔의
관중들은 확실히 쿠어스 필드의 관중들 만큼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그저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할까? 나도 꽤나 좋아한다. 고구미 군이 예전에 물은적 있었다. 금융이 중심인 세계가 이해가
안 가는 사람으로서 프로 스포츠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그런 요지의 질문이었는데, 운동은 눈에 보이고 몸을 쓰는 일이어서다... 라는 대답을 했었다.
 
 그러니까 뭐랄까 나는 이 체제가 마음에 안 드는게 아니다. 뭐랄까 조금만 더 균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니다 나는 이 자본주의가 마음에 안 드는거다. 아니다. 나는 그저 나아지고 있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이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가슴 깊숙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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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이다.

그때그때 2007. 9. 23. 20:35
 음양의 기운이 같은 날, 내가 태어난 날, 내가 좋아하는 날이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기 때문에 음양의 기운이

딱 반씩 지구에 영향을 주는 날이다. 출근길에 비가 한 방울씩(정말 한 방울씩) 떨어졌다. 난 비 맞는 걸 워낙

싫어한다. 자연스럽게 우산을 썼다. 버스에 타서 잠깐 든 생각은 이랬다.

 만약에 3초 마다 한방울씩 떨어지는 비를 한 시간동안 맞는다고 해도 사람이 젖지는 않을 것이다. 젖는다는 건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과는 아주 다른 차원의 것이니까. 내가 비를 맞는 걸 싫어해서 좀처럼 젖지 않는

사람이 되버린 걸까? 되버렸다면 비 맞는 건 언제부터 싫어했을까? 정말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연휴에 출근하는 건 참 좋다.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원래는 웅성거려야 하는 바깥 사무실이기 때문에

휴일의 출근이 좋은 것이지 애초에 바깥 사무실이란게 존재하지도 않고 늘 혼자만 있어야 한대도 내가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아닌쪽이 더 세다. 어쨋든 나는 젖는 스타일도 아닌데,

원래는 웅성거려야 하는 바깥 사무실이 있는 쪽이 좋다. 지독한 모순이다. 아니 이건 모순도 아니고 자기기만도

아니다. 나는 보호가 안 되는 사람인걸까? 그것도 꼭 그렇지는 않은데... 그래서 삶은 흘러하고 존재들은

너풀거린다. 사방팔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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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그때그때 2007. 9. 18. 10:33
 내가 들어오고 얼마 안 지나서 대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송출실에
같이 있는 사람들 빼 놓고 싹 바뀐 상태다.(어째 이런일이...) 그러면서 국장님이 두 분 들어오셨는데, 특집예능국장님이신 이국장님이 나를 좋게 봐 주신다. 사실 별로 뭔가 얘기를 나눈적도 없고 송출실 밖에 나갔다가 어쩌다가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인데, 아마 내 인상이나 여러가지가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신지 얼마전 우연히 여럿이 식사하는 자리에(난 혼자 먹고 있었는데...) 너 참 성실하고 인사도 잘하고 그런것 같다고 얘기하셨다. 사람이란 건 언제 어디서나 칭찬에 약하다.(난 그걸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취미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취미가 먼저여서 사람들이 칭찬에 약하다는 사실을 악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얘기를 하는 버릇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국장님이 좋다. 국장님이라곤 하지만 특집쇼 프로그램들 연출을 직접 하신다. 대체적인 인상은 평송에는 좋은 분이지만 화나면 엄청 무서우실 것 같고 약간 마르신 몸에 젊어서는 운동 좀 하셨을 것 같다. 나도 처음 국장님을 봤을 때부터 그냥 호감이 있었다.(젊어서 운동 좀 하신 것 같은 몸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건 어떻게든 알아본달까... 아무튼 그런 얘기를 쓰고 싶었다. 꼭 또래나 그런것이 아니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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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이

그때그때 2007. 9. 17. 20:25

 남현이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때의 나는 뭐랄까 세상 물정 참 몰랐고, 여러가지 불만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그리고 뭔가 부자연스러운 게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그런 고등학생이었다. 그때는 '세상사람들은 모두가 다 친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가끔 불평조로 툭툭 내뱉는 앞쪽에 앉아 있는 강남현이란 아이가 좋았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의 내용은 "네가 맘에 든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보자." 뭐 이런식으로 얘기를 시작했었다. 아마 학기가 시작하고 한 달쯤 후였을 것 같다.

 그런 남현이를 어제 또 만났다. 아침에 부재중 전화가 왔었길래 오후에 전화했더니, 전화로 회사 그만두고 옮기기로 한 사실을 얘기해 준다.(물론 아무한테도 얘기 안했다는 사실까지 덧 붙여서....) 집에 있으면 아버지가 또 술 잔뜩 드시고 오실 것 같고 직장을 옮긴다는 건 꽤나 심란한 일인 걸 알기에 비도 오는데 소주나 한 잔 먹자고 해서 내가 온수역 쪽으로 갔다.

 구로구의 한쪽 끝에서 부천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궁동, 온수동 쪽은 참 공기가 맑아서 갈때마다 거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도무지가 서울 같지는 않은 곳이라서 더 좋은지도 모른다.

 남현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마셨다. 서로의 집안 문제(남현이는 부모님과 가끔 심하게 다툰다고 한다.) 친구들 이야기에서 시작된 결혼 이야기(남현이는 결혼 생각이 별로 없다고 한다. 나랑 좀 비슷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일도 두렵다고 한다. 아이가 생기면 자기 부모님이랑은 다르게 모든걸 다 해주고 싶다고 하는 뭐 그런 얘기였다. 그렇게 해줄수 없기 때문에 아이 낳기 싫다고 했다.)

 나는 혹시나 아이가 생긴다면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자라나도록 해주고 싶다. 남현이도 그런 자유방임적인 것을 생각해 보았지만 자기 마음속에 뿌리 깊히 박혀있는 부모가 잘 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때문에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 영일이가 자기 아이는 뭐 하고 싶다는 것 있으면 다 하게끔 하면서 키우고 싶다고 강력하게 얘기한 적 있었는데, 아직 결혼도 안한 녀석들이 벌써 아이는 자신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으려는 생각들로 가득하다.(거 참 묘한일이다.) 아이가 막 생긴 윤서는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지 나중에 물어봐야지.

 남현이랑 헤어지고 집에 왔는데 잠이 안 왔다. 9월 근무일정이 조금 변칙적인 탓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여러가지 생각들이 몰려왔다. 나는 떠났다가 돌아오면 다시 모든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물론 여러가지 생각들은 하고 있지만...) 나는 집도 없고 집에 돈도 없고(빚은 없어 참 다행이다).... 모든게 way랑 비교가 된다. 그런 way가 여행에서 불안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마음 편하게 지냈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메일도 썼는데, 약간 예상은 했지만 화가난 답 메일을 받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지만 화를 삭이고 썼다는 점에서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다.

 마르코라는 에콰도르 남자가 계속 신경쓰인다.. 에효.. 여기까지만 하자......!!

 덕분에 모처럼 오후에 일어났더니 밤에 출근했음에도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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