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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1 어제 마신 술이
  2. 2007.10.27 한국시리즈
  3. 2007.10.18 미셸 우엘벡 - 투쟁 영역의 확장 1
  4. 2007.10.16 이제 날씨는
  5. 2007.10.13 한강 불꽃축제

어제 마신 술이

그때그때 2007. 11. 1. 22:14
오후 8시에 깼다. 당초에는 화섭이 사진 좀 보려고 했었는데, 이성준이 카페에서 일 하고 있다고 할 때,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을 느꼈고, 김동현군을 예상했으나 김대중군이었다. 직업으로 영화를 하는 걸 포기하고 나니 할 게 많다는 얘기를 대중이형에게 듣고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셋이 얘기하고(요즘 동생에게 매일 돈 얘기를 듣는다. 손으로 돈 모양을 만들어서 쫙쫙 땡겨야 한다는 등의....) 사진을 보러 갔으나 어두웠고, 자세히 볼 경황은 없었다. 순대랑 소주가 먹고 싶었는데, 순대집을 못 찾아서 통닭에 소주로 정하고 고구미군이 합류했다. 혼자 있는줄 알았는데, 김승원 군도 같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데다가 뻘건 신발을 보고 새빨갛게 놀랐다. 전맹도 오랜만에 만났다. 그리고는 마셔버렸다.

이성준과 비슷한 시간에 눈을 뜨고, 둘이 거의 동시에 어제 왜 그렇게 마셨을까 라며 한탄을 했다. 말이 많았던 것에 대해서 둘다 후회 하고 있는 것이리라. 재미있게도..................아마도 그냥 불안해서~~ 불안이란 단어는 모든 것의 이유로 쉽고도 적합하다. 이성준의 침대에 누워서 하늘을 봤는데, 묘하게 현실감이 없었다. 낮은 구름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현실감이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술이 덜 깬 머릿속도 현실감을 잃고 몽롱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그 사이로 생각들이, 불안들이 흘러 들어와서 물컹거렸다. 그건 마치 연체동물이 머릿속에서 미끈거리면서 머릿속을 휘젓는 기분. 정말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어느 즐거운 저녁, 미래는 과거라 불리고, 그때 우리는 돌아서서 자신의 청춘을 본다 -아라공-

어제는 어느 즐거운 저녁이었을까? 자꾸만 돌아서서 청춘을 보는 것 같은 청춘의 내 모습을 본다. 대중이 형은 지금 마음에 20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마흔이 되면 또 비슷한 기분일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지금이 지금대로 좋다. 단지 그것이 내가 편하기 위한 합리화가 아니길........ 그저 살아갈 뿐! 떠나기 전에 내년 계획을 세웠다. 돈을 많이 벌자. 지난 계획들을 보면, 꼭 일을 하자였는데, 일을 해보니 돈을 많이 벌자로 바뀐 것 같다. 모처럼 실행하기 어려운 계획을 세웠구나....... 북한에 가서 라디오 꼭 하고 싶은데....... 라디오 일을 해보지 못했다는 문제도 있지만 스스로의 수양이 부족한 점이 더 마음에 걸린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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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그때그때 2007. 10. 27. 06:14
 4차전 중계 시작 때, 보름달을 예쁘고 커다랗게 그리고 오랫동안 잡아줬다. 점점 작아진 달은 화면의 오른쪽 구석으로 쳐박혀서도 한참동안을 머물렀다. 출근길에 동생이 따라나왔다. 대문 밖으로 나오자 마자 둥그런 달이 집 앞의 노인회관 건물 위로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꽤나 커다란 얼굴을 하고서~~ 요즘 유행하는 10배 이상 광학줌 디카가 있으면 좋겠다고 동생에게 골목을 걸으면서 얘기했더니, TV에서 본 것 처럼 커다랗게 찍을 수 있냐고 묻길래 더 크게도 찍을 수 있다고 했다니 토끼도 보이냐고 해서 둘이 같이 웃었다. 아무튼 꽤 커다란 달이었다. 저녁 10시쯤 사무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보니 아까 그렇게 커 보였던 달이 작아져있었다. 새벽 1시에 다시 하늘을 보니 달은 어딘가로 넘어가서 보이질 않고(어느 아파트에 가렸겠지...) 국회쪽에 보이는 북극성(내가 확실히 아는 유일한 별... 서울에선 보통 북극성만 보인다.)을 필두로 제법 많은 별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별의 모양을 하고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별들이 갑자기 지구랑 가까워진걸까? 지구가 마음대로 별들을 끌어들인 밤이 오늘 밤이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썩 괜찮았다. 북극성에서 시작해서 고개를 젖히면서 별들을 쓱 봤는데, 백조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way가 10년전에 알려준 백조자리가.... 정확히는 9년 11개월전에 알려준.......... 가끔 11월이면 하늘을 보고 찾아내던 그 백조자리가..............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잠들지 않은 밤을 보내면서 내가 뭔가 부정적인 말을 아주 부정적인 얼굴로 비꼬는 듯한 말투로 누군가에게 했을때,(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인것 같다. 하고 많은 일들 중에...) 그 사람이 격정적으로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 내게 알려주면 나는 그 얘기를 차분하게 잘 들어줄텐데.....하는 생각을 했다.

