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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5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2. 2008.05.14 오늘은
  3. 2008.05.06 20080506 여러가지
  4. 2008.04.25 이것은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도 아닌데,
  5. 2008.04.16 자정향 - 정진규 2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 굵직한 나무등걸 아래 앉아 억만 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네 떨칠 수 있을 때
  그늘 아래 앉은 그 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증 가장 깊은 곳에 내려 앉은 물 맛을 보고
  수액이 체관타고 흐르는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뭇 가지 흔드는 어깻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 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 밖에 될 수 없을 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하며
  스물 두살 앞에 쌓인 술병 먼길 돌아서 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대장간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나와 서로의 팔목 야윈 슬픔 잡아 준다면

  좋을 것이다 그제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레도 풀어져
  초록의 대지는 저녁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에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베게를 벨 것인데
  한 켠에선 되게 낮잠을 자버린 사람들이 나지막이 노래불러
  유행 지난 시편의 몇 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 흘렸지요.


어제 잠깐 짬을 내서 네이버의 공선옥 누나 블로그에 들렀다. 오랫동안 새 포스팅이 없다.
뭐 원래도 뜸하게 업데이트 된다. 예전에 좋게 본 장정일의 시를 복사해 왔다.
장정일은 '충남 당진 여자'라는 시를 썼는데, 장정일을 모르는 건영군은 당진에서 일하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충남 당진에서 난 여자는 방송 작가일을 하고 있다. 시를 읽으면서 사철나무를 머릿속에 그려보지만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 시의 포인트는 '사철나무 그늘'이 아니라 '살다가 지친 사람들'에 있어서 그런것 같다. 그렇지만 바빌론 강가에 앉아서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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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때그때 2008. 5. 14. 13:53
날씨가 무척 좋은게~~

어제 사무실에서 새벽빛을 보고 점심에 목욕탕엘 다녀오는 길이 었는데, 하늘을 보니 어디 강가에라도 앉아서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면서 기분좋은 국물과 함께 소주가 딱 한 잔 하고 싶은 것이었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보면, 늘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던 작년에 비해서 지하 1층의 로비 같은 곳에서 4면을

빙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 보며 담배를 태우는 것이 올해다.

올해는 유난히 황사가 없었던 봄이었는데, 여름에 황사가 불어 닥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든다.

그리고 중국에는 지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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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진우 결혼식이 있었다. 대학로로 가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처럼 형우랑 함께 했다.
형우랑 나랑 생각을 같이 하는 점은 결혼식! 이라는 것이 참 불편하고 챙길 것도 많고 두 사람만의 문제도 아니라서 귀찮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시끌시끌한 예식장 문화에는 지친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식은 조용한 곳에서 친구들만 불러서(부모님들은 어쩌지? ㅡ.ㅡ) 간단하게 진행하는 뭐... 그런것이다. 17일에는 대석이도 결혼을 한다고 한다. 결국 집에 돈이 있는 애들은 영일이 빼고는 다 장가를 가는구나~(나도 집에 돈이 좀 있었으면 누군가랑 결혼을 했을까?) 형우는 일단 지금 사는 집이 자기네 집이니까 특별히 결혼을 하지 않아도 그냥 어찌저찌 버텨 나가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Wow을 계속 하는 이유는 다른 걸 해봐도 Wow랑 큰 차이가 없고, 해오던게 있으니까 계속 한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대한 충고도 들었다. '현실에는 없는 보상'...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게임이든 아니든 달려들 것이다. 그것은 굳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 암튼 형우에게서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요일에는 모처럼 지후와 있었다. 놀았다......가 아니라 '있었다' 각자의 생각들 각자의 고민들이 지후의 방안을 떠돌아다녔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았다. 지후와 있었기 때문에..........

 어제는 날씨가 무척 좋았다. 저녁때 지후에게 돌아오는 주말에는 경복궁이라도 가자는 제안을 했더니 자기는 막 살겠다고 하면서 막 사는 건 주말에 경복궁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말이라고 생각도 들고, 밖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서 Wow을 즐기는 형우도 생각이 났고, 모처럼의 여유시간 동안 파판4를 미친듯이 하고 있는 내 모습도 떠올랐다. 일이 있는데, 막 사는 것이 가능할까? 지후의 '막 살겠다'는 그저 현재와 연결된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 시작하고 3개월이 훌쩍 넘었다. 언제나 세 달은 고비가 되는 달이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하는 약간의 회의도 밀려들기 시작했다. 복잡 다단한 일들, 꽤나 쌓였던 스트레스들.................... 동생이 일하는 곳의 영업소장은 가장 스트레스 받지 않는 일이 동사무소에서 등본 처리하는 일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딱 정해진 무엇을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공무원에 도전하는 걸까? 나는 등기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렇지만 뜻대로 될 수는 없지!

 나는 정말이지 구름보다도 태연하게 살고 싶었는데...........................
 태연한 마음은 마음속에서도 빠져나가고 화사한 봄날, 빛을 받은 꽃가루처럼 흩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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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나 마음 또는 머릿속에 끊임없이 채워가는 인생이 갖는 만족감에 대해서 고구미군과 얘기한 적 있었다.
원대형이 느끼는 발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암튼 나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고구미군이 단호하게 어쩌면 각아나가는게 아닐가 라고 말해서 그 다음부터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각설, 작년에는 끝도 없이 읽으면서 계속 무언가를 쌓아갔었는데, 올해는 쌓을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맞다는 이야기다. 끝없이 일을 한다고 해서 쌓여있는 것들을 쏟아내지는 않는다. 아주 오래전도 아닌 때에는 뭔가가 쌓이는 것 같은데, 분출할 방법이 없는 섭섭함에 대해서도 얘기했었는데, 나의 오만이 정점을 쳤던 결과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또 쌓아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늘 생각하듯이 생각을 하면서 쌓아가고 있다고 적는것 또한 나의 오만함의 결과인 것이어서 우주란 끝없이 돌고도는 것이다. 우주에 있다는 것은 끝없이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든가 읽었든가 했는데, 볼모 비슷하게 나가고 있는 빌딩 25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추락하면 죽겠구나 하는 두려움 보다는 추락한다면 끝없이 추락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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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향 - 정진규

2008. 4. 16. 10:53

자정향/정진규

모든 사물들을 실물크기로 그리고 싶다
내 사랑은 언제나 그게 아니 된다
실물크기로 그리고 싶다  
사랑하는 자정향(紫丁香) 한 그루를 한 번도 실물크기로 그려낸 적이 없다
늘 넘치거나 모자라는것이 내 솜씨다
오늘도 너를 실물크기로 해질녘까지 그렸다  
어제는 넘쳤고 오늘은 모자랐다
그게 바로 실물이라고 실물들이 실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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