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전체 글 | 1980 ARTICLE FOUND

  1. 2007.08.24 겹 - 이별률-
  2. 2007.08.24 20070308 눈과 기형도
  3. 2007.08.24 만화방창 -김용택-
  4. 2007.08.24 20070513 way 출국, 인천공항 지하철
  5. 2007.08.24 반성 39 - 김영승-

겹 - 이별률-

2007. 8. 24. 22:17
겹   -이병률-

 나에겐 쉰이 넘은 형이 하나 있다
 그가 사촌인지 육촌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모른다

 태백 어디쯤에서, 봉화 어디쯤에서 돌아갈 차비가 없다며
 돈을 부치라고 하면 나에게 돌아오지도 않을 형에게
 삼만원도 부치고 오만원도 부친다

 돌아와서도 나에게 전화 한통 하지 않는 형에게
 또 아주 먼 곳에서 돈이 떨어졌다며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는 그가 관계인지 높이인지 혹은 그 이상인지 잘 모른다

 단지 그가 더 멀리 먼 곳으로 갔으면 하고 바랄 뿐
 그래서 오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고
 십만원을 부치라 하면 부치며
 거의 갈라진 말소리에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어느 먼 바닷가에서 행려병자 되어 있다고
 누군가 연락해왔을 땐 그의 낡은 지갑 속에
 내 전화번호 적힌 오래된 종이가 있더라는 것
 종이 뒤에는 내게서 받은 돈과 날짜 들이
 깨알같이 적혀 있더라는 것

 어수룩하게 그를 데리러 가는 나는 도착하지도 않아
 그에게 종아리이거나 두툼한 옷이거나
 그도 아니면 겹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할 뿐
 어디 더 더 먼 곳에서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했으면 하고
 자꾸 바라보고 또 바랄 뿐


고구미와 내 관계가 이렇게 되면 어떨까? 누가 누구의 겹이 될까? 최근에는 절연이란 시를
읽었는데 정말 좋았다!

AND

20070308 눈과 기형도

2007. 8. 24. 22:12
국립의료원에 가는데 눈이 왔다. 어제 못 잤지만 그렇게 많이 피곤하진 않았다.
way의 여행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다. 예방 접종이 꽤 오래걸려서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눈이 많이 왔다. 갑자기 기형도가 생각났다. 아니 이 시가 생각났다.

   

             진눈깨비      /    기형도

 때마침 진눈깨비 흩날린다.
 코트 주머니 속에는 딱딱한 손이 들어있다.

 저 눈발은 내가 모르던 거리를 저벅거리며
 여태껏 내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내들과 건물들 사이를 헤맬 것이다.

 눈 길 위로 사각의 서류봉투가 떨어진다.
 허리를 나는 굽히다 말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참 많은 각오를 했었다.

 내린다 진눈개비, 놀라 넋도 없다, 변덕이 심한 다리여
 이런 귀가길은 어떤 소설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구두 밑창으로 여러 번 불러낸 추억들이 밟히고,
 어두운 골목길엔 불켜진 빈 트럭이 정지해 있다.

 취한 사내들이 쓰러진다.

 생각난다 진눈깨비 뿌리던 날
 하루종일 버스를 탔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낡고 흰 담벼락 근처에 모여 사람들이 눈을 턴다.
 진눈개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이런것은 아니었다.
 나는 일생 몫의 경험을 다했다.



소리내서 읽으면 더 좋은 시인 것 같다. 조동진의 '진눈깨비'라도 들을까....

추가로 이 글에 내가 달았던 댓글 - 국립의료원에서 나오는데 way가 지치고 피곤하냐고 했는데, 나는 모처럼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게 아니라 눈물이 나는 것을 참았다. 울컥

AND

만화방창 -김용택-

2007. 8. 24. 22:07
김용택 / 만화방창
 
 
 
내 안
 
어느 곳에
 
그토록 뜨겁고 찬란한 불덩이가 숨어 있었던가요
 
한 생을 피우지 못하고 캄캄하던 내 꽃봉오리,
 
꽃잎 한 장까지 화알짝 피워졌답니다
 
 
 
그대
앞에서
 
 

 

 
습자지 같은 사랑이...더라도...
 
萬化方暢을 영어로 하면 burst open 쯤 된다.
 
피어 오르는 건 뭐든 아름답다.
AND

 way 바래주러 나갔다. 집 앞에서 공항버스 타려다가 차가 많이 밀리길래 공항지하철도(?)를 이용했다. 공항버스 보다 50 퍼센트 이상 저렴하다. 인천국제공항이 처음 생긱고 얼마 안 되었을 때, 그곳의 상가들도 아직 다 입주하지 않았을 때, 그곳에 가서 참 이질적이라고 느꼈다. 지나치게 도시적인 모습... 왠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지하에 넓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코엑스 몰'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고, 현대 백화점과 CBS, 하이페리온이 쭉 늘어서 있는 목동 도서관 뒷길도...... 아주 예전의 도떼기 시장 같이 않고 잠잠했던 백화점도....... 늘 어색했다.

 공항 건물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조용한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언덕위에 바다가 보이고 언덕 아래까지는 구불구불한 좁은 흙길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오늘 오랜만에 다시 그 생각을... 그리고 이 시...


           산머루 / 고형렬

 

 강원도 부론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

 옛날 서울을 처음 올 때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 이름들

 어느새 이렇게 미워지고 늙었다.

 다시 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

 시기와 욕심조차 아름다워졌으면.

 가뭄 끝에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서울 어느 밤의 특설령처럼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었으면.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 

AND

반성 39 - 김영승-

2007. 8. 24. 22:01
     반성 39 / 김영승

 오랜만에 아내를 만나 함께 자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왔다.

 
아내는 갈비탕을 먹자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갈비탕을 한 그릇씩 먹었다.

 버스 안에서 아내는 아아 배불러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는 두 그릇 먹어서 그렇지

 그러자 아내는 나를 막 때리면서 웃었다.

 하얗게 눈을 흘기며 킥킥 웃었다.

 한 친구가 어느 드라마의 불륜 커플이 다시는 만나지 않기로 안타까운 이별을 하면서 여관을 나와서 순대국을 먹고 말 없이 헤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 었다고 했다. 그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는 약간은 그럴것도 같은 분위기였다. 김영승 시인은 아내와 여관을 나와 갈비탕을 먹었다. 섹스 후에는 걸죽한 게 좋긴 하지.... way는 뼈해장국을 좋아한다. 나는 아무거나 다 좋아하고... 내 습자지 같은 사랑이 그리 걸죽하지도 않았고 당신의 받아들임도 끈끈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걸죽했다.
 모든 것이 변한다면 더 힘든 것은 당신일 것을 안다. 모든 것이 변해있을 거라고 말한게 그대로인 변함을 말한건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시 웃겨줄테니 건강히 돌아와라... 그런 건 처음인 내 웃음도 다시 볼 수 있겠지..
 
 그 친구 커플은 결혼한다. 곧!  
 
 나는 김영승이란 사람이 좋다.

AND