 추구하는게 없으면 그냥 살 수 있다. 할 얘기가 없으니 영화는 포기한다랑 비슷한 논리로 생각하고 있는 가치가 없으니 가치에 대해서 말할 순 없고 들어만 주고 싶은걸까? 이미 있는 것들이 다 너무나 두렵다. 어제 아침에는 고등학생때 이후 처음으로 윤동주의 시를 읽었다.(그것도 신문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나를 누군가 보았다면 날 위로해주었을까? 그저 손을 잡아줘...라던가 옆에 있기만 해줘... 라고 말하는 나는 너무나 안타깝다. 위로도 아닌 위로 생각뿐인 생각. 그러니 나를 사랑해 줘! 거짓으로라도~~

 그저 불면의 낮과 밤에 지쳐서 조금 예민해진 것이어서, 언제나처럼 옆에 있는 당신이 그저 날 그저 편히 잠들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면 그저 좋겠다. 가만히 있는 가장 강한 사랑....... 아 머릿속이 물끈거린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두운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 윤동주 '또 다른 고향'의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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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점은 바로 규칙에 따라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결국 당신은 규칙에 따라 살게 된다(이따금, 정확하게, 그것도 지나치리만큼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총괄적으로 그렇게 된다). 납세 고지서들은 납입 기한 안에 내야 한다. 청구서들도 제 날짜에 맞춰서 지불해야 한다. 당신은 신분증 없이는 감히 돌아다니지도 못한다(그뿐인가, 신용 카드 전용의 작은 주머니까지 마련해 가지고 다닌다!.....).
 그렇지만 당신은 친구가 없다.

 규칙은 복잡하고 형태도 다양하다. 직장 근무 외에 꼭 필요한 일은 구매 행위와 자동 인출기에서 돈을 빼내는 일이다(그리고 인출기 앞에서는 줄을 서야 한다). 특히 당신 삶의 다양한 측면들을 관리하는 기관들이 요구하는 온갖 규칙들이 있다. 게다가 당신은 병이 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비용이 들고 새로운 수속절차가 필요해진다.
 한편, 자유 시간이 남아 있다. 무엇을 할까? 자유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타인을 위한 봉사 활동에 쓸 것인가? 하지만 타인은 당신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다. 음악을 들을까? 그것도 한 방법이지만,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음악을 들어도 별반 감동을 못 느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DIY 제품을 사다가 만드는 취미를 갖는 것도 자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것도 점점 더 자주 나타나는 이런 순간들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말하자면 당신의 절대 고독, 우주적 공허감, 당신의 존재가 고통스럽고 결정적인 재앙에 다가가고 있다는 예감이 현실의 고통 속으로 당신을 몰아 넣으려고 몰려오고 있는 순간을.
 그렇지만 당신은 여전히 죽을 생각은 없다. -15page-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분명히 섹스도 차별화의 또 다른 체계를 보여 준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돈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이다. 그것은 또한 냉혹한 차별 체계인 것이다. 이 두 가지 체계의 효과는 엄밀히 똑같다. 무제한적인 경제 자유주의와 마찬가지로 섹스의 자유주의는 <절대 빈곤> 현상을 낳는다. 어떤 이들은 매일 사랑을 하는데, 어떤 이들은 평생에 대여섯 번뿐이다. 어떤 이들은 열댓 명의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는데, 어떤 이들에게는 여자가 한 명도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시장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해고가 금지되어 있는 어떤 경제 체계에서는, 각자 어느 정도 자기 자리를 찾는 데 성공한다. 간통이 금지된 섹스 체계에서, 각자는 어느 정도 자기 침실 파트너를 찾는 데 성공한다. 완전히 자유로운 경제 체계에서, 어떤 이들은 정말로 다양하고 짜릿한 성생활을 즐기지만, 다른 이들은 자위 행위와 외로움 속에 늙어 간다. 자유주의 경제는 투쟁 영역의 확장이다. 그 사회의 모든 연령층, 각계 각층으로의 확장이다. 마찬가지로 자유주의 섹스는 투쟁 영역의 확장이다. 그 사회의 모든 연령층과 각계 각층으로 자신의 투쟁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118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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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씨는

그때그때 2007. 10. 16. 23:44
완연한 가을을 지나 쌀쌀하기까지 한데, 하늘은 아직도 낮다. 이제 높은 하늘의 가을은 더 이상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날들의 와중에 오늘 오전에는 경계가 희미한 커다란 구름이 국회의사당 쪽 하늘에 떠 있었다. 그 구름이 점점 경계를 찾기 시작하더니 오후 늦게는 아름다운 경계를 만들었다.(뿌연 서울 하늘때문에 아름다움이 약간 가시긴 했다만) 그러던 중에 밤이 오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청국장을 시켜놓고 늘 하던대로 담배를 하나 물고 거리를 어슬렁 거리고 있었는데, 아파트로 올라가는 계단에 땅에서부터 세번째 칸 구석에 내 주먹 반 만한 태어난지 일주일 쯤 되었을듯한 고양이를 발견했다. 잔뜩 웅크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 경계의 눈빛을 보내길래 가까이 가지 않았다. 어미는 대체 어디에 간걸까? 먹이를 구하러 간걸까? 고양이를 지나쳤다가 담배꽁초를 버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다시 계단쪽을 봤다. 저 고양이 아마 곧 죽겠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경계가 없는 구름만큼 슬퍼졌다. 경계를 가져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구나~~ 아마 내가 근처에서 혼자 살았더라도 데려다가 키우지는 않았겠지만 태어나자마자 어미도 없이 계단 구석에서 눈치를 보는 작은 고양이는 너무 슬프다.

그냥 기억해두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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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불꽃축제

그때그때 2007. 10. 13. 22:27
를 했다. 보러 가진 않았고, 사무실에 앉아서 상상을 했다. 불꽃이 가장 잘 보이는 한강변의 아파트 13층 정도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불꽃의 리듬에 맞춰서 느리고 경쾌한 일가족 살해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을 떠올렸다. 물론 소리가 들어가면 안 좋다. 어떤 영화의 오프닝으로 아주 아름다울 것 같다. 올해 미스테리를 너무 많이 읽었나?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문장에서 택배 아저씨와 조수가 나오는 아파트 살해사건을 읽었는데, 그 영향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원래는 화요일에 그만둔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새로 오신분도 있고 왠지 껄끄럽기도 해서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했다. 어쩐지 식당에서 떨어진 서브반찬을 더 달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껄끄러움? 약간의 차이라면 식당의 반찬은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오늘 한 얘기는 미루다가는 여러 사람 힘들고 나도 힘들어 진다는 것?

점심에 코코아 한잔, 커피 한잔을 마셨더니 가슴께가 또 텁텁하다. 앞으로는 카페인 음료와 밀가루 식사 모두 피해야겠다. 과일주스(내가 사랑하는)도 가급적 피해야겠다.

낮에 심심해서 다음주에 나갈 '첫사랑' 테잎을 넣고 미리 보고 있었는데, 다리를 다친 최수종이 목발에 화구들까지 챙겨서 혼자 집에 돌아오다가 넘어져 있는 것을 아버지 역할의 김인문씨가 보고 아들을 업고 집에 돌아오면서 네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난 좋다는 식의 대사를 치고 집에 돌아와서 최수종의 누나에게 네 애를 목욕시켜도 꼭 동생 데리러 갈 시간에 그랬어야 했냐고 네 자식 소중한 건 알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 소중한 건 모르냐고 막 화를 내는 장면이 나왔는데, 정말 열연이었다. 눈물이 났다. 부모를 잃은 애들은 고아라고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는 특별한 호칭이 없다. 아마 너무 슬프기 때문에 그런 호칭조차 없으리라~~ 조소혜씨는 정말 잘 쓰는 작가였는데, 안타깝다.(올해 어딘가에서 이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

3주 후면 한국에 없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way가 없다면 불안하고 즐거운 여행이겠지만 way가 있어서 안정적이고 즐거운 여행일 것이다. 애초에 way가 없다면 떠날 생각을 안했을거다. 그렇다는 건 난 역시 안정을 추구하는 건가? 하면, 또 그런건 아니다! 나는 부조화 속의 조화(불안정 속의 안정)이 좋다. 하지만 군데군데 둘러보면 그런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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